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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54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13 20:0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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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5화

DUMMY

"내 수업에서...배울 게 없다 그 말인가?"

"제대로 이해했군."


교사는 입가를 씰룩이면서 화를 간신히 삭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마물 생태에 관심이 많은가 보군요. 그럼 제가 몇가지 질문을 던져봐도 되겠습니까?"


교사의 말에 몇몇 학생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야야, 마생쌤 또 뚜껑 열렸다."

"저저 얼굴 시뻘게지는거 봐."


사실 마물의 생태학 교사는 유난히도 성질이 급하기로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했고, 거기다가 속까지 좁았기에 한번 그에게 트집을 잡히면 그 학기가 끝날 때까지는 집요하게 괴롭히는 쫌생이같은 짓을 저지르는 교사였다. 그런 마물의 생태학 교사에게 찍힌 루시퍼의 명복을 빌어주는 학생들이었다.


"얼마든지."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도 없고, 또 안다고 해서 태도를 바꿀지가 의문인 루시퍼는 턱을 치켜세우며 여유롭게 말했고, 마물의 생태학 교수는 이를 빠득 소리를 내며 갈고는 잠시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데빌 아이는 모두가 알다시피 커다란 눈알 하나에 날개가 달린 극히 간단하게 생긴 마물입니다만, 어떻게 번식을 하는 것인지 알고 계십니까?"

"야야, 너 저거 배운 적 있냐? 너 이거 재수강하는 거잖아."

"목소리 낮춰 새끼야, 그게 뭔 자랑이라고. 근데 들어본 적은 없는데..."

"그런 식이니 재수강을 했지."

"뒤지고 싶냐?"


나름 마물의 생태학에 조예가 깊은 학생들이 서로 수군거렸지만 실제로 그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리가 없었다. 실제로 극히 최근까지 가설만 무성하다가 얼마 전에야 사실이 밝혀진 케이스였기 때문이었다.


쉽게 욱하는 성질에 쫌생이같은 성격이 무색하게도 마물의 생태학 교사는 왕국 내에서도 제법 명망이 있는 학자였고, 그런 자신의 질문에 학생 따위가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교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모르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얌전히 정중한 태도로 제 수업을..."

"그 새끼들의 번식은 자가 분열이다. 인위적으로 잡아째면 그냥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버린다만, 일정치 이상의 에너지와 마력이 준비되면 분열해 서로 다른 개체로 활동하지."


교사의 말을 끊고 나온 루시퍼의 대답에, 교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루시퍼의 대답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답이었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아직 발표도 되지 않은 이론을 일개 학생이 알고 있는 거지?'

"이제 자도 되나?"

"아, 아직입니다. 한 가지 질문만 한다고는 한 적 없어요. 몇 가지 질문이라고 했지."


그렇게 말하고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약이 바싹 오른 표정으로 말을 꺼내는 교사.


"보통의 슬라임이 킹 슬라임으로 진화하는 조건은?"

"자신보다 상위 계층에 있는 마물을 포식하는 것."

"으윽...! 어떻게 이것도..."


왕국의 명망있는 학자로써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기 시작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물량공세로 승부하겠다는 듯이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교사. 하지만 루시퍼는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교사의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해 갔다.


"대, 대단하네요. 루시퍼."

"넌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냐? 이래뵈도 마물들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마의 정점이라고?"


할 만한 질문이 바닥난 교사가 머리를 싸매고 있는 틈에 안젤라가 중얼거린 말에 작은 소리로 대답하는 루시퍼였다. 그 말대로 악마들은 마물을 지배하는 자, 루시퍼의 전문 분야는 아니었지만 인간 수준의 마물 지식으로는 루시퍼가 알고 있는 상식의 발끝에도 미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스모데우스년이 이 꼴을 보면 아주 재밌어하겠군.'


그야말로 마물의 지배자라는 표현에 가장 걸맞는 악마인 아스모데우스는 이제는 자기 멋대로 마물들을 개조해대는 수준에 다다랐고, 그런 그녀를 보게 된다면 교사의 자존심의 안위는 무사하지는 못할 터였다.


"이제 진짜로 자도 되겠지?"

"아, 아직입니다!"


루시퍼의 대답은 질문을 듣는 즉시 나왔고, 질문을 떠올리기 위해 끙끙대는 교사의 모습은 어째 교사와 학생의 입장이 역전된 모습이었다. 오히려 루시퍼가 교사에게 난제를 던진다고 착각될 법한 광경에 몇몇 학생들이 킥킥대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주 터져버릴 것처럼 벌게진 얼굴의 교사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어, 쌤 어디가요!"

"수업 안 해요?"


당황한 학생들이 교사를 불렀지만 지금의 교사에게 그런 말들이 들릴 리 없었다.


이에 몇몇 학생들은 비싼 돈 내고 수업을 듣는 건데 이게 뭐냐고 투덜거렸지만, 아직 한창 노는 것이 좋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루한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자기네들끼리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이야~전학생! 굉장한데? 설마 그 마생을 꼼짝 못하게 만들다니."

"자신은 왕궁 출신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꼴이 눈꼴시리긴 했어~"


평소에도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 교사였던 듯, 학생들이 몰려야 루시퍼를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뭐, 이 정도야 보통이지."


루시퍼는 어깨를 으쓱하며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고, 학생들이 야유하며 말했다.


"우우~재수없다!"

"그래도 이번에는 재수 없어도 봐주마! 확실히 대단했어!"

"누구는 재수강하는데 넌 다르...끄악!"

"야! 닥치라고!"


그렇게 소란이 가득했던 수업 시간이 끝났고, 어느 새 쉬는 시간이 다가왔다.


"루, 루시..."


다음 교실로 이동하는 길에 안젤라는 루시퍼에 말을 걸려고 했지만, 어디서 나타난 건지 이번에는 여학생의 무리가 환호성을 지르며 루시퍼에게 달라붙었고, 안젤라는 기겁을 하며 루시퍼에게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루시퍼는 꺅꺅거리는 여학생들에게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로 대했고, 루시퍼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여학생들은 자지러지며 꺄르륵댔다.


"..."

"안젤라? 표정이 안 좋은데?"


엘레나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안젤라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누, 누구요? 제가요? 설마요."

"그, 그렇게까지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 미, 미안해요 엘레나양. 조금 놀라서."


그런 안젤라의 모습이 역으로 놀라버린 듯한 엘레나를 진정시키며 안젤라는 생각했다.


'저는 왜 이렇게 동요한 걸까요?'


-----


다음 수업은 어제도 들었던 수학 과목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루시퍼는 들으라는 수업은 안 듣고 딴청을 피웠고, 수학 교사가 주의를 줬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나 다 안다는 건방진 대답. 하지만 수학 교사는 마물의 생태학 교사와는 대응이 달랐다.


"다 안다면 다음부터는 제 수업에 참석하지 말아 주시면 고맙겠군요. 배울 생각이 없는 학생을 억지로 가르칠 정도로 열정이 넘치진 않는지라."

"그건 좀 곤란한데."

"그렇다면 다리를 내려 주세요. 성실하게 수업에 임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을테니 최소한 다른 학생들의 집중력을 저해시키는 행동은 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야말로 어른의 대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언변에 루시퍼는 슬그머니 다리를 내리고는 지루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턱을 괴었다.


"쳇. 재미 없군. 마생이라는 녀석은 반응이 재미있었는데."

"설마 오늘 하루 내내 그러고 다니실 생각이었어요?"


아무래도 교사를 도발하는 듯한 행위는 의도한 것이었던 모양이었다.


"학교라는 곳이 이렇게까지 수준이 낮은 곳인줄은 몰랐지."


루시퍼의 말대로라면 그 수준 낮은 교육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은 뭐가 되냐고 말하고 싶은 안젤라였지만 루시퍼가 진상을 부리는 일이 한두번도 아니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로 했다.


"루, 루시퍼씨는 굉장히 학식이 깊은 모양이네요?"


웬일로 엘레나가 루시퍼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뭐, 그런 편이지."

"부, 부럽네요. 전 머리가 나빠서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게다가 마력도 적어서 마력 수업에서는 항상 간신히 낙제만 면하는 수준이에요."

"헤에, 그럼 마력 관련 수업을 안 듣는 게 좋지 않겠냐?"

"으음...그렇긴 한데요."


엘레나는 어째선지 머뭇거렸고, 흥미가 동한 루시퍼가 마력 수업을 억지로라도 들으려는 이유를 캐내려고 입을 열었지만 잡담을 자제해 달라는 수학 교사의 말에 흥이 식었다는 표정으로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아버렸다.


"자, 자는 건가요."


깽판을 치는 루시퍼가 잠을 청하자 수학 수업은 아무 트러블도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안젤라와 엘레나는 교실 밖으로 나왔다.


"아. 엘레나. 이번 수업은 따로 들어야 할 것 같아요."

"에에? 무, 무슨 일이라도 있어? 서, 설마 내가 싫어진 거야...?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엘레나는 순식간에 울상으로 변해 안젤라에게 달라붙었고, 안젤라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 게 아니라 들어야 할 수업이 따로 있어서 그래요. 전 신성력의 운용법을 익히러 이 학교에 입학한 거거든요."


바로 다음 수업이 대망의 신성력의 운용 수업이었던 것이다.


"신성력인가. 그럼 유감스럽게도 이몸과도 떨어져야겠군."

"엣? 왜요?"


당연히 루시퍼도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안젤라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신성력을 운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신성력이 발출되는 곳에는 가급적 다가가고 싶지 않으니까 한 과목 정도는 혼자 들어."


신성력의 운용 과목에서는 당연히 신성력 운용 실습 과정도 포함되어 있을테니 루시퍼는 그런 교실에는 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알겠어요. 그럼 루시퍼는 이번 수업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딱히 다른 수업들에는 별 관심도 없고, 그냥 제끼지 뭐."

"에에..."


전학온 첫날부터 수업 땡땡이를 치겠다는 용기가 가상한 발언을 일삼는 루시퍼였다.


"우우...알겠어 안젤라. 그럼 다음 수업 시간에 보자."

"네. 알겠어요. 조금 있다가 봐요. 엘레나."

"으응...수업 열심히 들어!"

"후훗. 네. 엘레나도요."


엘레나는 안젤라쪽을 자꾸만 힐끔거리며 자신의 수업을 들으러 사라졌고, 루시퍼도 건들거리며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에...그러니까 신성력의 운용 교실이."


안젤라는 어제 들었던 각 교실의 위치에 관한 기억을 더듬으며 신성력의 운용 교실을 찾아갔고, 거기서 또 아는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앗. 미리엘. 좋은 아침이에요."

"음. 안젤라로군요. 뭐, 반가워요."


안젤라는 친밀한 태도로 손을 흔들었고, 미리엘은 새침하게 굴면서도 어쨌든 안젤라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작가의말

다 아는 내용의 수업을 다시 듣는다는 건 정말 고역일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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