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 풀문 10
빛이 가득하다. 상자로부터 아주 작고 얇은 상자로부터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모니터라고 불리는 화면이 숲을 이루고 있는 방. 중앙에 기둥이라고 만들셈인 것 마냥 모니터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 주위로 탁자가 들어서 있고 탁자 위에는 각종 연구기기들과 과학실에서나 볼 수 있는 도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둘 있었다. 남자와 여자. 남자가 말했다.
" 실험결과는 마음에 드시는겁니까? "
그의 목소리는 많이 깔려 있었다. 원래부터 그의 목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그를 본 사람이라면 불만이 가득 찬 목소리로 들렸을거다.
" 그럼. 그를 봐.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압해냈잖아? 우리의 실험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겠는 걸. "
그녀의 표정은 만족스러운 모습이였다. 만족스러움도 있었지만 그 속에는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속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는 어린아이의 순박한 모습도 보였기 때문이였다.
" 대표님의 실험이죠. 저는 그저 실험체였을뿐입니다. "
" 그런 소리 하지말아. 널 가족으로 생각한 이스터가 울겠어. 그건 그렇고 실험은 정말 성공적이야. 그의 집안에 내려오는 유전능력에 리히타르젠의 모든 실험의 집합체를 거부반응없이 그의 몸에 안착시켰으니까 말이야. "
" 어째서 대표님의 큐브나 저의 눈의 실험결과를 사용하지 않으신거죠? "
" 두개 이상의 초월적인 능력이나 마법은 한 육체에 깃들지 않는다라고 실험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야. 거기다 너의 눈을 쓸려면 넌 죽어야하잖아? 이스터씨의 마지막 가족인 널 죽게할 수는 없지. 내 큐브같은 경우는 이상하잖아? 그가 여지껏 사용해왔던 능력도 사용하지 못하는데 갑작스럽게 전격계능력을 사용한다는것도? "
" 그것도 그렇군요. 아직 연구해야될 부분이 많다는 거군요. "
" 차근차근 해 나갈거야. "
" 하지만 괜찮겠습니까? 적어도 그는 자신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는 몰라도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다고 방금 저택에서 느꼈을텐데. "
그..이스터의 말에 그녀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눈을 그에게로 돌렸다. 지뢰를 밟은 듯 그녀의 표정은 꽤나 좋지 않았다. 화났다는 의미는 아니였다. 그저 밟지 말아야할 곳에 발을 디디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이스터는 처음 보았다. 그래서 그 역시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 실험결과는 충분하잖아. 지금의 그가 안된다면 새로운 그를 만들뿐이야. "
그녀는 또 다시 모니터에 띄워져있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묘한 미소를 띄웠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에게 무엇인가의 기대감을 내뿜으며 말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스터는 그녀는 옛날의 그녀가 아님을 다시 한번 체감했고 조용히 그저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
행정요원들이 몰살당한 구역. 금지구역이라는 팻말과 함께 금지선이 쳐져 있었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달늑대에서는 이 사건을 조사할 요원을 더 투입할 수 없었기에 조기종결을 시켜버렸다라는 것은 허울뿐인 이유였고 사실 누가 조기종결을 시켰는지는 상상이 안가진 않는다.
죽음이 지나간 공허가 가득한 골목길. 이상하게도 이미 사건종결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상가는 일을 시작하고 있지 않았다. 가게는 멀쩡한 모습이였지만 사람은 없었다.
골목길의 중앙에서 강력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마치 주위를 찢는듯이 강렬하게 회전하는 마력이 더욱 강하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곧 공간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마력들은 스스로를 문이라도 만들려고 하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문이 완성되었고 그곳에서부터 두 남녀가 나타났다.
" 정말 여기에 와야했던 거야? "
투덜거리며 자신의 푸른 머리를 박박 긁으며 그가 말했다. 그는 어깨에 마치 봉과도 같은 길고 얇은 무기를 걸치고 있었고 눈알은 있는건지 의심갈정도로 작은 실눈을 하고 있었다.
" 그래. 조준이 그렇게 보고했으니까. 그는 막 귀환한 참이고 우리들의 차례가 돌아왔다는거지. "
검은색 긴 생머리에 붉은색과 푸른색의 오드아이. 그리고 요원복과는 다른 군복을 입고 있는 그녀가 그의 말에 대답했다. 그녀는 이번일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모습이였지만
" 거참. 그놈의 미래시를 믿을 수 있기나 한거야? "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는 짜증섞인 말투로 투덜거렸다. 그녀는 곧 그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 미래시가 아니야. 그는 스스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고. "
"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
" 그와 계약한 추락신의 실력이 그쪽으로 맞춰져있으니까 못믿을 것도 없지. 내 추락신은 믿으면서 조준의 추락신은 미더운거야? "
" 아니 정상적으로 생각해보자고. 시간여행이라고하면 과거와 미래를 왔다갔다할텐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 못할것도 없지. 그의 말로는 더이상에는 과거개변에는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이미 만들어진 탁자를 부술수도 없으니까 말이야. 미래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충분히 간섭가능하다고 생각해. "
" 아니!! 그 말을 믿냐고!! 이미 믿은 이후의 일이 아니라 애초에 믿는 것 자체를 의심해야되는거 아니야? "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그게 사실이 아니면 어떻할건데? "
그리고는 한껏 정색한 모습으로 그에게 말했다. 주위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고 아직까지도 이 골목길에서 죽은 요원들의 피의 비릿내가 나는 것 같았다. 마치 아직까지도 죽음이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살기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 골려줄껀데. "
" ? "
순식간에 그녀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며 그는 깔깔 웃으며 앞으로 걸어나가면서 말했다.
"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면 되는거지? "
또 한번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호주머니속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한장한장 넘기며 자신이 메모한 장까지 넘겼다.
" 조준의 말대로라면 저쪽. 저 방향의 건물중에 아주 낡고 오래된 저택이 있는데 그쪽에서 아포칼립스가 일어난다고 하네요. "
이실란나가 메모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어떻게든 그려진 지도를 읽으려고 노력하며 한쪽 팔로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그녀의 모습에 약간의 미소를 띄고는 그녀가 들고 있는 메모장을 같이 바라보고는 말했다.
" 이야. 어떻하면 이렇게 지도도 못그릴까. 완전 초등학생실력이네. 이 동그란건 뭐냐. 연못이야? 거참. 한번 줘봐. "
그는 곧 그녀의 손에서 메모장을 넘겨받고는 그녀와 같이 어떻게든 지도를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녀보다는 나았던 모양이였는지 그는 지도에 표시된 지역을 어떻게든 알아냈고 곧 이실란나가 가르킨 방향의 반대방향을 가르키며 말했다. 이실란나는 곧 얼굴이 붉어지고는 고개를 푹 숙였고 그는 곧 다시 깔깔대며 이실란나의 주위를 돌며 그녀를 놀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들은 이동을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얼굴에는 큰 보라색 멍이 있었고 그녀의 표정은 매우 화나고 누군가를 죽일기세였다.
그들의 길은 길지 않았다. 곧 저택의 입구에 도착했고 정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직감했다. 저 멀리에서부터 보이는 붉은색의 마력안개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 호오. 진짜로 터지기 일보직전이네. "
그는 놀라는 눈치를 팍팍내며 저택위로 피어오르는 마력안개를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지만 곧 그녀가 내는 압도적인 무거운 분위기에 시선이 쏠렸다. 그녀는 심각했다. 애초에 폴른에게도 들었긴 했지만 그가 항상하는 헛소리로 치부했었다. 아니였다.
그녀는 곧바로 정문으로 뛰어갔다. 녹슨 대문을 뜯어버리고는 안으로 진입했다. 그 역시 뒤늦게 그녀를 따라 안으로 진입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에는 유안 풀문과 그의 뒤에 쓰러져있는 두 명의 요원 그리고 그와 대적하고 있는 그녀와 같은 마력을 내뿜고 있는 달늑대요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갑작스럽게 다 녹슨 철문을 뜯어내버리고 들어온 것이다. 그 소리는 안에 있는 자들에게도 다 들렸고 그 순간 진입하는 그들을 안에 있는 자들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인 유안이 들어온 그녀를 바라보고는 속삭였다.
" 이실란나? "
하지만 그에게 잠시잠깐의 여유도 주지 않을 모양이였던 빈은 순식간에 다시 그에게로 돌진해 주먹을 휘둘렀고 유안의 얼굴에 정확하게 적중했다. 하지만 그뿐이였다. 유안은 빈의 주먹을 맞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치 아무런 데미지가 없었던 것처럼 유안은 곧바로 다시 몸을 돌리며 빈에게 또 한번의 돌려차기를 박아넣었다.
슈테판은 시원하게 날라가 또 한번 자기가 박혔던 곳에 또 한번 박혔다. 이번에는 꽤나 깊숙하게 박혔던 모양인지 빠져나오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유안은 곧 맞은 자신의 뺨을 손으로 한번 슥 훑더니 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이실란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 어째서 이곳에 나타난거지? 너의 임무는 그것이 아니였을텐데....아니군. 이미 달늑대의 현상수배범이 된지 오래였군. 다시 묻지. 어째서 이곳에 나타났지? "
이실란나는 꽤나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 유안 풀문이 있어서가 그런게 아니였다. 그리고 이곳에 도착하기전에 피어오르던 붉은마력을 내뿜는 슈테판때문도 아니였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자기도 맞으면 꽤나 위험한 일격을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유안 풀문의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그 역시 이실란나와 같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곧 그가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 저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
" 몇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지마. 아포칼립스고 나발이고 지금 우리가 상대해야할 사람은 저기 서 있는 유안 풀문인거 같으니까. "
이실란나는 곧 가죽장갑을 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그 역시 이내 봉을 쥐어잡더니 곧 봉의 끝부분에서 빛이 뿜어져나왔다. 그들은 전투를 준비했다. 유안은 곧 안경을 다잡아쓰고는 천천히 그들에게 말했다.
" 설명은 없이 바로 싸우려고 하나?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닐텐데. "
언제 다시 빠져나왔는지 갑자기 슈테판이 다시 유안에게로 달려들었다. 유안은 그 모습을 바라보지도 않고 한손으로 슈테판의 얼굴을 쥐어잡았다. 슈테판은 자신의 얼굴을 잡은 손을 두손으로 잡고는 떼어놓으려고 안간 힘을 썼지만 끄덕도 하지 않았고 이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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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 보셨습니까? 그녀입니다. 대표님의 친구말입니다. "
이스터를 모니터를 보고 있던 도중 그녀를 바라보고 말했다.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스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고는 다시 말했다.
" 구하지 않으실겁니까? "
순간 구한다는 말에 그녀는 귀가 움직였다. 곧 그녀는 이스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 구하다니? 누굴 말이야? "
" 이실란나 해스안도프 예카제리아를 말입니다. "
" 그녀를 구한다고? 그녀는 구해질 필요가 없어. 그녀는 애초에 위험하지 않거든. 그리고 이렇게 된거 우리의 유안 풀문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가 됬는지 그녀를 통해서 증명해보는 것도 좋겠네. 폴른의 피를 통해 처음으로 추락신 폴른과 접촉한 그녀...아니 혹시나 그와 계약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를 상대로 얼마나 잘 싸워줄지 기대되지 않아? "
그녀의 표정은 마치 선물상자를 열기전의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상자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참을 수 없는 표정. 그리고 대체 열면 어떻게 될까라고 기대하는 광기에 휩쌓인 표정도.
이스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또 한번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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