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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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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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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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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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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DUMMY

세바스는 온 사방에 가득한 황금빛 신성력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 손을 들어 사방으로 퍼져있는 신성력을 잡으려는 것처럼 주먹을 쥐었고, 세바스의 손에 잡힌 신성력은 황금의 안개처럼 흩이지며 일렁거릴 뿐이었다.


"신이시여..."


교단에서 정의한 신성력이란 기도를 통해 신에게서 받게 되는 힘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통상적으로 신앙이 강할수록 강력한 신성력을 발출할 수 있다고 전해졌고, 실제로 더 많이, 더 강하게 신성력을 사용하고 싶으면 기도를 통해 신앙을 쌓는 것만이 유일한 수단이지만 그렇게 해서 쌓을 수 있는 신성력의 양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렇기에 교단에서는 신성력 그 자체만을 이용하기보다는 신성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기적과 신성 주문이다. 둘 모두 본질적으로 신성력을 이용한다는 사실은 같지만 기적은 주로 치유나 정화 쪽에 치중된 신성력의 운용 방식이고 신성 주문은 악을 심판하기 위해 전투용 마법에서 영감을 얻어 전투나 속박 쪽에 치중된 신성력의 운용 방식이다.


둘 모두 적은 신성력으로도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 인간의 손에 의해 개량된 것이었기에 효율은 좋았지만 사용 용도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신성력이라는 것의 본질을 잊는 사람들이 많았다.


본디 신성력이란 신의 힘. 그리고 신의 힘이 지닌 속성이란.


"전지전능...이라."


순수한 신성력은 그 자체가 시전자의 바람을 이루어주는 만능의 힘. 단지 그 자체로 기적을 이룰 수 있을 정도의 순수한 신성력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서서히 잊혀져가는 신성력의 본질이었다.


세바스는 안젤라의 신성력 안에서 전투의 피로가 가심을 느꼈고, 헬퍼트는 아직 눈치 채지는 못했지만 전투 중에 혹사시킨 육체와 마나 하트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안젤라가 특별히 바란 것은 아니겠지만, 모두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안젤라의 무의식이 신성력에 반영된 것이었다.


"이만한 신성력을 일제히 저 마물에게 쏟아 부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솔직히 세바스는 루시퍼가 말한 계획을 듣고도 약간 회의적인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평생을 교단에 몸담아 살아왔지만, 누구보다 신성력이라는 힘을 많이 보아온 만큼 그것의 한계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머릿속에 정해둔 모양이었다.


"참회해야겠군."


믿는 마음만 크다면, 신의 힘으로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교단의 기본 이념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앞에 순응해온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 되는 세바스였다.


"이보쇼 심문관 나으리. 저 꼬마는 대체 정체가 뭐요? 이거 신성력...은 맞나? 이런 광경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데."

"그건...음."


세바스는 잠깐 고민을 해봤지만 사실 그대로 밝히려면 루시퍼라는 존재가 아스모데우스와 최소 동격, 혹은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 또한 밝혀야 했기에 악마에 대한 적개심이 최고조에 달해있을 헬퍼트에게 당장 그 사실을 밝히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그렇기에 세바스는 카타리나에게 했던 변명을 그대로 읊어주었고, 헬퍼트는 흥미로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


"오호라, 성녀라. 교단의 성녀님은 이런 기적도 마음대로 행하고 그러는 건가? 난 딱히 신에게 의지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긴 하다만, 성녀님의 힘이 이 정도라면 가끔은 교회에 얼굴 정도는 비춰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


세바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경한 소리였지만 당장 세바스도 눈앞의 광경에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딱히 헬퍼트를 질타하고픈 기분을 들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허공에서 반짝거리는 신성력의 농도는 점점 짙어져만 갔고, 거의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신성력이 응집되자 안젤라가 드디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거라면 되겠어요."


아직 자신이 다루는 힘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안젤라였기에 무작정 힘을 모으기만 했다만, 이제 아이 군의 마비도 슬슬 풀려가는 것이 보였기에 안젤라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두막 주변을 거의 완전하게 황금빛으로 물들인 안젤라의 신성력은 안젤라가 양 팔을 들어 올리자 나선을 그리며 회오리치기 시작했고,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안젤라의 들어 올린 양팔 사이로 모여들었다.


"저, 저거...괜찮은 거냐?"

"..."


헬퍼트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뭐라도 알 것 같은 세바스에게 물었지만, 세바스는 입이 떡 벌어진 채 그저 충격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세바스의 인생에서 이 정도로 신성력이 압축되어 있는 광경은 지금까지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것이었다.


극한까지 압축된 신성력은 마치 이 세상의 물질이 아닌 듯한 무언가로 보였다. 그것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듯한 흡입력을 가지고 일렁거리고 있었고, 어느새 황금빛은 자취를 감추고 허공에 뚫린 구멍마냥 어떠한 빛도 느껴지지 않는 무처럼 보일 뿐이었다.


"하앗!"


안젤라는 기합을 내지르며 마치 손에 든 공을 던져버리듯이 양팔을 앞으로 내질렀고, 그러자 압축된 신성력의 구체가 천천히,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아이 군에게 날아갔다.


이쪽으로 날아오는 아이 군, 천천히 아이 군 쪽으로 날아가는 검은 구체. 세바스와 헬퍼트, 그리고 루시퍼와 아스모데우스까지 그 광경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고, 순간 루시퍼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죽는...다?'


번개처럼 찾아온 직감에 루시퍼는 지상에 내려온 후 처음으로 진심으로 당황하면서 외쳤다.


"이런 씨발! 야 미친년! 당장 방벽 세워!"

"뭐, 뭐!?"

"닥치고 고기방패든 마력방패든 뭐든 막으면서 튀라고! 증발하기 싫으면!"


루시퍼는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마력을 끌어올려가며 검은 보호막을 몇 겹이고 쌓으며 엄청난 속도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고, 아스모데우스는 영문을 모른 채 마물들에게 전방을 막으라고 시키며 대지를 융기시키고 또한 루시퍼와 비슷한 마력 방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아이 군에게 검은 구체가 닿은 순간, 세상은 전율했다.


-----


"허어어억!"


지금 이 시간, 기도실에서 혼자 무릎을 꿇고 앉아 신께 기도를 올리던 이름 없는 신의 주교는 등골을 관통하는 찌르르한 기분에 기함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이, 이건 무슨 일인가!"


이래 뵈도 성인이라는 칭호를 지닌 그는 신성력을 느끼는 감각 역시 남달랐고, 그런 그가 생각하기에 방금 느낀 그 감각은 의심할 여지없는 신성력이었다. 그것도 전대미문의 농도를 지닌.


"이 근처에 천사라도 강림한 것인가!?"


주교는 모자를 챙기는 것도 깜빡한 채 헐레벌떡 기도실 밖으로 뛰쳐나갔고, 그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광경을 목도했다.


"이, 이것은 대체...!"


저 먼 곳의 하늘, 맬리스 마을이 위치한 곳의 하늘에 마치 하늘이라는 팔레트 위에 황금빛 물감이라도 쏟은 것 마냥 황금빛의 신성력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


"우아아악! 눈이! 눈이이...! 얼레?"

"큭...!"


헬퍼트와 세바스, 모두 검은 구체가 아이 군에게 닿는 순간 발생한 섬광에 시야가 순식간에 하얗게 물들며 안구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그 통증은 이내 포근한 기운과 함께 금방 사라져버렸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오자마자 헬퍼트는 바로 하늘을 올려다봤고,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황금, 황금, 황금. 하늘은 지평선 끝까지 그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금빛의 가루가 마치 눈이 내리듯이 휘날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도 깜깜했던 밤하늘은 온 사방을 덮은 신성력으로 인해 눈부시도록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저 꼬마가 벌인 일이라고...? 아니 잠깐, 세리아는!"


헬퍼트는 눈앞에 벌어진 믿기 힘든 광경에 잠시라도 상황을 망각한 것을 자책하며 하늘을 둘러봤다.


눈알 괴물은 하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헬퍼트는 금방 하얀 재 같은 것과 함께 떨어지고 있는 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리아!"


추락하고 있는 것은 배가 산만하게 부푼 임산부인 세리아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세리아는 의식을 잃고 있었고, 이대로 떨어지게 된다면 십중팔구는 목숨을 잃게 될 것이었다.


"이런 젠장! 이봐 심문관 나으리! 정신 차려!"


헬퍼트는 욕설을 뱉으며 입을 헤 벌린 채 멍하니 서있기만 하는 세바스의 어깨를 흔들었고, 그저 멍하니 있던 세바스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허, 헛! 무, 무슨 일입니까? 헬퍼트씨."

"내 아내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고! 어떻게든 해 줘! 공중 기동 장비는 못 챙겨왔다고!"

"아, 알겠습니다."


눈앞에서 벌어진 기적에 감격하고 있을 시간도 없이, 세바스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공중 밟기 기적의 기도문을 읊었다.


"으, 응?"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기도문의 암송을 마치면 원래 자신의 몸 안에서 신성력이 빠져나가는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어야 정상이건만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뭔가가 더 차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낀 세바스였다.


"실패인가...?"


세바스는 확인차로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고, 그러자 신성력의 막이 세바스의 발치에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기적은 발동했다. 대체 이게 무슨...설마?"


-----


"응? 이게 갑자기 왜 이러지."


맬리스 마을의 초록 지붕 여관의 주방 안, 투박하게 생긴 여관의 주모는 일찍부터 일어나 가계 준비를 하는 도중이었다.


비록 어느 날 갑자기 남자로 변해버리는 불행한 사건이 있었더라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왜 불이 안 켜지지?"


아까부터 대기 중의 마나를 흡수해 불이 켜지는 형식의 오븐을 켜려고 몇 번이고 시도를 하는 도중이었지만, 지금껏 한 번도 고장 난 적이 없는 오븐은 오늘따라 먹통이었다.


"어제부터 기묘한 일만 일어나네."


헬퍼트씨네 오두막에서 묘한 소음이 들리는 거야 이미 일상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어젯밤에는 둘이서 묵는다고 해놓고 선불까지 줘놓고 밤새 가게엔 들어오지도 않은 손님 때문에 늦게까지 꼬박 깨어 있어야 했다.


"어, 어이 여편네!"


그 때, 갑자기 잠옷 차림의 여자, 여관 주인장이 주방문을 박차고 호들갑을 떨며 주방으로 난입했다.


"응? 당신이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그, 그게 갑자기 눈에 부셔서 일어났는데 밖이! 일단 나와봐!"


여관 주인장은 억지로 주모의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왔고, 밖에는 이미 이변을 눈치 챈 몇몇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추, 추울 텐데 옷이라도...응? 하나도 춥지가 않네?"


맬리스 마을은 대륙의 최북단 수준은 아니지만 한겨울에는 제법 추운 날씨였기에 잠옷 차림으로 밖으로 나다니는 것은 그다지 추천할 만한 일이 못 되었고 남편에게 외투라도 입을 것을 권하려던 주모는 마치 완연한 봄 같은 포근한 날씨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 그것도 그런데 하늘이!"

"어, 어머 세상에! 저게 뭐야?"


그리고 주모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온통 황금빛으로 가득한 하늘에 그저 입을 멍하니 벌리고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코로나19때문에 성탄절이 성탄절같지가 않네요.

다들 칠면조 대신 치킨이라도 드시면서 성탄절 기분이라도 내시길 바랍니다.

저같이 가난한 펭귄은 치킨조차 못사먹지만요. 하하.

아무튼, 메리 크리스마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2 쥬논13
    작성일
    20.12.26 05:26
    No. 1

    빌렸는데 선한 행동으로 타락지수가 거꾸로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 루시퍼가 좌절하는 소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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