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국의 재난 3
달늑대 본사의 서쪽 입구 앞, 이곳은 달늑대 요원들이 출정하기 전 모이는 마치 학교의 운동장과도 같은 곳이다. 그곳에 공안국의 요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리고 단상에는 공안국의 간부들을 포함해 크레바스가 의자에 앉은 채 기다리고 있고 버드가 그들의 앞에서 요원들을 바라본 채 말했다.
" 매번하는 말이긴 한데 항상 조심해라. 이번 임무가 단순한 구조임무, 그러니까 사람들을 마냥 데려온다는 쉬운 임무라고 방심하지말고 항상 조심하라는 말이야. 잘 알아 들었냐? "
버드의 질문에 운동장에 모인 모든 요원들은 마치 건달마냥 모두 큰 목소리로 알겠습니다라고 외쳤고 그 소리를 듣고 있던 크레바스는 귀를 양 검지손가락으로 막고 있었다.
" 그래. 그럼 1조부터 차례대로 출발하도록 한다. "
버드는 말을 끝마치며 크레바스를 바라봤고 크레바스 역시 곧 귀에서 손가락을 뽕하고 빼고는 단상의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눈 앞에 조별로 줄 서 있는 곳의 제일 앞에 마력의 균열을 열었다. 공안요원들은 차례대로 그 균열로 걸어 들어갔고 이윽고 제일 마지막 조만이 남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남은 조는 앞조들에 비해서 인원이 많이 적었다. 거기다 그중 하나는 엄청나게 긴장이라도 한 모양인지 얼굴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단상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버드가 뒤에 있던 아카네에게 물었다.
" 쟤들이 우리들이랑 같이 갈 애들이야? 쟤들 들어온지 얼마 안 됐잖아? "
" 어쩔 수 없어. 애초에 우리팀에는 간부가 3명이나 있다고. 거기다 오히려 재들이 지원한거야. "
" 뭐? 지원했다고? 쟤 봐. 저기 저 다리 떨고 있는 애, 쟤가 지원했다고? "
" 어. 지원함. "
" 잡담하지 말고 저희들도 출발하죠. 크레바스씨도 기다리고 계시니까요. "
버드와 아카네가 만담을 하고 있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샤가 먼저 단상 밑으로 내려가면서 말했다. 이내 아카네는 당연하다는 듯이 버드를 뒤로하고는 아샤의 뒤를 따라갔고 버드는 이내 한숨을 쉬고나서는 미소지으며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크레바스를 지나치면서 그녀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크레바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버드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상의 밑으로 내려갔다.
밑으로 내려오자 함께 갈 새내기 요원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샤는 아무 말도 없이 균열의 옆에 자신의 마검 두자루의 손잡이 끝을 만지작거리면서 기다리기 시작했고 아카네 역시 그녀의 옆에서 대기했다.
곧 버드가 그들의 앞으로 나타났고 버드는 요원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 너희들이 나랑 같이 갈 녀석들이구나.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자. 나는 버드 카 라이니오스다. 뭐 말할 것도 없지만 공안국장이다. 너희들의 최고책임결정권자라는거지. 그리고 여기는 미츠루기 아카네. 그 옆에는 아샤 썬소로우다. 전부다 간부들이니 긴장하지 마라. "
" 그런 소리하면서 긴장하지말라고 하면 어떻게 해. 신경쓰지들 말아. 이 사람 제정신 아니니까. "
" 어? 농담인데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거야? "
" 어휴... "
다시 시작한 그들의 만담을 듣자 아샤는 곧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른 새내기 요원들 중 하나가 쿡하고는 웃었다.
" 야 봤냐? 아카네? 내 농담을 알아주는 녀석은 있다 이말이야! "
" 어련하겠어... "
" 하하하. 그럼 일단 너. "
버드가 자신의 농담을 듣고 웃어준...아니 애초에 농담때문에 웃은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여성요원을 가리켰다.
" 네? 저요? "
아침햇빛을 받아 빛나는 검은색의 허리까지오는 긴 머리카락.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는 여성이 들기에는 좀 크기가 커보이는 검이 인상적이었다. 혁대에 줄이 연경되어 검집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보였는데, 보기만 해도 무겁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 버드였다.
" 그래. 너. 너부터 자기소개를 시작하자. "
" 아 네. 저는 이민서라고 합니다. 이번 임무 국장님을 비롯한 다른 간부들님과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
" 그래그래. 그 다음은 너. "
이민서의 옆에 서 있던 남성요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버드는 말했다. 그 역시 검은색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버드만한 키에 다져진 몸에 기합이 딱 들어가 있었다.
" 예. 저는 황우진입니다. 국장님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음음. "
버드는 마지막으로 남은 요원에게 시선이 갔다. 이 요원이 아까 다리를 떨고 있는 요원이어서 그런지 버드의 입꼬리는 씨익하고 올라가 있었다.
" 남성식입니다! "
한껏 긴장된 목소리로 남성식은 자신의 이름을 소리쳤다.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지 그 목소리는 운동장에 울릴정도였고 어느새 단상위에 있던 크레바스는 다시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 그래. 기합 잘 들어가 있고 기운 넘치네. 이름을 들어보니 너희들인 첫번째로 한국에서 이민온 녀석들이구나. 벌써 요원으로 일할 나이가 되어 있었다니 시간 참 빠르네. "
" 대장님? 크레바스씨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가죠? "
버드가 다시 딴 곳으로 샐 기미가 보이자 아카네가 목소리에 힘을 딱딱 줘가며 말했다.
" 그렇네. 다른 조도 다 출발했으니 우리들도 가자. "
버드를 선두로 그들은 균열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균열속으로 사라지자 크레바스의 손길 한번으로 운동장에 있던그 많은 균열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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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이 다시 열렸다. 빙하의 균열과도 같은 그 균열속에서 버드가 제일 먼저 걸어나왔다.
" 켁켁. 뭐야 안개가 뭐 이렇게 심해. "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기침을 몇번 하더니 버드가 말했다. 이내 버드는 곧 뒤쪽에 있는 균열속을 바라보면서
" 마력안개가 심하니까 다들 준비 단단히 하고 나와라. 특히 새내기들. "
곧 균열속에서 아카네,아샤,황우진,이민서,남성식순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 역시 나오자마자 엄청나게 역하고도 강력한 마력안개에 기침을 했다. 하지만 그들 중 그 누구도 마력중독에 빠지지 않았다. 버드는 새내기들을 바라보면서
" 오우. 많이 성장했네. 아무렇지도 않은 걸 보면. "
" 근데 이렇게 아무것도 안 보여서야 그 현자님들의 소중한 사람들을 찾을 수나 있겠어? "
"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크레바스의 능력상 도착포인트만큼은 정확할테니까. 하 쿄우라도 데리고 올 걸 그랬나 아무리 그래도 아무것도 안 보이면 답이 없는데. 아카네. 니 눈으로는 뭐 안 보이냐? "
" 내 눈이 뭐 만능이야? 아무것도 안 보이는건 똑같아. "
" 하아. 어쩔 수 없지. 일단 안개가 얕아질때까지 이동하도록 할까. "
버드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발을 딛지도 못했다. 턱하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에 막혔기 때문이었다.
" 어? "
버드뿐만이 아니라 그곳에 있던 모두가 바닥에 무엇인가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버드는 곧 허리를 숙여 밑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이 점점 바닥에 가까워지자 그는 역할정도로 끔찍한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리고 그 악취를 참아내고 바닥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피가 있었다. 피가 흐르고 있었다. 보기만해도 속이 나빠지는 끈적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 버드가 허리가 숙인 것을 확인하자 그들 역시 아래를 바라봤고 모두 그 기이한 광경을 발견했다.
" 우웁. "
남성식은 참지 못하고 그대로 토를 해버렸다.
" 제대로 된 곳에 도착하긴 한 모양이군. "
" 그것보다 이 피들은 뭐죠? 사람들이 다 죽었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시체들은 어디에 간거에요? "
침착한 버드에 비해 이민서는 당황한듯 말했다. 황우진이 말을 이었다.
" 애초에 이곳은 현자님이 마력안개들을 다 정화해놓은 지역이 아니었습니까? 이정도의 마력안개량이라면 이미 다 생존자는 없지 않겠습니까? "
" 일단 둘 다 진정해. 그것보다 황우진 요원. 토하고 있는 남성식 요원이나 도와줘. "
당황해하고 있는 새내기 요원들에 비해 아카네는 침착한 표정으로 말하며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버드는 코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에서도 바닥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 있었다. 남성식이 곧 토를 멈추었고 아카네가 말했다.
" 국장님. 남성식 요원도 진정된 것 같은데 후퇴하죠. "
아카네의 얼굴은 진지했다. 새내기 요원들은 모두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버드와 아샤는 여전히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버드는 계속해서 생각에 빠져 있었다. 아카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들으면서 다시 생각하는 듯 했다. 아카네는 그의 생각을 예상한듯 버드에게 다가가서는 속삭였다.
" 국장님. 설마 이대로 살인자들을 추적할 생각은 아니시겠죠? 저희들은 괜찮겠지만 신참들에게는 분에 넘치는 임무가 될 꺼에요. 절대로 죽어요. "
" 역시 니 눈에도 뭔가 보이는게 있었나보군. 누군가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해치고는 어딘가로 데려갔다. 바닥에 끌린 자국이 있어. "
"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후퇴해야한다고요. "
" 후퇴할려면 전부 다 해야해. "
" 하면 되잖아요! "
버드는 이를 악 물었다. 그런 버드의 심각한 표정을 알아봤다. 그 의미를 읽었다고 해도 될 정도다.
" 신참들을 뒤로할 정도로 위험한 거에요? "
" 확실한 건 아니야. 이대로 뒤로 하기에는 너무 찜찜할 것 같아서. "
" 특급비밀정보죠? "
" 그래. "
버드의 말을 들은 아카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지금 후퇴하는 것이 가능하다. 크레바스덕분에 달늑대 요원들은 이제 전 세계, 어디라도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으니 말이다. 복귀하는 것 또한 같다. 하지만
" 너희들은 신참요원들을 데리고 먼저 후퇴해도 좋다. 나는 능력상 그렇게 복귀에 큰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 하하. 근데 너 진지해질때마다 존댓말쓰는거 생각외로 귀여운데. "
" 지금 그게 할말이에요? "
버드는 연신 키득거리더니 곧 뒤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 아샤. 잠깐 이쪽으로 와봐라. "
호출을 받은 아샤는 금방 버드에게로 다가와서는 말했다.
" 무슨 일이죠? "
" 너는 이대로 아카네와 저기 새내기들이랑 같이 후퇴해라. "
" 뭐라구요? "
" 애초에 마력안개가 이렇게 짙어서야 조사하는 것은 무리고 정황상 생존자는 없을거다. "
" 임무를 포기하는 건가요? "
" 그렇게 되겠네. "
" 국장님은요? "
" 난 남아서 조사를 진행한다. "
" 그럼 저도 남을게요. "
" 어? "
" 안돼요? "
" 아니 안돼진 않고 든든하지. "
" 그럼 됐네요. "
아샤는 자기 할말만을 끝내고는 바로 신참요원들에게로 걸어갔다. 그런 아샤를 바라보며 버드는 조금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국장님. 진짜 괜찮은거죠? "
" 그래. 걱정하지말고 새내기들이랑 먼저 돌아가 있어. "
아샤가 신참요원들에게 이야기를 끝마친 모양인지 다시 버드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온 것은 아샤뿐만이 아니었다.
" 국장님. 저희들도 같이 가겠습니다. "
"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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