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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32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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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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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9화

DUMMY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젤라의 마력의 운용 과목 견학은 대실패였다.


마력의 운용 과목은 초급 마나 이론에서 시작해 마나 하트학을 걸쳐가며 듣는 어려운 수업이었으므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안젤라는 필기는커녕 교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알아들을 수 없을 지경이었기에 혼자 외국에라도 떨어진 기분이었던 것이다.


"미, 미안해! 안젤라양은 학교는 처음이라고 했으니 다른 과목을 추천해줬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들떠서!"

"괘, 괜찮아요.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다 경험이니까요."

"으우..."

"그런데 엘레나는 어떻게 이 수업을 듣고 있는 거에요? 엘레나도 아직 1학년이 아니었던가요?"


안젤라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한 학기에 하나씩 두 과목을 듣고 나서 2학년이나 되어야 들을 수 있는 마력의 운용 과목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엘레나에게 의문이 들었다.


"그, 그게...알다시피 나는 마력이 적으니까. 적은 마력이나마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집에 있을때부터 마력에 관련한 공부를 좀 많이 했거든. 그래서 어쩌다보니, 헤헤."

"대단하네요! 자신 없는 분야를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그 태도! 존경스러워요! 저도 엘레나 양처럼 되고 싶네요."


감탄하며 말하는 안젤라를 잠시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던 엘레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말은 들은건 처음이네요. 다른 애들은 재능도 없는 분야에 헛짓거리를 한다고 하던데..."

"그럴 리가 있나요. 세상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 어떤 천재라고 해도 시행 착오는 겪는 법이랍니다. 저도 재능 없는 축에 속하는 사람이라 잘난듯이 말할 처지는 못 되지만요."


이런 얘기를 하는 동안에 안젤라와 엘레나는 다음 수업을 듣게 될 강의실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 동안은 엘레나가 듣는 수업 위주로 따라다니기로 했기에 안젤라는 어미새를 따라가는 아기새마냥 엘레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중이었다.


"이번에 들을 수업은 뭔가요?"

"아. 이번에는 대륙의 역사 수업이에요. 우리 반의 담임 교사이신 갈루에 선생임이 담당하고 계시죠."

"아침의 그분이요?"

"응. 참고로 말해두는 거지만 갈루에 선생님도 안젤라처럼 성을 가지고 계시지 않으셔."

"어째선가요? 그분도 저처럼 평민이신 걸까요?"

"웅...그건 잘 모르겠어. 워낙 비밀이 많으신 분이라 물어봐도 물 흐르듯 넘겨버리는 일이 많으셔서..."

"그런가요."


역사 수업의 교사라는 갈루에 선생에 대한 안젤라의 첫인상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안젤라야 사람의 외모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으므로 전혀 꾸밀 생각이 없는 듯한 추레한 복장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만사가 귀찮은 듯한 태도와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애매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으신 걸까요?"

"응? 무슨 말이야?"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이에요."


둘은 대화를 계속 나누며 각자의 자리에 착석했고, 곧이어 갈루에 선생이 머리를 긁으며 교실에 들어와 교단에 섰다.


"하~암. 다들 아침부터 고생이 많습니다. 아, 오늘 전학온 우리 반의 안젤라양도 왔군요. 수업은 들을 만 합니까?"


사실 전혀 들을 만 하지 않았지만 안젤라는 일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갈루에 선생도 딱히 대답은 궁금하지 않았던지 바로 안젤라에게서 신경을 꺼버리고 잡담은 생략한 채 분필을 들고 칠판에 수업 내용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어, 엄청난 악필..."

"보다보면 적응이 돼. 저 악필에도 묘한 규칙성 같은게 있더라고."


안젤라는 교사가 말하는 내용을 제대로 듣기에도 벅찼지만 엘레나는 칠판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속도로 필기를 해나갔는데 안젤라가 엘레나의 노트를 힐끔 보니 보지도 않고 필기를 하는데도 가지런한 필체로 요점에는 두 줄을 쫙쫙 그어가면서 빠르게 필기를 하고 있었다.


"뭐, 뭔가 대단하네요."

"응? 뭐가?"


갈루에 선생이 잠깐 학습 자료를 정리하는 중에 중얼거린 안젤라의 말에 엘레나가 반응했고, 안젤라는 느낀 생각을 그대로 말해 주었다.


"엘레나는 필기가 엄청나게 능숙하네요? 저는 듣기만 해도 힘이 다 빠지는 기분이에요."

"그, 그런가? 에, 헤헤. 뭔가 기쁘네."


엘레나는 몸을 배배 꼬며 쑥쓰러워했고, 안젤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따라가기에는 수업의 수준들이 다들 너무 높은 것 같아요."

"그,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면 할 수 있을 거야! 역사 과목은 마력의 운용 과목과는 다르게 외우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보통 사람에게는 그 외우는 것이 고역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단순 암기라면 어떻게 해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안젤라는 그 말에 기운을 차린 듯 했다.


"고마워요. 저도 힘을 내야겠죠."

"으, 응! 서로 열심히 하자!"

"거기 둘. 전학 첫날부터 사이가 좋아진 건 기쁜 일이다만 지금은 내 수업에 집중해주면 고맙겠는데요. 뭐, 듣기 싫으면 안 들어도 난 상관없지만."

"죄, 죄송해요!"


안젤라와 엘레나는 거의 동시에 사과를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다시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갈루에 선생의 귀찮은 듯한 태도는 수업 시간에도 유지가 되었고, 듣고 있자면 절로 잠이 오는 목소리였지만 가르치는 내용 자체는 더할 나위가 없이 훌륭한 것이었다.


갈루에 선생의 부임 초기에는, 나름 역사학에 해박하다고 자신하는 학생들 몇 명이 선생을 골탕먹이기 위해 일부러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의 진실에 관해 질문을 던졌던 사건이 있었다.


제국의 역사학자 정도나 되어야 알 법한 사건에 대해 질문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정확한 대답이었고, 이에 약이 오른 학생들은 교단의 대서고에서 고서를 훔쳐와 질문을 했지만 그것조차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태도로 대답해버리고는 역으로 학생들에게 정학을 먹여버린 일화는 학교에서 나름 유명했다.


아무튼 안젤라가 어떻게든 수업 내용을 머리 속에 집어넣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안 수업 시간은 끝나버렸고, 갈루에 선생은 수업 시간이 끝나자마자 칼같이 짐을 싸서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다, 다음 내용이 궁금한데..."

"아하하, 다음 수업 시간을 위한 재미로 남겨두자."

"으...그러죠."


이후에도 안젤라는 엘레나가 듣는 수업을 따라다녔고, 수학 과목과 기초 연금술 과목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수학은 정말 어떻게든 간신히 이해 정도는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연금술은 거의 마력의 운용 과목과 비슷한 수준으로 절망적이었고, 안젤라는 풀죽은 얼굴로 연금술 과목의 교실을 걸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완전 망했어요. 난 끝이에요오..."

"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찾을 수 있을 거야! 힘내! 안젤라!"


엘레나는 어떻게든 안젤라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애를 쓰는 듯 했지만 네 과목중에 정확히 반인 두 과목에서 손도 발도 못쓰는 상황이란 사실은 안젤라를 시무룩하게 만들었다.


"다, 다음 수업은 뭔가요?"

"아. 지금은 점심 시간이야. 우리 학교에서는 오전에 네 과목을 듣고 점심 시간을 가져."

"점심인가요. 그러고보니 벌써 그런 시간이네요."


정신없이 수업을 듣다 보니 잊고 있었지만 시간을 눈치 채고 나니 배가 고프기 시작하는 안젤라였다.


"안젤라. 조심해야해."

"뭐, 뭔가요? 이 학교의 식당에는 뭔가 위험한 거라도 있나요?"


식당으로 이동하며 엘레나는 살짝 굳은 얼굴로 안젤라에게 말했고, 안젤라 역시 겁먹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위험한 거...라, 굳이 따지자면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안젤라. 아침 조례 때 미리엘과 시비가 붙었잖아?"

"아. 그렇네요."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는 교사들의 눈이 있으니 뭔가를 하지 힘들지만...뭔가를 하려면 점심 시간에 할 거라고 생각해. 으...불안해."


긴장으로 인해 위통까지 오는 건지 엘레나는 찌푸린 표정으로 배를 문질렀고, 안젤라는 그런 엘레나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엘레나. 만일의 경우에는 제가 어떻게든 할게요."

"어떻게든이라고 해도..."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 불안한 상상을 계속 하면 그게 현실로 다가올 확률이 커진다고 해요."

"그, 그래?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딱히 근거는 없는 이야기였지만 엘레나는 비슷한 경험이 많은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식당은 교단에서 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화려함은 적었지만 넓고 깔끔했다. 식당이라고 했지만 배식제를 채택했기에 봉사 활동을 온 교인들이 흰 앞치마를 두르고 학생들의 그릇에 음식을 배식해주고 있었다.


안젤라는 처음 와보는 식당이란 곳의 풍경에 감탄하며 사방을 둘러보다가 이쪽을 절찬리에 노려보고 있는 미리엘과 여학생들을 발견했다.


"어머, 평민이 이쪽을 쳐다보네요."

"어쩜 저리 시선에도 품위가 없을까요."


대체 시선에 담긴 품위라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싶어지는 대화였지만 안젤라는 딱히 그런 것을 지적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그저 손을 살짝 흔들어주었다.


"뭐, 뭔가요. 지금 인사한 거에요?"

"지금 누구 약올려요?"


안젤라의 행동이 의외였는지 미리엘은 살짝 당황하며 성을 냈고, 안젤라는 슬쩍 손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왜 인사했는데 화를 내는 걸까요."

"보, 보통 그렇게 헤어지고 난 다음에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덩치도 작은 안젤라의 등 뒤에 의미도 없이 숨은 엘레나가 말했다.


"그런가요? 음...안타깝네요.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요."

"내, 내가 그걸 알면 이렇게 살지는 않지..."


스스로 말하고는 제풀에 기가 죽는 엘레나. 안젤라는 그런 엘레나의 등을 토닥여주며 각자의 그릇을 챙겨 배식을 받고는 비어있는 테이블을 찾아 이동했다.


안젤라가 그릇을 들고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던 도중, 안젤라와 엘레나는 미리엘이 앉아있는 테이블의 근처를 지나게 되었고, 안젤라는 살짝 긴장하며 미리엘쪽을 주시한 채 걸었다.


그 때, 안젤라와 스쳐지나가던 남학생 한 명이 슬그머니 안젤라의 다리를 걸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들어온 방해에 안젤라는 앗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릇을 놓치고 앞으로 쓰러졌다.


안젤라가 놓친 그릇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버렸고, 그릇에 들어있던 스튜가 주변에 앉아있던 미리엘 패거리의 옷에 살짝 튀었다.


보통 눈앞에서 사람이 넘어지면 반사적으로라도 몸을 뒤로 빼기 마련인데, 미리엘 패거리는 음식물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도 미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맞아버렸고, 미리엘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아. 평민이 저질러버렸군요. 다들 괜찮으신가요?"

"저흰 괜찮아요. 옷이 더럽혀졌지만요."

"이걸 어쩌면 좋나요? 미리엘의 최고급 드레스에 얼룩이 생기겠는걸요?"

"아, 안젤라! 괜찮아!?"


엘레나가 들고 있던 그릇을 내려놓고 쓰러진 안젤라에게 서둘러 달려갔다.


"어머, 고블린은 이제 완전히 평민의 편이 되어버렸군요?"

"감히 평민이 귀족가의 자제에게 음식물을 뿌렸다구요? 누구를 걱정해야 할지는 명백하잖아요?"


뼛속까지 선민의식에 찌든 그들의 말에 엘레나가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감히 고개를 들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당해온 수많은 일들이 엘레나의 마음을 괴롭히며 나서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작가의말

그러고보니 코로나19 때문에 난리인 상황에 학교 급식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딱히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궁금해지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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