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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비의 서재

당신을 위한 무덤은 없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잔빛
작품등록일 :
2021.05.13 11:19
최근연재일 :
2021.07.17 13:00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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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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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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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5.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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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죽은 자의 회상

DUMMY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펴보니, 사방으로 핏물이 흩뿌려져 있었다.


이유는 이미 알고 있었다. 두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나의 피일 테니까. 그것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으니까.


어쩐지 담담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날 죽인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일지 않는 것은 아니었고 죽음 자체에 무뎌진 것은 아니다.

다만 상황 자체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단숨에 목이 뽑혀 죽었는데도 생각보다 피가 적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스스로의 냉정함에 감탄할 정도였다. 어쩌면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인 지도 모르지.


'힘 한 번 무지하게 세구만'


내가 겪은 일임에도 도저히 믿기 힘든 괴력이었다. 맨손으로 사람의 목을 뽑아버리다니..

허구한 날 먼발치에서 보고 도망쳤던 괴물들의, 오크 따위의 종족에게서나 볼 법한 힘이 아닌가.


그런데..왜 이렇게 되었더라? 대체 왜 날 죽였지?


잠시간의 혼란 끝에 기억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그래..모든 것은 마노 그 남자..그 빌어먹을 남자가 시작이었을 것이다.

마그나 왕국의 론디아르 영지. 세상에서 가장 춥고 척박한 왕국에서 그나마 뜯어먹을게 남아 있는 가장 부유한 영지의 주인..


마노 론디아르 백작.


모든 일의 시작은 분명, 그 남자였다.




*




아직 마이크가 마노 백작이라 불리는 남자와 만나기 조금 전의 일이다.

마그나 왕국의 최남단, 변경의 백작 마노 백작이 다스리는 이 황량한 땅에서는 이른 아침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내가 있었다.

다름 아닌 마노 론디아르 백작 본인이었다.


춥고 척박하여, 농작물이라고는 밀 조금과 구근이 날 뿐인 이곳.

그 외에는 약초 조금과 마약만이 가득한 이 혹한의 땅.

다른 나라에게는 깡촌이나 다름없는 별 볼일 없는 곳이지만 이 찢어지게 가난한 마그나 왕국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북방 왕국답게, 북쪽으로 갈수록 추워지는 이 황폐한 땅에서는 남부의 영지가 제일 풍족했기 때문이다.

질좋기로 유명한 북방 철과 마약은 적국인 제국에서조차 탐내는 것이었고, 론디아르 영지보다 북쪽의 영지는 땅이 너무 얼어버린 까닭에 그것을 캐낼 엄두조차 내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직 론디아르 영지만이 밀수꾼에게 그것을 넘기며 왕국 전체에 부족한 식량과 물자를 조달할 수 있었다.

그래봤자 다른 국가에 비하면 시골이나 다름 없지만..


마노 백작은 분주하게 짐을 꾸리며 부산을 떨고 있었다. 어딘가 들뜬 것 같기도, 무언가를 결의한 듯 단단해 보이기도 한 표정이지만 발걸음은 단 한시도 멈추지 않는다.


그가 대체 무엇을 생각하는 지 궁금하지만 알 방도는 없었다. 그는 흔히 말하는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백작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성의 로비에서 바로 위..2층의 가장 안쪽에 있는 작은 방안에서 짐을 꾸리고 있던 시녀 마리는 가만히 자신의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낡았지만 깔끔한 방이다.


정돈이 잘 되었다기보다는 인간미가 없는 공간이다.

손때 하나 타지 않은 듯한 그곳은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냉막하고 차가워보였다.


일기장에 얹어진 손이 잔잔히 떨린다.

간절한 마음과는 다르게, 그녀가 기도할 수 있는 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스스로도 용서치 못할 죄는 그 누구에게도 떠넘길 수 없는 까닭이다.


'바라건데, 내 핏줄을 타고 흐르는 죄악이 조금은 옅어졌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끝없이 갈구하는 까닭은 견뎌낼 수 없는 까닭이겠지.

허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나열된 글귀들은 무엇 하나 빠짐없이 그녀의 죄를 증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글귀를 써내려간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마리는 서글픔을 참지 못한 채 손을 떨었다.

지독히 혹독한 겨울이다. 모래를 부어 꺼트린 벽난로는 아직 열이 식지 않았건만 그녀의 피는 열아홉 살 평생 단 한번도 뜨거웠던 적이 없었던 것만 같았다.


똑똑..


적막한 방 안으로 노크음이 울려 퍼진다. 마리는 자세를 바로하며 몸을 돌렸다.


"마리? 혹시 바쁜가?"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녀는 일기장을 덮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고에 방치되어 있던, 뿌옇던 먼지가 벗겨진 책들 위로 그녀의 일기장이 놓아진다.

마리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녀의 입에서 짧은 대답이 흘러나오자, 마노 백작은 조금 서둘러달라는 말과 함께 떠나갔다.

텅 빈 복도 위로 어딘가 신이 난 듯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어딘가 공허하게 느껴진 마리는 다시 한 번 일기장을 펼치려 했다.


"아 참, 생각보다 오래 걸릴 예정이니까 무거운 짐은 되도록 줄여 주게"


그러나 마리의 행동을 모조리 꿰뚫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저 멀리서 퍼져오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일기를 덮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온통 책으로 가득 찬 자신의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성 안의 도서관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귀중한 책들..평생 동안 책만 읽어도 과연 전부 읽을 수 있을까 싶던 장대한 서고는 고작 7년이 조금 넘는 시간 만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가방에 들어있는 몇 권이 마지막이었을 터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책들을 도로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다녀와서 읽으면 될 일이리라. 가는 길에 책이 있으면 더 사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내려두니, 가방 안에는 몇 벌의 옷가지와 약간의 돈, 그리고 일기장 한 권만이 남아버렸다.

그 초라한 몰골이 어딘가 우스웠으나 웃음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녀의 방이 그러하듯, '내 물건'이라는 말은 언제나 어색한 느낌을 주곤 했던 까닭이다.


"이게 전부라니..나도 참.."


집을 떠나온 지도 벌써 8년이 흘렀건만 그녀가 갖고 있는 물건은 이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한곳에 모아도 가방 하나를 채우질 못하는 것이다.

마리는 쓴 웃음을 애써 지워내며 일기장을 꺼내든 채 잠시 서 있었다.

한시도 떼어 놓은 적 없는 일기장이지만 빛바랜 가죽 커버와 그에 걸맞는 두터운 종잇장들의 모습은 얼핏 봐도 간편하게 들고 다닐 만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두고 가야하는 것일까?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터였다.

이것은 그녀의 죄와 혈통의 증거이자 그날에 일어난 참극에 대한 유일한 증언이었으니까.


잃어버리면 다시 쓰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뒤를 잇는 것은 과연 이것을 두고 가는 것이 정말로 옳은 일일까에 대한 의문이다.

그녀는 책상 앞에 선 채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조금 전 내려둔 책 옆에 일기장을 내려두었다.


어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선명한 기억인지라 다시 쓰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테지만, 저 안에 깃든 감성까지는 결코 따라할 수 없을 테니까.

단 한순간도 잊지 못한 기억이니 만큼, 그 모든 사건들은 선명한 적색의 빛처럼 뇌리에 남아있었으나, 매순간의 감정들은 이미 바래버린 까닭이다.


제아무리 슬픈 기억이라 할지라도, 감정은 마모되고 마는 법이니까.


그날의 마리가 매순간을 기록한 일기장에는 당연하게도 그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있었으나, 그것은 지금의 그녀에게는 이미 빛이 바래 재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영원한 행복이 존재하지 않듯, 영원한 슬픔 또한 허상에 불과하다.


"마리!"


저 멀리서 들려오는 외침 소리에 마리는 가방을 닫았다.

이 영지에 온 지도 몇 년이 흐른 만큼, 저 철부지 백작의 재촉 역시 귀에 익어버렸다.

마리는 마노 백작의 외침을 한 귀로 흘리며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방을 둘러보며 잊은 것이 있는가를 살펴본 후, 조심스레 문을 닫으며 밖으로 나섰다.


계단 밑에는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마노 백작이 조급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 귀족답지 못한 태도에 한탄스런 마음을 담아 충고했다.


"백작님, 당부 드리건데 밖에서는 그러한 행동을 보이지 말아주십시오. 서른 살 넘게 먹은 건장한 청년이 아이처럼 발을 구르는 행동은 보기에 좋지 않군요"

"알았으니까 빨리 가자! 잘못하면 늦는다고!"


늦는다?


충고하는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그의 태도에 불쾌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그녀는 그의 말에서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변경백 마노 론디아르 백작. 척박하기로 악명을 떨치는 북부의 왕국, 마그나에서 유일하게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영토의 주인.

국경을 지키는 변경의 영토가 제일 부유하다는 점은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북쪽으로 갈수록 더 춥고 척박해지는 마그나 왕국의 특성 상, 국경에 있다는 말은 가장 남쪽에 있다는 말과도 같은 말이었다.


"영지의 순찰을 가시는 게 아니었나요?"


최전방을 수호하는 변경백의 영토인 만큼 론디아르 령은 제법 넓었다.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려면 말을 타고 달려도 일주일을 내리 달려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지의 중심지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척박한 황야가 이어질 뿐이고, '타국의 침략이 일어나지 않는' 이 나라의 특성 상 서둘러서 다녀올 필요도 어디에도 없었다.


그것이야 말로 서두르라는 주인의 말에도 꿋꿋하게 채비를 마친 시녀의 변명거리였다.

사실 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백작의 행동을 견뎌내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가장 오래 걸렸지만..


"순찰? 그딴 건 기사단장이 알아서 하겠지! 여행이야 여행! 여행을 갈 거라고!"

"여행? 대체 이 나라에 여행 갈 곳이 어디에 있다고.."


나는 무언가를 반박하려 했지만 평소보다도 더 들뜬 듯한 그의 모습에 나는 말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의 그에겐 그 무엇도 들리지 않을 터였다.


"말은 준비했어! 이제 이걸 타고 달릴 거니까 꽉 잡으라고!"


마리는 그녀의 몸을 끌어올리는 그의 팔에 저항하려다 이내 포기했다.

평소에는 나름대로 점잖은 구석이 있었지만 흥이 오를 대로 오른 마노 백작은 도저히 말릴 수가 없으니까.

허나 훗날 마리가 회고하기를, 그녀 인생 최악의 실수가 있다면 그 순간 그를 말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필시 후회하리라. 그를 말렸어야 했다고.

설령, 그 자리에서 해고되어 론디아르 영지를 떠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





"간만에 보는군"


한참을 내달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어느 산의 기슭이었다.

미리 준비해두었던 말을 세 번이나 갈아타며 달렸건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에는 세 번째 말마저도 죽어가고 있을 정도였다.

각성제를 먹인 탓에 속도가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맹렬한 바람 탓에 머리는 부시시해졌고 골반은 삐걱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뵙슴다"


마리는 창백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마노 백작의 모습을 괴물 보듯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행동 역시 오래가지는 못했는데, 백작이 내리자마자 풀썩 쓰러져버린 말 때문이었다.

아직 그 위에서 내리지 못한 마리가 그대로 철푸덕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마노 백작이 한팔로 받쳐준 탓에 그리된 것이지 자칫 머리를 박고 기절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 짐덩어리는 뭡니까?"


퉁명스레 대답하던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마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켜세우며 물러섰다.

남자는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대답할 낌새가 보이질 않자 그대로 코웃음을 치곤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와서 이런 말하기도 우습지만..정말로 가시려는 겁니까? 밤의 숲이나 산에 들어가지 말라는 건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아무리 제가 유령을 쫒아낸다 해도 저런 짐까지.."

"신경 끄게나 마이크"


마리는 남자를 보는 순간 급격히 차가워진 백작의 태도가 조금 낯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낯설다기보다는 새삼스럽다는 것이 옳겠지. 백작의 그러한 태도는 수년 전의 그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모습이었으니까.


"..그리합죠"


그러나 남자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 선선히 답했다.

바닥에 둔 배낭을 들쳐 매는 그는 노인에 가까운 중년의 남자였다. 적갈색 머리칼 위로 희끗한 새치가 머리의 절반을 뒤덮은 모습은, 그래도 젊었을 적엔 제법 미남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삐뚤어진 성격을 그대로 내비치는듯한 얼굴과 표정만 없었어도 훨씬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이봐 아가씨. 조심해. 머리 위에 외눈 까마귀가 있으니까"


마이크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머리 위로 화살을 겨누었다.

깜짝 놀란 마리가 머리 위를 바라보자 무언가가 부산스레 움직이며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어두운 밤이어서인지 그 이상의 것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


"혹시 저놈들한테 털린 거 있나? ..없다고? 거 참 운이 좋군 그래"


마이크는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이었으나 곧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겨버렸다.


"전에 저 놈들한테 지갑을 털린 적이 있어서 말이야..조심하는 게 좋아. 저 놈들은 사람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훔쳐 가 버리니까 말이야. 돈이든 갓난아이든.."


그 말을 끝으로 마이크는 입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산길을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리는 그 모습에 의아함을 품었으나 그리 길지는 않았다

. 산세가 험한지라 집중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굴러 넘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달조차 뜨지 않은 산이다. 해질녘에 내려선 땅거미가 그 굶주림으로 하여금 세상 모든 빛을 삼켜버린 것만 같았다.

구름은 짙고도 넓어 커다란 장막을 하늘 어딘가에 걸어놓은 것 같다.

본래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어야 정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마이크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나 바위 따위의 것들이 밝은 황녹색의 희미한 불빛을 내며 길을 밝혔다.

마리는 그것들이 자신들을 어디론가 인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다른 세상에 떨어진 듯한 낯선 기분이다. 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질 않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마노 백작은 얼굴 가득 웃음을 건채로 그녀를 놀리듯 설명했다.


"위습이라는 거야. 사냥꾼들에게 대대로 전해지는 기술이지. 지금은 밀수꾼의 기술이 된 셈이지만"


밀수꾼?


마리는 새삼스런 눈으로 앞서나가는 마이크의 뒷모습을 쫒았다.

조금 전의 활과 화살도 그렇지만 사냥꾼의 기술을 익히고 있다는 것은 본래의 그가 사냥꾼이었다는 것일 테지.

그런 그가 밀수꾼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갑?'


문득 떠오른 것은 외눈 까마귀의 일이었다. 그의 지갑을 가져가버렸다던 탐욕의 괴물.

가장 절실한 자의 소중한 것을 앗아간다는 괴물이 돈을 가져갔다면..


'목숨보다 돈이 소중했던 것일까? 아니..그건 아니겠지'


외눈 까마귀는 질이 나쁜 괴물이지만 약하기로 소문난 괴물이기도 했다.

10살 먹은 아이도 손쉽게 쫒아버릴 정도였으니까..분명 어른을 노리기엔 힘이 드니 목숨 다음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을 가져간 것이리라.

그래도 무척이나 돈을 좋아하는 사람임은 틀림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왜 내게선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은 거지?'


마리는 의아함을 느꼈으나 금세 잊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그녀의 불안함을 자극한 까닭이다.


"..백작님?"

"왜 그러지 마리?"

"그..밀수꾼이라는 분이 대체 뭘 밀수하고 계신 거죠?"

"하하..당연한 것을 묻는 군"


마노 백작은 호탕하게 웃으며 마리의 등을 쳤지만 마리는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우리잖아"


졸지에 밀수품이 되어버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이럴 때는 밀입국이 맞는 건가?"


마리는 그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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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선동 21.07.07 27 0 11쪽
65 묵은 진실 21.07.06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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