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승천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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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우리의 분위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거의 넘겨주었던 시합을 가져와서 그런 게 아니었다.
바로 팀웤.
동료애.
변태들!
그렇다! 우리는 하나의 변태 집단이 되었던 것이다.
“우할할할할! 오늘도 때려 보자!”
“오오!”
“우리가 누구?”
“부! 산!”
“어떤 부산?”
“방망이 부산!”
“오늘도 다 날릴 수 있나?”
“있삽니다~!”
“조~하~!”
“부산! 부산! 하!”
“하~!”
[오오! 부산의 파이팅이 흘러넘칩니다. 어제 경기를 가져가서 그런 거겠죠?]
[네, 아무래도···.]
– 국9마(국민9승마두열) : 두열이 얼굴은 왜 저런다냐? 누구한테 맞았냐?
L 너클마 : 왜? 맞은 거 보니까, 가슴이 막 아프지? 그렇지? 그치?
L 국거팍(국민거품팍뱅) : 어제 성질 좀 부리더니 한 따까리 했나 보지.
L 국9마(국민9승마두열) : 너클마 점마 좀 누가 데려 가라. 점마 완전 변태임.
L 야생이 : 그러게, 프로도 집합 있냐?
– 창원공룡 : 호되게 맞았나 본데? 쟤네는 선발을 저렇게 패냐? 우와 무섭다 야.
L 부산사람 : 그래도 분위기는 좋네요.
L 변사또 : 제물을 잡았으니 분위기라도 좋아야지.
흐흐흐. 기분 좋게 맞아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상쾌했다.
왼쪽 어금니를 누가 때렸는지 엄청 흔들거리기는 했지만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
창원 놈들 니네 이제 클 났어.
나 때리던 후배들이 눈이 돌아가서 우리 형님들까지 팼거덩.
그래서 선배들이 눈이 돌았어.
그 화를 어디다 풀까?
그래, 바로 너희들이거덩~!
탁!
“조~하~!”
[홈런! 홈런입니다. 우와 리드오프인 전준호 선수가 초구를 그냥 날려 버립니다. 장타가 있는 선수가 아닌데 팀 분위기 덕을 봤나요?]
[그러게 말입니다. 벤치 분위기가 아주 좋죠?]
– 국9마(국민9승마두열) : 근데 쟤는 또 왜 저런 눈탱이를 하고 있냐?
L 왕주먹 : 손아설 선수 뿐만이 아님. 선후배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선수들이 모두 눈탱이가 퍼럼.
L 창원폭격기 : ㅋㅋㅋ 쟤들 어제 뭐한겨~?
확실히 팀 분위기가 좋은 팀은 무서운 상대였다.
원투 펀치가 좋은 창원은 에이스 급인 외국인 용병 제크 맨스를 내놓고도 초반부터 난타를 당하고 있었다.
기계적인 타격과 에러가 거의 없는 좋은 수비력을 가진 창원이었지만, 불이 붙은 부산의 공세를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겼다!”
“와~와~.”
[우와, 부산의 공격력이 정말 무섭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제도 막판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다 진 경기를 뒤집더니, 오늘은 초반부터 장타를 앞세워 7점 차의 막대한 우위로 경기를 가져갑니다.]
부산은 이날 16안타 3홈런을 곁들이며 12 : 5라는 큰 점수 차로 창원을 눌러 버렸다.
안타수에 비해 점수가 낮은 것이 흠이었지만, 투수력이 좋은 부산이 이렇게 타격력까지 좋아지면, 그런 부산을 상대할 팀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옳았다.
하지만 이어진 3차전에서 외국인 용병 파크 마켓이 좋은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이날도 타선은 불 같은 브레스를 내뿜었지만, 파크 마켓이 3이닝 만에 7실점을 하며 강판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부산에서도 이에 대항하며 대략 득점에 성공을 하였지만, 2점 차의 미묘한 점수를 좁히지 못하고 게임을 내주게 되었다.
1시리즈에서 창원에게 스윕을 당한 부산이었기에, 홈에서 그와 똑같은 복수를 해주려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었는데, 아쉽게 위닝 시리즈에서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도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조~하~! 이 분위기 계속 끌고 간다! 알았나?”
“알겠숩니닷~!”
“조~하~!”
이렇게 팀 분위기가 하늘을 찌른 부산은 4월간 19승 8패로 팀 승률 7할을 넘기며 당당하게 1위에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선보였다.
그리고 두열은 5실점을 한 4번째 경기 이후 2승을 추가하며 6경기 4승 1패로 다승 공동 선수에 올라서게 되었다.
총 소화 이닝은 44이닝으로 게임당 평균 7.33이닝을 소화하며 이닝 이터다운 모습을 이어갔고, 실점은 총 8점으로 1.64의 괴물 같은 방어율을 선보였다.
또한 그 긴 이닝 동안 볼넷은 단 4개만 허용하며 공격적인 투구를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마두열 1.64ERA 6G 44IP 4W 1L 21H 1HR 4BB 1HBP 41SO 10R 8ER 0.57WHIP
퍼펙트 경기와 그에 준하는 경기가 두 번 있어서 그런지 피안타수나 WHIP(Walks Plus Hits Divided by Innings Pitched)의 수치도 우주급을 달리고 있었다.
더 이상 작년의 두열은 없었다.
오늘의 두열은 명실상부한 부산의 에이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리고 5월의 새 시리즈가 시작됐다.
그런데 기세를 이어가던 부산에 악재가 발생한다.
3선발이던 파크 마켓이 향수병 등의 이유로 적응 실패를 겪었고, 결국 계약 해지 후 자국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부산은 부랴부랴 작년에 팀의 2선발을 책임졌던 랜드불암을 호출하였으나 입국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선발 등판을 하루씩 앞당기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사건 발생 전에 휴일이 끼어 있어 투수들의 등판 간격에 무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
5월 4일, 시즌 30번째 경기. 두열의 일곱 번째 선발 등판의 날이 막을 열었다.
5월 5일 어린이 날을 맞이하는 야구장들은 모두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구단들도 그에 대한 축제를 준비하였다.
원래 두열은 5월 5일, 어린이날 홈에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축제인 만큼 에이스인 두열이 그 시합을 빛내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변한 선발 로테이션 상황에 의해 그 자리를 수더분한 에일리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에일리는 자기의 네 살배기 딸 아이가 참 좋아할 거라며 오히려 등판이 옮겨진 것을 환영하였고, 다른 투수들도 그런 그에게 축하를 전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5월 4일의 경기는 홈구장이 아니라 적지인 수원에서 경기를 펼쳐야 했다.
그래도 날이 날인 만큼 부산도 출입구 한 켠에 포토 존과 사인 존을 설치하여 게임 시작 여섯 시간 전에 약 2시간 동안 부산을 응원하는 팬들을 맞아 사진과 사인을 해 주는 별도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오늘의 선발인 두열도 자리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빠!”
“아 네, 안녕하세요.”
“저 너무 팬이에요.”
“정말요?”
“네! 아! 어떡해!”
“하하하. 긴장하지 마시고, 사진부터 찍어드릴까요?”
“어헝헝. 네···.”
“아이코 울면 어떡해요. 뚝!”
두열도 의외로 인기가 많은 선수였다.
아직 젊고 앞날이 창창하니 인기가 많을 수도 있었지만 전년도까지는 불운의 대명사였기 때문에 그를 응원하는 팬들이 가까이 오기를 꺼려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뭔가 달리 보였다.
여성 팬들은 적극적으로 안겼고, 남성 팬들도 환한 미소로 두열을 반겼다.
‘역시 수로 놈 말마따나 잘 나가고 봐야해···. 흐흐.’
팬들은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작은 무언가부터, 직접 담근 술까지.
정말 밖에 나가서도 구하기 힘든 많은 물품을 날라다 주었다.
그런 그의 앞으로 은빛 머리가 멋진 중장년 어르신 한 분과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어린 남학생 하나가 밝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안냐떼여~.”
“아이쿠~ 귀여워. 안녕~. 어르신도 안녕하세요.”
“흠흠. 반갑네.”
“우와, 어르신 헤어 스타일이 장난이 아니신데요?”
“그렇소?”
“네. 그렇게 멋진 스타일은 처음인 것 같아요. 빈말 아니구요. 정말.”
“고맙소.”
“아니에요. 고맙기는요.”
“형아~ 우리도 사진 먼저 찍어 주세요.”
“그럴까?”
아이는 두열의 승낙이 떨어지자 직접 준비를 했는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어주는 행사요원에게 급하게 넘기며 잘 찍어달란 말도 잊지 않았다.
두열은 바로 옆에 설치된 포토 존으로 이동해 깜찍하고 작은 아이를 안고 어르신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두 번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나자 카메라에선 금세 필름이 나왔고, 아이와 이런저런 대화를 마치니 잘 찍힌 사진이 컬러를 드러냈다.
두열은 아이가 부탁을 하기도 전에 사인을 해 주려고 사진을 건네받았다.
그런데.
“나부터 해줄 수 있겠소?”
오잉? 원래는 아이들부터 해주지 않나?
어르신이 내 팬이었나?
두열은 그런 생각을 하며 어르신께 존함을 여쭤봤다.
“음. 이름은 아니고, 별칭으로 받고 싶은데 괜찮소?”
“물론이죠. 말씀하세요.”
“흠흠.”
어르신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국9마께’라 써 주셨으면 하오.”
“컥!”
이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두열의 영혼은 뒷목을 붙잡고 사지를 떨며 바닥을 뒹굴었다.
“컥컥! 아니죠?”
두열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설마 어르신 같이 점잖은 분께서 그런 희대의 손가락 파이터는 아니실 거라는 표정으로 장난이기를 바라고 바랐다.
그러나 치떠지는 눈동자!
“허허허. 내가 걔가 맞네.”
“헐~, 할부지 대박~!”
“허허허. 너도 그 아이디 알고 있니?”
“네에···.”
“허허.”
국9마는 여전히 멋스럽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혈압이 오른 두열에게 사인을 강권하였다.
“으드득! ‘존!’ ‘경?’ 맞죠?”
두열의 깐족대는 목소리에도 어르신은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열은 속으로 ‘젠장!’을 반복하며 부들부들 사인을 마쳤다.
“후~ 후~, 됐죠?”
“허허, 고맙네. 실물을 보니 훤칠하구먼. 글씨는 뭐··· 쿡쿡.”
“하. 하. 하. 감. 사. 합. 니. 다.”
“허허, 얘야 너도 빨리 받거라. 뒤에 사람이 많구나.”
어르신은 당신이 시간을 다 잡아먹어 놓고 아이에게 괜히 사람들의 시선을 옮겨 놓았다.
역시 사악의 대명사였고 고단수이기도 했다.
“후···. 아가, 너는 이름이 어떻게 돼?”
두열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밝은 표정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의 관자놀이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아이는 그런 두열과는 상관없이 안절부절 할아버지의 눈치를 보다가 툭 하고 한마디를 던졌다.
“’폭렬마!’요.”
“풋!”
이번에는 어르신의 관자놀이가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두열은 입을 가리고 폭소를 터트렸다.
“어험? 네가 ‘폭렬마!’라고?”
“네···. 할부지···.”
“커험!”
“후후후. 우리 폭렬마 동생, 뭐 가지고 싶은 거 없어? 아니지? 여기다 주소 써줘. 형아가 소장하고 있는 사인볼이랑 야구 용품 보내줄게. 오케이?”
“우와, 형 너무 고마워요! 저 정말 형 팬이에요.”
“그럼~, 내가 자알~ 알지.”
두열이 찌릿 국9마를 째렸다.
“누. 구. 완. 다. 르. 게. 말. 이. 지.”
목소리에서 독기가 뚝뚝 떨어졌다.
“제가 죄송해요. 저도 저랑 같은 집안 사람 중에···. 으휴···. 나! 정말! 할부지 창피해!”
폭렬마는 나이답지 않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할아버지를 질책했다.
‘아! 나의 할아버지가 그런 창피한 인물이었다니!’
‘아! 나의 손자가 저런 모자란 놈의 팬이었다니!’
‘아! 저 집 정말 멋지다! 애기 아빠도 한 번 보고 싶어지는데?’
셋은 그렇게 잠시간의 대화를 더 나누며 서로의 길로 헤어지게 되었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잡아주려는 손길을 마다하였고, 할아버지는 그런 손자를 달래며 두열을 향해 한마디를 작별 인사를 던졌다.
“오늘 시합도 9회까지 잘 하시게.”
“네?”
“머리가 나쁘구먼. 허허허.”
국9마는 제 혼잣말을 남기며 아이와 함께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있었다.
9회까지 잘 던지라고?
컥! 저 양반이 정말···.
두열은 속 시원하게 욕 한 바가지를 퍼붓고 싶었지만, 차마 연세가 연로하신 분을, 그것도 손자와 함께 있는 사람에게 욕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속으로.
국9마 두고 보자!
인터넷에서 얼굴을 가렸던 상대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두열이었다.
‘나도 한 손가락 하거덩요? 아유, 근데 왜 이렇게 손이 떨리냐···. 아악! 아아악! 수원, 오늘 죽어써.’
괜히 수원이 불쌍해지는 하루였다.
- 작가의말
출장 게임당 평균 담당 이닝수 = IP/GS
ERA(방어율, 평균자책점) = (자책점x9)/던진이닝합
WHIP(1이닝당 출루 허용율) = (볼넷+피안타)/등판이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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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당 평균 투구 이닝에 대한 문의가 몇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설명을 드리자면, 선발 투수의 경우에는 긴 이닝을 책임져 줄수록 좋은 투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에이스의 경우엔 이닝 이터여야 한다는 말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글의 내용 중, ‘7.01~7.99’와 같은 숫자의 이닝은 게임당 평균 책임 이닝을 뜻하는 말로, 해당 투수가 한 게임에서 대략적으로 언제까지 책임을 진다는 수식입니다.
보통 이닝은 정수인 1~9이닝 혹은 ‘1과 1/3이닝’, ‘7 2/3이닝’처럼, 한 이닝은 세 명의 타자가 아웃을 당하는 순간 종료가 되기 때문에 ‘x/3’의 식으로 표기를 합니다. 헌데, 보기가 불편해 이것을 ‘1.1’이닝, ‘7.2’처럼 표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수점에서 3진법을 차용하지 않는 이상은 앞서 보여드린 표기법이 옳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3’은 ‘0.1’이 아니니까요.
방어율에서도 ‘1.53’, ‘2.88’과 같은 숫자가 나옵니다.
한 게임에서 실제로 1.53점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9이닝당 평균의 실점이 1.53점이라는 말이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5.50’, ‘7.99’과 같은 이닝은 평균의 수치임을 말씀 드립니다.
처음 보는 수치 계산은 혼돈이 되실 수도 있어 이렇게 설명을 드리오며, 앞으로도 내용상 혹은 추가가 되었으면 하는 수식을 말씀 주시면 검토하여 설명을 드리거나 차용토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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