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시련 6
그녀의 신체가 수명이 다해 스스로 쓰러지는 거목과도 같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거목과는 다르게 작은 먼지밖에 일으키지 못했지만 그녀의 공격은 무의미하진 않았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유안의 발등밑으로도 작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 큭. "
그의 하복부에 작은 자상이 생겼다. 그녀가 내뿜은 피의 파도는 칼만큼이나 날카로웠던 모양이였다. 유안은 곧 자리에 무릎을 꿇었고 곧 허리에 달려있는 포켓에서 의료키트를 꺼내고는 그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붕대를 모두 다 감고나자 유안은 쓰러져있는 소피에게 다가갔다. 이미 그녀가 쓰러져있는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있었고 아직까지도 그 피는 따뜻했다.
그의 신발이 웅덩이를 밟자, 철퍽거리는 끈적거리면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엎어져있던 소피를 잡고는 천천히 뒤로 돌렸다. 그녀는 이미 두 눈을 감은채 아무런 호흡도 하고 있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심장은 멈춰있었고 심장이 있는 가슴에서는 이미 몸에 있는 피를 거의 다 쏟아낸 모양인지 핏방울만이 그녀의 몸을 타고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축 늘어져있는 소피의 손을 잡았다. 아직은 따듯한 그녀의 손의 온기를 느끼며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떨군 고개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잡고 있던 손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책임감이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그럴시간은 더 이상 없었다.
" 끝났나보군요. "
유안이 예상했던대로 이예찬이 제일 먼저 돌아와버리고 말았다. 그가 입고 있던 신관복은 한 치의 더러움도 없었다. 마치 아까전 야오린을 따라갔을때의 불안한 얼굴과는 다른 모습이였지만 생각외로 그는 강한지도 모른다.
이예찬은 돌아오고 유안이 죽은 소피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봤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지도 않았고 그저 아무런 말없이 다른 요원들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안은 그런 이예찬의 모습에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유안의 낌새를 읽은 이예찬은 곧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 그렇게 쳐다보지 마십시오. 저희들도 그렇게 꽉 막힌 집단은 아닙니다. 그 사람도 그렇고 제가 쓰러트린 사람도 그렇고 당신의 부하였겠죠. 마력에 중독된 것은 본인의 탓이 아닐테니 말입니다. 그자들을 위해 애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저 또한 이미 배교자가 되어버렸다고 한들 한때 같은 믿음을 지닌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으니까요. "
이예찬은 그런 말을 하는 것에 일체의 부끄럼도 느끼지 않았다. 유안은 나지막하게 미소를 지으며 소피를 마저 내려놓고는 말했다.
" 고맙습니다. "
그들의 대화가 끝나자 메리 제인과 크레바스가 차례대로 나타났다. 둘 다 각자 상대한 적을 질질 끌며 소피가 누워있는 쪽으로 한데 모아두었다. 메리 제인이 말했다.
" 이상하네. "
" 무엇이 말입니까? "
" 얘네들 마력중독자잖아. 근데 죽었는데도 시체가 남아있네? "
다들 그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이예찬만은 그렇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 아까전의 평야에서의 전투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그 산송장과도 같은 마력중독자들은 쓰러지고나서 시체가 되었고 말입니다. "
" 하지만 이성이 남아있는 쪽은 마력으로 산화되어 사라져버렸는걸? "
이예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크레바스가 말했다. 하지만 크레바스의 말에도 일리가 있고 그들이 눈으로 확인한 바였기 때문에 다들 수긍했다.
그들은 다시 잠깐 시간을 갖고 서로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기에도 얼마지나지않아 유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지금 상황에서는 그 이유가 우선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저희들의 목적은 시간을 버는 것이였으니까요. 당장 4군단이 철수해 만들어놓은 제 2 바리케이트로 저희도 이동해야 합니다. 제인씨? "
유안의 말을 들은 메리 제인은 곧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말을 하기 시작했다.
" 그리젤다? 안들려? "
그녀의 말에도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메리 제인은 몇번을 더 말했고 그럼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곧 신경을 집중시키고는 자신의 마력을 바리케이트를 치러간 쪽으로 강하게 쐈다. 그녀의 마력이 선이 되어 하늘을 날아 저편으로 날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통신이 연결됬다.
" 들리니? 소년? "
" 군단장님. 왜 이제서야 연락이 닿는겁니까. 지금 적이 뒤에서부터 나타났습니다. "
하지만 들려온 것은 엄청난 총의 사격소리와 비명소리 그리고 다급한 그리젤다의 목소리였다.
" 그게 무슨 소리야? "
" 말그대로입니다. 적이 안전한거라고 생각한 반대편에서부터 다시 나타났습니다. 어서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저도 지금 느긋하게 통신할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바로 전투에 참여하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와주십시오. "
그리젤다의 목소리는 그걸로 끝이였다. 메리 제인의 미간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이곳에서 자신의 일이 없다고 요망하게 미소를 짓던 그녀의 말이 허툰 소리는 아니였던 모양이였다.
그곳에 있던 모두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 꽤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지만 메리 제인이 그중에서 선두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는 더 빠르게 더 앞으로 나아갔다. 곧 메리 제인은 먼저 저편으로 사라졌고 그 모습을 본 이예찬이 말했다.
" 급한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만 이미 적이 뒤에서도 나타났다는 것은 적이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인데 저렇게 혼자서... "
" 신관님이나 더 걱정해야되는거 아니야? 4군단의 뒤에서 나타났다는 소리는 우리가 지나쳐온 너희들 비상본부를 뚫고 왔다는 말인데. "
이예찬이 말이 끝나자마자 크레바스가 그에게 쏘는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예찬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오히려 웃어넘기며
" 하하. 괜찮습니다. 교황님은 적을 쓰러트리는 것은 못해도 지키는 것만은 최고거든요. "
그의 말에 크레바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들의 대화가 끝날때쯤 곧 4군단의 바리케이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인 것은 바리케이트만이 아니였다.
붉은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다. 잿빛 연기를 동반한 쾨쾨한 냄새가 도착한 그들의 코를 송곳같이 깊숙하게 찔렀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는 그들이 여지껏 본 적이 없는 당황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메리 제인이 서 있었다.
놀랄만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였다.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젤다의 통신이 끊긴지 채 5분도 되지 않은 상황에 4군단과 몇명의 2군단 요원들은 모두 전멸했다. 적의 진입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트에는 그들의 시체의 조각이 하나하나...팔,손,손가락,마디,머리,목,가슴,배,다리,발,발가락등 널부러져 있었다.
곧 유안과 다른이들도 그 모습을 보고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끔찍한 광경 그 자체였기 때문이였다. 바리케이트너머에서부터 타오르는 불꽃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타오르는 것도 있었지만 저 멀리에서부터 타오르는 것 또한 보였다.
그 불꽃이 낯에 익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죽어있는 요원들과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는 것말고는 말이다. 메리 제인은 자신의 부대에 소속된 요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을 찾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실의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 그녀의 눈은 허공만을 쫓고 있었다.
곧 바리케이트의 너머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불꽃의 빛을 받아 그녀의 머리가 붉게 물든것처럼 보였다. 이실란나가 그들을 내려다봤다. 유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메리 제인에게 다가가 그녀를 다독이기 시작했고 크레바스는 표정을 오만상 일그러뜨리고는 그녀를 노려봤다.
이예찬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불꽃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는 말했다.
" 우리 교황님과 교도들을 어떻게 한거지!? "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불꽃과 널부러진 시체의 조각 그리고 냉혈한같이 그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는 적의 모습밖에 없었으니까.
이실란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느낀 것처럼 매우 차가운 모습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약간 옆으로 이동했다. 누군가에게 자리를 비켜주듯이.그리고 그곳에서 나타난 것은 한명이 아니였다.
버드가 처음으로 올라왔고 그 다음으로는 가면을 쓴...부서진 얼굴의 여성형이 나타났다. 그들 모두 이실란나의 옆으로 서서는 줄을 마추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곳에서부터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이 나타났다.
" 자카스. "
크레바스가 정확히 그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과는 또 사뭇 달랐다. 그의 시선이 그의 작은 손짓이 그의 작은 행동거지가 이젠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듯이 움직였다. 차가운 철덩이로 된 기계와도 같이 움직였다. 그의 걸음걸이조차 한치의 오차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손에는 머리가 쥐어져 있었다. 그 머리를 곧 눈 앞에 있는 적들에게로 던졌다.
던져진 머리가 곧 이예찬의 발 밑으로 떨어졌다. 그는 그 머리를 보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교황님..? 너!!! 이자식!!!! "
그는 곧바로 그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는 정확히 자카스에게로 뛰어올랐다. 그의 손에는 강한 황금빛의 빛이 뿜어져 나왔고 곧 그 빛은 자카스에게로 향해졌고 그는 자카스를 향해 돌격했다.
그의 빛이 자카스의 얼굴에 닿으려고 하는 순간, 그는 멈췄다. 푹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입에서는 피가 한줄기 흘러나왔다. 곧 두줄기 세줄기 그는 피를 가득 입에 머금었다. 수 많은 검은 마력 안개가 그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고 그속에서 다양한 검을 든 수 많은 손이 일제히 그를 찔러 움직임을 멈춘 것이였다.
곧 수 많은 검을 들고 있던 수 많은 손은 검은 안개가 사라짐과 동시에 사라졌고 하늘에 고정되어있듯이 보인 이예찬은 그대로 바닥으로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확실히 멈췄다. 그의 눈동자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은 채 멈추었고 그의 손도 다리도 그의 폐도 심장도 모두 멈춰 죽어버렸다.
" 일부로 그런겁니까? 오리하. "
그가 바닥에 추락하자마자 자카스가 부서진 얼굴의 여성형에게 말했다. 곧 가면을 올려쓰고는 그녀의 얼굴이 들어났다. 자카스의 말대로 그녀는 오리하였고 그녀는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극적이지 않아요? "
" 그런건 필요없습니다. 다음부터는 확실한 위험의 배제를 부탁드리죠. "
자카스는 오리하의 답변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기계같이 자기의 요구만을 말하고는 금새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유안 풀문이였다. 기계같은 행동을 하고 말하고 있지만 유안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그의 목적을 어느정도 예상케했다.
" 오래간만입니다. 유안 풀문. 당신이 여기에 올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분명 4군단만이 온다고 알고 있었는데, 크레바스랑도 같이 오시니 그냥 보내드릴 수 밖에 없겠군요. "
"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지? "
" 당신을 죽이지 않겠다는 겁니다. 크레바스도 포함입니다. 저기있는 메리 제인은 죽일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한다면 당신과 크레바스는 격렬히 저항할테죠. 그렇게 된다면 저희들로써도 당신과 크레바스만을 죽지 않게 싸운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다 보내드리겠습니다. "
자카스의 말을 듣자마자 메리 제인은 정신이 돌아온 모양인지 머스켓을 꺼내들고는 자카스에게로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 개소리 하나는 일품이구나. 세르파. 하지만 이렇게 모두를 다 죽일 필요는 없잖아!!! "
뭔가 의미모를 말을 했다. 유안과 크레바스는 그녀의 말에 조금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자카스는 메리 제인을 쳐다봤다.
" 아뇨.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건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나요? 메리 제인? "
" 아니, 이런 방법은 아니야. 이런 방법으로는 절대..."
"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군요?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이 세계는 순환할겁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에요. 누구덕분에 많이 왜곡되어 버렸습니다만 가장 참혹한 순환이 될 것 같습니다. "
" 너 또한 줄리어스에게 협력을 했어야 했어. "
탕.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 순간 총성이 울려퍼졌다. 당연한 현상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탄환이 발사되면서 총성이 들린다. 중요한 것은 그 총성이 그녀의 머스켓에서부터 들려온 총성이 아니라는 것이였다.
한 줄기의 빛이 메리 제인의 목을 꿰뚫었다. 너무나도 갑자기 거기다 보이지도 않던 아주 먼 곳, 사정권 밖에서의 사격에 그 누구도 알아치리지 못한 공격이였다. 저격수는 모습을 들어내지 않았지만 누구인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메리 제인은 곧바로 쓰러졌다. 유안과 크레바스는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하지만 응급조치를 할 시간도 없이 그녀는 이미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당연했다. 목을 꿰뚫린 것이다.
" 자카스!!!! "
유안이 소리질렀다. 분노와 슬픔, 그 두개가 섞여있는 외침이였다. 그는 자카스를 올려다봤다. 그의 표정이 말하는 것 같았다. 어째서 죽였냐고.
" 죽이지 않았으면 제가 죽었을테니까요. 그녀의 공격은 충분히 저를 죽이는 것이 가능할만큼 강력합니다. 너무 이야기가 길어진 것 같군요. 이미 저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그녀의 돌발행동이 생각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와줬군요. "
자카스는 그말만을 남긴채 그들에게 등을 졌다. 그 순간 검은안개가 그의 앞에 나타났고 강한 마력이 발생함과 동시에 문이 생겨났다. 부서진 얼굴의 공간이동 능력이였다. 그는 그속으로 사라졌고 버드와 이실란나 역시 그의 뒤를 따라갔다. 오리하만이 그의 모습을 살며시 한번 돌아보더니 곧 문속으로 사라졌다.
그곳은 아직 불타고 있었다. 살아있는 건 유안과 크레바스뿐이였다. 주위를 둘러봐도 누군가가 살아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안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레바스는 말했다.
" 돌아가자. "
" 아니. 생존자를 찾아야해. 누군가가 살아있을거야. "
유안은 타고 있는 건물의 문을 손으로 잡아열려고 했다. 열리지 않자 곧 문을 잡아 뜯었고 안을 살펴봤다. 그런 행위를 몇번이나 반복했다. 이미 그의 손은 화상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한 크레바스는 곧 그를 말리면서 소리쳐 말했다.
" 그만해! 아무도 살아있지 않아. 이 이상해도 너만 상처입을 뿐이야. 결국 그 누구도 구해내지 못했다고 너 스스로 자책할뿐이라고! "
" 지금 말해준다고 달라지는게 뭐가 있어!? 그런게! "
유안 역시 소리쳤다. 크레바스의 얼굴은 이미 울상이 되어 있었다. 그 얼굴을 확인하고나서야 유안은 자신의 손의 고통을 느꼈고 곧 크레바스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 적어도 몸은 다치지 않잖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잖아. "
유안의 눈에 순간 크레바스가 비춰졌다. 어렸을때의 그녀의 모습. 자신이 어렸을때 봤었던 그녀의 모습. 전에도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유안은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 미안해. 돌아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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