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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59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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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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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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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2화

DUMMY

아이리스. 아이리스 도미니크는 가주 임페리온 도미니크의 손녀로, 세바스의 아버지 엔비온 도미니크의 딸, 즉 세바스의 친동생이었다. 여타 가문의 사람들처럼 이단 심문관으로 활약하던 아이리스는 5년 전, 이단 심문을 위해 나선 임무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저 평번한 이단 퇴치라고 생각했던 임무에서 아이리스는 잠깐 단독 행동을 벌였고, 얼굴이 완전히 뭉개진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당시에는 처참하게 훼손되어 전혀 알아볼 수 없었던 얼굴 외의 모든 점이 그 시체의 신원이 아이리스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기에 아이리스의 죽음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살아있는 아이리스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세바스는 아이리스가 수행했던 마지막 임무에 관련된 사람들부터 그 전에 수행했던 사람들, 거기서 수확이 없다면 또 그 전의 임무까지 조사하며 차근차근 되짚어갈 생각이었다.


"분명 놓친 뭔가가 있을 거다."


세바스는 침중한 표정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걸었다.


복도를 지나던 중, 세바스의 귀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리엘의 친구들인가."


미리엘 도미니크는 엔비온의 늦둥이 딸이자 집안의 막내였다. 무려 세바스와 11살이나 차이가 나는 늦둥이 동생이었기에 아기 때부터 온 집안의 귀여움을 다 받고 자랐기에 지나치게 오냐오냐 해준 탓인지 약간 자기중심적인 성격으로 자란 것 같은 기분이 없지 않아 있었으나 그런 미리엘의 성격을 교정하기도 전에 아이리스의 비보가 들려왔고, 당시에 겨우 열 두살이었던 미리엘이 그렇게나 따랐던 언니의 죽음에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창 예민할 질풍노도의 시기에 느닷없이 다가온 끔찍한 비극에 상처입은 소녀는 받은 상처에 대한 방어기제라도 되는 것인지 쉽게 남을 깔보는 성격으로 자라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미리엘을 자주 만나지 못했던 세바스는 마음 한 구석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오랜만에 가문에 방문했으니 오래간만에 얼굴이라도 비추자는 생각으로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응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리엘. 나다. 잠깐 실례해도 되겠나?"

"앗! 오라버니! 집에 와 계셨군요!"


다행히도 어렸을 적 오라버니를 연발하며 세바스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던 적도 있었던 만큼 세바스에 대한 애정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은 듯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는 미리엘이었다.


"서, 설마 세바스 도미니크님이신가요!"

"어머어머! 어쩌면 좋아!"

"나 어디 흐트러진 곳은 없지?"


다른 남매들에 비해 유난히도 사이가 좋았던 그들이었기에 오히려 아이리스를 잃고 난 뒤 아이리스가 사라진 공허함을 채우고 싶기라도 한 듯이 미리엘의 세바스에 대한 애정은 갈수록 커졌고, 교단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세바스를 이제는 거의 신성시하듯이 대하는 미리엘이었기에 학교에서도 워낙에 세바스에 대한 자랑을 하고 다녔기에 세바스는 학교 내에서는 유명인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무, 물론 들어오셔도 된답니다! 당장 문을 열어드리세요. 안젤라."

"안, 젤라?"


익숙한 이름이 들려오는 것에 미간을 찌푸린 세바스의 눈 앞에서 문이 열렸고, 역시나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젤라양이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하하...오랜만, 은 아니네요."


설마하니 하루 만에 또다시 만나게 될 줄은 둘 중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첫날부터 안젤라와 미리엘이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어 그녀를 다과회에 초대했다...는 낙천적인 판단을 내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세바스의 이성이 그것을 거부했다.


우선 저 미리엘이 평민을 초면에 대뜸 집까지 초대할 리도 없었을 뿐더러 친구한테 입히기에는 지나치게 혁신적이었고, 안젤라가 스스로 입었다는 것은 더 이상한 안젤라의 메이드복 복장이 세바스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게다가 그 복장은 또 뭡니까?"


'어, 어쩌죠...설마 세바스 오라버니가 집에 계실줄은 몰랐는데, 심지어 저 평민과 아는 사이로 보이잖아요!'


미리엘은 미리엘대로 세바스가 안젤라를 아는 눈치로 보일 때부터 맹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미리엘은 스스로도 자신이 안젤라에게 한 짓이 되도 않는 트집을 잡아 화풀이를 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만한 뻔치 정도는 가지고 있었고, 아무리 미리엘 자신이 도미니크가의 예쁨을 받는 금지옥엽이라 할지라도 학우에게 트집을 잡아 시종 노릇을 하게 했다는 것이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사랑스러운 오라버니 세바스라 할지라도 저 대쪽같은 성격에 무작정 미리엘의 편을 들어줄 리는 없었고, 일이 커질 경우 어쩌면 엔비온, 아니 가주 임페리온에게까지 미리엘의 치부가 드러나는 그녀로써는 실로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 끔찍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열렬히 머리를 굴렸지만 마땅한 해결 방안은 떠오르지 않았고, 미리엘이 속으로 절망하고 있던 그때, 안젤라가 입을 열었다.


"저기..."

'마, 망했어요! 전 끝이에요!'

"오, 오늘은 그게, 미리엘에게 일일 고용이 되었어요."

"일일, 고용?"


안젤라의 뜬금없는 말에 세바스는 물론 미리엘까지 벙찐 표정이 되었다.


'저, 저 애가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걸까요?'


굳이 안젤라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도저히 떠올리지 못한 미리엘은 이어진 안젤라의 말을 그저 멍하니 듣기만 할 뿐이었다.


"그, 그게 사실 개인적으로 돈이 조금, 급하게 필요해서 말이에요."

"...학교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은 교단에서 지원을 해 줬을텐데."

"개인적으로! 개인적으로 살 게...어음. 있어서 말이죠."


안젤라는 본인이 말하면서도 자신이 생필품 외에 개인적으로 뭔가를 사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를 않았기에 시선을 피하며 식은땀을 흘렸고, 세바스도 그런 안젤라의 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기에 미심쩍은 눈초리가 되었다.


"그래서 제가 미리엘에게 부탁해서 오늘 하루 사용인으로 일하게 해 달라고 부탁한 거에요! 그렇죠? 미리엘?"

"으, 응? 무무무, 물론이와요. 오, 호호호..."


당최 안젤라의 의도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안젤라의 영 설득력없는 주장이 진실보다는 미리엘에게 나았기에 일단 말을 맞추었다.


"...그러고보니 사용인 노릇은 익숙하다고 했었나."


미리엘에게는 천만다행으로 안젤라와 세바스가 나눴던 잡담 중에는 촌장 딸의 취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그렇기에 세바스는 왜 하필 메이드인가 하는 일에는 큰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실제로도 평민이 귀족의 집에 고용되어 사용인 노릇을 하는 것이 좋은 벌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누가 봐도 수상한 태도만 없었다면 믿었겠지만 말이야.'


이제는 소리도 제대로 못 내면서 휘파람을 불려고 시도하는 안젤라와 어떻게든 포커페이스로 미소를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약간 창백해진 미리엘의 안색은 세바스의 의구심을 키우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안젤라양의 일이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평소라면 더 집요하게 파고들어 진실을 캐물었겠지만 지금 세바스의 머릿속은 아이리스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차고 넘칠 정도로 복잡했고, 게다가 무려 대륙 최고 선인의 타이틀을 가진 안젤라가 하는 말이었기에 뭔가 깊은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음, 그렇군. 오늘 하루만 고용되었다 이겁니까?"


다행히도 믿는 것처럼 보이는 세바스의 모습에 미리엘이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고, 안젤라도 확연히 밝아진 안색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뭐...내가 신세질 일은 없을겁니다. 미리엘의 사용인으로 고용된 것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나로써는 지인을 사용인으로 대한다는 것도 마음이 편치는 않군요."


별 생각 없이 던진 세바스의 말이 미리엘의 마음 속 양심을 아프게 찔러대기 시작했다.


안젤라는 세바스의 말에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이런 안젤라의 태도에 세바스와 미리엘이 떠올린 생각은 같았다. 대체 안젤라는 무슨 이득이 있어서 갑자기 이러는가?


떠올린 생각은 같았지만 세바스와 미리엘은 각자 다른 이유로 차마 그것을 물어보지는 못한 채 대충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손님으로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도미니크 가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아무쪼록 불편함이 없으면 좋겠군요."

"무, 물론 사용인을 대하는 입장이지만 여러가지로 배려...를 해줄 생각이랍니다. 호, 호호호..."

"그러면 저는 이만."


세바스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려 했지만, 그런 그의 옷자락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저기, 세바스 오라버님.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잠시 대화에 어울려 주시면 기쁘겠어요."


세바스의 옷자락을 붙잡은 것은 다과회에 따라온 미리엘의 친구 중 한 명이었다. 학교의 유명인인데다가, 전도유망한 이단심문관, 거기다가 미리엘이 평소에 자랑하는 것처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카이너스 왕국 귀족가의 자제들로써, 그리고 한 명의 소녀로써 세바스의 눈에 들고 싶은 생각에 용기를 냈던 것이다.


"맞아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눠 주시겠어요?"

"그래 주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도 하나둘씩 용기를 낸 소녀의 말에 가세하기 시작했고, 세바스는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올려다보는 소녀들의 시선을 견디기 어려웠는지 한숨을 내쉬며 의자를 가져와 테이블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앉았다.


"음, 하던 일이 있던지라. 시간을 그리 길게 낼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잠깐이라도 충분히 기쁘답니다. 정말 고마워요. 세바스 오라버님."


마음 같아서는 누가 오라버님이냐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세바스는 그저 영업용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작가의말

야간 알바는 피곤합니다. 

일 자체는 편하지만 일단 졸리기도 하고 다음 날 신체리듬이 엉망이 되기에 그리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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