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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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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1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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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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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5화

DUMMY

그래도 여전히 긴장은 되는지 안젤라의 안색은 약간 굳어 있었고, 이 정도라면 문제 없겠다고 판단한 세바스는 주교가 머무는 개인실의 문 앞에 섰다.


"안젤라양. 들어가기 전에 미리 말해줄 것이 있습니다."

"뭔가요? 심문관님."


어쩌면 곤란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말을 할 예정인 세바스는 약간 찜찜한 기분으로 안젤라에게 말했다.


"안젤라양. 주교님께 보고를 드리려면 당신과 루시퍼의 관계에 대해서도 필히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여태까지 그래온 것 처럼 또 성녀라는 말로 얼버무릴 수도 있겠지만, 세바스는 주교 앞에서만큼은 거짓을 고하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 입은 은혜도 있었지만, 주교가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거짓을 고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들게 하는 것이다.


"예? 괘, 괜찮지 않을까요?"


교단의 주교 앞에서 악마와의 관계를 실토한다는 일의 무게를 알기는 하는 것인지 안젤라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대답을 했고, 세바스는 어린아이를 속여먹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설명을 시작했다.


"안젤라양. 저야 당신과 루시퍼가 당장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습니다. 일단은 변호를 해 줄 생각이지만 교단의 주교쯤 되면 입장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란 말입니다."

"어...그게, 어려운 건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심문관님이 변호를 해준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는걸요?"

"그렇게 간단히 정할 문제가...!"

"알고는 있어요."


세바스가 뭐라고 하려는 순간, 안젤라가 먼저 나서서 세바스의 말을 막았다.


"악마님과 함께 다니는 것은, 그 자체로 교회 사람들이 안 좋게 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아무리 저라도 짐작할 수 있어요."

"그걸 알고 계신다면..."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죠."

"네?"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지어요. 그건 저도, 심문관님도, 하물며 주교님조차 피해갈 수 없는 법칙이죠."


안젤라는 작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죄를 짓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죄를 짓게 되었다면 최소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서 도망치지 말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록 그 대가가 감당하기 힘든 것이라도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안젤라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세바스는 눈은 안젤라의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하하...어쩌면 저는 아직 세상을 잘 몰라서 악마님과의 만남을 너무 쉽게 생각했는지도 몰라요. 교회 사람들이 그것을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고 생각한다면, 벌을 받아야겠죠."

"..."


안젤라의 말에 세바스의 심경이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그저 순진하기만 한 소녀로 보였다. 그 뒤에는,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힘을 가진 무지한 소녀로 보였다. 하지만, 눈앞에서 떨고 있는 소녀는 그저 순진하기만 하지도 않으며 무지하지도 않았다. 안젤라는 언제나 자신의 행위에 눈을 돌리지 않고 책임과 각오를 가지고 한 순간 한 순간을 살아왔던 것이다.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이쪽이었던 것 같군요."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왔기에 아마 대륙에서 가장 죄를 적게 지은 사람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그 행위가 악마를 불러 왔을지라도 눈앞의 작은 소녀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진짜의 그것이라고 생각하며 세바스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좋습니다. 각오는 충분이 되어있는 것 같군요."

"네, 네. 그렇다고 생각해요."


안젤라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지만, 세바스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도, 두려움을 억지로 감출 필요는 없습니다. 안젤라양 정도 나이의 사람은, 아직까지는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나이이니까요. 여기서는 어른이 나설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에, 엣..."


세바스는 만에 하나의 경우에는, 안젤라의 목숨 하나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노라고 결심하고는 주교 개인실의 문을 두드렸다.


"주교님. 세바스 도미니크 이단심문관입니다."

"아! 들어오게. 기다리고 있었다네."


문 안에서 반가운 기색이 완연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세바스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젤라가 느낀 주교의 첫인상은 정말 세바스의 말대로 동네 할아버지라는 느낌이었다. 흰 백발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그의 얼굴이 살아온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고, 그의 청렴한 성격을 나타내듯 단출한 방 안에 장식물이라고는 벽에 걸려있는 조그마한 나무 십자가밖에 없었고, 정리 정돈이 깔끔하게 되어 있었기에 청결한 느낌을 주었다.


"세바스군. 자네도 알다시피 맬리스 마을 방향에서 엄청난 양의 신성력의 방출이 확인되었다네. 맬리스 마을에 있었던 만큼 뭐라도 아는 것이 있나?"


주교는 어지간히도 신경이 쓰였던 것인지 세바스의 뒤를 따라 빼꼼 고개를 내미는 안젤라의 존재를 눈치 채지도 못한 채 세바스에게 물었고, 사건의 당사자일뿐만 아니라 원인 자체를 이미 데려온 세바스가 말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 소개시켜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안젤라양. 이분께서 빌헬름 마르크 주교님이십니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안젤라라고 해요."


안젤라는 쩔쩔매며 꾸벅 고개를 숙였고, 세바스는 뒤이어 주교에게 안젤라를 소개시켜 주었다.


"주교님. 이분은 맬리스 마을에서 인연이 닿게 되어 만나게 된 안젤라양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군요. 안젤라양. 신의 미천한 종 빌헬름 마르크라고 합니다. 당신의 앞길에 신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주교 역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래서 세바스군. 안젤라양이 그 사건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거지요?"

"그 건에 관해서 말입니다만..."


세바스가 안젤라의 눈치를 살폈지만, 안젤라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고, 세바스는 안젤라와 시선을 맞추고는 말을 걸었다.


"먼저, 그 현상을 일으킨 장본인이 이 안젤라양이라는 것을 알고 이야기를 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만에 하나의 경우에 대비해 보험을 깔고 들어가는 세바스였다.


-----


"정말 더럽게 많군."


루시퍼는 눈앞에 쌓여있는 책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아직 찾던 책을 발견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대서고의 사서가 눈에 불을 켜고 루시퍼를 감시하고 있었기에 그의 끔찍한 범죄는 상상에 그쳤다.


하지만 짜증을 내면서도 루시퍼는 희미한 기억에 의지해가며 의외로 성실하게 책장을 뒤적였고, 그렇게 종이와 활자에 대한 증오심이 커져만 가던 인고의 여섯 시간 끝에 루시퍼는 기어이 찾던 책을 발견해내고야 말았다.


비록 찾던 책이 결국에는 서고에 들어오자마자 맨 먼저 대충 뒤적여보았던 책장에서 나온 사실에 대해 형언키 힘든 강렬한 분노를 느낀 루시퍼가 책장을 뒤집어엎으려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이번에야말로 거의 실행될 뻔 했던 루시퍼의 서적 대량 살상 사건은 사색이 되어 루시퍼를 뜯어말린 사서에 의해 미수에 그쳤다.


"뭐, 그 때문에 쫓겨나기는 했지만 애초에 용건이 있던 건 이것 뿐이니까."


대서고의 입구 앞에서 루시퍼는 낡은 표지의 책을 한 손에 들고 흔들며 혼잣말을 했다.


"그럼 어디 한번 살펴보실까."


루시퍼는 대충 근처 화단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페이지를 넘기며 책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음..."


제대로 보고는 있는 건지 제법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는 루시퍼였지만 애초에 희미하던 기억을 되살리는 용도로 책을 확인하는 것이었기에 내용을 그리 자세히 읽지는 않는 듯 했다.


"그런 거였군."


여섯 시간 동안 찾아 헤맨 책을 육 분만에 다 읽어버린 루시퍼는 탁 소리를 내며 책을 덮었고, 이번에는 또 무슨 흉계를 꾸미는 것인지 오랜만에 사악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거 일이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는데."


-----


"허어...악마와 계약이라니, 이것 참 난감하군요."


안젤라와 세바스의 계약부터 맬리스 마을에서 있었던 일까지 모두 듣게 된 마르크 주교는 탄식을 흘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


세바스와 안젤라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마르크 주교의 표정을 살폈고, 마르크 주교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꺼냈다.


"악마와의 계약은 분명 대죄이긴 하나...이야기를 들어보니 무작정 안젤라양이 잘못했다고 하기에는 힘들어 보이는군요."

"그, 그 말은."

"그리고 세바스군도 안젤라양의 무고를 주장하는 바이니, 우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도 주교는 맬리스 마을에서의 기적이 영향을 끼친 것인지 악마와 함께 다닌다는 말을 듣고도 다짜고짜 이단으로 몰아붙이는 초면의 세바스같은 짓은 하지 않았고, 이에 세바스와 안젤라는 속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다가 악마의 마력을 사용하는데 실제로 나오는 것은 순수한 신성력...이라, 이건 분명."


안젤라와 루시퍼의 계약을 되짚어보던 마르크 주교는 안젤라의 신성력에 대해 뭔가 아는 것이 있는 눈치였고, 세바스는 마르크 주교에게 물었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으십니까?"

"최근에 들은 적이 있어서 말이죠. 비슷한 현상을 알고 있습니다."

"그, 그게 뭔가요?"

"음...세바스군, 안젤라양. 혹시 기적의 아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당연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표정을 짓는 안젤라는 둘째치고 세바스조차 한 번도 들어본 적을 없다는 표정을 짓자 마르크 주교가 말했다.


"역시나 모르는군요. 하긴, 무려 천 년 전의 전설이니까 말이지요."

"처, 천 년...엄청나게 오래 전의 일이네요."

"그 전설이 안젤라양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겁니까?"

"음,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적의 아이라는 전설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해 드릴 필요가 있겠군요."

"부탁드려요."


안젤라는 경청하는 태도를 취했고, 마르크 주교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천 년 전...그 때는 대륙에 전화의 불길이 가득한 시대였습니다.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라고 해도 과연이 아닐 만큼."


시작된 이야기는 제법 암울한 서두로 시작되었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마물들은 미쳐 날뛰었으며, 온 사방에 마가 팽배한 시대. 마침내 인간의 힘으로는 예정된 멸망을 도저히 피할 수 없게 된 그때 기적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기적의 아이입니다."

"아이...라는 것은."

"네, 말 그대로 그인지, 그녀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자는 아이였다는 것입니다."

"잔혹한, 이야기네요."


피와 강철이 난무하는 시대에 아이가 부모의 사랑과, 세상의 돌봄을 받기는 요원했고, 그렇기에 아이는 빨리 어른이 되거나, 아니면 아이인 채로 죽거나 양자택일의 괴로운 선택을 했어야만 했을 것이다.


"기적처럼 등장한 그 아이가 팔을 휘두르면 신성력이 뻗어나가 사악한 마물들을 모조리 멸했고, 사특한 악마들은 불덩이가 되어 도망쳤으며 사람들에게는 치유의 기적을 선사했다고 합니다."

"그건..."

"네. 안젤라양의 능력과 비슷하죠.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기적의 아이에 대해 기술한 책에는 기적의 아이가 어떻게 그런 놀라운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


안젤라는 말없이 침을 꼴깍 삼켰고, 세바스 역시 마르크 주교의 이어질 말을 기다리며 침묵했다.


작가의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목이 뻐근합니다. 허리도 아프구요.

여러분들은 책상에 앉을때 목을 당기고 허리를 쭉 펴시고 앉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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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21.01.05 5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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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21.01.02 5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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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20.12.31 5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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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1 20.12.28 68 3 12쪽
18 18화 20.12.27 63 3 12쪽
17 17화 20.12.26 7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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