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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밀르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 거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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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밀르
작품등록일 :
2021.02.13 22:03
최근연재일 :
2021.07.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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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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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회 - 2부 20화 챔피언의 몰락

DUMMY

20.챔피언의 몰락


두두두두!


텔레마코스 종 드래곤을 타고 벌이는 자우스트 시합의 경우, 마상 창술시합보다 트랙의 길이가 백 야드 정도 더 길다.


상대에게 달려가는 동안 가속도가 붙으며 충돌 2~3초를 남겨두고 벌어지는 극도의 긴장 상태를 관객들이 가장 짜릿하게 느낄 수 있는 이상적인 거리를 경험으로 환산해 산출한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수만 명이 지켜보는 원형경기장에 오직 역청을 발라놓은 트랙을 달리는 두 드래곤의 발소리만 ‘두두두’ 하고 들린다. 스타디움은 잔향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건축되었기 때문에 대평원에서 회전(會戰)하는 기병대의 대결처럼 소리가 주는 박력이 대단했다.


‘칼스 이 개자식, 이번에도 아까 썼던 그 크라운을 들고 나온 거 같은데.’


고향에서 양을 치며 늑대와 이리를 쫓는 게 일상이었던 궁드르디는 도시민들보다 동체시력과 원거리 시력이 뛰어났다.


칼스가 카우치드 랜스 자세로 창을 견착하고 맹렬히 달려왔다. 창끝의 크라운이 분명 두 번째 랜스에 달렸던 것과 같은 질감의 금속이었다.


드르르르.


'어라?'


갑자기 도개교가 천천히 들리며 다리 가운데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건 예상 못한 전개인데!'


리피피는 야생 드래곤의 본능으로 그냥 내달렸다. 드래곤 중 먹이사슬 최하단에 위치한 텔레마코스 종이 믿을 건 빠르고 지구력 있는 다리 뿐이다. 뒤에서 행커가 쫓아오는데 낭떠러지나 계곡이 놓여 있다고 멈출 순 없는 노릇이니까.


리피피는 도개교의 각도가 30도까지 급격히 가파라지자, 벌어진 다리 틈새를 단숨에 뛰어올랐다.


「꺄악!」


등자가 없는 클레어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하자 뒤에서 궁드르디를 끌어안았다. 리피피는 궁드르디에게만 등자를 허락했기 때문에 클레어는 궁드르디를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클레어가 뒤에서 끌어 안은 탓에 랜스를 견착한 궁드르디의 자세가 완전히 흐트러졌다. 랜스 레스트에 걸어놨던 손잡이가 미끄러지면서 칼스를 향했던 궁드르디의 창끝이 완전히 조준점을 이탈했다.


'내가 이겼다!'


스퍼트가 한 발 늦은 탓에 공격에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궁드르디의 자멸에 칼스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칼스는 도개교가 들려 올라가는 순간, 이번 판은 무승부 내지는 접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야생성이 전혀 없는 칼스의 드래곤이 순간적인 지형지물의 변화에 겁을 먹고 속력을 급격히 줄였기 때문이다.


공격에는 드래곤의 가속도와 체중을 싣는 것이 핵심이다. 게다가 더 빨리 달려가서 갈라진 다리 틈새를 먼저 뛰어넘어야 공격에 백 배 유리하다. 아래서 위로 찌르는 것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찍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힘과 효용에서 유리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아마 이번 라운드에서 경기장 환경에 변화를 준 것은 스승인 슈타이너 경의 생각이 반영된 것일테지.


슈타이너는 항상 수업에서 돌발 상황과 변수를 중시했다. 그는 실전은 변인이 통제되는 학교와 다름을 늘 강조했다. 스승의 혹독하지만 현실적인 가르침을 칼스 또한 크게 공감하고 진심으로 스승을 존경하던 터였다.


이번 결투는 여러 이익집단의 입김으로 상당부분 상업화 되고 취지가 오염된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는 쪽이 드래곤 거세학교 시니어 중 명실상부 숨마 쿰 라우데를 차지하게 될 것이었다.


‘이 정도 변칙과 돌발상황도 대처 못하면 숲에서 드래곤에게 갈가리 찢겨 죽어도 할 말이 없지.’


순간 속도나 돌격능력은 궁드르디가 가져온 저 괴상한 야생 텔레마코스를 당해낼 수 없다. 게다가 공격하기 좋은 포지션도 빼앗겼다.


‘차라리 궁드르디 놈의 랜스를 내 랜스로 맞춰 부숴버리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일명 장작 쪼개기. 달리는 드래곤을 탄 적에게서 날아오는 랜스 창끝을 창끝으로 막아낸다.


천부적인 재능과 피나는 노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기술이다. 니므롯 제국 황제 직속 전차대인 센나케립의 교관들을 초빙해 익힌 비장의 카드였다. 물리적 타격보다 심리적 충격과 시각적 볼거리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일종의 쇼맨십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성공률은 대략 60%.


작년까지는 성공률이 50% 미만이었는데 자세 교정부터 시작해 피나는 훈련을 통해 성공률을 끌어올렸다. 궁드리디 같은 초짜가 이런 기술에 당한다면 충격으로 전의를 상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너라, 촌놈아!」


「이얍!」


- 우와아! 날았어!


- 저 드래곤이 날아올랐어!


- 우와아! 이건 정말 그림이다!


- 칼레브 대왕의 현현을 보는 거 같다!


그 순간,


수만 명이 운집한 칼레브 스타디움에 관객들의 하나가 된 감탄사가 울려 퍼졌다.


궁드르디와 리피피는 40도 이상 고각이 되면서 3미터 이상 벌어진 도개교를 풀쩍 뛰어넘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도약. 로마누스인들이 목욕탕과 박물관에 남긴 모자이크와 테피스트리에 새겨진 영웅 같이, 하늘로 뛰어올라 적을 향해 랜스를 겨눈 궁드르디의 모습은 축제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것과 같았다.


자신이 협찬한 갑옷을 입고 영웅서사의 주인공처럼 도약하는 궁드르디의 모습을 보자 귀빈석에 있던 로쉐도 저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며 환성을 질렀다.


일반석을 서성이며 다양한 각도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알라릭도 놀랐다. 궁드르디가 도개교를 뛰어오르는 그 순간 만큼은 수수밭에 놓인 다리 위에서 일필단기로 적 백 명을 베어버린 정신적 지주 게이세르크의 젊은 날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애석하게도 슈타이너는 경기장 기계실에서 도개교와 연결된 도르래 조작을 감독한 탓에 제자의 활약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관중들의 함성이 쏟아지자 볼 것도 없다는 듯 스승인 브뤼헤 교감을 돌아보며 말했다.


「작전 돌입하시죠. 어서 울리히와 교장을 체포합시다.」


***


이런, 이게 뭐야.


중심도 기울어졌고 랜스 레스트에서 손잡이도 흘러내리고.


완전히 엉망이잖아?


태양을 등지고 뛰어올라 자신을 덮친 궁드르디를 보며 칼스는 살짝 당황했다. 자세부터 공격이고 뭐고 기초도 못 갖춘 완전 엉터리였기 때문이었다.


궁드르디는 폭주한 드래곤 위에서 중심 잡는 것도 버거워 고삐를 쥔 왼쪽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뛰어 오르면서 균형이 무너져 꼴사납게 중심이 흐트러진 랜스는 칼스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드래곤의 다리를 향하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끝내자.’


녀석은 완전 초짜다. 칼스가 그것을 깨달은 순간, 놈의 모든 전략적 이점이 약점이 되었다.


관객들이야 다리를 뛰어넘어 날아든 궁드르디가 칼레브 대왕 같은 영웅으로 보일지 모르나 칼스 입장에선 어이없을 정도로 무방비 상태인 채 입 벌린 악어에게 날아든 먹잇감에 불과했다.


허점투성이인 몸뚱이가 중력을 받아 내려온다. 알아서 창끝에 대주는 꼴.


「이겼다!」


칼스가 제물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함정 속 꼬챙이처럼 랜스를 비스듬히 세우고 궁드르디의 어깨에 박아넣으려던 순간이었다.


휘리릭!


- 우와아!


- 드래곤이!


- 우와! 우와! 우와아아아!


억눌렸던 관중의 함성이 폭발하면서 사방천지를 메웠다.


- 이겼다!


- 만세! 만세!


「이런 말도 안 되는.」


「지금 장난해? 저걸 한 거야?」


「믿을 수가 없군.」


테르예 크비슬링도 로쉐도 알라릭도 각자 다른 의미에서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우스트 3년 연속 무패의 신화를 가진 드래곤 거세학교 최강 예비 볼 브레이커스 칼스가 꼴사납게도 드래곤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한판승으로 궁드르디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


「생각 이상으로 무서운 친구군.」


「제가 호랑이를 키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슨 소린가. 녀석이 '왕가의 스팅거' 가지고 있다고 했잖나. 자네 추론이 모두 맞다면 녀석은 호랑이가 아니라 날개 달린 드래곤이야.」


슈타이너는 스승과 함께 드래곤 자원청 감사관리 책임자와 사법부의 영장을 발부받은 무장 병력을 대동해 귀빈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흥분상태로 달려와 승부장면을 묘사한 와트 박사의 증언을 토대로 경기 장면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했다.


'틀림없이 리피피의 행동은 궁드르디의 계산 안에 있었다.'


칼스를 나락까지 떨어뜨린 1등 공신은 궁드르디의 랜스가 아닌 리피피의 꼬리였다.


도개교에서 뛰어 올라 반대편으로 날아오른 순간, 리피피가 긴 꼬리를 휘둘러 칼스의 랜스를 휘감아 집어 던져 버린 것이다. 귀빈석에 있던 외레순드 상업 조합 조차지 대표는 기립박수를 치며 숙련된 코끼리부대나 보일 수 있는 진기명기였다고 극찬했다.


결투 추진위원회와 심판들은 난리가 났다.


'기수가 타고 있던 드래곤이 꼬리를 사용해 적의 랜스를 빼앗았다?'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반칙인지 무효인지 득점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장내에 ‘코루누코피아(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과실로 가득한 풍요의 뿔)’ 드래곤의 거대한 뿔로 만든 확성기로 안내 방송이 나왔다.


객석에 있던 은퇴 기병대 출신 장교, 드래곤 사육 업자, 조련사, 토너먼트 전문 향토 연대기 작가 등이 호출되었다. 추진위원회는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총동원해 휴식 시간 동안 난상토론을 벌였다.


결국 근소한 차이로 반칙이 아닌 신기술로 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게다가 칼스 군이 드래곤에서 떨어진 건 명백한 패배라고 봐야합니다. 기병대 출신으로서 아무리 자우스트가 실전이 아닌 결투이고 의식이지만 말에서 떨어진 자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토론에 초대된 은퇴 기병장교는 자이더르나 여타 상업 조합의 이권에 아무 관계가 없었다. 때문에 눈치 안 보고 자기 소신을 개진했다. 쉽게 말해 가장 목소리가 큰 사람이었다.


「하지만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처럼 노련한 자우스트 선수가 랜스를 빼앗겼다고 드래곤에서 떨어지다니요.」


향토 연대기 작가가 칼스의 석연찮은 낙룡(落龍)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아무도 그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건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 거라 봐야지요. 아무튼 오늘 자이더르 가문이 누크 시민들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한 건 분명하군요.」


은퇴 장교의 말에 모두가 고갤 끄덕였다. 판정에 초대 받은 타루스시 근교의 드래곤 사육 업자는 클레어 쪽에 판돈을 걸어 재미를 봤는지 입이 귀에 걸려 떠들어 댔다.


「아무튼 드래곤 거세학교가 유지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순풍에 돛 단 배가 되겠습니다. 이런 멋진 진기명기에 사람들은 흥분하기 마련이죠. 내일은 포즈냐뉴 조합의 목공자회사 길드주식이나 사둬야겠군요. 젊은이들이 개나 소나 랜스 들고 창술 배우겠다고 떠들어 댈테니 목재값이 폭등할 거 아닙니까?」


***


수만 명이 모여있는 스타디움에서 유일하게 조용한 곳이 있었다. 바로 경기를 가장 좋은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최고 귀빈석. 두 남자가 피튀겨가며 쟁취하려는 결투 의 대상인 베로니카 폰 힐데가르트가 앉아 있는 곳이었다.


「아가씨, 잠시 후 챔피언의 세레머니가 있습니다. 승자를 위해 장갑을 준비해 주셔야 합니다.」


프레데릭슨이 조용히 다가와 정중하게 요청하며 베로니카의 안색을 살폈다. 누가 이긴들 그녀의 얼굴에 기쁨이 있을 리 없었다.


「잠시 물러가 주시죠, 프릭.」


베로니카의 유모가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듯 고갤 끄덕이자 프레데릭슨이 커튼 뒤로 물러갔다.


「아가씨, 새로운 챔피언에게 나아가셔야 합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그 분만 계시는 걸요.」


벌써 열일곱 살이건만 유모의 눈에는 아직도 어린 아기였다. 하지만 어르고 달래며 키울 시간은 이제 끝났다.


「아가씨는 긍지있는 볼 브레이커스단의 최고 마취사이시자 앞으로 국가의 정사를 어깨에 짊어지실 분이십니다.」


「그 때 그 분과 함께 도망칠 걸 그랬나봐요.」


유모가 깊은 한숨을 쉬며 베로니카의 어깨를 감쌌다.


「제 말을 들으셨다면 지금 즈음 두려움과 행복이 뒤섞인 순간을 맞이하고 계셨겠지요.」


눈물을 흘리는 베로니카에게서 유모는 일부러 무정하게 목에 맨 스카프와 장갑을 벗겨냈다.


「이미 늦으셨습니다.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이셔요.」


- 챔피언이자 베로니카 폰 힐데가르트의 정식 약혼자 궁드르디 판 투르니에 2세가 입장하겠습니다!


장내가 웅성거렸다. 레인 쪽에서 행사 인원들이 떠드는 소리가 베로니카가 앉은 자리에 들렸다.


- 챔피언은 어디 있는가?


- 대기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빨리 나오라고 해! 수만 관중이 기다리고 있는데.


- 그게, 챔피언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 뭐어?! 베로니카 양과 정혼을 하지 않겠다고?! 무슨 개소리야!


***


「그 때 일부러 다릴 노린 거야.」


「일부러?」


레이붹 조합이 제공한 선수 대기실. 눈이 휘둥그레진 클레어 앞에서 궁드르디가 꿀 섞은 포도주를 마시며 유쾌하게 떠들었다.


「칼스가 탄 드래곤의 발톱을 유심히 봤어.」


「발톱은 왜?」


「그 드래곤은 운동량이 부족해서 발톱이 안으로 파고들어가 있더군. 아마 말이랑 달라서 드래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인력이 없었던 거 같아. 소나 말이랑 달라서 대충 보면 드래곤 발톱이 원래 다 그렇게 생긴 것처럼 보이거든.」


「너 고향에서 드래곤도 키웠었어?」


궁드르디는 고갤 가로 저었다.


「그건 아냐. 사실 나도 살아 있는 야생 드래곤을 직접 본 건 얼마 안 돼. 그저 도매시장에서 국거리용으로 파는 드래곤 다리고기를 보고 야생인지 길들인 놈인지를 발톱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아버지가 가르쳐 준 걸 떠올린 거야.」


「그래서 일부러 사람이 아니라 발톱을 겨눴다?」


「가뜩이나 아픈데 발톱을 찌르려 하면 본능적으로 펄쩍 뛸 거라 생각했거든. 아무튼 결과는 대성공.」


싱글벙글 웃으며 엄지를 치켜 든 궁드르디를 보며 클레어도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내가 이걸 쓸 필요는 없었네.」


클레어가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유리병을 흔들어 보였다.


「이건 아버지가 준 마취제야. 뚜껑을 열면 금방 공기중에 날아가는데 창끝에 적셔서 칼스의 얼굴에 데려고 했었어.」


「어휴, 다행이네. 그딴 짓 했다가 걸리면 패가망신했을걸.」


「나도 그렇게 생각해.」


- 궁드르디! 궁드르디! 궁드르디! 궁드르디!


- 자랑스런 녹색벨벳의 사위! 허벅지를 침대에 넣어라!


밖에서 관중들의 환성과 챔피언의 세레머니를 기다리는 응원이 들려왔다. 눈이 마주친 클레어가 어색하게 고갤 숙였다.


「가봐. 사람들 기다리네.」


「안 가.」


「뭐?!」


군중들의 함성 속에서 왠지 모르게 궁드르디가 외로워 보였다.


「이제 됐어. 뭔가 흥분이 가라 앉았어.」


퍽!


「억!」


클레어의 주먹이 궁드르디의 복부를 강타했다. 궁드르디는 숨도 못 쉰 채 그대로 주저 앉았다. 여자 주먹이 얼마나 매운지 간이 터진 게 아닐까 걱정될 지경이었다.


「우리집 가풍이야.」


클레어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다. 훈육할 때 뺨은 때리지 않는다. 그녀는 공평하게 주먹으로 다스렸다.


「흥분이 가라앉아서 약혼 못 한다구? 그걸 말이라고 해?」


「이봐, 컥... 내가 죽으면 너 볼 브레이커스 자격증도 말소야.」


「입만 살아서!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인데!」


클레어가 멱살을 잡고 궁드르디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려던 차에 그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놨다.


「으아아! 기왕 고생한거 앞으로도 계속 같이 고생하면 안 될까?! 너랑 같이 오래 잘 지내고 싶다고!」


「뭐라구?!」


같이 오래? 잘 지내고 싶다?


머리 속이 복잡해지기 직전에 갑자기 일련의 무장 병력이 대기실에 들이닥쳤다. 예비신랑을 데려오려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궁드르디 판 투르니에 2세 인가?」


「휴우, 미안하지만 오늘 경기는 그저 승리한 거로 만족...」


「닥쳐라! 옆에 계집은 사형도수 딸년 클레어 아우프 데르 마우어가 맞나?」


사형도수의 딸이라고? 궁드르디가 눈을 깜빡이며 무장병력과 클레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클레어 아우프 데르 마우어 그리고 궁드르디 판 투르니에 2세. 드래곤 거세학교 9인 상벌위원회에서 나왔다. 그대들을 이단 사상 유포 및 마녀행위 의심자로 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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