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의 앞에서 6
" 으아아아아아!!!! "
그의 고통에 찬 비명이 들린다. 그의 몸에 붙은 그 불꽃이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팔을 휘두르고 몸을 비틀면서 어떻게든 불을 끄려고 안간 힘을 쓰지만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한것이 더 있었다. 그 불꽃은 그의 몸을 태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슨 이상한 소리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시각적인 정보만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그가 입은 옷이나 그의 신체에 화상이 입지는 않았다. 말그대로 불만 붙었을뿐이다.
곧 유안 풀문이 자리에서 쓰러졌다. 정신을 잃어서 쓰러진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갑작스럽게 쓰러진게 아닌 자연스럽게 기력이 다해 쓰러진 모습이였다. 그와 함께 그의 몸에 붙었던 불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자카스는 다시 뒤돌아서서는 자기가 왔던 곳으로 다시 걸어돌아갔다. 다시 의자에 앉은채 다시 기다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현준은 다시 검은 안개속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쓰러져 있는 유안 풀문의 후두부를 겨냥하고는 해머를 당겼고 그 특유의 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유안 풀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정확히 그의 후두부에 총구를 들이대고는 현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하는 소리가 하늘로 울려퍼졌다. 총구에서부터 연기가 피어올랐다. 총구에서부터 탈출한 탄환은 정확히 착탄했다. 하지만 유안 풀문에게 맞은 것은 아니였다. 현준이 들고있는 총구의 앞에는 유안 풀문의 머리가 아닌 마치 빙하의 균열과도 같은 일그러짐이 있었다.
그리고 그속에서부터 어디에선가 본적이 있는 철재질의 봉이 나와있었다. 탄환은 그곳에 적중했다. 곧 그 균열에서부터 여지껏 본적이 없을정도로 매혹적인 여성이 나타났다.
" 크레바스. "
현준이 속삭였다. 속삭일정도로 작은 목소리였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나타난 크레바스는 그 소리를 놓칠 수 없었고 막 나타난 크레바스는 곧 자신의 봉을 휘두르며 유안을 현준에게서부터 떼어놓았다.
그녀의 봉의 끝부분에서부터 마치 빛과같은 강렬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가 봉을 휘두르자 그 마력은 마치 공간을 찢기 시작했다. 그 마력이 지나간 자리는 마치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상복귀되었다.
그녀의 공격을 가볍게 뒷걸음질치며 피한 현준은 곧 양손에 달늑대 특제 권총인 사이렌을 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크레바스는 또 데자뷰같이 아까와 같은 경험을 느꼈다.
크레바스는 현준을 주시하고 경계하는 채로, 한쪽 발로 유안을 툭툭 치며 말했다.
" 유안. 괜찮아? "
한두번 툭툭 치고 반응이 없자 두어번 더 쳤더니 유안은 곧 앓는 소리와 함께 대답했다.
" 그래. 괜찮아. "
정말 기력이 다 한 모양인지 그는 막상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여전히 엎드려 쓰러진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대로 둔다면 유안 풀문은 분명히 죽을 것이다. 크레바스 역시 강력하다고 하지만 그래봤자 그녀 한명이다. 그녀에게 유안 풀문과 같은 강력함은 없다. 있을리도 없는 일이다.
주위에는 마력중독자들이 셀수도 없을정도로 많이 그 둘을 포위하고 있다. 크레바스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능력인 공간이동으로 균열을 만들어 그를 탈출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바보가 아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유안을 구하는 것은 가능했을지는 몰라도, 도주를 위해 균열을 여는 순간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한채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일 약해보이는 곳을 강제돌파해 도주하는 방법도 있다. 그게 더 바보같은 행위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다. 처음 나타났을때 가면을 쓰고 있던 남성이 속삭였던 그 목소리가 신경이 쓰였다. 그 목소리에서 유안 풀문을 느낀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것은 착각일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당장 유안 풀문이 자신의 뒤에 있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또 한번의 착각이 일어났다. 그 가면이 양손에 달늑대 특제 권총을 드는 자세가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았다. 그녀는 한번의 착각은 지나치지만 두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 한번밖에 말 안할테니까 잘 들어. "
크레바스는 눈앞에 있는 가면, 현준에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매우 화나있는 목소리에 까칠했지만 현준에게는 다르게 들렸던 모양이였다. 가면위로 보이지 않는 미소가 보였다. 마치 이런 소리를 한번 들은게 아닌 모양이였다.
" 너 누구야. "
" 그렇게 물어보면 내가 답할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
자신의 질문에 바로 부정을 한 가면을 상대로 크레바스는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현준은 금새 당황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 유안 풀문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지금 뭐하.... "
현준의 예상과는 다르게 쓰러져 있는 유안 풀문의 밑에는 이미 마력의 균열이 생겨져 있었고 그 속으로 이미 가라앉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현준은 곧 나지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두 손에서 총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까지도 크레바스는 자신의 무기를 치켜들고는 바로 내리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현준의 바로 코앞에서 말이다. 자신의 무기를 내려놓는 현준을 본 크레바스 역시 심히 당황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녀는 바보는 아니였다. 그대로 현준을 향해 무기를 내려쳤다.
듣기가 싫을정도로 심한 충돌음이 주위에 울려퍼졌다.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마력중독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오리하와 이실란나는 귀를 막을정도로 심한 소음이였다.
크레바스의 공격은 현준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그에게 닿을려는 한순간에 그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아니 미묘하게 그 공격을 막아냈다고 보는게 맞는것 같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오리하가 들고 있던 그 녹이 쓸고 검날의 군데군데가 빠진 그 대검이 쥐어져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두 무기의 충돌로 인한 불꽃의 씨가 주위로 퍼져나갔다. 아주 큰 충격이였기 때문에 크레바스는 뒤로 튕겨져 나갔다. 물론 간단히 착지도 성공했다. 하지만 크레바스는 현준이 든 그 대검을 바라보자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것에 비해 그 둘을 지켜보고 있던 오리하는 오히려 걱정을 내기 시작했다.
" 유안 풀문이 결국 도망쳐 버렸어요. 이제 뭘로 하늘을 열면 되는거죠? "
오리하의 말에 자카스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 유안에서 크레바스로 바뀐 것일뿐, 그의 목적은 달라진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 대답없는 자카스를 대신하듯 이실란나는 말했다.
" 저기있잖아. 유안 풀문대신 나타난 자. 그에 필적하는 마력순도를 지닌 사람이. "
이실란나의 눈끝은 크레바스를 향하고 있었다. 오리하는 이실란나의 눈끝을 따라 시선이 이동했다. 다시 이실란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그녀는 이 세계에 필요한 존재라구요? "
" 더 이상 그런 것에 얽매일 필요없잖아. 이미 용기와 쌍벽을 이루는 이성도 죽은판에 그 쓸데없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면 안돼겠어? "
이실란나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없었다. 그녀가 말한 이성처럼 일정한 톤으로 차분하고 그리고 현실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오리하는 오히려 이실란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이성이 죽었다구요? 어딜봐서요? 제 눈앞에 있잖아요? "
오리하의 말에 이실란나는 더 이상 대답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실란나의 반응이 없자 오리하는 현준을 검지로 가리키면서 다시 말했다.
" 저기에 용기도 있어요. 당신과 같은 추락신과 계약한 용기가요. 지금은 아주 순로워요. 용기도 살아있고 이성도 살아있죠. 필요한 것은 하루빨리 하늘이 열릴 수 있게 고순도의 마력을 지닌 인간을 죽이는것뿐이죠. "
그걸로 그들의 대화는 끝이 났다.
어느샌가 현준과 크레바스는 공격을 주고받으면 격렬한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크레바스에게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가면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했다. 곧 그녀는 가면과 합을 주고받는 것을 관뒀다. 그녀가 뒤로 물러나자 현준은 말했다.
" 더 이상 싸우는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나보군. 현명한 선택이다. 어서 도망치도록 해. 난 널 쫓지 않을테니까 말이야. "
현준의 말에도 그녀는 콧방귀를 끼며 말을 흘렸다. 하지만 곧 그녀는 큰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곧 그녀의 등뒤로 엄청난 크레바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공간을 찢는듯한 고개를 들어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균열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때 달늑대에서 모르는 사건이 없을정도로 정통하고 있던, 유안 풀문이였던, 현준도 놀라게 할정도의 모습이였다.
-
저 멀리서 엄청난 불꽃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쿄우와 조준이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분위기속에서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준은 그때 랑에서 빠져나간 뒤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말했고 쿄우는 그때 이후의 달늑대에 있었던 일을 조준에게 말해주었다. 쿄우는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조준은 낙관적이였다. 이상한 것은 없었다. 이게 이 둘의 성격이자, 이런 상황이 되기전의 랑에서도 그래왔으니까 말이다.
" 아 그래. 맞아. 너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만나면 아주 기쁠꺼야. "
조준은 이야기하던 도중 갑자기 말을 끊고서는 새로운 화제를 쿄우에게 내던졌다. 쿄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 소개시켜줄 사람? 너가 소개시켜준다는 것은 마력중독자일텐데 내가 알만하......"
쿄우는 미덥지 못한 표정으로 조준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곧 조준의 손짓에, 뒤에서부터 나타난 자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는게 당연했다. 조준의 뒤에서부터 나타난 자는 바로 죽은줄만 알았던 로지나 풀문이였기 때문이였다.
쿄우는 말을 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한동안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넋이 나갔다고 해야할까,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쿄우의 모습을 보며 조준은 곧 코를 쓱하고 닦더니 곧 자리에서 비켜주었다.
조준이 저 멀리로 이동하자 로지나는 대뜸 쿄우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 정말 미안해요. 츠루기노미씨. "
진짜 로지나의 목소리다. 입고 있는 제복도 들고 있는 무기도 다 로지나의 것이다. 쿄우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대답했다.
" 뭐가 미안하단 겁니까. 오히려......"
쿄우는 머뭇거렸다. 아니 잇지 못할뿐이였다.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에 잠깐 컨트롤을 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였다.
" 오히려 지켜주지 못해서 내가 더 미안한데. 뭐가 미안하단 겁니까! "
쿄우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였다. 아까 말했다싶이 그의 벅차오르는 감정이 목소리로 표출됬을 뿐이였다.
" 당신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렇게 아무런 성과도 보여주지 못한채로 그렇게 가버려서 미안해요.... "
로지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어도 왜 얼굴을 들지 못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맺혀있었고 터져 흘러내리기 직전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서서히 올라가는 시야에서 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물이 맺혀 흐릿해졌지만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흘러내려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있었다. 터지기 일보직전의 눈물, 하지만 그는 어지간히 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로지나는 웃음이 빵하고 터졌다. 이런 모습이 되고서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로지나의 미소를 보았다.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조준조차도 놀랄정도의 화사한 미소였다.
이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곧 조준이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 내가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
조준은 둘의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조준이 도착하자마자 둘은 조준에게 등을 지면 자신의 눈을 각자의 손수건으로 박박 닦기 시작했기 때문이였다. 그런 모습에 조준은 다시 한번 미소지었다.
"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그녀를 되살리는데는 꽤나 고생했다고. "
하지만 조준의 말을 듣자마자 쿄우는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로지나를 지금 여기서 이렇게 확인했으니 당연히 그 사람이 떠오르는게 당연했다.
" 준. 그렇다면 엘리는...? "
엘리 라그나로크. 쿄우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자 조준이 짓고 있던 미소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낙관적이였던 그의 얼굴이 어느새 슬픈 표정으로 가득해졌다. 로지나 역시 그녀의 최후를 알고 있기에, 그리고 그녀 또한 그에게 소중했던 사람이였던 것을 알았기에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 준. "
쿄우는 대답을 원했다. 조준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되살려냈던 엘리 라그나로크의 두번째 삶에 대해 그에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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