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국의 재난 9
" 그래서 언제 출발할 생각이야? "
유안이 오리하에게 말했다. 소파 위에 쓰러져 있는 라라란을 바라보며 걱정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윽고 다시 오리하를 바라봤다. 대답을 바라고 있는 유안을 보며 오리하는 말했다.
" 어짜피 저 혼자 보낼 생각도 아니잖아요? 이미 라라란을 비롯한 이곳 직속 비서요원들이 랑의 미보고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요. "
" 잘 알고 있군. "
" 내일 인원들을 소집하고는 바로 출발할께요. 혹시나 추천해줄 만한 요원들 있어요? 간부인 사람들을 제가 막 끌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
" 하긴 다 알고 있는 녀석들을 끌고 다니기에는 다들 너무 진급해버렸지. "
유안은 피식하고 웃으면서는 앉아있는 책상위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딱 마침 라라란이 정리한 파일이 있었다. 딱 보기 좋기 미래가 보이는 인재들이라는 이름표까지 붙어있어 더욱 눈에 띄었다.
요원은 그 파일 집어들었다. 오리하 역시 그 파일로 눈에 갔고 유안은 파일철을 하나씩 넘기기 시작했다. 슥슥거리는 종이넘기는 소리가 방안으로 울려퍼졌고 유안은 곧 페이지를 넘기는 것을 멈췄다.
딴 곳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우고 있던 오리하도 그런 유안의 모습에 눈동자를 멈추고는 그를 바라봤다.
" 얼마나 끌고 갈 생각이야? "
" 적어도 2명은 필요하지 않겠어요? 최저필요인원이 3명이잖아요? "
" 2명만 끌고 갈 생각이야? 만약에 폴른이 생각외로 많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
" 그렇다면 쿄우와 라이니오스도 데려갈께요. "
" 뭐? 버드는 지금 치료중이야. "
" 그래요? 그럼 내일 모습을 확인한 이후에 결정할께요. 쿄우는 뭐하고 있죠? "
" 쿄우는 곧 본가로 갈 예정이다. 그쪽도 많이 의심스러운 상황인거 같더군. "
" 제가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딱히 별 움직임은 없었어요. "
" 언제나 그랬지. "
" 흠 그러면 누굴 데려가면 되죠? 버드만으로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수 없어요. "
유안은 들고 있던 파일철은 내려놓았다. 그리고 깊은 숨을 내쉬면서
" 로지나도 많이 바빠서 안될테고 모르몬드도 안될테고...크레바스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 지금 기용가능한 간부는 공안국의 부국장 미츠루기 아카네뿐이다. 그리고 너가 데려갈 수 있는 요원도 막 복귀한 부국장을 포함한 이민서,황우진뿐이고. 나머지는 지금 모두 각자 임무중이야. "
" 생활임무에 들어간 요원들을 빼내면 되잖아요? "
" 그건 무리다. 이미 생활임무에 있던 요원들을 최소인원으로만 돌리고 있어. 이 이상 차출해낸다면 달늑대의 생활전반이 마비될거다. "
" 그러면 답나왔네요. 부국장이랑 그 요원들밖에 없잖아요. "
" 뭣하면 내가 가도... "
" 아니요. 아버지는 쉬고 계세요. 그럼 가볼께요. "
오리하는 유안의 말을 끊고는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문밖으로 나갔다. 유안은 그런 오리하를 바라보고는 그 역시 나지막한 미소를 지었다.
" 난 아직도 너가 나쁜녀석인지...착한 녀석인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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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공안국의 지하의 장례식장. 그곳에는 이미 남성식의 시신이 도착해 있었다. 그곳에는 상주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상주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곳에 있는 남성식의 혈육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게 초등학교 저학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밑으로 총 5명의 동생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이민서와 황우진이 상복을 입은 채로 그곳에서 상주역할을 대신 하고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왔다 갔다. 지구에서 같이 달로 넘어온 한국이민자들과 다른 달늑대의 요원들도 왔다. 그리고 그곳으로 유안 풀문 역시 찾아왔다.
그의 등장만으로 그곳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단순히 일개 요원의 장례식에 달늑대의 수장이 와서 그런것이 아니었다. 그의 새하얀 모습때문이었다. 유안은 곧 남성식의 영정사진이 놓인 곳으로 가 향을 꽂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상주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이민서와 황우진에게로 다가가서는 말했다.
" 첫임무에서 이렇게 가버리다니, 한국의 첫이민자들인 너희들에게는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안타깝구나. "
" 고맙습니다. "
" 이렇게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
황우진은 여전히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채로 고개만을 떨군채 대답했다. 이민서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면서 유안을 똑바로 바라봤다. 유안 역시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 박에 없었고 그런 둘의 어깨를 살포시 두드리고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 언니? 이 사람이 누구에요? "
이민서의 치마자락 뒤에서 한 소녀가 나타났다. 남성식의 여동생으로 보이는 소녀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는 유안을 한번 보더니 이민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 이분은 달늑대의 수장님이야. 그러니까 대통령같은분이야. "
이민서의 말을 듣자 그 소녀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생각하는 듯 싶더니 곧 치마자락밖으로 나오더니 다짜고짜 유안에게 절을 했다. 갑작스러운 소녀의 행동에 유안과 이민서 둘 다 당황했고 이민서가 안절부절하면서 소녀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유안은 곧 한손을 들면서 그녀를 제지했다. 곧 절을 마친 소녀는 다시 한번 똑바로 유안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단순한 말이었다. 유안은 소녀를 눈여겨 봤다. 그리고는 미소짓고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곧바로 라라란과 함께 그곳을 나갔다.
하지만 그는 라라란뿐만이 아닌 다른 이와 함께 왔었다. 그녀는 장례식장의 입구에서 유안을 지켜보다가 그가 장례식장을 나가자 곧 시선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장안으로 들어왔다.
유안과는 다르게 그녀는 곧바로 이민서와 황우진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말했다.
" 반가워요. 저는 수장직속 특수요원 오리하 풀문이에요. "
오리하는 곧바로 황우진에게 악수를 청했다. 황우진은 얼떨결에 악수를 받았다. 오리하는 바로 옆에 있던 이민서에게도 악수를 청했지만 이민서는 받아주지 않았다. 아니 잠깐 생각에 빠진 모양인지 아직 오리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 저기 이민서 요원? "
끝내 악수를 받아주지 않자 오리하가 말했다. 그제서야 이민서는 이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 아 죄송합니다. 잠깐 생각할게 있어서요. 반갑습니다. 공안국 요원, 이민서입니다. "
" 무슨일입니까? "
이민서와의 악수가 끝나자 황우진이 곧바로 말했다. 오리하는 둘을 번갈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 일단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게요. 막 친구를 잃은 상황에서 할 권유는 아니지만 수장직속 임무가 있어요. 첫임무의 실패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합류하겠어요? "
" 합류하겠습니다. 물어볼 것도 없죠. 무슨 일입니까. "
황우진은 곧바로 대답하고는 이민서를 바라봤다. 이민서 역시
" 당연하죠. 합류하겠습니다. "
" 좋아요. 그럼 오전내에 장례식을 정리하고는 오후에 랑 사무실로 찾아와요.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
오리하는 그들의 대답을 듣자마자 기뻐하면서 바로 장례식장을 나갔다. 그녀가 곧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황우진이 말했다.
" 야 이민서. "
" 왜. "
" 너 아까 무슨 생각하고 있었어. 수장직속이면 국장에 버금갈텐데, 바로 대답을 안해? 정신을 어디다 팔아먹은거야. "
" 미안해. 잠깐 생각할게 있었어. "
" 그게 뭔데? "
" 손쉽게 말해서는 안될 거 같아. 미안해. "
" 하. 알았다. 그것보다 슬슬 정리하자. 애들도 새벽부터 일어나서 잠올텐데 정리하고나서 애들도 우리집에다 맡겨놓을테니까. "
"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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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달늑대의 병원이 아닌 아이린이 생활하고 있는 부속 건물. 그곳에서는 이미 라이니오스가 실험과도 같은 수술을 끝낸 참이었다. 어느새 라이니오스는 일반 병실과도 같은 방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자신의 새로운 팔을 바라보면서 연신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어제끼며 아이린이 나타났다.
" 어때? 라이니오스. 실험은 성공적이야. 팔은 잘 움직여? "
안에는 이미 라이니오스의 새로운 팔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지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 다행히도 아직 살아있네요. 아이린님. "
라이니오스는 새로운 기계팔과 자신의 몸의 접합부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 당연하지. 성공률은 반절이지만 말만 그런거야. 결과론이지만 살았으니 된거지 뭐 안그래? "
" 하하하. 그것 참 듣기 좋은 소리군요. "
" 호호호. 그것보다 어때? 움직임이라든가, 어디 좀 불편한 점이 있다든가 하는 점은 없어? "
" 바로 피드백이 필요한겁니까? "
라이니오스는 이내 기계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부터 시작해서 손 그리고 손가락까지 매우 정교한 움직임까지 다 되자 라이니오스는 다시 한번 놀라며 말했다.
" 정말 대단하군요. 이렇게까지 자유자재로 움직일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
" 음. 움직임은 전부다 최상인거 같네. 나머지는 어느정도까지 출력을 낼 수 있나인데 그건 여기서 확인 못하겠다. "
" 예?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출력이요? 당장 말하십시오. 이 팔에 뭐가 달렸길래 출력이라는 단어가 나오는겁니까?! "
" 놀랄 것 없어. 라이니오스. 근력과도 같은 거니까. 일단 그 팔 기계니까. 흠 나머지는 트레이닝룸에서 측정할 수 밖에 없겠는데. 라이니오... "
드르륵.
아이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리하 풀문이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그녀에게 시선이 모였고 오리하는 그런 시선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에 있는 라이니오스의 팔만을 확인했다.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고 후유증도 없어 보이는 것을 확인하자 아이린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 오랜만이네요. 아이린님. 오리하 풀문입니다. 수술은 성공인가보네요. 지금 라이니오스의 상태는 어떻죠? "
" 보시는대로 건강해요. 움직임을 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구요. 이후에 정밀검사를 한번 해보긴 해야겠지만요. "
" 그렇다면 라이니오스. 수장명령입니다. 당장 저와 임무에 나가야겠어요. "
오리하의 말에 아이린은 순간 놀랐다. 그녀의 상식에서도 막 수술이 끝난 사람을 임무에 데려간다는 것은 논외였나보다. 하지만 그런 아이린의 모습에 비해 라이니오스의 오리하를 빤히 쳐다봤다. 고개를 옆으로 살짝 움직이니 오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니오스는 곧 납득했다.
라이니오스는 곧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말했다.
" 그렇게 됐습니다. 아이린님. 곧바로 나가봐야하니 검사는 제가 돌아온 이후에 하도록 하죠. "
" 알았어요. "
" 집합은 정오에요. 랑 사무실로 오면 되요. 알았죠? 시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니까 곧바로 준비할 거 챙겨서 와요. "
" 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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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 건물의 트레이닝 룸. 그곳에서 쿄우는 스스로 단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지만 쿄우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로 말했다.
" 오늘부터 일주일간은 휴식이라고 말했을텐데. "
이내 쿄우의 뒤에서부터 김유미가 나타났다.
" 혼자왔나보군. 알렉스는 어쩌고. "
" 자고 있겠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
" 하긴 그것도 그렇군. 그래서 무슨 일이지? "
" 난 쉬고 싶지 않아. "
" 성장에는 휴식도 필요한 법이다. "
" 당신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훈련하면서? "
" 그렇다면 너도 나처럼 앞으로 일주일간 혼자서 훈련하면 되겠군. "
" 그렇게 나올거야? "
" 너야말로 그안에 든 독기를 조금 빼라. 열심히하는 것은 좋지만 조바심을 내서 좋을 것 하나도 없다. 너와 함께 한 몇달 너는 많이 성장했어. 앞으로 넌 더 성장할꺼다. 그건 내가 보장하지. "
" 당신말이 맞아. 난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 같아.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조바심이라도 더 조바심을 내서라도 난 더 강해져야 해. "
쿄우는 들고 있던 역기를 내려놓고는 뒤돌아서 유미를 바라봤다. 유미의 얼굴에는 말한것처럼 불안해하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 왜? 알렉스와의 대련 그리고 나와의 대련으로는 너의 성장을 느낄 수 없었나? "
" 아니 충분히 느끼고 있어. 느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난 단 한순간도 느슨해지고 싶지 않을 뿐이야. "
쿄우는 이내 고개를 조금 숙이면서 더 자세히 유미의 표정을 읽으려고 했다. 평소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 무슨 일이냐. "
쿄우의 질문에 유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 몇초간 그렇게 조용히 있다가 유미는 말했다.
" 어제 랑이 보고를 누락했대. "
" 무슨 일이 있었는 모양이군. 그래서 그것때문에 휴식이 필요없다고 한거냐. "
유미는 곧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서는 복받친듯이 말했다.
" 마음같아서는 당장 구하러 가고 싶어. 당신이 말했던 것과 같이 스스로 강해졌다고 생각해. 에반에 뒤지지 않을만큼. 하지만 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 그리고 기우일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해. 그래도 걱정이 사라지진 않아. 무엇보다 이 걱정이 휴식으로 없어질 것 같지 않아. "
쿄우는 큰 숨을 내쉬었다. 눈 앞의 소녀가 애처롭게 보였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 그래서 더 진도를 나가고 싶다는거군. "
쿄우의 말에 유미는 순간 혹했다.
" 하지만 거절하겠다. "
" 왜? 대체 왜? "
유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지금까지 난 너의 요청을 다 수락해줬지. 그렇지? "
" 맞아. 그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
" 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너의 뜻대로 되는 일은 극히 적을꺼다. "
" 무슨 말을 하려는거야? "
" 훈련이라고 생각해라. 너의 뜻대로 되지 않을때 너가 무엇을 해야할지 말이야. "
" 뭐? "
" 가봐라. 말해줬다싶이 일주일간은 휴식이다. "
유미는 어이가 없어하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내 다짜고짜 쿄우에게 떼를 쓰며 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쿄우는 더 이상 답변을 해주지 않은 채 스스로의 단련에 더욱 집중했다.
몇분간 그렇게 무시하자 유미도 스스로 진이 빠진듯이 이내 쌍욕을 속삭이면서 사라졌다. 그 욕을 듣는 순간 쿄우는 어디서 저런말을 배웠냐고 생각했다. 유미가 사라지자 쿄우는 드디어 평온한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임하려고 했지만 곧 다시 누군가의 기척을 느꼈고 이번에는 세상 꺼질 것같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 무슨 일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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