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시즌 제17시리즈 – vs 광주 (3) 여덟 호랑이가 사는 산.
포스 아웃 (force out).
플라이 볼에 의한 아웃이 발생하였을 때, 주자는 원 베이스를 밟고 있지 않았다면 진루 권한이 없다. 그래서 원래 있던 베이스를 밟았던 상태에서 아웃이 이루어진 후에 진루를 해야 한다.
3루에 있던 주자들이 태그 업(혹은 ‘리터치’, ‘터치 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플라이로 떴던 볼이 수비의 글러브로 들어가 아웃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주자는 진루에 대한 권한이 생긴다.
따라서 본래의 베이스를 밟고 있지 않던 주자들은 귀루를 한 후에 이후 상황을 선택해야 하며, 이 상황 전에서는 직접 태그를 하지 않고 베이스 태그만으로도 아웃을 시킬 수 있다.
사람을 터치해 아웃을 시키는 것을 태그 아웃, 공을 쥐고 베이스를 터치해 아웃을 시키는 것을 베이스 태그 아웃이라고 한다.
“아웃!”
그런 입장에서 대용은 공이 먼저 글러브 안으로 들어왔다고 주장을 하였다.
“세입!”
하지만 광주의 1루 코치는 손이 먼저 베이스에 닿았다고 주장을 하였다.
1루심은 흩어지는 먼지만큼 눈동자가 흐려져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하나 고민에 들었다.
그리고 곧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 여긴 광주!
헷갈린 땐 이게 최고지!
“세입! 세입!”
야속한 1루심의 손이 연속으로 엑스 자를 그리고 있었다.
광주의 성진 선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대용이 형과 만호 형은 항의를 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아웃이 맞다고 본 것이었다.
감독님께서 대용이 형을 보고 맞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대용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은 손으로 사각형을 그리며 1회부터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였다.
어? 초장부터 다들 너무 진지하신 것 같다.
세입 같은데···. 아까운 비디오 판독이···.
두열이 보기에는 타이밍상 세입으로 보였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선수들은 아웃이라고 벅벅 우겼다.
감독까지 그들의 편을 들어주었으니, 양팀은 심판들의 비디오 판독을 기다릴 수밖에.
– 광주타이거 : 이야! 이거 우리나라 수비 맞음?
L 샤벨타이거 : 인정! 적이지만 금방 플레이는 정말 그림 같았음.
L 시벨타이거 : 우리도 할 수 있는 수준임.
L 부산밀면 : 에이, 그건 좀 오바 아이가?
L 시벨타이거 : 왜? 니네는 할 수 있고, 우리는 못함?
L 부산밀면 : 우리도 처음 보는 플레이인데···. 마치 매일 나오는 플레이인 것처럼 말을 하면 할 말이 없다 아이가?
인터넷에서도 잠시 아웃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지금의 멋진 플레이를 놓고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에 초점을 맞췄다.
플레이 자체가 워낙 다이나믹하게 돌아가다 보니 결과는 뒷전이 된 것이다.
[아!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판정은?]
“세입!”
[구심이 세입을 선언합니다. 아, 비디오 판정이 났는데도 부산의 주원장 감독은 받아들일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계속 항의를 하는데요? 자! 느린 화면을 보실까요?]
이번 시리즈는 1위를 가르는 아주 중요한 대결이었다. 그러다 보니 구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카메라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비싸다는 초고속 카메라도 두 대나 지원이 된 상황이다.
그중 한 대가 1루의 접전을 고스란히 내뱉었다.
[아! 이거 화면을 보고서도 판단을 하기가 애매한데요?]
[그렇습니다. 1초를 천 단위로 나눠 느리게 보는데도 헛갈릴 정도면 현장에 있던 선수들과 심판들은 각자 입장에 맞춰 판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애매한데요?]
[제가 보기엔 주자가 조금 빨랐던 것 같습니다.]
– 광주타이거 : 부산 망했네. 판독 실패 됐으니 이제 판독도 못함.
L 샤벨타이거 : ㄴㄴ 올해부터 무조건 2회 가능.
L 레알 : ㄹㅇ?
중계진들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주원장 감독도 계속 항의를 해 보았지만 게임 초반부터 심판과 날을 세우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승복을 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럴 땐 얻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다음에는 우리 편도 좀 들어줘요.”
애매했던 판정 때문이었을까?
1루심이 광주 측 인물들이 못 보게 까닥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감독도 만족을 하며 더그아웃으로 얌전히 물러났다.
[이거 초반부터 불꽃이 튀는데요?]
[그렇습니다. 오늘의 게임은 명성에 걸맞게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초반부터 아주···. 화염이 혀를 날름거리는 것 같잖아!
이제 타자 두 명을 상대했을 뿐인데, 몇 시간이 지난 것 같은 이 피로감은 대체 뭐냐?
그리고 이제 원 아웃이라고?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어?
아니지. 우리 수비들을 봐.
어디에서 저런 멋진 수비를 보겠어.
그래! 동료를 믿자!
우리가 누구야!
“최강 부산! 하!”
두열은 마운드에서 혼자 구호를 외쳤다.
빠지려는 기운을 다시 끌어 모은 것이다.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외침은 매우 중요한 기합이었다.
타격기 선수들이 쓸데없이 기합을 외치는 게 아니었다.
몸에 모인 기운에 힘을 더 가하기 위한 하나의 주술 행위였고, 호흡법이었다.
광주는 부산과 같이 타격의 왕들이 즐비하였다.
부산, 광주, 창원의 틀린 점을 꼽으라면.
부산은 장타자가 많고 타율이 들쑥날쑥하지만 한 번 불이 붙으면 꺼지지 않는, 집중력이 강한 팀이었다.
창원은 장타보다는 단타에 능하고 기계적인 스윙과 작전 수행 능력이 우수한 팀이었다.
그에 반해 광주는 신구가 조화를 이루며 포수를 제외하곤 모두 스타 플레이어의 자질을 가진, 하나의 메이저리그팀 같은 능력을 보였다.
선수층도 두터워 엔트리에 든 타자들은 모두 선발감이라는 게 중평이었다.
이 세 팀의 공통점을 굳이 꼽으라면, 상대 선발 투수들이 일찍 강판을 당한다는 점이 있었다.
대부분의 선발 투수들이 6이닝을 넘지 못하고 강판을 당했으니 두열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대였다.
호랑이를 잡았더니 또 호랑이가 나오고 다시 호랑이가 나오는, 여덟 호랑이가 사는 산은 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강한 기합으로 마음 속에서 고개를 쳐드는 ‘겁’이라는 녀석을 머리부터 잘라버린 것이다.
[마두열 선수 많이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파이팅을 외치는 기합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합니다.]
– 국9마(국민9승마두열) : 소리를 지른다고 위기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두열?
L 마동렬 : 두열이 형이 니 친구냐?
L 시벨타이거 : 왜 옳은 소리 했구만. 왜 시비임?
L 폭력마! : 할부지!
L 샤벨타이거 : 누가 할부지임? 매일 다 태워버린다던 폭력마가 왜 이럼? 아는 사람 있음?
소리를 지르고 났더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타석에 드는 타자도 넘기 힘든 벽이었지만, 계속 벽이 가로 막는다면 모두 부수면 될 터.
■ 나선환(17.05.)(85 우투우타) 0.310AVG 55H 10HR 37RBI 0.542SLG 0.409OBP 0.951OPS 0.324RISP
나선환 선배. 스윙 메커니즘이 좋고 힘도 좋아 걸리면 넘기는 선수.
침착한 타입으로 출루율도 좋다.
하지만, 동체 시력이 좋지는 않다. 예측 능력이 뛰어날 뿐이지.
그렇다면!
두열은 다시 1루 주자를 견제하고 타자에게 너클볼을 뿌렸다.
그의 예상대로 타자는 대응을 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타격 능력은 우수한 편이나, 변화가 심한 변화구 계통의 공에 대해선 대처 능력이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스트라이크 투!”
[투수가 호흡을 빠르게 가져갑니다.]
‘이런 타자를 상대할 땐 생각할 시간을 줘선 안 된다. 속수를 둬서 실수를 유발하게 만드는 속기 바둑 같은 흐름을 타야 한다.’
두열은 3구도 포수의 사인 하나만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3루 쪽 발판을 밟았던 두열이 우측 타자의 몸 쪽에 바짝 붙는 높은 속구를 던졌다.
타자는 정신 없는 흐름이었지만, 이 공만큼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계산을 마쳤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대처를 하였다.
‘이놈! 빠른 흐름으로 날 흔들겠다? 하지만 계산이 되어 있었어.’
‘이게 과연 속구겠습니까?’
두열이 몸에 붙이는 공은 대략 세 가지.
한국에서 가장 빠르다는 포심.
볼끝이 지저분하다고 유명한 투심.
마지막으로 포심을 빙자한 서클 체인지업.
‘세 공의 공통점은 모두 우타자 몸 쪽으로 역회전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공 모두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지만, 대략적인 포인트를 맞출 수 있어. 그렇다면!’
그는 본래 자신의 스윙인 어퍼 스윙에 한 가지 색을 덧입혔다.
평소보다 방망이 끝을 더 내리고 사선에 가까운 면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것은 마치 창원의 타자들과 흡사한 모습을 보였다.
너클볼 만큼이나 까다로운 두열의 직구에 대처를 준비했던 것이다.
‘온다! 역시 투심!’
선환은 두열이 자신을 맞아 투심을 던질 것으로 예측을 하였다.
모두가 알고 있는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
눈이 좋지 못한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예측력을 키웠다는 게 온 천하에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두열도 가장 더럽다는 직구를 던진 것으로 예측을 했던 것.
‘그래! 내 방망이 중심에··· 응?”
휘르륵. 훙!
“스트라익 아웃!”
‘뭐야? 순회전이라니? 투심을 커터처럼 던져?’
무릎을 꿇은 선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몸 쪽 공에 대비해 만들었던 면이 오히려 독박이 되어 돌아온 격이었다.
원래 두열이 가진 속구류의 공들은 모두 역회전을 하는 구종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믿었던 공이 방향을 바꾸니 사선으로 만든 면을 피해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투심이 역회전 볼이라는 고정 관념을 버리세요.
본래의 속구 종류는 던지고 나면 공이 손가락 끝 우측 면을 스치고 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그 말은 해당 방향으로 스핀이 생긴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이 느낌을 왼편으로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주 미묘한 감각이고, 공을 잡는 방법도 거의 유사하지만, 결과는 정반대가 되지요.
손끝으로 긁어 오른쪽을 스치며 날아가느냐, 왼편 손끝으로 할퀴느냐의 차이를 모르시는군요.
그리고 제가 커터를 못 던져서 안 던지는 게 아닙니다. 아직 익숙하지가 않고 슬라이더가 더 나아 보여서 던지지 않을 뿐입니다.
하지만 던지는 법을 알뿐더러 적용도 가능하죠.
아시죠? 투수들 같은 구종이더라도 잡는 법이 다 제각각인 거.
선배가 다음에 절 상대하실 땐 아마 더 괴로우실 겁니다. 경우의 수가 더 늘었으니까요. 흐흐흐.
두열이 득의양양하여 코를 쳐들 때 갑자기 포수가 공을 던졌다.
‘오잉? 위험하게!’
두열도 순간적인 반응으로 잽싸게 몸을 숙여 공을 피했다.
그러면서 공이 나아가는 2루를 보니!
“세입! 세입!”
아니, 저 양반이! 분위기 잡고 있었는데···.
도루에 성공한 성진이 우쭐했던 두열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피스’ 표시를 취하고 있었다.
도긴개긴이었다.
“쓰볼~.”
작은 음성으로 귀여운 욕을 내뱉던 두열의 등 뒤로 또 다른 호랑이가 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빰빠라밤~! 돌발 퀘스트 발생! 돌발 퀘스트 발생!>
<돌발 퀘스트2 – ‘대적자’ 최왕만 발견! ‘특수한 능력의 소유자. 그와 승부하라!’. ‘대적자’ 최왕만은 특수 보약을 장복하며 가진 재능을 만개시킨 ‘특수 능력자’입니다. 금일 그와의 대결을 통해 승리를 거두면 ‘무작위 랜덤 박스’가 승리 횟수만큼 부여됩니다. 단, 전체 승부에서 질 경우 페널티로 전체 능력이 한 달간 5% 하락합니다.>
“뭐?”
갑작스런 경고음에 두열은 눈을 부릅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엔 또 다른 한 마리에 범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어흥!
“왓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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