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 11
사무실 문을 박차고 열며 아직은 장난기가 많아보이는 행동거지와 함박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달려드는 소년이 보였다. 그런거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마치 지인의 옛날사진이 가득한 앨범을 보는 느낌이다. 아 이 사람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이런면이 있었네하는 감정이다. 이 세계에 오고나서 정말 자주 느끼는 것같다.
어린아이는 아빠에게 안긴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얼굴을 파묻으며 미소를 지었다. 줄리어스 역시 그런 아들을 상냥하게 껴앉으며 한동안 조용하게 있었다. 어린아이의 뒤를 따라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이 따라 들어왔다. 나를 지나치며 고개를 까닥하고 인사를 하자 나 역시 이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유안. 아빠는 일하고 계시잖니. "
" 그치만... "
어린아이는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줄리어스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미소를 참으려했지만 숨길수 없는 근육의 떨림이 방해했다. 하지만 어머니인 그녀는 오히려 그런 줄리어스의 태도에 반하여 자신의 아들을 아버지의 품에서 떼어놓았다.
울먹이면서 떼를 쓸 것 같아보였던 아이는 생각외로 아무런 저항없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아버지에게서 물러났다.
" 무슨일이야? 히네. "
줄리어스는 자신의 아내인 히네 풀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고 팔을 내밀었다. 히네는 그런 줄리어스에게 자신이 안고 있는 딸, 유이 풀문을 건네며 말했다.
" 당신이 너무 일만 하니까 얼굴보기가 힘들잖아요. "
히네의 말에 줄리어스는 유이를 안고난 다음, 유안을 바라봤다. 유안의 표정은 히네가 유안의 질문에 대답하기전까지는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대답한후에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곧 줄리어스와 눈이 마주치고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 당신말이 맞아. 하지만 당신도 만만치 않다고? "
줄리어스의 말에 히네는 대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은 마치 더 설명하는것을 포기한듯한 미소였다. 줄리어스는 곧 안아든 유이를 보면서 흔한 아빠가 아기들을 웃게하려고 하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에베베하자 아기인 유이가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줄리어스와 히네 역시 미소를 지었다.
나의 시선은 그들에게 있었지만 한쪽켠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바데스에게로 천천히 옮겨갔다. 그의 표정은 미묘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풀문가족들이 서로 미소를 지으며 하하호호하고 있는 사이에 바데스의 옆으로 가서 그에게 물었다.
" 표정이 왜 그래. "
너무나도 생각에 빠져있던 모양이였던지 그는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듯 내가 말을 걸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 아름다운 장면이지 않나. 아마 줄리어스와 히네는 최고의 부모가 될 수 있을거다.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저 둘은 부모님이 없거나 일찍 죽었기때문에, 적어도 저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모르진 않겠지. "
" 뭐? "
" 하지만 저들의 행복도 오래가진 못할거다. 난 그게 슬플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것이 계속 반복되어 진다는 것도 슬플뿐이다. "
난 녀석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흔한 비관론자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는 슬픈일도 너무나도 많고 멈추지 않고 계속 일어난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라고 생각했다.
곧 히네가 자신의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사무실을 나갔다. 줄리어스는 그들을 사무실 바로 밖까지만 배웅을 하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 사적인 일로 미안하다. 어쨌건 에임, 너는 6부대에 배정이 되지만 6부대는 아직 특히 하는 일은 없어. 뭐 너가 이곳에 온 이유는 아까 말했다싶이 요원들에게 사격을 가르치면 돼. 일단은 4군단의 대장을 만나줬으면 좋겠다. "
" 메리 제인? "
" 잘 알고 있네. 여기에 오기전에 공부를 많이 해뒀는 모양이군. 좋은 일이야. 막 도착한 참이라 많이 피곤했을텐데 수고했어. 바데스, 그에게 숙소를 안내해줘. "
" 알았다. "
줄리어스의 말에 바데스는 곧바로 사무실밖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를 따라나섰고 사무실을 나가자 바데스가 말했다.
" 달늑대에선 모두 관사에서 생활한다. 물론 밖에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는 특히나 이번 6부대의 일원이 되기때문에 특혜는 더더욱 줄 수 없다. 그만큼 다른 원로들이 바라보고있는 6부대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 "
" 그렇구만. "
" 줄리어스의 말대로 많이 지쳐있을테지. 다른 원로들에 대한 설명은 다음으로 하도록 하지. "
본사의 건물을 나와 걸어서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 또 한번 그리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기숙사다. 나도 한때 살았던 그 기숙사다. 하지만 새로 올린 건물이였는 모양인지 상태가 아주 좋다. 바데스의 안내를 받아 로비까지 들어갔다.
아 이때는 사감이 없었나. 사감실이였던 곳도 그냥 방으로 되어있네. 나는 궁금해서 바데스에게 물었다.
" 사감은 없냐? "
" 나다. "
" 뭐? "
이 짧은 대화가 끝나자 우리는 한 방 앞에 멈췄다. 입구의 바로 옆에 있는 방의 문 앞에서 그는 방문을 열면서 말했다.
" 이곳은 6부대 전용 관사다. 아까 말했다싶이 6부대는 아직 딱히 하는 일이 없기때문에 대장인 내가 일단 이 관사의 사감으로 있는 것이고. 그리고 이 방이 너에게 할당된 방인 1번방이다. "
" 뭐? 1번? 에이미랑 허영신은? "
" 그녀들은 달늑대 본사에 있는 숙직실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곧 이곳으로 오게 될거다. 어찌됬건 내일부터 잘 부탁하도록 하지. 앞으로의 6부대의 시선이 너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말이야. "
" 야 잠깐..."
쾅.
바데스녀석 말하는 나를 두고는 그대로 방문을 닫아버렸다. 다시 열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녀석의 구두소리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곧 사라졌다. 방안을 둘러보자 그냥 평범한 방이였다.
하나 눈에 띈게 있다면 벽에 걸려있는 옷걸이에는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달늑대의 제복이 걸려있다는 점이였을까. 그것도 6부대전용 마크까지 박혀있고 내 이름...에임 파인사이트라고 적혀있긴 하지만 이것도 내 이름이니까.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고 뭐라도 하러 밖으로 나가야 하나, 나는 곧바로 방문을 열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니였으니까.
어딜 가볼까.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며 생각에 빠졌다. 어디든 가고 싶었다. 그 중에 하나만을 고르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아니 잘 생각해보니 하나만 안 골라도 되잖아. 나는 곧바로 사격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분명 엄청 낡았던 건물이였으니까 지금도 있겠지.
사격장을 향하여 가는 도중 횡단보도에 빨간불이 들어와 막혔다. 음 기다려야지. 빨간불인데. 그렇게 생각할려는 찰나에 순식간에 누군가가 옆을 지나갔다. 아니 앞에 차가 지나다니고 있는데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저건 마법이나 능력을 사용한게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녀가 어느쪽으로 갔는지는 정확하게 보였다. 나의 목표지와 같은 곳이였다.
사격장에 도착하자 역시나 건물이 존재했다. 아주 상태가 좋은 건물이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나는 사격장을 살펴봤다. 기본적인 구조는 똑같다. 그럴수밖에 없을테니 차치해두고 모든것이 새것이였다. 그것말고는 다른게 없었다. 음. 생각보다 더 대단한줄 알았는데 그래도 온김에 총이라도 쏴보고 가야지.
탄창 하나를 더 쓸 정도로 사격을 하고 있자, 옆자리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나의 과녘은 교체중이였고 그 짧은 시간이지만 뭐 옆사람이 얼마나 하는지 구경하는건 어딜가나 있는 일이잖아?
칸막이때문에 누가 쏘는지는 알수없었지만 실력만큼은 알수있었다. 끔찍했다. 외곽에 편중된 사격실력, 제대로 조준을 하는건지 의심스러울만큼 비규칙적인 탄착점이 인상적이였다.
" 풉. "
나는 그 실력에 무심코 웃어버렸다. 나는 순간 귀마개를 벗고는 옆칸막이에 귀를 데고는 옆사람의 상태를 살폈다. 그래. 안들렸을꺼야. 사격도 하고 있고 귀마개도 하고 있는게 순간 참지못한 웃음소리가 들릴리가 없겠지?
다행스럽게도 옆자리는 계속해서 사격했다. 나는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귀마개를 쓰고는 교체가 완료된 과녘을 바라보며 탄창을 갈아끼웠다. 눈앞에 있는 과녘에 정신을 집중하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정확히 중앙을 명중. 한발을 쏘고나니 갑자기 의욕이 줄어들었다. 아니 사실은 아까 참지못했던 웃음을 옆자리 사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 자리를 빨리 떠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총을 내려놓고 귀마개를 벗고 내려놓자 누군가가 뒤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더 안쏴요? 잘 쏘는데? "
" 깜짝이야. "
나는 순간 놀라서 뒤를 쳐다봤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아니 여기있는 대부분의 이름있는 사람들은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생생하게 남아있는 듯한 모습, 아....아까 횡단보도에서 봤던 무단횡단녀다.
" 잘쏘네요. 아니 아직 한발밖에 안쐈으니까, 우연일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렇죠? "
도발이군. 나는 군말없이 바로 귀마개를 다시 착용하고는 내려놓았던 총을 다시 쥐고 엄청난 속사로 과녘 중앙의 빨간점을 모두 없애버렸다. 그리고 다시 총을 내려놓고 귀마개를 벗고는 그녀를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우와. 우연이다. 우연. 우와. "
순간 그녀의 표정이 격변했다. 표정이 안 좋아진건 아니다. 오히려 아까 도발을 하는 듯한 표정에서 나의 사격을 보고는 이내 오히려 인정했다는 표정이 되어있었다.
" 우와. 진짜 잘 쏘네요. 역시 소문대로 엄청난 실력인걸요? 에임 파인사이트 요원. "
뭐? 소문? 나는 딱히 세계정부에 있을때도 한일이 없는데 소문이라니?
" 그게 무슨 소립니까? "
" 달늑대에 자자해요. 세계정부에서 대단한 요원이 온다는 소문이요. 그리고 그 이름까지도 말이에요. 그리고 그게 당신이라는게 가슴팍의 명찰로 금방 알수있죠. "
아. 옷을 안 갈아입었던가. 여전히 세계정부제복인 상태다. 뭐 상관없나. 근데 대답이 된것 같지가 않은데.
" 어디서 그런 소문이 흘러들어오게 된겁니까? "
"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특수부대있죠? 이름이 6군단..아니..6부대였나? 어쨌든 그 특수부대의 대장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엄청나게 자랑하고 다니던걸요? "
바데스...! 이 자식!! 생긴거에 비해서 엄청나게 입방정떠는 녀석이잖아. 나에게 기대한다는게 이런 의미였나, 생각외로 치밀한 녀석인가. 아니 애초에 세계정부에서 처음봤을때도 에이미랑 허영신자랑을 그렇게 해댔으니 그런 방식으로 소문을 낸건가?
" 저기 파인사이트씨? "
" 아. 예. 반갑습니다. 에임 파인트사이트라고 합니다. "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그녀의 명찰을 확인했다. 명찰을 보자마자 나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얼굴에 뭐라도 묻어있냐는 표정을 했고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명찰을 바라봤다. 메리제인이다.
내가 내민을 손을 잡으며 메리제인은 말했다.
" 아~! 그렇군요. 파인트사이트씨? "
아...순간 당황해서 말이 잘못 나왔던 모양이다.
" 정정하겠습니다. 파인사이트입니다. "
" 그래요. 그건 그렇고 어떻게 그렇게 사격실력이 출중하죠? 이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은 아직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
" 메리씨야말로 예상외였습니다. 총기회사의 오너에 전투실력도 좋다고 정평이 나있는데 실력이 형편없으시군요. "
" 전부다 사실이라 어떻게 반박할수가 없네요. 뼈아픈것이에요. 뭐 하나 말해주고 싶은건 저희 회사는 총기회사가 아니라 무기회사랍니다. 그래서 제 질문에 대한 대답은요? "
" 그냥 열심히 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동기부여가 된 인물이 있어서요. 그 사람을 목표로 그저 열심히 했을뿐입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
" 그렇군요...동기부여라...그것도 좋은 방법이죠. 아니 그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죠. 저기 파인사이트씨? "
" 왜 그러시죠? "
" 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래요? "
" 무슨 부탁인지 알아야 판단을 내릴 거 아닙니까? "
그녀는 조금 쑥쓰러웠던 모양인지 양손을 베베꼬고는 나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 저 혹시 저에게 그 사격술을 가르쳐주지 않을래요? "
" 알겠습니다. "
" 네? "
" 알겠다고요. "
" 이렇게 간단히요? "
" 애초에 제가 여기에 온 목적이 그거니까 말입니다. "
그녀는 곧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보니 뭔가 내가 해서는 안될 말을 한거 같기도 한데...
" 정말이죠? 나중에 딴말하면 안돼요! 알았죠! "
" 아.. 네. 걱정마십시오.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
그녀는 곧 싱글벙글하면 사격장을 빠져나갔다. 어 음. 뭔가 불안한데 바데스한테 물어봐야하나. 나는 곧바로 다시 바데스가 있을법한 본사의 줄리어스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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