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 풀문 6
나는 꼼짝하지 않고 있는 그 기계의 앞에서서 그 기계를 바라봤다. 코앞까지오고 그 기계의 모습이 확연하게 보였다. 눈쌀이 찌푸려질정도로 이게 사람이 한 짓인가라고 생각할정도로 심한 몰골이였다. 양팔과 양다리는 이미 기계로 되어있고 그 접합부로 이어지는 인체부분의 상처와 흉터는 끔찍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가면에 손을 가져갔다. 텁하는 소리와 함께 그 가면을 쥐어잡은 나는 천천히 그 가면을 벗기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외로 가면은 벗겨지지 않았다. 탈착방법이 따로 있었는 모양이였었다. 내가 너무 힘을 줘서 빼려고 했던 모양이였는지 그 가면은 조금 삐걱거리더니 이내 얼굴과 가면사이로 약간의 틈새가 생겼고 그 틈새사이로 그녀의 검고 긴 생머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그 순간 잠깐 정신이 멍해졌다. 누군가가 나에게 입력이라도 한 것처럼 그 검은 생머리를 보자마자 누군가가 떠올랐다. 갑작스러운 두통, 나는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는 이마를 받치고는 약간의 신음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그 순간 나의 앞에 죽은듯이 가만히 있던 그녀는 갑자기 기동이라도 된듯 기계와도 같이 움직였다. 상체에 달려있는 기계팔에는 총의 기능도 있었던 모양이였는지 순식간에 변형되어 총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를 향해서 겨누었다.
척하는 소리와 함께 그 총구는 나의 이마를 가리켰지만 가면의 부서진 틈새사이로 그녀의 눈이 보였다. 그 눈이 나를 바라봤다. 나를 알아봤다.
" 대....장...? "
그녀가 속삭였다. 뭐라고 한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와 기계로 재생되어지는 목소리가 동시에 울렸기 때문이였다. 나는 그때까지도 아직 갑작스러운 두통에 움직이지 못했다. 나를 노리고 있던 총구는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걸음 한걸음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기계가 되어버린 자신의 양팔과 양다리를 보며 뭐랄까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은듯 했다. 그녀는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비명을 질렀다. 나 역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알 수 없는 두통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두통은 곧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나타난 건지는 모르지만 저 멀리서 달늑대 요원이 한명 달려왔다. 그 달늑대 요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대장!!!! "
똑같은 단어다. 아마 아까와 들었던 그녀가 말했던 말과 똑같은 단어였을거다. 나의 뒤에서 나타난 달늑대 요원은 리안나였다. 그녀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나의 앞에서 마치 오작동이라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주위의 담벽을 쓰러져있는 시체들을 난도질하고 부수고 있었다.
리안나는 순식간에 그녀에게 접근해 자신의 마법을 담은 강력한 주먹을 휘둘렀다. 그저 한방, 단 한방으로 그녀는 곧바로 담벼락에 또 한번 충돌했다. 충돌하는 순간 그녀는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이번에는 정말 큰 피해를 입은 모양이였는지 기계로 되어있는 팔다리가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축늘어진 그녀의 입에서부터 피가 흘렀다. 리안나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서는 말했다.
" 대장. 괜찮아요? "
" 리안나. 어떻게 여기에. "
" 1군단의 주된 일중 하나가 치안 아닙니까. 빈자리가 많이 생겨서 저희 2군단에서 그 자리를 메꾸게 됬습니다. 그것 그렇고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
" 나도 자세한건 잘 모른다. 나도 금방 이곳에 오고 적과 교전했던 참이였어. "
리안나는 곧바로 나에게 어깨를 빌려주며 나를 부축하고는 양팔이 기계로 되어있는 적과는 조금 떨어진 곳의 담벼락에 기대게 하고는
"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처리하죠. "
그녀는 담벼락에 박혀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손에 끼고 있는 검은색 가죽장갑을 더욱 강하게 쥐어끼며 리안나는 적의 모습을 살폈다. 그 모습을 보아 리안나의 전투준비는 무색하다할만큼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미 기절해버린 것 같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약간의 상체의 부푸러오름이 있는 것을 보아 죽지는 않은 모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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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앞에 기절해있는 적은 확실히 위험하다. 이대로 처리를 해야할지 그렇지 않다면 생포를 해야할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동료들을 보낸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눈 앞에 또 다른 동료들이 쓰러져 있다. 아니 죽어있다.
사실 화가 난다. 당장 눈앞에 있는 이 빌어먹을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다. 나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가면을 손으로 쥐어잡고는 그대로 벗겨냈다.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가면은 산산조각이 났고 그 밑으로 나타난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모르는 얼굴이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면 달늑대요원의 옷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정황상 그녀가 여기있는 모두를 죽였다는 것이 틀림이 없다.
그녀의 머리채를 쥐어잡았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녀는 그대로 나의 손에 끌려 축늘어졌다. 그녀의 눈은 초점을 잃어 풀려있었다. 코와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날붙이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기계로 되어진 양팔과 양다리로 축 늘어졌다.
고민할 것은 없다. 이미 그녀로 인해서 지금 이미 죽어버린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죽이는 것이 맞다.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손의 반대쪽 손을 들어올려 주먹을 쥐었다. 마법을 사용하고 확실하게 그녀의 머리통을 부숴버릴 생각을 했다. 주먹을 힘을 줬다. 그리고 그녀를 죽여버리고 할려고 하는 순간..
" 그만둬! 리안나. 그녀를 여기에서 죽일 수는 없다. 배후를 알아내야 해. "
뒤에서부터 유안 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틀린 소리는 아니다. 나도 그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다. 단지 최근에 너무나도 많은 동료들을 잃었다. 그뿐이다. 하지만 유안 대장의 목소리가 날 붙잡았다.
나는 쥐고 있던 주먹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손도 놓았다. 그녀는 정말 의식을 잃었던 모양이였는지 머리채를 잡고 있던 손을 놓자 바닥으로 추락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널부러졌다.
나는 곧바로 주머니속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본사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주위에 안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빨간...붉은 안개가 말이다.
순식간에 내가 들고 있던 휴대폰은 먹통이 되었고 본사에 채 연락도 하지 못한채 휴대폰을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해 산산조각이 났다. 나는 곧바로 유안 대장에게로 가서 주위를 경계했다. 하지만 유안 대장은 금새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 난 괜찮아. 그것보다 그녀를.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곳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보여야했다. 그정도로 먼 거리는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안개가 끼어있는 골목길은 그 모습조차 가리고 있었다. 어느방향인지는 안다. 나는 곧바로 그녀가 쓰러져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그곳에는 아까와도 같은 자세로 그녀가 쓰러져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녀에게로 가까이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바로 앞까지 발걸음을 마치는 그 순간 안개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거기까지. 더 이상 움직이지 말아요. "
척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등에서부터 총구가 느껴졌다. 날 더 협박할 셈인지 방아쇠를 당겨 장전까지 하는 소리를 이후에 냈다. 나는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하지만 들려왔던 목소리의 주인은 웃기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한번 속삭였다.
" 당신이 양팔을 올린다고 위험이 사라지겠어요? 리안나 오펜하이머 요원. "
붉은 안개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모습을 들어내지 않았다. 하지만 말하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 나는 거기 쓰러져있는 제 동료를 데리고 갈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
" 그걸 말이라고 해? "
" 그럼요. 아니면 당신은 죽을테니까....그래도 싫어요?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안개너머로부터 그녀가 한숨을 쉬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갑작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 당신. 지금 이 마력,안개를 난 본 적이 있어. 분명 그 이후로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추락신중 하나인 폴른의 마력과 매우 흡사해. 이 마력을 띄고 있던 사람을 한명 알고 있어. 하지만 당신은 아니야. 넌 누구지?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안개너머에서부터 또 다른 마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그것을 느끼고 그녀도 느꼈던 모양이였는지 우리의 시선은 그 마력의 방향으로 고정되었다.
황금빛 마력, 누군의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확한 용기. 안개의 너머에서부터 유안 대장이 나타났다. 대장의 마력, 황금과도 같은 색으로 빛나는 그 마력은 주위의 붉은 안개들을 마치 몰아내듯이 밀어내고 있었다.
곧 나의 등뒤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던 그녀 역시 더 이상 안개에 숨어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내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려있다면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없기에 나는 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알아내야 했다.
나와 그녀의 뒤에서 나타난 유안 대장은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마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놀란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유안 대장뿐이였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나의 팔을 꺾으며 날 인질로 잡았다.
순식간에 그녀에게 제압당한 나는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어진 채 말 그대로 인질이 되었다. 그 잠깐의 순간에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갔지만 그냥 일반적인 얼굴이였다. 하지만 유안 대장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장은 말했다.
" 소피...? "
대장이 말한 것은 그녀의 이름이였는 것 같았다. 소피...소피..아 그래 신생 랑이 만들어질때 그 부대원중 하나의 이름이였어. 소피 풀문. 하지만....분명 첫번째 임무에서 대장과 미츠루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몰살당했다고 유체조차도 못 찾았다고 했었는데.
" 그게 누구죠? "
하지만 그녀는 퉁명스럽게 그게 누구냐고 말했다. 정말 목소리만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였다. 정말 그녀는 소피 풀문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완고하고 차가운 말투였다.
" 더 이상 가까이 오면 이 사람을 죽여버릴테니까요. "
나의 관자놀이에 더욱 총구를 들이밀며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대장은 그처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대장의 마법인 용기가 발동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그의 용기에서조차도 슬픔이 있었다. 대장이 한걸음 다가왔다. 순간
탕!
그녀가 든 총의 입에서부터 불이 뿜어져 나왔다. 순간 나의 뺨에 마치 노린듯이 총알이 지나간 흔적이 남았다. 일자로 찢어진 나의 뺨에서부터 피가 흘러내렸다. 장난이 아니라는 듯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듯 그녀의 총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안 대장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고는 통했던 모양이였는지 더 이상 가까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난 봤다. 대장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대장의 안경너머로부터 대장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알아들었다. 나는 곧바로 온몸에 힘을 빼고 기다렸다.
쾅!
그 순간 믿을 수 없을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대장이 나를 잡고 있던 그녀를 밀쳐내고는 제압했다. 그녀도 자신이 인지할 틈도 없이 일어난 일에 매우 당황해하고 있는 모습이였다. 대장은 그녀의 얼굴을 코 앞에서 바라보며 말했다.
"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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