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것 그리고 2
타오르는 불꽃, 주위의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만 같은 자욱한 퀘퀘한 연기가 하늘로 피어 올랐다. 그 아래로 불꽃을 머금고 있는 상처입은 건물들은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는 가운데 그 지옥의 사이로 그들이 나타났다.
블랙홀과도 같아 보이는 마력의 역류가 일어났다. 검은색의 마력을 띄고 있는 그 마력의 왜곡속에서 유안과 엘렌 그리고 그 왜곡을 만들어낸 또 다른 부서진 얼굴이 걸어나왔다. 부서진 얼굴은 곧바로 그 구멍을 메우고는 그들에게 말했다.
" 여기에 계실겁니다. "
그 말만을 남기고는 유안에게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했다. 그리고 불이 타오름으로 인해 생기는 빛의 반대편으로 생긴 어둠속으로 유유히 사라져갔다.
부서진 얼굴이 사라지자 엘렌은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보고는 말했다.
" 정말 여기에 있는거 맞아요? "
그녀의 말을 들은 유안 역시 주위를 둘러봤지만 처음에 도착했을때와 다르지 않았다. 주위에는 그 어떤 생명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주위에는 화재뿐만이 아닌 대기중에 퍼져있는 강한 농도의 마력도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 마을에 살아있는 사람이 운 좋게 화재를 피해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마력에 의해 중독을 일으켜 즉사할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엘렌은 영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이 만나려고 하는 것은 다름이 아닌 자카스 세르파였다. 왜 유안이 자카스를 만나려고 하는지는 엘렌은 몰랐다. 그저 결심을 내렸다고 추측했다. 진리를 따를 결심. 존재를 양보하고 더 이상 자신의 존재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는 그랬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정작 그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랐지만 그는 불타고 있는 마을을 유심하게 둘러보고 있었다.
유안은 주위를 둘러보다 갑자기를 고개를 멈췄다. 뭔가가 들려온듯 그는 엘렌에게 말했다.
" 무슨 소리 안들렸어? "
" 응? 무슨 소리? "
엘렌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였다. 아니 그녀는 듣지 못했던 모양이였다. 유안은 금새 소리가 난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몇개의 붕괴된 건물을 지나 그는 한 잔해의 앞에 섰다.
끔찍하게 부서져내린 건물의 속에서부터 무엇인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때가 되서야 유안의 뒤를 따라온 엘렌에게도 그 신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곧 유안은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가 거느리고 있는 혼돈의 반, 부서진 얼굴들을 모조리 다 소환해서 순식간에 잔해더미들을 다 치워버렸다. 그리고 그 속에는 두명의 사람이 있었다.
젊은 성인 여성과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성인여성은 이미 죽어있었다. 온몸에는 화상자국이 있었지만 죽은 원인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아마 잔해에 깔려 죽은후 입은 화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성인 여성의 옆에 여자아이가 아직 살아있었다. 성인여성에게는 있는 화상이 여자아이에게는 없었다. 잔해에 깔려 상처를 입긴 했으나 죽을정도는 아니였나보다. 그대로 방치됬었다면 죽었겠지만.
여자아이는 속삭이고 있었다. 엄마,아파,숨을 잘 못 쉬겠어같은 어느 자연재해가 일어난 불행한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유안은 그 여자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유안을 바라보는 엘렌은 말했다.
" 구하고 싶어요? "
그의 마음을 꿰뚫는 정확한 질문이였다. 유안은 구하고 싶었다. 눈 앞에 죽어가는 이 여자아이를 구하고 싶었다.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 적어도 눈앞에 있는 사람만큼은 구하겠다고 결정하지 않았나.
" 당신은 더 이상 유안 풀문이 아니에요. 그렇죠? "
그녀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맞는 것도 아니였다. 그럼에도 그는 눈앞에 있는 소녀를 방치해둘 수 없었다.
그는 쓰러져있는 소녀를 들러올려 품에 안았다. 소녀의 몸은 지독하게 망가져 있었다. 벽돌더미나 철근이 지독하게도 소녀의 몸을 꿰뚫어놓고 있었다. 깔려 짓눌려진 것 이외에도 다른 상처도 많았다.
" 유안. 자카스에게로 가기로 한거 아니였어요? "
엘렌이 소녀를 품에 안은 유안을 보고 말했다. 딱히 소녀를 구하는 것에 이의를 품고 있는 말투는 아니였다. 이런 상황이 한 두번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자각하고 있기에 하는 확인차의 질문이였다.
유안의 옆으로 금새 이곳에 왔을때 같이 왔던 부서진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유안이 이런저런 질문을 하자 곧장 대답했다.
" 지금은 자녀분께서 휴식을 취하시는 시간이라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방금 빠져나왔던 달로 다시 간다는 것이 저에게는 그 이해가... "
하지만 곧 유안의 시선 한방으로 부서진 얼굴은 다시 균열을 열었다. 이번에는 심혈을 기울여 열었던 모양인지 그 균열의 속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병원의 한 진료실이였다. 그 진료실의 안에는 메피 리스가 있었다.
유안은 금새 균열속으로 걸어가기 위해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런 유안에게 엘렌은 말했다.
" 자카스에게는 내가 가볼테니까, 하고 싶은대로 하고 있어요. "
유안은 균열속으로 들어갔다.
균열을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놀라 의자에서 뒤로 넘어진 메피 리스의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였다.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돈되지 않는 잿빛의 긴 장발, 기계로 되어있는 한쪽 팔다리들 그리고 방금이라도 전쟁이라도 하고 온듯해보이는 다 헐어빠진 요원복까지.
갑작스럽게 당황해 자빠진 리스였지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금새 그의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 유안!! 대체...그 모습은... "
그의 말대로 유안의 모습은 끔찍했다. 그가 품고 있는 소녀 역시 끔찍했다. 유안은 곧 진료실의 바로 옆방에 있는 수술실로 들어가 소녀를 수술대에 올려놓고는 따라오는 리스에게 말했다.
" 리스씨. 제사한 것은 나중에 말해드릴테니 이 소녀를 구해주세요. "
리스의 눈에 유안의 눈이 비춰졌다. 리스는 그 눈을 알고 있다. 유안 풀문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될 만큼 누군가를 구하고 싶어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눈동자였다. 리스는 곧 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알았네. 알았어. 수술보조나 해줘. "
소녀를 살리기 위한 수술이 시작됬다. 부서진 뼛조각을 빼내고 부서진 뼈를 붙이고 상처입은 혈관을 치료하고 괴사한 피부조직조차 살려내기 시작했다. 리스는 소녀를 치료하는 도중 유안에게 말을 건네왔다.
" 이 소녀는 어디에 있었길레 이런 상처를 입었던 거야? "
" 화재현장에서 발견했습니다. 무너진 건물에 깔려 있었습니다. "
" 근데 화상입은 곳이 하나도 없네? "
" 그것은 저도 의아했습니다만 아마 이 소녀가 지닌 마력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
" 음....그럴수도 있지. 근데 아무리 불속성에 친화적인 마력이라고하지만 전혀 상처를 입지 않는정도라고 한다면... "
리스는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술에는 영향이 가지 않을정도로 말이다.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소녀의 몸은 복원되어가기 시작했다. 리스의 실험을 처음 본 유안은 그런 광경을 보며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생각을 마친 모양인듯 리스는 들고 있던 수술칼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 기적급의 마력순도라도 지니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할껄? "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지금 소녀의 마력순도는 기적은 커녕 평범한 수준입니다. "
" 그런가? 그렇다면 기적급순도를 가진 인재를 꾸준히 배출한 집안사람일지도 모르겠군. "
리스는 싱크대에서 가 물을 틀고는 손을 씻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 음...그런 집안이라고 해봤자 불속성마력을 가진 집안은 몇 없지. 근데 유안. "
" 왜 그러십니까? "
" 이 소녀 아까부터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거 같은데, 손에 뭐 쥐고 있는거 아니야? "
리스의 말대로 소녀의 주먹은 꽉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무엇인가가 쥐어져 있었다. 유안은 곧바로 소녀의 손을 살폈다. 소녀의 손에는 꽉 쥐어서 다 찌그러진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을 펼치는 순간 유안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리고는 그 사진을 리스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 이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사람, 자카스의 부모님 아닙니까? "
넘겨받은 사진을 바라본 리스는 유안과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 설마....세르파에 정식등록된 자식은 자카스밖에 없다고...? "
금새 유안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일단 사실확인을 해야했다. 유안은 곧 부서진 얼굴의 이름 중 하나를 속삭였다. 곧 그의 옆으로 공간이동을 사용할 수 있는 부서진 얼굴이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가면을 얼굴에 쓰고 있는 부서진 얼굴이 나타나자 리스는 끔찍하게 놀라며 말했다.
" 부서진 얼굴...? 유안..자네..."
" 자세한 것은 나중에 말해드리겠습니다. 금방 다시 돌아올테니 그 소녀를 잘 부탁합니다. "
유안은 금새 어둠속에서 나타난 검은 균열과 함께 사라졌다. 리스는 사라진 균열쪽을 바라보고는 뭔가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안이 다시 나타난 곳은 달늑대의 기록보관소였다. 이 기록보관소는 일반적인 기록을 보관하는 것 이외에도 다른 것들도 보관되어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사망자 혹은 실종자들의 물건이였다.
유안은 순식간에 J열로 이동했다. 누구를 찾는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곧장 Jack'as라고 적혀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도 역시 큰 사진이 담겨있는 큰 액자가 있었다. 유안은 들고 있는 사진과 그 사진을 비교해봤자. 구도도 다르고 자세도 다르지만 정확하게 그곳에 있는 것은 자카스의 부모님이였다. 서로 태워진 부분은 군데군데 있었지만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유안은 금새 생각에 빠졌다. 자카스는 자신의 동생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왜 북미가 아닌 유럽쪽에서 그녀가 발견되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자카스는 동생의 존재 사실을 몰랐던 것인가. 아니 모를리는 없을 것이다. 유안은 더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 순간
" 어이 거기 당신 누구야?! "
탕!
털썩.
순식간에 기록보관소를 경비하고 있던 요원이 다가와 유안에게 말을 건넸지만 유안은 순식간에 총을 뽑아들고는 그 경비를 죽여버렸다. 유안은 갑작스럽게 행동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두 눈을 질근 감았다. 그리고 유유히 그곳에서 다시 빠져나갔다.
메피 리스의 수술실. 아직도 소녀는 수술대에 누워있는채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리스는 주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방 돌아온다는 유안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고 딱히 해야할 일도 없었기에 그렇게 멍하게 있었다. 하지만 곧 소녀의 눈꺼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스는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에게 다가가 얼굴을 확인했다. 확실하게 눈꺼풀이 움직이고 있다. 곧 소녀는 눈을 떴다. 리스가 소녀에게 말했다.
" 꼬마아가씨. 정신이 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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