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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밀르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 거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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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밀르
작품등록일 :
2021.02.13 22:03
최근연재일 :
2021.07.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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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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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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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회 - 2부 17화 승부조작

DUMMY

17.승부조작


드래곤 거세학교 교감실. 늙은 스승인 브뤼헤 경과 슈타이너 경이 목탄으로 필담을 나누는 판서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 (어떻게 궁드르디 그 친구의 손에 '왕가의 스팅거'가 들어갔을까?)

- (자세한 사연은 모르겠으나 아무리 보아도 틀림없는 '왕가의 스팅거' 입니다.)


학교 어디나 눈과 귀가 있다. 환기를 이유로 개조한 신형 덕트를 통해 소리가 증폭되어 교장실과 교장 비서실로 들어간다는 첩보도 있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필담을 끝내고 능청스레 교감이 에둘러 대화를 이어나갔다.


「선수들은 잘 있나?」


「모처에서 열심히 훈련 중입니다.」


「그렇군. 훈련 일체를 지원하는 후견인이 있다면서?」


「물론 그 후견인도 그저 자선 사업가는 아닙니다만.」


고갤 끄덕이며 브뤼헤 교감이 양피지 더미에서 가장 저렴한 것을 짚어 들었다.


「아무튼 우리 공화파에게는 좋은 일이니 감사장을 친필로 써서 보내야겠군.」


브뤼헤 교감이 펜을 들어 다시 필담을 이어갔다.


- (바늘의 정체가 밝혀지면 자네 제자가 위험해. 자우스트 경기가 끝나면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게.)


필담 내용을 읽은 슈타이너가 넌지시 물었다.


「수신인 주소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으흠. 편지 봉투가 거기 있네. 자네가 적어 주게나.」


봉투를 뒤적이는 척하면서 슈타이너가 양피지에 잉크를 뿌렸다. 그러자 무슨 간특한 조화인지 양피지에 번진 잉크가 스스로 움직이면서 글자가 되기 시작했다.


- (조차지인 저희 집에 숨어 지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브뤼헤 교감이 헛기침을 하더니 한 숨을 쉬었다.


「이런, 자네 필기체 솜씨는 예나 지금이나 형편 없구먼. 외팔이가 됐다고 글씨까지 망가져서야. 이리 주게.」


브뤼헤가 급하게 갈겨 쓴 답변은 이랬다.


- (조차지에도 각 조합의 암살자들이 깔려있다는 걸 모르나.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그들을 왕당파와 자이더르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해야 돼.)


답변을 본 슈타이너가 에둘러서 궁드르디를 숨길 곳을 물었다.


「흠, 이번 자우스트 경기가 끝나면 휴가를 내시죠. 요즘 너무 지치신 거 같습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네. '휴가 장소'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곳이 될 게야.」


브뤼헤가 '휴가 장소'를 적은 양피지를 슈타이너에게 넘겼다. 슈타이너가 놀라 스승과 양피지를 번갈아 쳐다보자 브뤼헤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휴지가가 너무 환상적인가?」


「일반적인 곳은 확실히 아니군요. 하지만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쉴 수 있겠습니다.」


「마냥 놀다 올 생각은 아닐세. 방해 받지 않고 처리해야 할 정말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니까.」


대화를 끝낸 늙은 마법사는 양피지를 구겨 불타오르는 난롯가에 던졌다.


그러자 양피지가 타들어가면서 꼬리를 문 채 또아리를 틀고 있는 붉은 뱀의 형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옆에는 로마누스어로 [프로메테우스]라고 써 갈긴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로마누스인들이 지은 칼레브 원형경기장은 아침부터 인산인해였다. 경기는 정오에 시작 예정이지만 그에 앞서 많은 볼거리가 제공되었다.


당대 최고의 음유시인들의 선보이는 디튀람보스(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합창)를 재연한 연주와 함께 축제가 시작되었다. 계속해서 종글뢰르(순회공연을 하는 어릿광대)들이 나와 각종 기예와 볼거리로 좌중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토속연대기 작가인 고드프리드 드 부용씨의 기록에 따르면, 이날 축제에 소비된 맥주가 5,160통, 일루리사트산 최고급 하몽이 3,914족, 남쪽 대륙의 명물인 대추야자 꿀절임과 무화과가 9,265송이였다. 수르스트뢰밍과 썩은 상어고기를 몰래 경기장에 반입했다가 쫓겨난 관객도 여섯 명이나 되었다고 하니 과연 공화국 건국 이래 단일 행사로는 가장 많은 구경꾼이 몰려든 날이라 할만 했다.


「궁드르디 긴장 풀어.」


「긴장? 조루증만큼이나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지.」


헛소리를 지껄이는 궁드르디에게 알라릭이 다가와 뺨을 갈겼다.


「농담할 정도로 여유 있나? 정말 그래?」


「그건 아니지만. 욱!」


이번에는 알라릭의 주먹이 날아와 복부를 강타했다. 다행히 입고 있던 찰갑 덕에 충격이 덜했다.


「좋아. 갑옷 강도는 이상 없군. 궁드르디, 무슨 일이 있어도 드래곤 위에서 균형잡기는 자네 책임이다.」


「알았다고요.」


「자네가 뒤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클레어가 랜스에 무게를 실어 찌를 수 없다. 명심해라. 이기냐 지냐는 자네하기 달렸다.」


「그 정도인가.」


「왜냐하면 자네가 전력의 유일한 구멍이기 때문이지. 클레어, 컨디션은 어떤가?」


'물론 최악이지.'


차마 외간남자들에게 달거리가 시작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합에 너무 신경을 써서 그런지 평소에는 거의 없던 통증이 컸다. 양도 많고 배를 쥐어뜯는 것 같이 아팠다.


‘설마, 생리 주기를 알고 일부러?’


원래 일주일 전으로 예정되었던 경기가 자이더르 조합의 요청으로 갑자기 연기됐었다. 집안문제 때문이라고만 짤막하게 답했을 뿐 구체적인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드래곤 자원청과 거세학교 학과장들로 구성된 결투집행위원회는 연기요청을 기각하려 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 교장 오컴과 재정담당관 울리히가 강력하게 연기를 주장함에 따라 경기가 오늘로 연기 되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몇 주간 집 앞을 서성거렸던 부랑자들이 수상쩍었어.’


사형도수인 아버지와 염색업자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성 밖 개천가는 낯선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다. 교회에서 일반인과 이들과의 접촉을 부정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수도승 튜닉으로 전신을 가린 채 새벽마다 채마밭과 집 주위 쓰레기장을 어슬렁거리던 정체불명의 무리가 몇 명있었다. 처음엔 넝마주이거나 아버지와 지저분한 뒷세계 거래를 하는 의뢰인의 심부름꾼이겠거니 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뭐지, 저 씹새끼들은? 벨몽, 혹시 새벽마다 쓰레기장에 얼쩡거리는 놈들 네가 관리하는 밀입국자들이냐?」

「아니, 요샌 외레순드인들이 내전 중이라 이 해협 해상 봉쇄가 엄격해서 그런 일은 꿈도 못 꾸지. 니기미, 외국인 노무자들 북쪽 농장에 헐값에 팔아넘기던 시절은 꽤 짭짤하고 좋았는데 말야.」


「단순 변태나 넝마주이들인가.」


얼마 전 목이 달아난 속옷 절도범의 새끼손가락을 부적 용도로 사러온 인신매매업자 벨몽에게 아버지가 되묻는 걸 보니 그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았다.


「마녀사냥으로 처형 당한 시체 보지털만 모아 최음제 재료로 파는 놈들도 있더라고. 자네 요새도 밭에 시체 파묻는 건 아니지?」


별 쓰레기들을 다 보겠네.


그 때는 그저 죄악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음란 마귀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즈음 달거리 때 쓰던 개짐(생리대 헝겊)이 없어졌다. 여동생들에게 물어봐도 자긴 아니라고 했다.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매춘부 딸년 셋째 여동생 테레지아를 의심했지만 그 애도 아니었다.


개짐이 없어진 시점은 정확히 클레어의 달거리 주기와 일치했다. 어쩌면 궁드르디 일행은 첩보전에서 한 수 지고 들어가는 상황일지 몰랐다.


「자 클레어, 너에게 이제껏 쓰지 않았던 비밀병기를 장착해 주마.」


알라릭이 클레어의 속도 모른 채, 그녀의 흉갑 겨드랑이 부분 리벳에 철조각을 하나 끼워 주었다.


「이건?」


「'랜스 레스트'다. 여기에 받침대를 고정시키고 싸워라.」


세상에.


이런 게 있으면 미리 얘길 해주지. 클레어는 알라릭에게 주먹을 날리려던 걸 간신히 참았다.


랜스 레스트(Lance Rest). 말 그대로 랜스를 들고 쉴 수 있게 해주는 받침대다. 랜스를 겨드랑이에 낀 상태에서 이 받침대에 랜스 손잡이를 올려놓으면 무게중심이 분산되면서 몇 배 편하게 2~3m에 달하는 랜스를 고정시킨 채 달릴 수 있다


「버릇 나빠질까봐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똥개훈련 시킨 거네.」


클레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컨디션은 최악이지만 이거면 충분히 해 볼만 하다. 이 장치가 있고 없고는 등자를 놓고 말을 타느냐 그냥 타느냐 만큼의 차이가 난다.


「규정에는 문제없는 거죠?」


알라릭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둠 브링거의 바보들이 과연 이거 없이 달리는 표적에 창을 명중시킬 수 있을까.」


랜스 레스트를 단단히 고정시켜준 알라릭이 클레어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줬다.


「내 실력이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네 파트너만 잘 해주면 말이지.」


「알았다구. 알았어.」


궁드르디가 갑옷 허리띠를 조이며 말했다.


「리피피의 컨디션은?」


「걔는 언제나 조증이야. 뛰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구.」


「자, 다들 준비되셨지요? 오늘 경기는 제 사업상 중요하답니다.」


대기실로 응원차 로쉐가 들어왔다. 평소의 수수한 옷차림과 달리 로마누스제국 시절 유행하던 토가스타일로 입고 있었다. 값비싼 보랏빛 염료로 염색한 최고급 옷감이었다.


「뭐야, 승부를 앞에 두고 너만 혼자 잔칫날이네.」


「오늘 제 해외 고객들이 귀빈석이 많이 앉아 있답니다. 광학렌즈도 이백 개나 팔았어요. 멀리서도 저희 제품 성능을 똑바로 봐주셨으면 해서 말이죠.」


로쉐가 고가의 수제 망원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경기를 앞두고 정말 죄송하지만 꼭 드려야 할 부탁이 있습니다.」


봄바람 같은 미소를 띄우며 로쉐가 말했다.


「5판 3승인 규칙은 알고 계시죠?」


「패션변태를 말에서 떨어뜨리면 한판승인 것도 알지.」


「무조건 한 번은 져주십시오.」


「뭐?」


듣고 있던 알라릭의 미간에 도끼 자국이 생겼다.


「장비성능을 홍보하기 위해섭니다. 딱 한 번이면 됩니다. 개방자세로 그대로 칼스의 랜스에 정면 충돌해주십시오.」


「무슨 개수작이야!」


궁드르디가 로쉐의 멱살을 잡았다.


「뼛속까지 장사꾼이라더니 이런 식으로 사람 이용해 먹기냐.」


로쉐는 애초에 궁드르디와 클레어를 자신의 무기 성능 시연을 위한 샘플로 써먹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어떤 면에선 칼스보다 몇 배 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군수업자.


그게 로쉐였다.


「칼스가 경기용 랜스 중 하나에 다메섹 강철로 주조한 크라운을 달았습니다.」


「뭐?!」


실전용 랜스와 달리 시합용 랜스는 당연히 창끝을 뭉툭하게 만든다. 그래서 보통은 끄트머리를 주먹모양의 장식이나 가문을 상징하는 동물 모양으로 만든다. 자이더르의 경우, 불을 뿜는 화룡 모양의 크라운을 장식했을 것이다.


크라운은 안전을 위해 충돌 시 깨어지거나 휘어지도록 무르거나 잘 부서지는 납 또는 아연합금으로 만든다. 강철이나 여타 중금속을 쓰면 당연히 실격이다. 알라릭이 노기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그건 당신네가 사사건건 따지는 규정위반이잖소. 위원회에 알려야지.」


「소용없습니다. 지금 게임을 물리기에는 피차 잔칫상 준비에 들인 게 너무 많아서.」


밖에서 들려오는 환호소리에 로쉐가 웃으며 대꾸했다. 밖에서는 현직 볼 브레이커스들이 텔레마코스 종 하급 드래곤 - 물론 사육한 드래곤을 썼다 - 사냥을 재연하는 공연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이 결투에 수많은 이들의 이권이 달려있죠.


세계 각국의 귀빈들과 방산업자, 용병단장, 반역을 꿈꾸는 대공, 산업 스파이, 도박사, 매춘부 그리고 이 틈에 지역경제 활성화로 한 몫 잡으려는 타루스시(市)의 지방관료들과 세수확보에 눈이 붉어진 관료들.


누가 이기든 손해 볼 게 없는 자들입니다. 단, 경기가 중단된다면? 흥분한 관중들 사이를 우리가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이 개새끼야, 그걸 알면서 클레어를 경기에 내보네? 다메섹 강철을 달았다며? 그거 드래곤 가죽도 벨 수 있는 거 아냐?」


궁드르디가 멱살을 잡아 한 손으로 로쉐를 들어올렸다. 원래도 고향에서 목축을 하며 강골로 자랐지만 특훈 때 먹은 자토펙 고기가 근육을 더욱 강화시켜 몸 안에 힘이 넘치는 느낌이었다. 멱살을 잡힌 로쉐가 안간힘을 쓰며 대꾸했다.


「물론 보통 갑옷이면 철판을 관통 당해 심장이 뚫려 사망하겠죠. 하지만 오늘 관전하러 온 니므롯 제국 군사 관계자들과 자이더르 조합은 이 나라를 쉽게 넘보지 못할 겁니다.」


「불쾌하군. 사람목숨으로 장난하는 일에 난 더 이상 관여 않겠소. 아무도 말 안한다면 내가 나가지.」


알라릭이 대기실 밖으로 나가려하자 로쉐가 고용한 니자리 용병들이 입구를 가로 막았다. 전술했듯 그들은 니므롯 제국 황제조차 가장 두려워하는 암살집단이었다. 알라릭이 가소롭다는 듯 단검을 빼들었다.


「사람 잘못 봤구나. 내가 원래 좀 비열해서 정규전보다 좁은 방, 암기, 단검, 독침 이런 데 더 빠삭하거든. 문 밖에 두 놈도 그냥 나와. 사지가 썩어 죽는게 어떤 건지 알려주마.」


「자자, 모두 진정하십시오. 자네들은 나가있게. 알라릭 장군. 무례를 사과하겠습니다. 일단 내 말 좀 들어보시오. 갑옷의 방어력은 내가 보증합니다. 당신도 당신네 민족을 생각한다면 이번 기회에 협조하는 게 좋소.」


「날 협박하나, 애송아?」


「우린 적도 동지도 아니지만 좋은 거래처가 될 순 있지요. 궁드르디 경, 좀 내려주세요. 부탁입니다.」


궁드르디가 씩씩거리며 로쉐를 내려놓자 기침을 하며 로쉐가 클레어가 입은 갑옷을 가리켰다.


「알라릭 장군, 당신 민족과 형제자매, 동료들이 저걸 입게 된다면 어떨까요?」


「...」


「오늘 보고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걸로 무장한 당신 기병대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일족의 독립과 영토의 회복.


그것이라면 어떤 악역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다짐해 왔다. 그리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목숨 바쳐 보필해 온 게이세리크가 부재한 지금, 스스로 미래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알라릭은 단검을 거뒀다.


「좋다. 성능이 나도 궁금하군. 장사꾼은 신용이 제일이니 삐짜를 내놓진 않겠지.」


「우린 목숨보다 신용이죠.」


웃으며 손을 내미는 로쉐에게 마지못해 알라릭도 손을 내밀었다.


「제가 원하는 스코어는 3승 1패. 지는 건 한 번이면 족합니다. 심판과 칼스의 트레이너 중에 우리측 세작이 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인지 로쉐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칼스가 다메섹 강철로 마감한 랜스를 들고 나오면 세작이 우리만 아는 신호를 보낼 겁니다. 그땐 그냥 공격하지 말고 그대로 맞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훈련비, 장비사용 및 렌탈료, 사료비, 숙박비 전액을 청구하겠습니다.」


「클레어가 다치면 어쩔 거지?」


「다치지 않습니다.」


「씨발, 사람 목숨이 네 장기말이야?」


「이상하군요. 그럼 다칠 각오도 없이 결투를 신청하신 겁니다. 궁드르디 경?」


「각오는 내가 하지 클레어가 아냐.」


「그런가요?」


「나 때문에 휘말린 거잖아. 이 결투는 클레어와 아무 상관없어.」


「이럴 거면 뭐 하러 베로니카 양을 차지하려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기권하십시오.」


「뭐?」


「사실 저는 클레어 양만 있으면 상관없거든요. 그녀가 이기고 지는 것도 저는 관심 없고요. 갑옷 성능만 테스트해 주시면 됩니다. 어떤가요, 클레어양. 이래도 계속 하실 겁니까?」


「난 할게.」


「클레어! 이건 함정이야. 죽을지도 몰라.」


궁드르디가 소리쳤지만 클레어는 마음을 굳힌 지 오래였다.


「말했잖아. 어차피 칼스와는 나는 결판을 내야한다고. 수석을 해서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나와 우리 집은 빚더미에 앉아 파산이야. 여동생들이 공창에 팔려가고 남동생들은 외레순드 조합 갤리선에 노예로 끌려갈 거야.」


「네네, 좋은 동기부여가 되겠군요. 그럼 잘 부탁합니다.」


「씨발놈이!」


결국 참지 못한 궁드르디가 로쉐에게 주먹을 날렸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로쉐는 그대로 붕 뜨다시피 날아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입에서 피가 나는 것을 침을 뱉으며 로쉐가 중얼거렸다.


「휴우, 저도 칼스가 쓰는 턱 가리개를 사야겠군요. 고객들 앞에 이렇게 나갈 순 없으니.」


「그 갑옷 내가 입는다.」


「예?」


예상 못한 진행에 궁드르디가 외쳤다.


「칼스가 다메섹 강철로 마감한 랜스를 들고 나오면 신호 줘라. 그 땐 내가 클레어 앞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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