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고 싶은 소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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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에 왔을때와는 딴판이 되어 있었다. 뭐 하나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이 곳에서 보이는 것은 오직 짙은 마력안개뿐이였다. 이미 나라라고 말하기도 힘들만큼 세상은 처참하게 망해가고 있었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들이 임무를 하는 곳은 항구도시인 부산이였다. 하지만 부산도 결코 마력안개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곳은 이미 대부분 마력안개에 잠식되고 말았다.
랑의 요원들이 타고 있는 화객선이 곧 바다물살을 가르고 항구에 들어오고 있었다. 짙은 안개속에서도 배는 안전하게 항구에 도착했고 이미 갑판에서 대기하고 있던 요원들은 하나둘씩 항구로 내리기 시작했다.
"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저희는 이대로 중국지부에 물자를 조달하고 올테니 적어도 3일은 걸릴 것입니다. "
선장이 제일 뒤 늦게까지 남아있던 쿄우에게 말했다. 쿄우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오른 손을 들어올려 작별인사를 고했고 그대로 배에서 내렸다. 배에서 내린 요원들은 곧바로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역시 보이는 것은 흐릿한 도시의 모습과 안개뿐이였다.
제일 후열에 있던 쿄우가 배를 내리자 배는 곧바로 항구에서 떠났고 천천히 다가오는 쿄우에게 채원이 지도를 건네주며 말했다.
" 그들이 있는 곳은 북구의 끄트머리인거 같아. 길이 강변쪽으로 나 있으니 그쪽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아. "
" 그래. "
쿄우는 채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다.
" 이 곳은 아우스간의 활동구역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전하진 않으니까 방심하지마. 소은과 에반은 후방을 경계하며 따라와줘. "
" 알겠습니다. "
" 알았어. 누나. "
곧바로 쿄우를 선두로 그들은 걸어가기 시작했다. 채원이 쿄우의 바로 옆을 따라 걷기 시작했고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주로 채원이 묻고 쿄우가 대답하는 방식이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뒤따라가며 보고 있던 에반이 옆을 걸어가고 있던 소은에게 말했다.
" 누나. "
" 왜? "
" 채원누나가 오히려 더 빠진 거 같은데. "
" 큽. "
에반의 말에 소은이 순간 목밑에서 올라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만 웃어버렸다. 다행이도 그 순간 입술을 깨물었기 때문에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곧 소은은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 몇년만에 만났으니까, 할말이 많겠지. 거기다 이미 이 지역은 달늑대가 한번 테러조직들을 소탕한 지역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보좌관님은 제대로 일 하고 있잖아? "
소은의 말에 에반은 고개를 돌려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녀의 말대로 채원은 얼굴에 미소를 만개하며 쿄우에게 열심히 말을 하고 있지만 쿄우는 그렇지 않았다. 확실하게 대답을 하면서도 두 눈은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 그건...그렇네. 하지만 어제 찾아보니 저 츠루기노미라는 사람, 수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던데? "
" 응? "
갑작스러운 에반의 말에 소은은 에반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였다. 그건은 마치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했고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표정도 짓고 있었다. 에반은 조금 생각에 빠진듯 시선을 살짝 내리며 말했다.
" 저 사람. 어떻게 그 많은 사건에서도 혼자 죽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던거야? 같이 갔었던 요원들의 대부분은 죽었잖아? 거기다 기록도 다 이상해. "
" 뭐가 이상해? "
" 하나같이 두루뭉실하게 기록이 되어 있어. 예를 들어서 같이 임무에 나갔던 요원들의 이름이 다 자세하게 적혀있는게 아니고 그냥 요원들같이 퉁쳐 있어. 그런 기록속에서 저 사람의 이름만이 자세하게 나와있다고. "
" 공부 많이 했네. 책보는거 진짜 싫어했으면서. "
" 아 진짜. 언제적 이야기하고 있는거야. "
소은이 에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표정이 잘 변하지 않는 그녀의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에반은 그것조차 싫은 모양인지 짜증이 반 정도섞어 투덜거렸다.
" 실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은거야? "
" 난 내 눈으로 본 것밖에 안 믿어. 누나도 알잖아. "
" 그럼 한번 붙어보면 되겠네? 저기요! 보좌관님. "
" 어어? "
에반의 말에 소은은 곧바로 앞에 걸어가고 있던 쿄우에게 말했다. 순간 그들모두의 걸음이 멈췄고 앞서 걷고 있던 쿄우와 채원은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 무슨 일이지? 이소은 요원? "
" 에반이 보좌관님의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답니다. "
" 아 진짜. 왜 그래. 소은누나. 진짜 말도 못하나. 아닙니다. 보좌관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쿄우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었다.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소은과 비교해도 더 했다.
" 지금은 임무중이다. 에반 작센 요원. 너의 요청은 임무가 끝나면 들어주도록 하지. "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었던 모양인지 쿄우는 자기 할말만을 하고는 다시 앞을 바라보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곧 모두가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고 채원은 후열로 잠깐 가더니 말했다.
" 갑자기 왜 그래? 에반? "
" 아니 그냥 단순한 의문이였을 뿐이야. 진짜. "
" 그래? 하긴 너는 한번도 쿄우를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 임무로 그에 대한 인상이 많이 바뀌게 될꺼야. 적어도 실력으로는 그를 의심할 수 없을껄? "
" 누나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렇겠지. "
" 하하. 귀여운 것. "
순순히 말을 듣는 에반의 머리를 쓱쓱하고는 쓰다듬고는 채원은 곧바로 다시 쿄우의 옆으로 갔다. 그들은 그렇게 한참을 걸었고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굳이 따로 그들을 찾아야될 필요도 없이 그곳은 마력안개로부터 안전한 지역이였다.
마치 선으로 가르기라도 한듯 부산 북구와 양산 가산리의 경계를 기준으로 마력안개는 더 이상 퍼지지 않고 있었다. 이미 안개 너머의 안전지대에 임무를 의뢰한 자들이 떠날 채비를 마치고 무리지어 있었다.
안개속에서 나온 에반을 제외한 랑요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에게로 걸어갔다. 하지만 에반은 이 작위적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눈썹을 찌푸리고는 뒤돌아서서 더 이상 퍼지지 않고 멈춰있는 마력안개들을 바라봤다.
" 에반? 뭐해? 빨리 와. "
그런 에반을 채원이 부르자 에반은 그들에게로 돌아갔다.
" 어서오십시오. 달늑대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저희들을 도와주셔서 말입니다. "
" 안녕하세요. 저는 달늑대 특수부대 랑의 부대장인 하채원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부대 보좌관인 츠루기노미 쿄우 요원. 그리고 부대원인 이소은과 에반 작센입니다. "
" 이대로 출발하면 됩니까? "
하채원의 인사가 끝나자 쿄우는 곧바로 본론부터 물었다. 조금은 무례한 행위였지만 애초에 이민을 요청한 것은 그들이였기 때문에 그들은 아무런 불만을 말할 수 없었다. 물론 표정이 조금 나빠지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의뢰할때도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그 아이가 아직까지도 떼를 쓰고 있는 상황이라.... 여기까지도 겨우 데리고 왔습니다. "
" 어디에 있습니까? "
" 대기열의 제일 후미에 있습니다. "
" 일단은 만나봐야 설득을 하든 할테니 만나보자. "
"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기절시켜서 데려간다. "
쿄우의 말에 그곳에 있던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그의 말이 예상외였고 그가 그런 말을 할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였다.
"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보좌관님. 저는 그 판단에 따를 수 없습니다. "
" 따를 수 없다고? 각하께 듣지 못했나? 나의 권한은 대장급이다. 일개 요원인 너가 불복하게 되면 그것은 엄연한 범죄가 된다. "
"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아직 어린 소녀에게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가능한 원만하게 해결해야 되는거 아닙니까? "
" 충분히 원만한 방법이다. 애초에 그 소녀를 설득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시간을 쓰게 되어 임무에 지장이 가게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원만치 않은 방법이 아닌가? 에반 작센. "
" 그래도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하다하다 못해 선택하는 방법이라면 몰라도 처음부터 그런 방법은 취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
쿄우와 에반의 대화는 더욱 격화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채원이 곧 그들 사이로 끼어들며 말했다.
" 잠깐, 그만 싸워. 여긴 달이 아니야. 둘이 싸워서 될 일이 아니라고. "
" 싸우지 않았다. 명령불복종을 한 건 저녀석이다. "
" 불합리한 명령입니다. "
" 에휴. 쿄우. 에반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그 판단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어. 일단은 소녀를 만나보고... "
"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
채원이 둘의 사이에 끼어들어 어떻게든 중재를 해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둘은 서로 양보하지 않았다. 채원은 그래도 포기하지않고 차선책을 말할려고하는 순간 저 뒤쪽에서부터 잠결과 짜증이 섞인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형적인 동양인의 모습인 흑발과 검은 눈에 귀여운 원피스를 입고 있는 소녀가 나타났다. 한손에는 상어인형을 품에 쥐고는 다른 손으로는 눈을 비비면서 짜증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달늑대제복을 입고 있는 랑요원들을 발견하자 순간 잠이 확 깬 듯 소녀의 표정은 더욱 나빠졌다.
" 저 사람들 뭐야. 나들이온거라면서? "
소녀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 나들이온거라면서 저 사람들은 뭐냐고!!!! "
소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대로 목소리에 담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였다. 그 순간 소녀는 분노와 함께 마법을 사용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순간적으로 날라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허공을 날았다. 일부는 강으로 다른 일부는 그대로 지면으로 추락하며 피를 토해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그들의 리더는 곧바로 쿄우를 바라봤다. 그 표정은 마치 그녀를 막아달라고 하는 듯 했다. 쿄우는 곧바로 검을 뽑아들고는 소녀에게로 달려갔다.
마냥 가까이에 있었던 것은 아니였기때문에 소녀에게도 쿄우의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소녀는 곧바로 눈을 비비던 손을 쿄우에게로 향하더니 자신의 마법을 발사했다. 소녀의 손끝에서 투명한 무엇인가가 바람과 함께 쿄우에게로 날아갔다.
쿄우는 그 공격을 피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를 보고 있던 에반이 말했다.
" 전혀 막을 생각을 하지 않는데, 괜찮은 거야? 저 공격, 중상이지 싶은데. "
" 후후. 아까전에 궁금해했던 그의 실력을 볼 기회잖아? "
채원의 대답에 에반은 그를 쳐다봤다. 아무리 그래도 공격을 방어나 회피를 하지 않고 그대로 돌격을 한다는 것은 조금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방금 의견충돌이 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부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였기 때문에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쿄우의 표정 역시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그대로 그 공격을 향해 돌격했지만 그 공격이 자신의 코앞으로 다가오자 순간적으로 검으로 그 공격을 두동강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들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 사이코키네시스인가. 아니 마력도 섞여있긴 한걸봐서는 너는 매우 유능하군. 소녀. "
" 대단한데. 이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도 내 공격을 막기는 커녕 피하지도 못했는데 아저씨 좀 하나봐? 그리고 내 이름은 김유미라고! "
소녀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쿄우는 순간 소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이윽고 변하지 않았던 그의 표정이 약간 느슨해지는가 싶더니 곧 다시 뻑뻑하게 굳었다.
" 뭘 그렇게 뻔히 쳐다보는데? "
" 아무것도 아니다. 김유미. 얌전하게 달로 따라올 생각은 없나? "
" 그럴 생각 없는데? "
소녀는 대답을 끝마치자마자 마치 공을 던지듯이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염력이 담긴 투명한 구체가 나타나 쿄우에게로 날아갔다. 하지만 쿄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구체들을 전부다 두동강내버렸다.
" 좋은 말할대 따라오는게 좋아. 그렇지 않다면 힘을 써서 널 데려갈 수 밖에 없다. 김유미. "
" 내 공격을 막는거말고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면서 뭘 하겠다고? "
김유미는 계속해서 쿄우에게 계속해서 염력이 담긴 구체들을 계속해서 발사했다. 쿄우는 계속해서 날아오는 구체들을 베어냈고 소녀는 끝을 낼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에반은 쿄우의 실력에 놀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인정하죠. 보좌관님은 확실히 강합니다. "
하지만 에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쿄우가 들고 있던 검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그 모습을 보고 소녀는 깔깔 웃으면 말했다.
" 하하하하. 이제 무기도 없네?? 이제 어떻게 날 데려갈껀데? "
쿄우는 자신의 부러진 무기를 보고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곧 날이 부서진 검을 바닥으로 던지고는 소녀,김유미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런 쿄우를 바라보고 소녀는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쿄우를 향하고는 말했다.
" 정말!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네! 이젠 안 봐줄꺼야. "
소녀의 표정이 급변했다. 집중하는 모양인지 그녀의 주위로 모든 물체들에게 흰색 외곽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투명한 구체뿐만이 아닌 주위에 있던 모든 것을 쿄우에게로 던져버리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에 내리는 비와도 같이 피할 구멍은 없어 보이는 공격이였지만 쿄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공격을 피하면서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소녀는 그런 쿄우에게 더욱 거세게 공격했다. 하지만 쿄우는 계속 전진했다. 곧 쿄우는 소녀에게 도착한다.
쿄우의 손이 소녀에게 닿으려고 하는 순간에 소녀는 순간 놀랐다. 아니 계속해서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을 계속해서 피하며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아주 조금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손이 자기에게 닿으려고 하는 순간 그 감정은 최고조 달아올랐다.
" 안돼!!!! "
소녀는 소리질렀다. 그 순간 쿄우는 공중에 떴다. 날아가고 있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했다. 소녀의 비명과 함께 소녀는 자신의 전방위로 엄청난 범위형 염력을 구사했기 때문이였다.
전방위였기때문에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후퇴를 하면 피해는 없었겠지만 이미 소녀의 코앞에 있던 쿄우는 그 공격을 그대로 몸으로 다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공중을 날고 있던 쿄우는 곧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 힘이 얼마나 컸던 모양인지 낙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물에 부딪힐때까지 쿄우는 계속해서 굴러야 했다.
문제는 그게 아니였다. 소녀의 공격이 쿄우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그 공격을 맞고 날아갔다. 쿄우조차도 데미지를 입을 공격이였다. 이미 주위는 끔찍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날아가 다 부서진 가로등이 꽂히거나 처참하게 바닥에 떨어져 추락해 터지거나 말 그대로 죽음이 연출되고 있었다. 소녀는 순간 그 모습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이럴 생각이 아니였어... "
한걸음씩 뒷걸음치며 소녀는 자신의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눈에 띄이고 위험한 것은 소녀의 두눈에서부터 빛이 깜빡이고 있다는 것이였다. 에반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에반은 곧바로 자리에서 박차고 달려 나갔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소녀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잡은 채 계속해서 부정하고 있었다. 그럴 생각이 아니였다고, 이럴 생각이 아니였다고 계속해서 속삭이며 소녀는 마력폭발, 아포칼립스를 일으킬 전조현상을 겪고 있었다.
이미 이 지역은 아비규환에 빠져 있었다. 소녀의 폭발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버리고 나머지가 곧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기 시작했기 때문이였다. 결코 작은 수는 아니였기에 더욱 그랬다.
에반이 뛰어나감과 동시에 채원과 소은은 곧바로 남은 인원들의 교통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지금 소녀의 주위에 있으면 남은 인원들도 모두 죽게 될 것임은 틀림이 없었다.
에반은 곧 소녀에게 도착했다. 소녀는 에반을 보고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 내 잘못이 아니야. 죽일 생각은 없었단 말이야.... "
코앞에서 본 소녀의 모습은 에반의 가슴을 후벼팔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두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어린 아이 특유의 울먹임이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에반은 곧 소녀를 껴앉았다.
"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
갑작스럽게 생각지도 못한 포옹에 소녀는 울음을 멈췄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의 온기에 소녀의 두 눈이 자신의 얼굴 바로 옆에 있는 에반에게로 향했다.
" 하지만 내가 죽였어. "
" 네 탓이 아니야. "
" 그럼...누구의 탓이야? "
" 너를 이대로 방치하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우리들,어른들의 잘못이야. 너에게 큰 잘못은 없어. 앞으로 배워나가면 돼. 자신의 힘을 잘 제어할 수 있도록 말이야. "
에반은 곧 소녀를 품에서부터 놓고는 얼굴을 바라봤다. 눈물자국이 남은 소녀의 얼굴이 손을 얹고는 눈물이 맺힌 눈을 닦아주고는 미소를 지었다.
" 용기를 내. 너는 극복할 수 있어. 너의 능력만큼이나 너는 강해질 수 있어. "
에반의 미소에 소녀는 조금씩 진정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여전히 끔찍한 모습이 남아있었지만 소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는 에반의 손을 잡았다.
" 나 따라갈께. "
소녀의 말에 에반은 다시 한번 미소지었다. 그의 미소에 소녀도 작지만 미소를 지었고 에반도 소녀의 손을 잡고는 뒤돌아 채원과 소은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여전히 둘은 남은 인원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에반과 소녀의 뒤에서부터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강한 바람이 그들을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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