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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50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0.12.22 20:00
조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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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3화

DUMMY

헬퍼트는 양손에 길쭉한 총을 하나씩 쥐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폭음과 함께 양손에 들린 총의 총구에서 한쪽에서는 푸른빛의, 한쪽에서는 녹빛의 광선이 엄청난 속도로 사출되며 눈알 괴물에게 날아갔다.


하늘을 가르며 날아간 두 개의 광선은 정확히 눈알 괴물에게 명중해 폭발을 일으켰고, 눈알 괴물은 괴성을 지르면서 사방으로 촉수를 흔들며 버둥거렸다.


"자자! 쉴틈이 없다고!"


헬퍼트는 그렇게 외치며 쉴 틈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방아쇠를 당기는 족족 총에서 광선이 날아가며 눈알 괴물을 사정없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무, 물러나고 있어요!"

"아니. 아직 멀었다."


고속 연사에 헬퍼트의 총은 과열되어 시뻘겋게 되어 연기를 피워올렸고, 약간 창백해진 안색의 헬퍼트는 혀를 차며 총들을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열려 있는 검은 상자에서 다른 총 두 자루를 꺼내들었다.


"칫!"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파란 액체가 들어있는 주사기를 꺼내 그대로 자신의 팔에 박아넣고는 이번에는 화약을 이용한 방식의 작은 총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헬퍼트의 마력 변환 에너지 사출 장치, 즉 마총은 사용자의 마력을 에너지로 변환하여 그대로 사출하는 것이었기에 그 위력이나 편의성은 간단한 마법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만큼 엄청난 속도로 사용자의 마력을 빨아먹었기에, 헬퍼트는 마총을 연사한 후에 급속 마력 회복약을 복용한 후, 교대로 화약총을 사용하고, 마력이 회복되면 또다시 마총을 사용하는 방식의 전투를 하고 있었다.


방금 전의 순수한 마력을 사용하는 총들보다 확연히 큰 폭음을 내며 납탄들이 붉은 꼬리를 그리며 날아갔고, 헬퍼트는 한 탄창을 비우고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빠른 속도로 탄창을 교체해가며 폭풍같은 연사를 때려박았다.


"정말 엄청나군. 혼자서 저 거대한 괴물을 지금까지 막아냈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었는데 이 광경을 보니 이해가 가."


세바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등에 메고있던 마티아스를 들고 옆으로 한번 휘둘렀다.


"이쪽도 지고 있을 수는 없지."


지금까지 헬퍼트의 총이 내는 폭음에 가려 간간히 작은 소리로 들려오던 마물들의 비명소리가 어느새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대신 들려오는 것은 기분나쁜 낄낄거리는 소리들. 헬퍼트의 오두막을 둘러싼 우거진 나무숲 사이에서 붉은빛의 안광들이 마치 촛불이 켜지듯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너라. 사악한 악마의 종자들아. 이 세바스 도미니크가 네놈들을 한 마리도 남김없이 정화해주마."


-----


"밖은, 소란스럽네요."


헬퍼트의 총이 내는 폭음, 쇳덩어리가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 그리고 마물들이 비명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굉장히 듣기 싫은 소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안심해 주세요. 세리아씨는 저희가 어떻게든 지켜드릴게요."

"후후. 믿음직한걸요. 고마워요."


외견만으로는 썩 믿음직해보이지만은 않은 이인조였지만, 세리아는 옅게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런데 루시퍼 씨는 아까부터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계시나요?"

"...내가 아스모데우스 놈이라면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그런 걸 알 수 있어요?"

"별로 기꺼운 사실은 아니지만 그놈과도 꽤 오래 알고 지냈으니 말이다."


악마와 악마의 사이였지만 마치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루시퍼의 말이었다.


"그놈 성격상 판을 이렇게까지 벌려놓고 보이지도 않는 곳에 숨어서 기다릴 리는 전혀 없단 말이지."

"그, 그렇다면."

"그래. 아마 이 전장 어딘가에 있긴 할 거다. 우리 눈에 보이는 곳이건, 아니건 간에 말이지."


루시퍼의 입에서 나온 말은 헬퍼트와 세바스에게는 제법 위협이 될 만한 정보였다. 그런 상급의 악마가 전장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공격이라도 한다면 둘의 힘으로는 상대하기가 벅찰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이, 여자."

"저, 저요?"

"그래. 네놈은 아스모데우스 놈이 어디에 숨어 있을 것 같나?"

"그, 글쎄요? 마물들 사이에 숨어 있다거나?"

"헤에. 그거 흥미롭군. 아스모데우스가 누군줄 알고 마물들 사이에 숨어 있다는 말을 그리 자신 있게 내뱉으셨을까?"

"엣? 루, 루시퍼씨. 무슨 소리세요? 아스모데우스는 저 마물들을 이끌고 온 악마잖아요?"

"그, 그래요. 루시퍼씨. 갑자기 왜 그러시나요?"

"야. 안젤라. 그거 아냐?"


루시퍼는 한 박자 쉬고는 말을 이었다.


"난 이 여자 앞에서 아스모데우스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고 보니 헬퍼트에게는 오두막 밖에 나갔을 때 짧게 아스모데우스의 정체에 관해 전해줬지만 세리아에게는 충격을 받지 말라는 배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배후에 있는 악마의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그런..."

"..."


세리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루시퍼를 그저 바라볼 뿐이었고, 루시퍼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여전히 잘 속는군. 아스모데우스."

"하. 설마하니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그러는 너는 여전히 세치 혀를 놀리는 솜씨가 아주 일품이구나. 루시퍼."


세리아, 아니 아스모데우스는 순식간에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변하며 말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혀놀림은 잠자리에서나 제대로 발휘되었으면 좋겠는데~"

"네년의 천박한 농담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다."

"꺄핫~그렇게 매도해주면 오히려 흥분되는걸?"

"미친년같으니."


루시퍼는 경멸의 표정을 띄웠고, 아스모데우스는 새빨간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처음에 널 보고는 제법 놀라긴 했지만...내 정체가 드러날 만한 요소는 하나도 남겨두지 않았는데. 어떻게 눈치챈거지?"

"이미 말했다시피 네년 성격이 어디 가냐. 냄새나는 마물들 틈바구니에 섞여 있을 리도 없고 외부에 있을 리도 없으니 제일 수상한 놈부터 찔러본거지. 그리고 내가 눈치챘냐. 네년이 멍청하게 혼자 자폭한 거잖냐."

"그건 내 실수 인정. 그런데 만약 잘 넘어갔으면 어쩌려고 했니?"


워낙 자연스럽게 말했기에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아스모데우스가 조금만 더 주의 깊었더라면 어떻게 잘 넘길 수도 있을 터였다.


"어차피 저 밖에 심문관 나으리라도 불러와서 신성력이라도 끼얹으면 탄로날 일이었어."

"어머. 난폭해라. 뭐, 그런 플레이도 환영이지만?"


대체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 건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며 꺅꺅대는 아스모데우스였다.


"정체가 탄로난 주제에 제법 여유만만이시군."

"그야...루시퍼 너. 엄청 약해졌다는게 딱 봐도 느껴지는걸."


루시퍼는 무표정이었지만 아스모데우스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하! 화난 거 같네? 정곡을 찔렸나봐? 난 누구씨랑은 다르게 정~당한 계약을 통해 지상에 강림했거든. 완전히는 아니지만 힘의 대부분을 온존했다는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아스모데우스는 그야말로 악녀의 정석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폭소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며 정색하며 말했다.


"그러니 방해하지 마. 내 유희에 훼방을 놓겠다면 아무리 너라도 죽일거야."

"헤에. 그러냐. 뭐, 사실 나야 네년이 유희를 즐기든 말든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말이지."

"그럼 순순히 꺼지던..."

"근데 이녀석이 그렇게 생각할까?"


루시퍼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안젤라의 머리를 푹 누르며 말했다.


"응? 지금까지 살펴보니 그냥 별 것도 없는 꼬마잖아. 보아하니 루시퍼랑 뭔가 계약을 맺은 것 같기는 한데 마력이라고는 아주 조금밖에 느껴지지 않는데, 이걸로는 고블린 한마리 상대도 못할걸? 여러 가지 의미로. 키킥."

"그렇다는데. 안젤라. 어떻게 생각하냐."

"어, 어떻게고 자시고..."


안젤라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한 발짝 앞으로 나서 아스모데우스를 마주봤다.


"저, 저기 악마님."

"응? 왜 그러니. 꼬마야. 원한다면 너도 내 유희에 동참시켜줄까?"


여유만만한 태도로 빙글거리는 아스모데우스.


"그건 거절해둘게요. 실례지만 정말로 아스모데우스님이 맞으신 거죠? 세리아씨가 아니라?"

"그럼~나 정도 되면 인간의 껍데기를 흉내내는 것 정도야 누워서 떡 먹기란다? 떡이라고 하니까 왠지 음란한걸?"

"음란...? 잘 모르겠지만 그럼 세리아씨는 지금 어디에 계신 거죠?"

"그을쎄에? 그러고보니 찬찬히 살펴보니 제법 내 취향인 얼굴을 하고 있네? 이 언니랑 하룻밤 같이 자주면 알려줄지도?"

"그, 그걸로 괜찮나요?"

"야. 이 미친년이 하는 말은 너무 귀담아 듣지 마라. 그리고 니가 생각하는 것과 이년이 말하는 의미는 좀 많이 다른거다."

"아하하하! 우리 마계의 대군주님께서 어쩌다가 보모로 전락하셨을까? 레비아탄이 지금 네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몰라. 그런 스토커 새끼따위 어찌되든 상관없어."

"아, 악마님. 헬퍼트씨는 정말 진심으로 세리아씨를 지키려 하고 계셔요.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시다면 말해주세요."

"후후훗. 악마라는 존재는 원하는 게 있으면 힘으로 쟁취하는 존재란다? 너도 원한다면 힘으로라도 털어내게 하는 게 어때?"

"우...그,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부디 각오해 주세요."


안젤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각오를 다지고 양 팔로 아스모데우스를 껴안았다.


"응? 얘가 갑자기 왜 이래? 나야 땡큐지만...?"


뭔가 더 말하려던 아스모데우스는 안젤라의 머리칼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뭔가 쎄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었다.


안젤라의 몸에서 황금빛의 광채가 뿜어져 나오더니 아스모데우스의 몸이 격렬한 기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끼, 끼야아아아아악!"

"으. 야. 안젤라. 일단 나도 악마거든? 이런 짓 할거면 미리 말을 좀 해주지?"


라고 말은 했지만 루시퍼는 안젤라가 아스모데우스에게 다가갈 때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신성력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자 문 뒤에 숨어 고개도 내밀지 못하고 있었다.


"악마, 아니잖아요."

"끼야아아아아악!"

"뭐라고? 비명 소리때문에 잘 안들리는데?"

"떠, 떨어졋!"


몸이 불타는 와중에도 아직 힘이 남아있는지 아스모데우스는 팔을 휘둘러 안젤라를 떨쳐냈고, 안젤라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앗!"

"이, 이게 뭐야...! 네년! 어떻게 이런 고농도의 신성력을! 끄아아아악!"


말하는 와중에도 아스모데우스의 몸에 붙은 황금빛 성화는 격렬하게 타올랐고, 신기하게도 몸에 걸친 옷은 성화에 전혀 손상을 입지 않고 아스모데우스의 신체만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새,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너무 좋은데요..."

"그러게나 말이다. 완전히 방심한 상태에서 제로거리로 신성력을 맞았다고 해도 효과가 지나치게 좋은걸?"


어느새 슬쩍 안젤라의 옆으로 돌아온 루시퍼였다.


작가의말

작가는 생선 대신에 관심을 먹고 삽니다.

댓글과 선작, 추천은 오늘도 굶주린 배고픈펭귄의 하루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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