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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밀르
작품등록일 :
2021.02.1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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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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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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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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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 2부 11화 자우스트 게임(Joust game)

DUMMY

11.자우스트 게임(Joust : 마상창술시합. 중세 최고의 인기 스포츠)


두고두고 오르내릴 추문이다. 압솔롬 왕(성경 열왕기에 나오는 이스라엘 왕 다윗의 아들. 반란을 일으킨 뒤 백성들 앞에서 아버지의 후궁들을 강간했다)이 벌인 백주대낮의 비극만큼 추잡한 스캔들이었다.


「개 같은 놈! 당장 다릴 빼라!」


격분한 칼스가 허리춤에 찬 단검을 뽑아들며 달려들려 했다.


그러자 궁드르디가 이번엔 아예 맨다리를 드러내더니 신부의 이불속으로 더 깊숙이 허벅지까지 집어넣고 외쳤다.


「개 같은 놈은 너다, 칼스! 정혼한 처녀를 겁박해 간음하려하다니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나?」


궁드르디는 칼스를 비난하는 동시에 눈동자는 단상 위 프레데릭슨을 노려보았다.


「말 좀 해보시지, 프릭. 자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나?!」


프레데릭슨이 고갤 숙였다. 사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하객들과 주교단이 술렁였다.


- 베로니카 양에게 다른 정혼자가 있었다고?


- 그럼 이중계약이 아닌가?


- 이 약혼은 무효요.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궁드르디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베로니카는 제 약혼녀입니다.


에피메테우스 사냥 당시, 목숨이 위태롭던 위대한 슈타이너 경을 살려드리는 조건으로 가약을 맺었지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가문의 법정 보호자인 저기 프레데릭슨과 원로회 종신 회원인 슈타이너 경이 공증한 엄연한 정식약혼이었습니다.」


잠시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는 척하면서 미간을 만지던 궁드르디가 능청스레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아니? 그러고 보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위대한 슈타이너의 수제자를 자칭하던 놈이 약혼식에 스승을 초대하지 않다니요? 이 더러운 놈아, 양심에 불화살을 맞아 쓰라린 곳이라도 있더냐?」


확실히 이치에 맞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당주인 테르예와 아들 칼스에게 쏠렸다. 테르예는 예상 못한 전개에 아들을 쏘아보았다.


「칼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베로니카 양이 저 놈과 약혼을 했었다니, 저도 처음 듣는 이야깁니다.」


「그럼 왜 슈타이너 경을 초대하지 않았지?」


「스승님은 포즈냐뉴 조합 소속이잖습니까?!」


칼스는 스승을 존경한다. 하지만 이번 약혼식은 엄연히 정치적 이벤트다.


원로원 백인회의에서 자이더르와 대척점에 있는 공화파 포즈나뉴 조합소속인 슈타이너를 이번 약혼에 초대하는 건 스승의 면전에 대놓고 모욕을 주는 짓이다. 예의상 초대하지 않은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


황망한대로 칼스가 이번엔 베로니카에게 물었다.


「베로니카 양, 사실입니까? 수르스트뢰밍 냄새나는 저 북쪽 촌놈과 가약을 맺은 게?」


베로니카는 칼스의 추궁보다 자신을 향한 하객들의 따가운 시선에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 온 세상이 자기를 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에피메테우스에게 룽고를 발라 화살을 날리던 기백은 간 데 없었다. 그녀는 폐병환자처럼 하얗게 질려 커튼을 닫아버렸다.


「꺄악!」


이윽고 침대 안에서 고막을 찢는 히스테릭한 비명이 들렸다. 그러자 정신이 돌아온 경비병들과 집안사람들이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뭣들 하느냐! 저 미친놈을 당장 아가씨 침대에서 끌어내라!」


테르예 당주의 명령에 무장한 경비병 예닐곱이 침상으로 뛰어들어 궁드르디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들아! 내 약혼녀야!」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는 궁드르디와 경비병들 사이에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몇몇이 궁드르디에게 정통으로 면상을 맞았다. 새하얀 침대에 피가 튀었다. 혼인식은 난장판이 됐다. 흥분한 경비병 중 하나가 검을 뽑자 놀란 대주교 아르테벨테가 소리를 질렀다.


「살인은 안 돼! 성스런 혼인식장이다. 밖으로 끌어내 죽여라.」


「베로니카! 어서 말 좀 해봐! 나랑 약혼했잖아!」


경비병들에게 사지를 붙들려 들려나가는 와중에도 궁드르디는 악에 받혀 소리를 질렀다. 피가 흘러내리는 침대 커튼 뒤 베로니카의 실루엣은 말이 없었다.


스르릉, 콰앙!


「멈춰!」


별궁정원에 벼락 치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지축이 흔들렸다. 모두 놀라 멈춘 채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놔줘.」


클레어였다.


그녀가 장식으로 세워놓은 이오니아식 기둥 옆에 선 채 경비병들에게 외쳤다. 기둥에는 45도 각도로 양손잡이용 대형도끼가 깊숙히 박혀있었다.


- 야, 너 저거 들 수 있냐?


- 아니. 저건 그냥 장식용이야. 니 마누라만큼 무거워.


- 휘둘렀어? 저걸?!


- 저 여자, 한손으로 저걸 휘둘렀어.


연회장 주변에 배치되어있던 경비병들이 놀라 수군거렸다. 클레어의 압도적인 괴력에 궁드르디를 붙잡고 있던 경비병들도 주춤했다.


「베로니카 양, 무례를 용서하세요. 저는 클레어 아우프 데르 마우어! 드래곤 거세학교 4학년입니다. 칼스의 동기이자 궁드르디 판 투르니에 2세의 파트너로서 묻겠습니다. 궁드르디와 약혼한 적이 있으십니까?」


모두가 침묵했다.


클레어의 질문 한 마디가 모든 소리를 흡수했다. 박석 깔린 바닥 아래 연못물 흐르는 소리와 아직 차가운 미풍에 유리천장 흔들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베로니카 양! 대답해주세요! 제가 침대 앞으로 가겠습니다.」


클레어가 침대 쪽으로 발을 내딛자 당황한 경비 몇이 창을 겨눴다. 그러자


「비켜!」


쾅!


클레어가 기둥에 박혀있던 양손도끼를 한 손으로 뽑아 땅에 매어 꽂았다. 도끼는 오닉스로 만든 박석을 뚫었다. 그리고 바닥 깊숙이 박혔다. 한쪽 도끼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비병들은 창을 겨눈 채 길을 터주었다.


「베로니카 양, 제게만 말해주세요. 아무도 당신을 비난하지 않아요.」


베일로 가린 침대 앞에 선 클레어가 베로니카만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낮췄다.


「저는 비천한 사형도수의 딸입니다. 당신을 동경해 왔어요.」


「...」


베로니카는 반응이 없었다. 클레어가 담담히 말했다.


「빛나는 가문, 든든한 배경, 애정 어린 시선, 찬사, 격려.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당신의 아름다움, 따듯한 성품. 흠 잡을 곳 없어 보이는 당신을 닮고 싶었죠. 하지만 누구나 비밀과 고충은 법이지요.」


클레어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베로니카의 실루엣을 응시했다. 그리고 동갑내기 귀족 출신 소녀에게서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삶의 흐름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모두 멀리서 두 여자를 지켜보았다. 클레어가 궁드르디를 바라보았다.


‘클레어, 어떻게 좀 해줘.’


궁드르디의 호소하는 눈동자를 보며 클레어는 결심했다.


이 침묵은 끊어야 한다. 날 위해서라도.


「베로니카 양, 궁드르디와 약혼 하셨습니까? 저는 저 남자가 필요합니다.」


「...」


「그가 없으면 저는 꿈에 그리던 볼 브레이커스가 될 수 없어요. 도와주세요.」


「...」


.

.

.


- 뭐지?


- 베로니카 양이 손을 내밀었다!


-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커튼 사이로 베로니카의 손이 나왔다. 그리고 클레어의 손을 잡아 침대 안으로 이끌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리고 그 가운데 혈색이 돌아온 로쉐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늘이 우리 뤠이벡을 저버리지 않았군. 이제부터가 자이더르와의 진짜 승부다.」


로쉐가 이번엔 결박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궁드르디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배팅한 말은 여전히 건재. 심지어 탁월한 기수까지 덤으로 얻은 셈. 마차를 준비해라. 오늘 장사는 잘 끝났다.」


로쉐가 옆에 선 집안 하인에게 명하고는 궁드르디에게 다가갔다.


「여러모로 사람 놀라게 하시는 분이군요 궁드르디 경. 반달족 대장과의 행커 고기 거래증서는 내일 인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뭐, 내일 내 머리가 붙어있다면.」


궁드르디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로쉐가 자기 장갑을 벗어 궁드르디의 손에 쥐어주며 웃었다.


「앞으로 장갑을 많이 장만하셔야 할 겁니다. 아름다운 여인들에게 둘러싸인 분이라면 더더욱.」


정중히 인사하고 자리를 뜨려던 로쉐가 다시 뒤를 돌아보며 궁드르디에게 말했다.


「장갑 가지십시오. 저는 여복이 없어서 결투할 일이 없거든요.」


- 오오! 여전사가 침대에서 나왔다.


- 두 여자가 무슨 대화를 나눴던 거지?


대화를 마친 클레어가 성큼성큼 주단이 깔린 웨딩로드를 걸어 상석에 앉아있는 테르예 당주에게로 향했다.


도중에 신랑인 칼스를 지나쳤지만 안중에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유감이다, 칼스.」


「뭐?!」


「꼬우면 나랑 한 판 붙던가.」


칼스를 지나친 클레어가 테르예 당주 앞에 서서 인사하고는 입을 열었다.


「클레어 아우프 데르 마우어. 드래곤 거세학교 시니어이자 칼스의 동기생입니다. 당주님께 베로니카양의 뜻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당주에게 다가간 클레어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당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간 사이에 도끼자국 주름이 더욱 깊게 패었다.


절그렁 절그렁 절그렁.


테르예와 클레어의 대화가 끝나자 집안 하인들이 다시 도르레를 돌려 침대를 천장으로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베로니카는 침대와 함께 들려 지붕 옆에 대기한 하인들에 의해 2층 창문으로 넘어가 이 우스운 자리를 모면할 것이다.


「파혼이야. 교회법상 이중 약혼은 불법이니까. 프레데릭슨도 순순히 인정하더군.」


클레어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궁드르디에게로 다가와 말했다.


「애초에 칼스 놈 잘못이야. 정혼한 여자를 건드렸으니.」


「아무튼 너 때문에 나는 답례품인 실피움 기름을 못 받게 됐어. 그거 하나면 한 학기 등록금 절반은 해결할텐데.」


「미안하게 됐군.」


한바탕 소란이 정리되고 하객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분을 이기지 못해 아버지와 실랑이를 벌이던 칼스가 프레데릭슨에게 다가가 뺨을 갈겼다. 칼스가 칼을 뽑아 찌르려는 것을 하인들과 주교단이 간신히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클레어가 궁드르디에게 말했다.


「아마 결투를 신청할 거야. 가문의 명예가 훼손됐으니.」


「바라던 바.」


「죽을 거야. 너.」


「아닐걸.」


「뭔가 착각하나 본데.」


박석에 박혀있는 도끼를 뽑아낸 뒤 클레어가 궁드르디에게 다가왔다.


「널 죽이는 건 칼스가 아냐.」


「으악!」


궁드르디를 붙잡고 있던 하인들이 말릴 세도 없었다.


번개 같은 속도로 클레어가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는 정확히 밧줄만 끊었다. 궁드르디는 맥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내 손으로 언젠가 죽여 버릴 테니까. 이 개자식아.」


그 와중에도 재밌다는 듯 궁드르디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내가 죽으면 너도 볼 브레커스가 못 되잖아. 잘 부탁한다, 파트너.」


바닥에 주저앉아 웃고 있는데 궁드르디 앞으로 고급벨벳장갑이 한 켤레 떨어졌다.


「궁드르디 판 투르니에 2세? 나는 자이더르 상업조합서기 느베르요. 차기 당주이신 칼스 크비슬링님의 결투 신청을 대리하러 왔소. 날짜는 지금부터 4주 후인 부활절 다음 주간. 장소는 두브라바 브릿지. 자우스트 게임으로 하겠소.」


「잠깐.」


갑자기 클레어가 궁드르디에게서 로쉐가 주고 간 장갑을 빼앗았다. 그리고 조합서기에게 건네며 말했다.


「드래곤 거세학교 수석졸업 예정자이자 궁드르디 판 투르니에 2세의 파트너로서, 나 또한 칼스 크비슬링에게 결투를 신청하겠소. 이참에 누가 진짜 최고인지 겨루자고 전해주시오. 단, 핸디캡을 요청하겠소.」


「어떤 핸디캡 입니까?」


「칼스라면 허락해주리라 믿습니다. 나는 여자고 궁드르디는 초보자니 둘이 같은 말을 타고 자우스트에 임하겠다고 전하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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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회 - 2부 15화 특훈과 죽음의 상인 21.03.27 26 0 16쪽
29 29회 - 2부 14화 전쟁의 냄새 21.03.21 30 0 18쪽
28 28회 - 2부 13화 결투 전야(前夜) PART.2 21.03.20 31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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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회 - 2부 11화 자우스트 게임(Joust game) 21.03.14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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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회 - 2부 7화 썸, 그리고 재회 21.03.06 47 0 20쪽
21 21회 - 2부 6화 네 이름은 리피피(Rififi) 21.03.05 52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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