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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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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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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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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글자수 :
4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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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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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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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28화

DUMMY

"에...그러니까, 여기 이쪽은 이번에 마르크 주교님의 추천으로 특별 입학을 하게 된 안젤라양입니다."


헐렁한 옷에 깡마른 체구의 교사가 귀찮다는 표정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안경을 쓱 밀어올리며 말했다.


"아, 안젤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안젤라는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꾸벅 인사를 올렸고, 책상에 앉아 있었던 몇몇 학생들이 작게 박수를 쳐주었다.


"마르크 주교님의 추천으로 왔다는데."

"그분께서 누군가를 추천하다니 처음 있는 일 아니야?"

"성은 왜 소개해주지 않는거지?"


교단에서 운영하는 학교라고는 하지만, 카이너스 왕국의 여느 학교들처럼 부모들이 자녀를 특정 학교에 입학시키고자 할 때 그 학교의 관계자에게 뒷돈을 넘기고 추천이라는 형식으로 입학시키는 비리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오히려 교단 직속에다가 신성력 관련의 특별 교육 과정을 밟으면 졸업 즉시 교단 출신의 사제로써 활동할 수 있다는 특권이 존재했으므로 여타 학교들보다 입학 경쟁은 심하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마르크 주교는 그런 비리에는 일절 관계하지 않는 것으로 나름 유명했고, 마르크 주교에게 손을 뻗치던 사람은 몇몇이 있었지만 번번이 거절하다 보니 어느샌가 그에게 들어오는 청탁은 뚝 끊어졌고, 지금까지 그의 추천을 받아 들어온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최초로 마르크 주교의 추천이라는 형식으로 입학하게 된 안젤라이니 그녀도 모르게 눈에 띄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갑자기 전학을 와서 교육 과정을 따라가는 데에 버거움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부분은 방과 후 특별 교실에서 당분간 교습을 받는 것으로 해결할 예정이니 학우 여러분들도 아무쪼록 따듯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시기를 바랍니다."


전학이 아니라 입학 자체가 처음이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말한 교사가 졸린 듯한 눈으로 교실 내부를 쓱 훑어보고는 비어 있는 책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젤라양은 저쪽에 앉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옆자리의 사르미드양이 이것저것 알아서 잘 가르쳐주면 고맙겠군요."

"네, 녭!"


사르미드라 불린 수수한 인상의 여학생은 갑자기 지목당한 탓인지 마치 평소의 안젤라처럼 당황하며 혀를 씹으며 대답했다.


"아, 아파..."

'뭔가 동질감이 드는데요. 기분 탓일까요?'


안젤라는 종종걸음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받으며 교사가 가리킨 자리에 가서 앉았고, 교사는 흘러내린 안경을 다시 밀어올리며 말했다.


"음, 또 전달사항이 뭐가 있더라. 없겠지 뭐. 그럼 조례는 이만 끝. 오늘도 다들 알아서 열심히 살아주시기를 바라도록 하죠. 전 수업 준비를 해야해서 이만."


교사는 권태로운 태도로 말하며 손을 휘적휘적 흔들며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고, 교실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닫히자 전학 온 사람에게는 응당 그렇듯이 학생들이 안젤라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안젤라라고 했나? 안젤라는 어디 가문이야?"

"학교 오기 전에는 뭐했어?"

"안젤라양 귀여워요!"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안젤라는 쩔쩔맬 뿐이었고, 그렇게 안젤라가 우물쭈물하고 있자 인파를 가르며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후후후...다들 그렇게 한꺼번에 질문을 하면 안젤라양이 곤란해하지 않겠어? 일단 진정들 하라고."


기름이 좔좔 흐르는 느끼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 몸에도 기름이 흐를 것 같은 외모의 통통한 학생이었다.


"훗. 반가워. 안젤라양. 내 이름은 엘빈스. 엘빈스 리츠. 리츠 가문의 이름 정도는 들어 봤겠지?"


리츠 가문. 현재 카이너스 왕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상계의 거장 가문이었다. 옷감 장사로 대성한 리츠 가문인 만큼 리츠 상단의 이름으로 생산된 옷들은 왕국 전체에서 입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그의 말대로 가문의 이름 정도라면 카이너스 왕국 사람이라면 백에 아흔아홉은 알고 있는 대중적인 이름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안젤라는 백의 하나에 속하는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모, 모르겠어요...죄송해요."

"모, 몰라? 진짜로?"


모른다는 대답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엘빈스가 안젤라의 말에 삐끗하며 거구를 휘청거렸다.


옷을 살 돈이 없었던 안젤라가 평소에 입고 다니던 옷들은 안나 아주머니에게서 배운 재봉으로 손수 만든 옷이었고, 리츠 상단의 옷은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우리 가문의 옷은 옷으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물인 가문 출신인가. 이 녀석은 황족이라도 되는 것인가!"

"그, 그럴 듯 해! 황족 쯤이나 되지 않고서야 그 마르크 주교가 굴복할 리 없지!"


엘빈스가 한 말에 학생들은 자기 멋대로 살을 붙여 오해를 하기 시작했고, 안젤라는 당황하며 수습하려고 했지만 안젤라는 마치 정오 시장의 북새통과도 같은 학생들의 수다에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으...이럴 때 악마님이라도 계셨으면 제대로 설명을 해 주셨을 텐데 말이죠. 그러고보니 악마님은 자신있게 학교에 오신다고 하셨는데 아무린 소식이 없네요.'


아침에 숙소에서 나설 때 방법은 알아서 한다며 안젤라를 보낸 루시퍼였지만 지금 당장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저, 저기...안젤라양도 뭔가 말하도록 해주는 게 어떨까?"


교사에게 안젤라를 챙겨주도록 부탁을 받은 사르미드가 작은 목소리로나마 말을 꺼냈다.


"누가 너한테 물었냐? 고블린은 닥치고 있으라고!"

"윽...미, 미안."


사르미드는 어디로 보나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어째선지 고블린이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움츠러들 뿐이었고, 누군가가 한 그 말에 동참해 학생들은 사르미드에게 타겟을 돌려 낄낄대기 시작했다.


"고블린은 입을 열지 말아야지. 마물 냄새가 난다고!"

"안젤라양도 불쌍하지. 뭣도 모르는 교사가 고블린 옆에 앉혔으니 말이지!"


마치 사전에 작당이라도 한 것 처럼 일제히 사르미드를 물어뜯는 학생들의 태도에 안젤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기, 다들 왜 그러시는 건가요?"

"응? 뭐가 말이야?"

"왜 다들 사르미드양을 고블린이라 부르며 핍박하시는 건가요? 그녀는 어디로 보나 인간이 아닌가요?"

"아~하긴 안젤라양은 모를 수밖에 없겠네."


가장 먼저 나서서 사르미드를 향해 고블린이라고 한 금발의 여학생이 나서서 말했다.


"쟤는 말이지. 마력량이 무려 고블린 수준밖에 안된대~푸훗. 홉 고블린도 아니고 고블린 킹도 아니고 일반 고블린 말이야! 그래도 귀족가의 자제라는 년의 마력량이 고블린 수준이라니. 너무 웃기지 않아? 아하하하!"

"그런 이유로, 그녀를 이렇게 핍박하는건가요?"

"에이~핍박이라니. 이 정도는 장난이지 장난~안 그러냐? 고블린?"

"...안젤라양. 괜히 신경 써 주실 필요는 없어요. 다 제가 못난 탓인걸요."

"자기 주제를 안다는 게 우리 고블린의 몇 없는 장점 중의 하나지. 단점이 너무 커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지만 말이야!"


여학생은 사르미드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트리며 말했고, 사르미드는 거의 폭행에 가까운 행위를 당하면서도 입을 꾹 닫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사르미드양이 그런 이유에서 고블린이라고 불린다면, 저는 쥐며느리라고 불려야겠네요."


안젤라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낮게 가라앉은 어조로 조용히, 그렇지만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말했다.


"응? 안젤라양. 방금 뭐라고?"

"저는 말이죠. 간단한 화염구도 만들지 못한 정도로 마력이 없어요."


안젤라의 말에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에 대해서 오해를 조금 하고 계시는 것 같군요. 저는 귀족이 아니에요. 황족이라는 건 더더욱 말도 안되는 소리구요. 그저 성씨도 없는 평범한 평민일 뿐입니다."

"펴, 평민!"


평민이라는 말에 몇몇 학생들은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본 것 마냥 물러났고, 사르미드는 놀란 듯한 눈동자로 안젤라를 바라보았다.


"제가 배우지 못했고, 또 세상 물정에도 어둡지만 이건...좀 아닌 것 같네요."


안젤라는 그렇게 말하며 헝클어진 사르미드의 머리칼을 매만져주었다.


"절 위해서 나서 주셔서 고마워요. 사르미드양.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와 친구가 되어 주시겠어요?"

"나, 나랑...말이야?"

"네. 당신이 저의 첫 친구가 되어 주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안젤라는 화사한 미소를 띠며 사르미드에게 손을 내밀었고, 몇몇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꼴깍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야..."


잠시 안젤라가 내민 손을 멀뚱히 바라보던 사르미드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안젤라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우, 웃겨 정말! 마력도 없는 것들끼리 아주 잘 노는군! 그리고 너! 감히 평민 주제에 우리를 속여!?"


안젤라가 평민이라는 말에 그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던 자신에게 화가 난 건지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던 금발의 여학생이 열을 내며 안젤라를 손가락질했다.


"딱히 제가 속인 건 아니..."

"시끄럿! 됐고. 너 앞으로 행복한 학교 생활을 보낼 거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을거야.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실례지만 관심 없어요. 남을 함부로 모욕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싶네요."

"건방진! 나는 교단의 실세인 도미니크 가의 자제야! 미리엘 도미니크가 바로 내 이름이라구!"

"도미, 니크요?"


안젤라는 익숙한 성씨에 놀라며 반응했고, 미리엘은 그런 안젤라의 모습에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떠들어댔다.


"하! 리츠 상단의 이름도 모르는 무지렁이조차 도미니크 가의 명성은 익히 들은 모양이군!"


그러고보니 세바스와 살짝 닮은 것도 같다고 안젤라가 생각하던 차에 교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야~에르민. 수업 이동해야지. 우왁. 뭐야? 무슨 일인데 이렇게 모여 있냐?"


떠드는 사이에 수업 시간이 거의 다가왔고, 학생들은 고개를 내민 남학생의 등장을 계기로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각자의 수업을 향해 이동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미리엘은 이를 갈며 안젤라를 노려보았다.


"아무튼! 각오하도록 하세요. 저희를 건드린 대가는 클 겁니다."

"전 딱히 건드리지 않았..."

"흥!"


미리엘은 안젤라의 말은 듣지도 않고 콧방귀를 뀌며 일방적으로 고개를 돌려 도도한 걸음걸이로 자신의 수업을 들으러 가버렸고, 어느새 안젤라와 사르미드의 주변에 몰려있던 학생들은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가버렸네."

"그렇네요."


사르미드의 말에 안젤라가 대꾸했고, 사르미드는 그런 안젤라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펴, 편들어줘서 고마워. 그래도 도미니크 패거리에게 전학 첫 날부터 찍혔는데 괜찮겠어?"

"그래도 눈앞에서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데 도와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무시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을까요?"

"죄, 죄라고 할 것 까지야...다들 그러는 건데."

"그런가요?"


안젤라는 잠깐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했다.


"그래도 저 자신이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 같네요.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릴 바에는 조금 힘든 게 낫다고 생각해요."

"안젤라양은 굉장히 성실하네. 나랑은 다르게."

"그렇지 않아요."


안젤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옅은 미소를 띠었고, 사르미드도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이크. 이러다 늦겠다. 빨리 준비해야지. 안젤라 양은 수업 뭐 들어?"

"듣기로는 오늘 몇일간은 자유 견학이라고 했어요. 이것저것 들어보고 적성에 맞는 과목을 결정하라던걸요?"

"그, 그럼...괜찮다면 내가 듣는 과목을 보러 갈래?"


사르미드가 손가락을 비비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네요. 사르미드양은 무슨 과목을 듣나요?"


사르미드는 들뜬 얼굴로 말했다.


"마력의 운용 과목! 난 그 과목이 제일 재미있어! 성적은 좀...안 나오지만. 헤헤."

"뭐, 뭔가 어려워 보이는 이름이네요. 그래도 한 번 들어보는 것 정도는 괜찮겠죠."

"고, 고마워! 누군가랑 같이 수업 이동 하는 건 처음이야. 에헤헤."


어지간히 기쁜지 사르미드는 발을 동동 구르며 교과서들을 챙겼고, 안젤라에게도 챙겨야 할 교과서들을 짚어주었다.


"아참. 내 이름은 엘레나야! 엘레나 사르미드! 나만 안젤라양을 이름으로 부를 순 없으니 안젤라양도 이름으로 불러줘."

"후훗. 네. 알겠어요. 엘레나양."

"존댓말도 하지 않아도 돼. 편한대로 불러줘."

"음...반말은 조금 익숙지가 않네...요. 노력해볼게, 요."


그렇게 허둥지둥 책들을 챙긴 둘은 마력의 운용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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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21.01.10 4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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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1 21.01.08 50 3 12쪽
29 29화 21.01.07 4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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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21.01.05 5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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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21.01.03 59 3 12쪽
24 24화 21.01.02 59 3 12쪽
23 23화 21.01.01 56 3 12쪽
22 22화 20.12.31 5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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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20.12.29 60 3 11쪽
19 19화 +1 20.12.28 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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