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스간 21
방안에서 아이린이 저 멀리, 아직까지도 실험에 협력적이고 열심히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몰두하고 있는 하채원을 방탄 유리의 너머에서 바라보면서 말했다.
" 그래요? 그가 당신에게 직접 찾아왔다구요? "
" 네. 아이린님. 이제 슬슬 각오를 하셔야 될 것같습니다. 거기다 아마 달늑대 전체가 도청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이 건물을 샅샅이탐색했지만 도청장치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
" 어머...행동이 빠른 걸요? 아마 도청장치의 문제가 아닐지도 몰라요. "
" 마법이라고 말씀하시고 싶은겁니까? "
" 맞아요. 아직 3군단은 오빠의 편이니까요. 적어도 크레바스 요원이 그의 편을 들고 있는 이상은 절대 우리쪽으로 붙지 않을꺼에요. "
" 우리에게는 절대로 협력하지 않겠군요. "
굵은 유리창 너머로 하채원이 자신의 마력을 컨트롤하고 있다. 눈에 보일정도로 강렬한 마력이 그녀의 손짓에 각종 마력으로 변해갔고 영창도 없이 강력한 공격마법을 표적을 향해 발사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느낄 수 밖에 없는 큰 진동이 연구동에 울리기 시작했다. 마법을 맞은 표적은 산산조각이 나서 그 자리에서 없어졌다. 몇개의 조각만이 그곳에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파괴력은 상상이상이였는 모양인지 아이린은 조금 당황하며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책상위에 있는 기계의 버튼을 누르고는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대고 말했다.
" 하채원 요원. 요청한 것 이상의 화력이에요. 아직 조절하기가 힘든 모양이군요. "
아이린의 말이 하채원이 있는 방의 천장에 달려 있는 꼭대기로부터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하채원은 자신이 끼고 있는 한쪽밖에 없는 헤드이어폰의 버튼을 누르고는 말했다.
" 죄송합니다. 아이린씨. 아직은 이게 제 마력이라는 느낌이 안들어요. 거기다... "
그녀는 무엇인가를 더 말할려고 했다. 하지만 순간 잊어버린듯 눈썹이 일그러지며 생각에 빠졌다. 끝내 떠올리지 못한듯 그녀는 말했다.
"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음 표적을 준비해주세요. 이번에는 정확하게 다뤄내볼테니까요. "
" 좋아요. 하채원 요원. 다른 실험은 다 끝났으니 이번 마력제어실험이랑 마력구속실험만 마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
곧 방의 끝이 열리고는 새로운 표적이 나타났다. 아이린은 버튼에서 손을 떼고는 숨을 죽이고 다시 그 모습을 지켜봤고 하채원 역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언버그는 못마땅한듯 그녀를 보고 말했다.
" 어째서 아직까지 저 여자에게 신경을 써주는 겁니까? 이미 연구결과로도 그녀는 이곳에서 나올수가 없지 않습니까. "
그의 말을 들은 아이린은 곧 금방 들었던 차트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그에게 옮겼다. 미소를 지으며
" 당신의 그런 솔직한 면과 궁금하면 바로 물어보는 버릇은 마음에 들어요. "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는 합니다만 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
" 음.... 그래요. 이건 단순한 지식욕일뿐이에요. "
" 예? "
아이린이 들고 있던 펜대로 자신의 입술을 지긋이 누르면서 생각에 빠지더니 곧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질문의 대답을 들었음에도 아이언버그는 오히려 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충격이였던 모양이였다. 그런 그에게 다시 아이린은 말하기 시작했다.
" 사실은 조금 신경쓰이는게 있어요. 그녀를 조사해보면 그걸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해서 말이에요. 그것만 알게 된다면 당신이 원하는 지도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죠. "
" 알아낼 수는 있는 겁니까? "
" 걱정말아요. 이제 정말 한끗만 남았으니까요. "
" 그렇다면 기다릴 수 밖에 없겠군요. 그렇다면 저는 계속해서 그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겠습니다. "
아이언버그는 곧바로 아이린의 대답을 듣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 아이린 역시 대답할 생각이 없던 모양이였는지 다시 하채원과 함께 실험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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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단 사무실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줄리안에 비서요원은 그에게 정중하게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줄리안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 보이는 것은 그의 두 눈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는 것 뿐이였다. 한동안 그렇게 가만히 있자 답답한 모양이였는지 비서요원이 다시 그에게 물었다.
" 저기...줄리안 막시모프 요원님? 2군단에는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
말을 끝내며 그의 얼굴을 쳐다본 비서요원은 그의 두 눈이 황금빛 마력으로 빛나고 있는 것을 보자 당황했다. 그 모습은 마치 마력중독자들이 내뿜는 것, 특히 전에 달늑대 본사에 나타났던 하채원이 내뿜고 있는 모습과 별 다를게 없어 보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뭔가 따뜻한 느낌이였다.
줄리안 역시 나쁜 뜻이 있었던것은 아니였던 모양이였다. 단지 조금 집중이 필요했기 때문에, 잠깐 무시했을 뿐이였다. 곧 그의 두눈의 황금빛이 서서히 사라지자 곧 그는 자신을 뻔히 쳐다보고 있는 비서요원을 보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아. 죄송합니다. 단지 2군단의 사무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이 두눈으로 보고 싶었습니다. 볼일은 없으니 아무런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
줄리안은 그 말만을 남기고는 곧바로 들어왔던 문을 다시 열고는 2군단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열렸던 문이 다시 닫히면서 보이는 것은 얼이 빠져있는 비서요원의 표정이였다. 문이 닫히자 줄리안은 곧바로 승강기의 버튼을 누르고는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의 기분은 꽤나 좋아보였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승강기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띵동이라는 소리와 함께 승강기의 문이 열렸다.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탑승했고 1층의 버튼을 누르고는 닫힘버튼도 함께 눌렀다. 곧 승강기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그 순간 승강기의 천장에 달려있는 전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전기에 무슨 이상이 생긴것 같아보였지만 줄리안은 그 모습을 보자 오히려 다시 한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예상대로 승강기의 내부에는 검은안개가 끼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바로 코앞에서 가면을 쓰고 있는 여성이 나타났다.
" 이야. 그 모습으로 나타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
가면여성이 지긋이 바라보고는 줄리안은 그립다는 듯이 말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시선을 내려가면서 그녀가 입고 있는 의상을 감상하듯이 그리고 다시 시선을 올려 가면아래에 있는 얼굴을 보듯이 다시 말했다.
" 지금 그 가면을 벗고 루즈에게 가주면 루즈가 정말 기뻐해줄텐데 말이야. "
" 안됀다는 거 알면서 그런 소리하는거지? 지금. "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날이 서 있었다. 마치 화난 것처럼 보였다. 일반적인 언성이 커진 목소리가 아닌 차분하게 상대방의 잘못을 똑바로 지적하는 그런 시퍼럽고 차가운 화남이였다.
하지만 그런 화남에도 줄리안은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다. 그런 목소리조차 사무치는 그리움을 느꼈던 모양이였던지 그의 입꼬리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보이지 않는 가면 아래의 표정이 마치 한순간 변한것처럼 보였다. 아니 가면의 표정이 변했나?
그녀는 줄리안의 앞에서 그의 볼을 잡아땡기고는 말했다.
" 진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이 똥멍청이야. "
" 하하하!! 그 별명, 오랜만에 들어본다야. "
" 진짜 장난칠게 아니잖아. 진짜. "
" 미안해. 하지만 정말 오랜만이야. 플로렌스. "
줄리안은 곧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하자 플로렌스라고 불린 여성은 곧 잡고 있던 볼에서 손을 놓고는 깊은 충격이 담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 그래서 왜 그런거야. "
" 왜 그랬긴, 내가 안 그랬으면 거기 있는 사람들 죄다 죽일꺼였잖아? "
줄리안의 대답에 승강기 안은 갑작스러운 침묵에 빠졌다. 플로렌스의 가면이 마치 그를 노려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목의 각도가 딱 그를 올려다보는 각도였고 줄리안 역시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플로렌스의 목소리가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 너....분명 아무짓도 안 한다고 했잖아. "
" 아무짓도 안했는데? 그저 사무실에 잠깐 있었을 뿐이야? "
"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말해? 지금 나한테? 제정신이야? 니가 가진 이 최강에 근접한 고순도의 마력덩어리인 용기를 거기있는 요원에게 펑펑 뿌려놓고는, 뭐? 아무짓도 안해? "
보기좋게 딴청을 피우고 있는 줄리안에게 플로렌스가 그를 몰아붙이듯이 쏘아 말했다. 확실히 그 말투는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였는지 한걸음한걸음 플로렌스가 줄리안에게 다가갈때마다 그는 뒷걸음질을 쳤다.
곧 쿵하는 소리와 함께 줄리안은 코너로 몰렸다. 하지만 코너에 몰린 사람의 표정치고는 줄리안은 후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그녀가 쓰고 있는 가면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는 말했다.
" 진짜 거기있는 요원들 다 죽일꺼잖아. 단순히 그들을 죽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 "
" 어짜피 나의 정체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어. 거기다 내 소환체 역시 그렇지. CCTV에 기록이 남더라도 내가 누군지 그 누구도 몰라. 너도 알다싶이 세계가 리셋될때 나에 대한 기록은 완전히 말소되어 버리니까. 물질적인 기록이든 정신적인 기억이던 간에 말이야. "
" 그렇게 진짜 정적들을 다 죽여나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지금 달늑대 요원의 가치는 그 어떤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
" 그러다가 진짜 달늑대가 붕괴되어버리는 수가 있어. "
" 너가 선을 넘는다면 그렇게 되겠지. 이미 2군단장이라는 사람이 츠루기노미에게 대놓고 자신의 뜻을 스스럼없이 말했을때부터 너와 그들은 데드라인을 밟고 있었어. 서로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 "
" 그건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야. 거기다 달늑대가 단합이 되어있어야 외부세력들을 결집시킬 수 있어. "
" 아니, 외부세력들은 도움이 되지 못할꺼야. 그들은 지금 마력의 존재에 대해 막 접하고 알아가기 시작한 시점이야. 앞으로 십여년이 지난다고 해서 그들은 크게 성장하지 못할꺼야. 아포칼립스가 일어나는 순간, 그들은 전력외가 되어버리고 말꺼야. "
" 나와는 생각이 많이 다르네. "
" 위에서 많이 보고 공부를 했었거든. 전과 같은 방법으로 간다면 오히려 악수가 될꺼야. 전에는 모든 세력들이 똑같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 "
줄리안의 말에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 그녀의 가면에 가려진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쓸데없는 벽이 하나 생기기라도 한듯이 그녀는 그에게서 떨어졌다.
" 다시 한번 더 말한다. 다음부터는 그런짓 하지마. "
그것은 통보에 가까운 발언이였다. 줄리안 역시 이번의 일이 그녀가 생각하지 못한 예상외의 일이였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기에 날서린 그녀의 말에 뼈아픈 미소를 지을뿐이였다. 곧 승강기의 내부에 있던 검은안개가 사라졌다. 마치 멈췄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는 것처럼 승강기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1층에 도착하자 문이 열렸다.
줄리안은 곧 내릴려고 열린 문을 바라봤다. 열린 문의 밖에는 뜻밖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 오해할만한 사람이였기 때문이였다.
" 루즈? "
새빨간 색깔과 풍성한 머리결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보였다. 날카로운 눈매에 오똑한 코 그리고 조금 얇다고 생각되는 입술이 매력적인 여성이 그곳에 서 있었다. 줄리안은 그녀를 바라보며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의 표정은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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