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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38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11 20:0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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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33화

DUMMY

한동안 여학생들은 신이 나서 세바스에게 재잘거리며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딱히 사교 활동에 관심이 없는 세바스는 묻는 질문에 단답형으로 짧게 대답해주는 게 전부였고 밥먹고 하는 거라고는 이단 퇴치 뿐이니 여학생들의 관심사에 걸맞을 리가 없었다. 결국 세바스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여학생들은 저희들끼리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세바스는 씁쓸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고보니 그 소문 들었어요? 맬리스 마을의 성녀님과 용사님 이야기!"

"푸흡! 쿨럭쿨럭!"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에 세바스가 차를 마시다 사레가 들려 격하게 기침을 해댔고, 안젤라는 그런 세바스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세바스가 안젤라의 얼굴을 확인하니 안젤라 또한 적잖이 당황한 표정인 것이 본인은 이런 소문이 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심문관님. 괜찮으세요?"

"어, 아...괜찮습니다."


그만큼이나 큰 일을 벌여놨으니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벌써부터 수도의 아이들까지 알 정도로 빠르게 소문이 퍼지는 것은 예상을 한참 벗어난 일이었다. 용사는 또 어디서 끼어든 건지 알 수 없었고 말이다.


"아! 저도 들어봤어요!"

"에~전 못 들어봤는데 무슨 얘기에요?"

"그게 말이죠. 맬리스 마을에서 악마가 나타났는데..."


세바스는 떠도는 소문을 파악하기 위해 여학생들의 대화를 경청했다. 우선 사건의 개요는 세바스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야기의 중간부터 뭔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여자로 변해버린 그 때, 산 꼭대기에서 살고 있던 여성분의 남편인 용사분께서 돌아왔답니다!"

"요, 용사?"


세바스는 저도 모르게 맥빠지는 목소리를 냈고, 여학생들의 시선이 모이자 무안하게 헛기침을 했다.


"흐,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계속해 주시면 고맙겠군요."

"네, 네!"


세바스가 자신의 얘기를 관심 있게 들어준다는 것이 기뻤는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신나서 이야기를 계속하는 여학생이었다.


"자신의 아내가 남자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한 용사님께서는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7일 밤낮을 악마와 그 군세들에 대적해 맞서 싸웠답니다."


우선 성별이 바뀐 대상이 반대가 되어버렸고 7일 동안 헬퍼트가 사투를 벌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낮에는 마물들이 스스로 물러갔기에 과장된 면이 있었다. 무엇보다 용사라는 말부터가 터무니없는 과장이었지만 말이다.


"악마를 거의 몰아세웠지만 7일간의 혈투 끝에 용사님은 무척이나 지쳐 있었고, 그 때 악마의 비열한 암수가 용사님에게 닥쳐왔어요."

"아! 이런!"

"그,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용사님이셨지만, 바로 그 때! 하늘에서 눈부신 빛과 함께 성녀님이 내려오신 거에요!"

"그, 그럴 수가!"

"성녀님은 마르지 않는 신성력을 뿜어내며 용사님을 순식간에 치유해드렸고, 성녀님의 신성력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악마의 목을 용사님께서는 단숨에 쳐내셨답니다!"


안젤라의 신성력에 아스모데우스가 크게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목을 치기는커녕 놓쳐버린 것이 사실일진대 어째선지 소문에는 악마가 죽었다는 식으로 알려져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 전에 발생한 황금의 하늘 사건은 다들 알고 계시죠?"

"그야 수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죠. 지금도 보이는걸요?"


여학생이 창문 사이로 황금빛으로 빛나는 북쪽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현상이 바로 성녀님께서 강림하시면서 내뿜은 신성력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해요."

"어, 엄청나네요. 사람이 저런 신성력을 방출할 수가 있는 건가요?"

"그러니까 성녀님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요."


그 이후에도 여학생들은 성녀와 용사의 소문에 관해 떠들었지만 더 이상 캐낼 만한 정보는 없어 보였고, 세바스는 머릿속으로 새로 알게 된 정보들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가 봐야겠군요.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네, 네! 살펴가세요. 세바스 오라버님."


미리엘이 세바스를 배웅했고, 세바스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한 번 흔들어주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음...내용의 황당함은 둘째치고, 소문이 너무 빠른 게 마음에 걸리는데."


사건이 해결되고 바로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한 것이 어제였으니 단 이틀만에 소문이 여기까지 퍼졌다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퍼뜨렸다는 말인데..."


사건에 얽혀있는 안젤라가 소문을 퍼뜨릴 이유는 없었고 루시퍼는...솔직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으니 확신이 서지를 않는 세바스였다.


"음, 그러고보니 그 악마놈은 항상 안젤라양을 따라 다니는 게 아니었던가? 지금은 어디로 간 거지?"


의식의 흐름을 따라 생각하다보니 루시퍼의 행방이 궁금해진 세바스였지만 가뜩이나 복잡한 머릿속에 악마놈의 생각까지 하고싶지 않았던 세바스는 의식적으로 루시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지금은 아이리스의 일에 집중하자."


약간은 억지스럽게 사고를 정리한 세바스는 이번에야말로 기록 보관실로 향했다.


-----


한편, 미리엘은 일단은 미소를 띠며 대화에 참여하고는 있었지만 뒤에서 묵묵히 서있는 안젤라가 신경쓰여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다행히 세바스가 아무 일 없이 자리를 떴으니 뭔가 수작을 부릴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부렸을텐데 안젤라는 모자란 다과를 보충해오거나, 차를 따르는 것 말고는 하는 것이 없지 않은가.


"음...여러분?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깐 자리를 비워도 괜찮을까요?"

"어머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오늘을 위해 준비해뒀던 비장의 과자가 있어서 말이죠. 그것을 챙겨올까 해서."

"어머어머, 왜 사용인을 부리지 않고?"

"맞아요 아가씨. 위치만 알려 주신다면 제가 다녀올게요."

"오, 호호호...장소는 저만 알고 있고, 또 설명하기가 조금 힘든 위치에 숨겨져 있는지라."

"그렇다면야..."

"그럼 잠깐 실례하겠어요."


미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안젤라의 소매를 잡아끌며 말했다.


"안젤라양도 잠깐 따라와주면 고맙겠군요."

"에...저는 손님들을 도와드려야."

"잠깐이면 되니까 잠자코 따라오세요."

"엣, 에에..."


미리엘은 거의 안젤라를 질질 끌다시피하며 데려갔고, 문을 닫자마자 복잡한 표정으로 안젤라에게 물었다.


"당신, 대체 무슨 속셈인 거에요?"

"네? 속셈이라니요? 그리고 비장의 과자는..."

"그거야 당연히 거짓말이죠! 당신 속셈이 신경이 쓰여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단 말이에요!"


사용인의 입장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비장의 과자를 기대했던 안젤라는 살짝 풀이 죽었고, 미리엘은 씩씩대며 말했다.


"어째서 그때 절 도운거죠? 세바스 오라버니께 사실대로 고했으면 제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요."

"아, 그때 말인가요?"

"설마 당신이 세바스 오라버님과 아는 사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이 사실을 들키게 된다면 저는...!"

"말할 생각은 없어요."

"뭐라, 구요?"

"걱정하시 않으셔도 돼요. 미리엘. 오늘 있었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사실 안젤라도 세바스의 얼굴을 봤을 때, 사실대로 말하면 미리엘이 곤란해질 것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리엘이 그 일로 인해 처벌을 받게 된다면 그 상황에서 고자질을 한 안젤라를 원망할 것은 당연했고, 둘 사이의 갈등은 커지기만 했을 것이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랍니다. 미리엘. 비록 당신이 엘레나에게 해온 짓은 쉽게 용서하기는 힘든 일이지만, 그 일은 저 나름대로 별개로 매듭을 짓고 싶어요."

"당신은, 제가 밉지도 않으신가요? 오늘 하루 동안 이렇게 끌고 다니면서 모욕을 줬는데도요?"


안젤라의 입장에서 큰 모욕이라고 느껴질 만한 일은 딱히 없긴 했지만, 안젤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군가가 양보를 한번 하기만 한다면 증오의 연쇄는 초기에 끊어버릴 수 있답니다. 저는 당신을 용서할게요. 미리엘 양은, 여전히 제가 미우신가요?"

"윽...뭐, 뭔가요. 잘난듯이."


미리엘은 이래 뵈도 귀족가이기 이전에 신앙의 명가인 도미니크 가문의 자제다. 그렇기에 관용의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어릴 때부터 귀에 박히도록 들어왔기에 지금 보여주는 안젤라의 모습이 교단이 추구하는 교리에 합당한 모습이라는 것을 싫어도 알 수 있었다.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요. 안젤라는."

"평범한 시골 소녀에요. 지금은 그냥 학생이죠."


최근에는 성녀라는 타이틀도 생겼지만 안젤라는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을 뿐더러 말할 생각도 없었기에 그저 방긋 웃었다.


"어쨌든 알겠어요. 말할 생각이 없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돌아가죠."

"어...비장의 과자는요?"


안젤라는 친구들에게 할 변명 때문인지, 아니면 과자가 먹고 싶어서인지 헷갈리는 표정으로 미리엘에게 물었고, 미리엘은 또 짜증을 내려다가 관두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히 제 방에 구비해둔 과자가 있기는 하군요. 그리 멀지 않으니 같이 가지러 가도록 하죠. 안젤라."

"네. 미리엘 아가씨."

"아, 그리고...음, 저기."


미리엘은 얼굴을 붉히며 뭔가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머뭇거리기 시작했고, 안젤라는 그런 미리엘이 말을 꺼낼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


"그게 말이죠. 미, 미..."

"미...?"

"미, 미리엘이라고 부르세요! 세바스 오라버님께도 한 소리 들었으니 무작정 사용인 취급할 수도 없잖아요?"


그 말을 꺼내려고 그렇게나 주저한 이유는 불명이었지만 미리엘은 어쨌든 한층 시원해진 얼굴로 앞장섰다.


"네. 미리엘."


안젤라는 미소를 지으며 미리엘을 따라가면서 그러고보니 언젠가부터 미리엘이 안젤라를 평민이라는 호칭 대신에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의말

왜 갈수록 분량이 줄어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요.

그래도 최소 10장 이상에 4천자 이상은 쓰도록 마지노선은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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