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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48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0.12.30 20:00
조회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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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21화

DUMMY

"이게 뭔 일이야."


여관의 1층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고, 문 밖에도 사람들이 줄줄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마치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 여관에 모인 것만 같은 광경에 루시퍼는 미간을 찌푸리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다시 방으로 돌아가 버릴까 순간 고민했지만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해보기로 했다.


"앗. 악, 아니 루시퍼. 일어나셨군요?"


루시퍼가 두리번거리다 아무나 붙잡고 상황을 물어보려던 때에 타이밍 좋게 안젤라가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어 우연히 루시퍼를 발견하고는 말을 걸었다.


"우오오옷! 성녀님의 가족 분이시다!"

"오라버님! 성녀님을 제게 주십쇼!"

"앗. 근데 잘생겼어..."


안젤라의 말에 루시퍼에게 이목이 집중되었고, 방금까지 자다가 일어났음에도 깔끔하고 훤칠한 루시퍼의 빛나는 외모에 마을의 결혼한 처자들은 자신의 남편을 불만 어린 눈초리를 째려보며 불만을 표시했고, 처녀들의 가슴은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후...일단 길을 좀 비켜주면 고맙겠는데."


루시퍼는 이 지옥 같은 인파를 뚫고 갈 생각에 머리가 더더욱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루시퍼의 말 한마디에 인파가 갈라지며 길을 만들었고, 루시퍼는 사람이 모여서 생긴 후끈한 열기를 뚫고 어떻게든 안젤라가 있는 주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긴 좀 낫군."


아무리 그래도 주방까지 쳐들어오는 사람은 없었기에 옆에서 오븐이나 화로가 작동하고 있었음에도 루시퍼는 바깥보다는 시원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그게 말이죠..."


왠지는 몰라도 죄라도 지은 듯한 태도로 안젤라가 일어났던 일들을 찬찬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


"들어가 버렸네요."


루시퍼가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남은 안젤라는 주인장 내외의 질문 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여느 때처럼 당황하면서 이야기는 해 주었지만 어떻게든 루시퍼가 악마라는 사실만은 숨길 수 있었고, 이야기는 어쩌다보니 요리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었다.


"오! 성녀님은 요리가 취미셨군요? 이거이거 여관을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되게 반갑네요!"

"오호호호, 성녀님의 요리를 먹으면 무병장수하는 게 아닐까요?"

"그럴 듯한데? 으하하하!"

"에에...설마 그럴 리가요."


안젤라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고, 주인장 내외는 성녀임에도 생각보다 평범한 안젤라의 모습에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성녀님을 보니 우리도 딸이라도 한 명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예끼 이 아줌마야. 우리 몸이 이 꼬라지가 됐는데 딸은 무슨."

"그, 그렇긴 하네요."

"아, 그건..."


안젤라가 성전환은 얼마 안 가서 풀리게 된다고 말을 해주려 했지만 주인장이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벌떡 일어나며 외치는 말에 하려던 말은 목구멍으로 그대로 넘어가 버렸다.


"자! 울적해지지 말고 우선 아침이나 먹읍시다! 배고프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지가 요리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은 잘해요. 좀만 기다려요."


주모는 주인장에게 면박을 한번 주고는 주방으로 들어가려 했고, 안젤라는 그런 주모의 옷자락을 붙잡고 물었다.


"저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도 주방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아 맞다! 같이 온 그...오빠 분이 일행이 주방을 좀 빌릴 수가 있다고 했었는데 말하는 걸 깜빡했네. 설마 그게 성녀님일 줄은 몰랐지만!"

"어유~저희야 가문의 영광이죠. 성녀님이 저희 주방에서 요리를 하신다는데."


주모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지만 우락부락한 남자의 얼굴이라 유감스럽게도 그리 푸근해 보이지는 않았다.


"앗. 그러고 보니 그 때 재료를 다 떨어뜨려버렸네요."


처음에 세바스에게 습격받았을때, 너무 놀란 나머지 들고 있던 요리재료들을 다 떨어뜨려 못쓰게 되어버렸기에 지금의 안젤라는 빈손이었다.


"음식 재료 정도야 당연히 드려야쥬! 저희 마을을 구해 주셨는데 저희가 그렇게 인색해 보이시나?"

"아암! 혹시라도 그런 소리를 했다면 이 아줌씨를 내가 두들겨 패서라도 말을 듣게 만들어드립죠!"

"오호호호! 당신 죽고 싶어요?"


주인장은 되도 않는 허세를 부렸고, 남자의 몸은 주모가 살벌한 표정으로 주먹을 들어 올리자 여자의 몸인 주인장은 깨갱하며 구석에 박혀 찌그러졌다.


"포, 폭력은 나쁜 거지. 아암."

"어쨌든 재료는 원하는 대로 사용해도 좋아요. 이래 뵈도 여관이라 요리 재료는 제법 풍부하게 갖추고 있답니다."

"가,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어유! 은혜는 이미 저희가 입었다니까유! 우리 성녀님은 겸손하기도 하시지! 자자. 어디에 뭐가 있는지 가르쳐 줄 테니까 저 양반은 내버려두고 여자끼리 들어갑시다!"


주모는 그렇게 말하며 안젤라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반 강제로 주방으로 밀어 넣었고, 안젤라와 주모는 잠시 시간을 들여 각자의 요리를 만들어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내왔다.


"성녀님도 드신다고 실력 발휘 좀 해 봤쥬!"

"...라고는 해도 평소에 먹던 거랑 똑같은데?"


주모는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어느새 숟가락을 가져와 주모가 내온 돼지고기 구이 요리를 한입 먹은 주인장이 중얼거렸다.


"조용히 하세욧!"

"크억!"


그러자 주모의 철권이 주인장의 연약한 정수리를 거침없이 유린했고, 안젤라는 웃으며 조심스럽게 요리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렇게 좋은 재료들로 요리를 해 본 적이 잘 없어서 맛에는 자신이 없네요."


그녀가 내놓은 것은 맬리스 마을의 명물 토종닭을 사용한 백숙이었다. 백숙은 카이너스 왕국에서는 생소한 요리였지만 대체 어디서 주워들은 것인지 안젤라의 고향 마을의 요리사 고든이 요리 수행 중에 얻어온 레시피를 안젤라가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다.


"헤에, 이거 신기하게 생겼네요. 성녀님."

"스튜 같은 건감? 우유라도 넣었는지 하얗네요?"

"아, 아니요. 이 요리는 향신료 같은 게 아니라 약재를 넣어서 끓이는 요리라 국물의 색이 하얀 거예요."

"약재? 그 쓴 것들을 요리에 쓴단 말이에요?"

"그, 그래도 쓴 맛이 돌 정도로 넣지는 않았으니 괜찮을 거예요...아마도."


생소한 요리법에 주모와 주인장이 의문을 표했고, 자신감이 없는 안젤라는 움츠러들며 말했다.


"으하하하! 뭐, 성녀님이 해 준 것이니 맛이야 있든 없든 저희야 감지덕지하고 먹어야쥬! 약재를 넣었다니 몸에는 좋겠네유!"


주모와 주인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안젤라가 만든 백숙을 한 입 떠먹었다.


"...!"

"음!"


그리고 그 때, 주모와 주인장의 눈이 크게 떠짐과 동시에 둘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어~가이너씨! 오늘도 한 잔 하러 왔...이게 뭐여!"


마침 여관으로 들어오던 마을의 술꾼이 그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고, 안젤라도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댈 뿐이었다.


"으응? 혹시 성녀님? 왜 이런 곳에...가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지 아쇼?"

"저, 저도 잘..."


술꾼이 안젤라에게 물었지만 한 것이라고는 요리를 대접한 것밖에 없는 안젤라도 영문을 알 리 없었다.


뿜어져 나오던 빛은 조금 뒤에 사그라들었고, 빛이 사라지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누, 누구세요?"

"가이너씨! 원래 몸으로 돌아왔구먼! 어떻게 된 거여!?"

"저, 정말이다! 원래 몸으로 돌아왔어!"


묘하게 성전환 당하기 전의 주모와 비슷하게 생긴 남자가 자신의 몸과 얼굴을 더듬으며 헐레벌떡 거울 앞으로 달려가 자신의 몸을 확인하고는 방방 뛰었고, 마찬가지로 변하기 전의 주인장보다는 조금 예쁘게 생긴 여자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얼굴을 쓰다듬었다.


"도, 돌아왔어! 성녀님의 요리를 먹었더니 원래 몸으로 돌아왔다구!"

"에, 에에에...?"


사실 안젤라의 요리에 특별히 신성력이 담겨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고 이제야 아스모데우스가 건 마법의 효과가 끝나가지 시작한 것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여관 주인 내외에게 걸린 마법이 가장 빠르게 풀렸고, 그 결과 그들은 기가 막힌 오해를 하게 되었다.


"뭬, 뭬야! 성녀님의 요리! 나, 나도 줘!"

"안 돼! 이건 내 거야! 그리고 이거 겁나게 맛있다고!"


술꾼은 주인장의 손에 들린 백숙을 탐하며 달려들었지만 주인장은 백숙 그릇을 술꾼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이까지 들어 올리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야 이 치사한 놈아! 너만 성녀님의 요리를 먹냐!"

"하! 억울하면 밀린 외상값이나 갚으시지!"


아침부터 유치찬란한 대사를 주고받으며 도주극을 찍는 둘의 소행을 보다 못한 안젤라가 쩔쩔매며 끼어들었다.


"저기...괜찮으시다면 제 몫이라도 나눠 드릴게요."

"그게 정말이유!?"

"성녀님! 괜찮으시겠어요?"

"하하. 전 배불러요."


사실은 배가 좀 고팠지만 그래도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안젤라는 자신 몫의 백숙 그릇을 술꾼에게 건넸다.


"서, 성녀니임!"


그 자비로운 모습에 술꾼은 감동이라도 받았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안젤라에게 받은 그릇을 높이 들어 올렸고, 마침 열린 문 사이로 아침 햇살처럼 들어오는 황금빛 신성력이 반사되며 신성하기까지 한 광경을 연출했다.


'분명 우연일 테니 우선 드시고 나서 제대로 설명을 드려도 괜찮은 거겠죠.'


이제는 반쯤 체념한 안젤라는 머릿속으로 설명할 말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술꾼은 한동안 감동에 젖어 있다가 옆의 주인장에게서 스푼을 뺏어들고 그대로 백숙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마, 맛있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져! 그러면서도 간이 아주 적절하게 맞춰진 이 요리는 대체...!"


물어보지도 않은 감상을 늘어놓는 술꾼에게 안젤라는 말을 걸었다.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이네요. 어쨌든 제 요리가 악마님의 마법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뭔가 말하려는 순간 마친 짜기라도 한 듯이 술꾼의 몸에서도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안젤라는 말하려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고, 주인장 내외는 그 광경에 호들갑을 떨며 외치기 시작했다.


"기, 기적이다! 성녀님이 사특한 악마의 농간을 정화하고 계신다아!"

"세상에나! 동네 사람들! 여기 좀 와 보세요!"


안젤라가 뭐라 하기도 전에 둘은 밖으로 뛰쳐나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빛을 터뜨리는 술꾼과 가게에 덩그러니 남겨진 안젤라는 멍하니 서서 중얼거렸다.


"어, 어쩌면 좋죠..."

"성녀님! 저에게도 부디 자비를!"


주인장 내외가 밖으로 뛰쳐나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한 사람이 가게 문을 걷어차며 들이닥쳤고, 안젤라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요리를 준비해 드릴게요."


체념하고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안젤라였다.


작가의말

쓰다보니 저도 닭백숙을 먹고 싶어졌습니다.

오늘은 정말 역대급으로 춥더군요.

다들 몸을 따뜻하게 하시고 끼니를 든든히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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