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시즌 제21시리즈 – vs 서울 (1) 다양한 구종.
“큭큭큭큭. 크하하하하. 아하하하.”
두열이 미친 듯이 웃음을 흘렸다.
기뻐서 웃는 것인지, 아니면 어이가 없어서 비소를 흘리는 것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크크크, 미치겠네.”
‘야! 너 이런 거 본 적 있어?’
황당한 표정의 악마 요정도 넋이 나간 여자 친구를 흔들며 말을 걸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신의 권능 ‘◆ (G) 자애로운 신의 손길’을 획득하셨습니다.>
축하를 한다는 메시지도 없었다.
그 어떤 효과음도.
그리고 현란하던 이펙트도 하나 없었다.
“크하하하! 떠엇따~! 우아아악!”
숭그리당당~ 숭당당~
두열이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악마 요정은 생전 처음 보는 희귀한 스킬에 ‘하악’질을 멈추지 않았다.
천사 요정은 무언가가 잘못 됐다며 자신의 세계로 송신을 하는 듯했다.
【선수 정보】 ★x00 ☆x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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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프 능력 ◆
– 사용중 (G) 자애로운 신의 손길 : 제구력 8%, 무브먼트 능력 7%, 회전수 능력 6%, 집중력 3%가 상승합니다.
☞ 버프 능력은 하나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버프 교체 시 일주일 동안 재교체가 되지 않습니다.
– 대기중 (∞) ◈ 매직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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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하하하!”
두열의 웃음은 고함이 되었고, 멈춤도 없었다.
밖에서 룸 메이트가 그 소리를 듣고 걱정이 되어 문을 두드렸지만, 두열은 그것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이제 다 죽었어억~!”
빨리 새로운 시합이 시작되길 원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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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열이 새로운 능력을 부여받은 다음 날.
그는 눈이 시뻘게져서 새로운 먹이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상자 벌어야 하는데, 어디 대적자들 더 없나?”
하지만 오늘의 시합에 그의 자린 없었다.
그리고 그는 선발 다음 날이어서 휴식을 취하는 날이었고, 부상까지 당한 상태.
연습구를 던지고 싶었지만, 코치진과 의류진의 만류로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없었다.
전에는 강자를 보면 무섭고 피하고 싶은 마음도 살짝 들었었는데, 이제는 그와는 상반된 심정이 되었다.
“어우, 쟤들이랑 오늘도 붙었어야 하는데···.”
이제는 강자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오옥~ 오옥~.
배고파~.
하지만 설 자리가 없던 이날의 승부는 부상과 징계 등의 이유로 주력이 대거 빠진 부산이 무력하게 시합을 내주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2게임 차라는 것에 위안을 삼는 선수단이었지만, 두열에겐 아까운 먹이를 빼긴 심정이 일 뿐이었다.
“아오~ 내가 나갔어야 했는데.”
하지만 모든 것이 공염불일 뿐이었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벤치 클리어링 사태에서 징계까지 먹고 말았다.
다행히 한 시합 정도만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급해졌던 마음에 그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지는 두열이었다.
∴ 마두열, 5월 27일까지의 성적.
■ 마두열 2.03ERA 11G 80IP 8W 2L 41H 3HR 8BB 3HBP 85SO 21R 18ER 0.61WHIP
“크어억! 더 많은 시합을 원한다~! 먹이를 다오!”
퍽!
“미쳤냐? 문이나 열어.”
“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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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6월 9일 선두권에서 맹렬히 승부를 펼치고 있는 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서울은 올해부터 팀의 마스코트와 팀명을 바꾸며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팬들에게 선언하였다.
그리고 그 기치에 걸맞게 상위권에서 1위를 노리는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팀명은 ‘서울 그라울러스’였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선두권 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위 부산 60경기 42승 0무 18패 0.700승률 0.0게임차
2위 광주 60경기 40승 1무 19패 0.678승률 1.5게임차
3위 창원 59경기 38승 2무 19패 0.667승률 2.5게임차
4위 서울 57경기 36승 2무 19패 0.655승률 3.5게임차
“좋아! 곰탱이나 잡아 볼까?”
하지만 허기에 지친 하이에나는 상대를 여전히 곰탱이로 불렀다.
[타석으로 서울의 1번, 민명훈 선수가 등장을 합니다. 마두열 선수가 오랜만에 등판을 해서 요즘 상승세에 있는 서울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출장 정지와 부상으로 열흘을 넘게 쉰 마두열 선수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오늘의 초반은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투수의 손은 민감하기 때문에 3일 이상 공을 던지지 않으면 감각이 무뎌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큰 부상은 없었다지만 십 일 넘게 시합을 쉬었으니, 실전 감각이 떨어질 거야.’
타석에 들어선 타자도 방송진들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프로 선수는 항상 일선에서 시합을 펼쳐야 했다.
그래야 감각 유지가 용이했다.
그리고 전장의 기세라는 게 있었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조감.
그리고 타격 감각, 피칭 감각 등의 실전 감각 및 밸런스.
이것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전장을 떠나 후방에서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하다 전방으로 복귀를 하면 그 장수는 한참 동안 제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
그래서 팀에서 아끼는 타자들은 단 한 타석이라도 꼬박꼬박 기용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장 민감하다는 투수가 열흘을 쉬고 나온다면?
‘너클볼이겠지? 훗. 밋밋하겠군.’
두열은 타자가 뭘 노리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라이브 피칭이 괜히 있는 게 아니거든? 그리고 나는.’
두열의 손끝에서 시합을 여는 첫 공이 날아올랐다.
타자는 여유롭게 너클볼을 기다렸다.
눈이 좋진 않았지만, 범위를 설정하고 예측 타격을 하는 데에는 뛰어난 구석이 있는 그였다.
흔히들 그를 보고 육감이 좋다 혹은 운이 좋다고 표현하였다.
‘너클은 침착하게···’
‘미친 버프가 있거든!’
슈라락! 펑!
“스트라이크!”
‘오오~ 손에 촥~ 달라붙네용~. 움훼훼.’
[오, 마두열 선수가 초구로 투심을 선택했습니다. 공끝이 좋아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며칠을 쉬었을 텐데도 마지막 시합에서 보여 줬던 날카로움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출장을 하지 않은 12일을 그냥 쉬었다고 생각했겠죠?
으음~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요.
오히려 투수 코치님과 만호 형이 말릴 정도로 공을 던지고 왔어요.
왜냐고요?
[투수 제2구!]
두열의 손끝이 다시 공을 할퀴었다.
공은 촤라락 회전음을 내며 공간을 잘랐다.
‘윽! 또 속구! 그럼!’
민명훈 타자는 속구에 강한 타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다지 좋지 않은 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보는 감각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5년 넘게 3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감각이 좋아서였다.
그리고 괴물 같은 반응 속도.
‘B+’ 급의 눈을 갖고도 괴물 같은 타자들과 투수들 사이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세상은 넓고 유형은 다양했다.
그는 일명 ‘감각형 타자’.
‘높은 직구! 슬라이더는 아냐.’
명훈의 배트가 바깥쪽 높은 직구를 향해 매섭게 출진하였다.
최초의 걸음은 이제 처음 전장에 나온 신입과 같이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두 걸음을 걸으니 완숙한 고참과 같았고, 세 걸음을 걸으니 이제는 전장을 지휘할 장수로 보였다.
마음의 확신이 없을 때는 배트가 흔들렸다.
구종과 구질을 확신하니 흔들림이 사라졌다.
투수에게 떠난 공은 이제 무점유의 존재.
하지만 투수가 소유했던 공을 타자가 마중 나갔다.
‘이젠 내 소유야!’
하지만.
스악! 텅! 쩍!
‘컥!’
[아! 배트 끝에 맞은 공이 1루 베이스를 비껴갑니다. 민명훈 선수 아쉽겠는데요?]
[그렇습니다. 회심의 타격이었던 것 같은데, 운이 나쁜 것 같습니다. 배트가 부러지며 힘에서 밀렸어요.]
[제가 보기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최 해설자님이 보시기엔 그랬습니까?]
[느린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마두열 선수의 그립은 커트입니다.]
[커터요? 투심 아닌가요?]
[아닙니다. 일견 보기에는 예전에 던졌던 변형 투심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휘습이 가리킨 화면에는 두열의 손끝이 생생하게 클로즈업 되었다.
확실히 투심의 그립이 아닌 커트의 그립이었다.
그리고 슬로 모션으로 날아간 공이 타석 앞에서 급격하게 꺾이며 우타자 바깥으로 도망을 갔다.
아니, '도망을 갔다.'는 표현보다는 ‘바깥을 찔렀다.’라는 표현이 적당했다.
[마두열 선수는 ‘컷 패스트볼’이라 불리는 커터를 거의 안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왜, 모두가 말릴 정도로 공을 던졌냐고요?
당연히 던져야죠!
이전 시합에서 스텟들이 모두 상승을 했었는데, 안 쓰면 다시 환원이 된다잖아요.
그럼 어떡해요?
시합은 나올 수가 없고 스텟은 모두 소화를 해야 하는데.
당연히 미친 듯이 던졌죠.
모두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런데 왜 오늘은 너클을 던지지 않고 다른 공들을 던지냐고요?
흐흐흐.
[네. 마두열 선수의 커터는 볼끝 변화가 안 좋기로 유명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컷 패스트볼(cut fastball).
패스트볼과 같이 직선으로 홈플레이트를 향하다가 타석 바로 앞에서 급하게 횡으로 방향을 트는 속구 종류의 하나.
뉴욕에서 은퇴한 끝판 대장 리베리아 선수의 주력 무기.
그는 95mile/h(152.9km/h) 중반을 넘는 빠른 컷패스트볼을 무기로 많은 타자들의 방망이를 부셔 버리기로 유명했다.
19년 동안 뉴욕에서 선수 생활을 하였던 그.
선발로 출장한 첫 해와 18년 동안 딱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해 평균 자책점을 2점대 초반으로 유지하며 같은 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그 19년 동안 3점 이상의 평균 자책점을 가진 해는 딱 두 번.
그가 나오면 시합은 끝났다라고 보아야 했다.
1,115경기에 출장하여 1,283과 2/3이닝 동안 5,103명의 타자를 맞아 1,173개의 삼진과 998개의 피안타, 286개의 볼넷만을 내주었다.
그는 매 이닝 한 명꼴의 타자를 출루시켰지만, 이닝당 0.91개 이상의 삼진을 잡으며 2.21의 평균 자책점으로 통산 652세이브의 MLB 역사상 최고의 세이브를 기록한 퍼스트 클래스의 마무리 투수였다.
그런 그의 주무기가 컷 패스트볼.
다른 이름으로는 커터(cutter) 또는 커트볼(cutball)이라고 한다.
속도와 움직임 면에서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 정도를 가진 공이다.
속구보다는 약간 느리지만 슬라이더보다는 빠르고, 슬라이더보다는 덜 휘지만 더 예리하고 신속하게 변형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습니다. 허구용 해설자님의 말씀처럼 마두열 선수가 커트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왜 그렇습니까?]
[사실 구속이 빠른 마두열 선수 입장에서는 투심과 속도가 비슷한 커트가 절실해 보였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입단 초년에 이 커트볼이 커브와 함께 난타를 당해서 거의 봉인을 하다시피 하였습니다.]
[커브는 가끔 던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한 게임당 대략 3개 정도의 커브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공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용도로 사용되었지, 주력구로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습니까? 커브에 속아 삼진을 당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결과는 그렇게 나왔습니다만, 마두열 선수의 커브는 밋밋한 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입니다. 즉,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을 용도로는 쓸만하지만 주력구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사용하지 않던 커터를 꺼내든 이유?
사용하지 않던 구종들을 빼 들게 된 이유?
올랐던 스텟들을 연습만으로는 모두 흡수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흡수를 마쳤던 공들은 더 빠른 상승을 보였으니까.
‘C+’로 올랐던 커터는 지금 ‘B–‘거든.
후후후. 고로, 오늘은 모든 구종을 사용한다.
[만약, 마두열 선수가 커트를 제대로 장착할 수만 있다면···]
모두 미치게 만들어 주지.
[아마도 모든 타자들이 죄다 미쳐 버리고 말 겁니다.]
비슷한 속도로 좌우 35cm 이상의 간격이 벌어지면 어떤 기분일까?
흐흐흐, 제대로 한 번 느껴 봐.
[마두열 선수 3구 던집니다.]
- 작가의말
팀 승률 계산법 = 승수/(게임수–무승부)
게임차 계산법 = {(앞선팀승수–뒤진팀승수)+(뒤진팀패수–앞선팀패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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