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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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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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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0.12.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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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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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19화

DUMMY

"그나저나 심문관님은 어디로 간 걸까요?"

"몰라. 내가 알 게 뭐야."


루시퍼는 심술맞은 표정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말했지만 근심 걱정이 가득한 안젤라의 표정을 슬쩍 보고는 말을 이었다.


"뭔진 몰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다. 그냥도 무식하게 강한 놈인데 대기의 마나가 신성력으로 대체된 지금의 상황이라면...지금의 꼰대를 이길 수 있는 놈은 별로 없을 거다."

"대, 대기...의 마나요?"

"니가 한 짓인데 모르는거냐..."


뇌가 순수한 우리의 안젤라는 당연히 그런 원리 같은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루시퍼는 그런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변명을 좀 하자만 배움의 기회가 없었기에 모르는 게 당연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언제 한 번 단기 속성 과외라도 해야겠군. 아니, 학교에 잠깐 보내는 것도 괜찮을지도."

"속성, 과외요? 저 마력이 없어서 원소 마법은 못 쓰는데..."

"그 속성이 아니...됐다 그냥."


루시퍼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버렸고, 안젤라는 얼굴을 붉힌 채 볼을 부풀리며 노려봤다.


"우...루시퍼 나빠요."


그리고 그 때, 타이밍 좋게 세바스가 수풀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오우. 심문관 나으리. 어디 갔었던 거야? 걱정했다고."

"...아. 그렇습니까."


세바스는 헬퍼트 쪽을 슬쩍 바라보며 대답은 했지만 시선에 초점이 없었고 대답에 영혼이 없는 것이 누가 보아도 상태가 이상한 것이 명확해 보였다.


"무슨 일 있었수?"

"...딱히. 악마는 놓쳤습니다. 면목 없군요."


주변에 신성력이 가득한 성스러운 상황에서도 음울한 기운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듯한 암울한 분위기에 눈치 없다는 소리를 꽤 자주 듣는 헬퍼트도 겸연쩍은 듯한 태도를 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수고했수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죠. 지금은 좀...피곤하군요."


세바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평소의 자신감 있는 걸음걸이가 아닌,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지는 걸음걸이로 털레털레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진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확실히 좀 궁금하군. 저 꼰대가 저렇게 기가 죽을 줄이야."


헬퍼트는 찝찝하다는 표정으로, 루시퍼는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말했고 안젤라는 걱정스러운 듯한 태도로 말했다.


"걱정되네요. 언제나 당당하신 분이셨는데 저런 모습을 보니 안쓰러워요."

"지 문제는 지가 알아서 해결하겠지. 신경 꺼도 된다."

"그래도..."


왠지 침체되려는 분위기를 헬퍼트가 박수를 한 번 치면서 환기시켰다.


"자! 뭐가 어찌됐든 간에 마을로 돌아가자고. 세리아도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제대로 된 의사한테도 보이고 싶고, 악마 새끼도 해치웠다고 전해 줘야지. 이거 잘하면 오늘 축제가 벌어질지도 모르겠는걸."


루시퍼는 동의하는 의미로 고개를 한번 끄덕였고, 안젤라도 딱히 다른 계획은 없었으므로 동의했다.


"좋아. 결정됐군. 내가 지름길을 알지. 따라와."


헬퍼트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스모데우스가 바랐던 공주님 안기 자세로 잠들어있는 세리아를 조심드럽게 안아들고는 앞장서서 마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헬퍼트가 안내한 지름길 덕에 일행은 기묘할 정도로 빠르게 마을로 내려올 수 있었고, 안젤라와 루시퍼는 우선 카타리나에게 사후 보고를 하러 교회로 한 번 돌아가 보기로 했다.


"그래? 난 세리아가 걱정이니 먼저 마을에 내려가 있도록 하지. 아마 병원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그리로 오면 될 거야."


헬퍼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인사를 하며 가버렸고, 안젤라와 루시퍼는 조금 걷다보니 교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기랄, 회복이 안 되는군."

"괜찮으세요?"

"넌 이게 괜찮아 보이냐. 뭐, 죽을 정도는 아니니 신경 쓰지 마라."


악마의 회복력은 원래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 마력만 있다면 잘린 부위도 재생시킬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온 사방이 신성력인 지금의 환경에서 악마의 회복력은 인간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나 정도나 되니까 어떻게 서 있기라도 한 거지. 이 근방 일반 마물들은..."


모르긴 해도 멀쩡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쯧...이 와중에 교회까지 가야 한다니 짜증나는군."


루시퍼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교회 문을 걷어차며 외쳤다.


"이리 오너라!"

"누, 누구...아! 성녀님이시군요."


신부복 차림새의 남자, 카타리나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안젤라와 루시퍼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수녀님."


안젤라가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고, 카타리나도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여기 계시던 환자분들은 모두 어디로 가셨나요? 다들 몸은 괜찮으신 건가요?"

"아. 성녀님의 기적 덕분에 상처는 모두 나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상처가 나아서 지원이라도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이변이 발생했기에 다들 조사차 마을에 나가 있습니다."

"이변이요?"


안젤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고, 카타리나도 역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왜 그러시나요? 이 이변은 눈치를 못 채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황금의 하늘 말입니다."


카타리나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말했고, 자기가 행한 일에는 딱히 자각이 없는 안젤라는 그제야 눈치를 채고 말했다.


"아, 그건 물론 알고 있었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이건 혹시...성녀님께서 행한 기적이신 건가요?"


신성력을 느끼는 감각은 비록 보통 사람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카타리나 역시 성직자, 이 황금의 하늘이 뭔가 신성한 기적의 일종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는 눈치 채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네, 네..."


왠지 모르게 죄라도 지은 듯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안젤라. 하지만 대답을 들은 카타리나는 안색이 환하게 밝아지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나! 혹시라도 악마가 또다시 그 마수를 뻗친 것이 아닌가 염려하는 교인들도 있었다만 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이 현상은 성녀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기적이 맞았군요."


카타리나는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무사히 돌아오신 것을 보니 갔던 일은 잘 해결된 것 같긴 하지만 궁금하군요. 저에게도 사정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알겠어요."


아까부터 묘하게 조용한 루시퍼를 슬쩍 한번 쳐다보고는 안젤라가 서투르게나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그런 말도 안되는...! 사방에 팽배한 이것이 모두 신성력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교인이라면 다들 비슷한 반응이 나오는 게 정상인지 카타리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세바스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고, 살짝 놀란 안젤라는 움츠러들며 작게 말했다.


"네, 네에..."

"정말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군요. 살아서 이런 대기적을 직접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카타리나는 이후에도 뭐라도 감격의 말을 중얼거리더니 느닷없이 다시 안젤라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성녀님."

"왜, 왜 그러세요. 수녀님. 고개를 들어주세요."


갑작스러운 카타리나의 감사에 안젤라는 허둥대며 카타리나를 만류하려 했지만 카타리나는 요지부동을 고개를 숙인채로 말을 이었다.


"정말이지...성녀님께서 없었더라면, 이 마을의 사람들은 전부 악마의 손아귀에서 절망하며 죽어갔겠지요."

"그, 그렇지 않아요. 저 같은 게 무슨."


여태껏 살아가면서 감사라는 것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는 안젤라는 손사래를 치며 당황할 뿐이었고, 카타리나는 그런 안젤라의 양손을 덥석 붙잡으며 말했다.


"아뇨. 이건 분명히 성녀님의 덕분입니다."

"에, 에에..."

"혹시 제 감사는, 받기 싫으신 건가요?"


성별이 반전된 채라 그림은 좀 좋지 않았지만 카타리나가 촉촉해진 눈동자로 안젤라를 내려다보며 말했고, 안젤라는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알겠어요."

"후후, 정말 고마워요. 아마 마을 사람들도 사정을 알게 된다면 모두 성녀님께 고마워 할 거예요."

"어...그, 그건 좀 곤란한데요."


이래봬도 안젤라가 성녀라는 정보는 세바스가 비밀로 처리하고 싶어 하는 사안이었기에 그 사실이 널리 퍼지는 것은 곤란했다. 애초에 허위 정보인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렇죠. 성녀님에 대한 사실은 극비 사항이라고 심문관님이 말씀하셨었죠. 좋습니다. 불초 카타리나. 이 사실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습니다."


아까부터 묘하게 들뜬 태도로 과장되게 말하는 카타리나에게 안젤라는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때, 교회의 문이 열리며 여전히 안 어울리는 옷들을 입고 있는 교인들이 우루루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 성녀님! 돌아오셨군요!"

"덕분에 쌩쌩합니다! 성녀님!"


성녀 소리를 연발하며 다가오는 교인들의 태도에 카타리나가 안젤라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반가운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성녀님께서는 조금 피곤하신 것 같군요."

"그, 그래요? 하하, 이거 실례."

"바깥 상황은 어떻던가요?"


우선 이 현상이 안젤라가 일으킨 현상이라는 것을 교인들에게는 숨기기로 한 카타리나였다. 교인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가 많았기에 그들 모두의 입을 단속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게 말입니다..."


교인들은 각자 자신이 모아온 정보들을 취합해 카타리나에게 전달했고, 그들이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모아온 정보는 대략 이러했다.


먼저, 이 근방 사람들의 재생력이 극도로 향상되었다. 간단한 타박상은 물론이요 제법 깊게 베인 상처도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확인이 되었는데 불치병 정도는 아니더라도 평소에 앓던 간단한 지병들도 완쾌가 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었다.


둘째로 자연의 마나를 이용하는 마도구들이 모두 먹통이 되었다. 다행히도 체내의 마나를 뽑아 쓰는 마도구나 개인이 사용하는 마법은 정상적으로 발현이 되었지만 자연의 마나가 거의 대부분 신성력으로 대체가 된 탓에 당분간은 해결하기 힘든 문제일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근방의 마물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을의 사냥꾼들이 평소에 자주 보던 짐승형 마물들이 사라진 것에 의문을 느끼고 마을 외곽의 고블린 부락까지 확인을 해 봤지만 단체로 증발이라도 한 듯이 마물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음, 그렇군요."


카타리나는 이 현상이 모두 안젤라의 신성력이 대기를 가득 채우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숨겨야만 했기에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는 없었지만.


"우선은 좀 더 상황을 두고 보도록 하죠.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아, 악마는 어떻게 되었답니까? 성녀님께서 무사히 돌아오셨단 말은."

"악마를 해치우지는 못했지만...사특한 악마는 성녀님의 위광 앞에서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고, 괴물은 사라졌습니다. 아마 조만간 본래의 성별로 돌아올 것이라고 합니다."

"그, 그런가요! 정말 다행입니다!"


곧 원래의 성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교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성녀님!"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어허. 이 사람들아, 성녀님 피곤하다시잖냐."


또다시 호들갑을 떨며 안젤라에게 다가가려는 교인들은 방금 카타리나가 한 말 덕에 자신들 선에서 정리가 되었고, 잠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던 그들은 뭔가가 정리가 된 듯이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들 멀찍이 서서 고개를 숙이며 일제히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성녀님!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네, 네...고마워요."


안젤라는 왠지 모를 쑥쓰러움을 느끼며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작가의말

오늘은 왠지 피곤하군요.

이게 다 밥을 제때 먹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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