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부의 현자님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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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의 품으로 안긴 채, 그 짧은 시간사이에 유미는 엠마를 흘겨봤다. 갑작스럽게 에반에게 안겨든 행위를 한지라 모두들의 시선은 에반과 그 품에 안겨 있는 유미에게로 향했고 엠마 역시 그런 유미의 눈빛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정작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몰랐던 모양이었다.
" 오랜만이야. 유미. 훈련은 순조로운 모양이네. "
에반은 자신의 품에 안겨든 유미의 정수리를 향해 말했다. 아직 유미가 에반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유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응! 나 정말 열심히 했어. 졸업하고 나면 꼭 에반이랑 같은 팀이 될거야! "
" 반가운 소리긴 한데, 유미 너가 달늑대에 입사할때쯤이면 나도 일개 요원이 아니지 싶다. "
" 그게 무슨 소리야?! 랑은 이미 직함들이 다 정해질대로 정해진거 아니었어? 거기다 몇년째 인사이동도 없잖아! "
" 하하. "
에반은 곧 유미의 너머에 있는 쿄우를 바라봤다. 난처하다는 듯이, 이대로는 유미를 설득시킬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쿄우는 다시 한번 큰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에반은 무릎읋 꿇고 유미와 시선을 맞추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 결정된 사항은 아닌데, 아마 유미가 랑에 입사하게 되는 날에는 이미 바뀌어 있을꺼야. 여기있는 랑 보좌관을 역임하고 계시는 쿄우씨도, 부대장이신 채원 누나도, 메리국과 대장을 같이 하고 있는 로지나 누나도 다 인사이동을 될꺼야. 아마 그때가 되면 나 역시... "
에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듯 유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아니 고개를 숙여 얼굴에 그림자가 깔린 것뿐, 표정이 변화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순간 자신의 설명에 착오가 있다는것을 깨달은 에반은 금방 대답했다.
" 아니아니 그런 말이 아니야. 아마 내가 유미랑 같은 등급의 요원이 아닐뿐이지, 같은 랑에는 있을 수 있을꺼야. "
" 진짜지?! "
유미는 그때서야 고개를 들었다. 천장의 LED조명이 금방 밝아진 유미의 표정을 밝혔고 그 모습을 본 에반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갑작스러운 유미의 행동으로 잠깐 주제에서 벗어났다만, 아까 말했던대로 여기있는 엠마의 제자, 알렉시스 알렉산더가 너의 대련상대가 되어줄거다. 유미. "
" 뭐? 이 쪼그마한 꼬맹이가? 검술을 쓸 수는 있는거야? "
유미는 여전히 에반의 목덜미를 감싸안은 채로 알렉스를 못미덥게 쳐다봤다. 알렉스 역시 그런 유미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 알렉시스 알렉산더는 에반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니까 그가 사용하는 것은 서양전투검술이 되겠지. "
" 에반한테 배웠다고? 그럼 결국 당신의 제자의 제자라는거 아니야? "
" 따진다면 그렇게 되겠군. "
" 흐음... "
" 원래 계획이라면 바로 그와 너를 대련시킬려고 했다만 아까의 대련으로 이미 손에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겠지. 오늘은 인사까지만 하고 다음기회에 대련을 하도록 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수고했다. 유미. 그리고 에반도 엠마와 알렉시스 알렉산더를 이곳으로 데려온다고 수고했다. "
쿄우는 자기가 할말만 하고는 곧바로 뒤돌아섰다.
" 잠깐만요. 지금 너무 제 의견을 묵살된 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거 같은데요? 안 그래요? "
" 이미 너와는 이야기가 끝난 상태 아니었나? 이미 우린 서로에게 동의를 했지 싶은데. 혹시 아직 알렉시스 알렉산더와는 이야기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나? 그렇다면 이 기회에 그의 생각을 물어보면 되겠군. "
쿄우는 알렉스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에반과는 다르게 그대로 알렉스를 내려다보면서 그는 말했다.
" 알렉시스 알렉산더, 너의 생각은 어떻나? 나의 제자인 김유미와 대련할 생각이 있나? 이 경험은 너에게 큰 성장의 발판이 되어줄거다. 그것은 김유미에게도 더할 나위 없겠지. 너 또한 실전의 경험은 거의 없지 않나? 대련이긴 하지만 내가 참관하는 유미와의 대련은 실전 그 자체가 될거다. "
" 네 좋아요. "
알렉스는 곧바로 대답했다. 쿄우는 그의 당당함이 담긴 표정을 보며 그간 보여준 적 없는 미소를 짓고는 곧바로 트레이닝 룸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곧 엠마가 알렉스에게 다가가서는 말했다.
" 알렉스. 부담이 된다면 나중에 좀 더 실력이 는 다음에 해도 괜찮으니까. "
" 괜찮아요. 스승님. 아까 그 쿄우라는 사람이 말한 것도 일리가 있어요. 그리고 저도 마냥 훈련만 하는 것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의 말대로 좋은 경험이 될꺼에요. "
" 대견한 녀석. "
마치 셋의 모습을 보면 가족과도 같이 보였다. 적어도 그곳에 있는 유미에게는 그랬다. 뭐랄까 무엇인가를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씁쓸하고 가슴 한쪽 켠이 지려온다고 유미 스스로는 생각했다.
" 야. 에반 작센. 전화 안 받냐? "
하지만 그런 기류를 끊어낸 사람이 있었다. 저 멀리 트레이닝 룸의 입구에서부터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 크레바스씨? "
" 전화 왜 안 받았냐고 이 새끼야. "
크레바스의 폭언을 듣자마자 에반은 자신의 주머니속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들면서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크레바스에게 고개 숙이면서 사과했다.
" 아 죄송합니다. 여기 들어올때 진동으로 바꿔 놨었는데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
" 무슨 일? 너 오늘 스케쥴 제대로 확인 한 거 맞냐? "
" 아! "
" 후우...됐고 빨리 수장실이나 가봐라. 엠마랑 같이. "
" 알겠습니다. "
에반은 곧바로 엠마와 같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 저 멀리 모습이 사라졌다. 트레이닝 룸에는 크레바스와 유미 그리고 알렉스만이 남게 되었다.
" 오늘도 그 빡센 훈련을 하고 있었나보네. "
" 뭐 별거 아니에요. "
" 그래서 어때? 현자님의 제자의 실력은? "
" 아직 싸워보지도 않았어요. "
" 그래? "
크레바스는 알렉스를 쳐다봤다. 알렉스는 뻘쭘한듯 나지막하게 미소를 지었고 곧 대답했다.
" 전 이만 가봐도 되는거겠죠? "
" 아니 너도 여기와서 좀 앉아봐라. 이야기좀 해보자. "
-
에반과 엠마는 이미 수장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수장실에 도착해있는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그들이 오기전부터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던 모양인지 꽤나 시끄러운 상태였다.
" 아니 잠깐만요. 왜 저희 공안국이 구조임무를 맡아야 합니까? 그건 랑에서 하기로 되어 있던 것 아니었습니까?! "
버드가 소리쳤다.
" 라이니오스. 너도 알다싶이 랑은 특수임무전용 부대다. 일반인의 구조임무를 하기에는 너무 고급인력들이야. 거기다 랑에 있던 루즈와 줄리안이 공안국으로 빠져버려 더욱 일손이 부족하지. 거기에 비해서는 공안국은 이제 좀 안정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잖아. "
" 아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희들 이제 곧 대규모 휴가를 받을 차례였다구요!? "
" 그게 문제였나. 알았다. 이번 구조임무를 성공시키고 나면 휴가량을 두배로 줄테니까 받아들이겠나? "
" 당연.... "
" 그렇다면 저희 메리국에서 맡겠습니다. "
" 야... 너 로지나 무슨 소리하고 있는거야? 지금 날치기하려는거야? "
" 아뇨. 정당하게 저희 메리국의 의견을 피력하는건데요? "
" 그렇다면 저희 특수파견국에서도 이번 임무를 희망합니다. "
그렇게 크지 않은 수장실에서 달늑대의 수장과 각국의 국장들이 서로 시끄러운 목소리로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둘은 이게 대체 정말 제대로 굴러가는 조직이 맞는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크레바스는 어딜가서 안오고 있는거야..... 어쨌든, 메리국과 특파국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너희들은 맡고 있는 임무로 요원들이 부족한 상황이잖나. 이 임무는 공안국에 일임하겠다. 그 건에 관해서 엠마, 자네가 공안국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줘야겠네. "
" 알겠습니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조치이니 적극적으로 협력하겠습니다. "
" 좋아. 그럼 이 의제는 끝이군. 그렇다면 다음 의제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괜찮겠나? "
유안은 엠마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것은 지금부터는 절대 가벼운 내용이 아니라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 에반 작센 요원님은 지금부터 회의에 참여하실 수 없습니다. "
" 예? "
입구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비서요원이 하나가 에반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에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비서요원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고 곧 회의실의 문을 닫혔다.
그리고 조명꺼지고 곧 방은 어둠으로 빠져들었다.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의 실루엣정도는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익숙해질려는 그 찰나에 엠마가 서 있는 그 장소의 조명만이 켜졌다.
" 우리는 너에 대해 많은 조사를 진행해왔어. "
공안국장 버드 카 라이니오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 지금까지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얻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있었지. 일단 제일 주목할만한 점은 너의 그 마력이다. 거기다 너가 주로 사용하는 마법인 화염까지. 너의 그 마력순도와 마력파장을 비롯한 모든 것이 일치한 사람이 한명이 있었다. 이렇게 일치하는 것은 혈육이 아닌 이상은 불가능해. 가능한 경우도 있긴 하지. 너가 복제된 인간이라면 말이 달라지지. 하지만 이 세계에서 인간을 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명밖에 존재하지 않아. 그래서 이미 확인도 끝마쳤다. 너는 복제인간이 아니야.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뿐이지. 너가 그 사람의 혈육이라는 것뿐이다. "
갑작스러운..마치 청문회라도 열린 것 같은 분위기에 엠마는 당황했다.
" 갑자기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군요. 저의 정체가 궁금하다는 건가요? "
" 그래. 어떻게 해서 너가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어떻게 해서 그분과 만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그분의 가르침을 받고도 이 세계에 이렇게나 빨리 나서려고 하고 있는지 말이야. "
모두의 시선이 엠마에게로 향했다. 그것은 마치 추궁과도 같은 의사표현이었고 엠마는 그들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여전히 당황한 채 기가 막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그녀는 자신이 살려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인질로 잡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엠마는 순간 경멸감이 들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이 달늑대라는 조직이 제대로 된 조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아는 것을 모두 말했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 이렇게 순순히 다 말해줄줄은 몰랐는데, 당신이 말한것과 우리 달늑대에서 취합한 자료 그리고 또다른 정보원의 자료까지 다 합치면 당신은 정확하게 그 사람의 혈육인게 확실한 거 같군.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달늑대다. 앞으로 지구에 갈때는 임무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앞으로 랑으로써의 활약을 기대하지. "
" 그럼 이걸로 된거죠? 전 이만 숙소로 돌아가볼테니까요. "
" 아 그래. 이미 당신에게 볼일은 끝났어. 아 혹시나 말해두는데 딴맘을 품었다가는 결말이 좋지 않을거라는거 알지? "
" 당신들은.....정말... "
엠마는 말을 더 잇지 못했고 그대로 수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나가자마자 버드는 큰 한숨을 쉬며 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조명이 꺼지고 난 이후로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유안 풀문이 말했다.
" 방금 내용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서 문서화해두록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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