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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29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09 20:00
조회
49
추천
3
글자
10쪽

31화

DUMMY

"...이거 참 첫날부터 학교에서 아주 대담한 복장을 하고 계시는군요."

"그런가요?"


안젤라의 특별 교습용으로 배정된 방에서 단 둘이 마주앉은 갈루에 선생과 안젤라가 대화를 주고받았다.


"뭐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거겠죠. 전 개방적인 교사니까요. 절대 학생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닙니다."


딱히 물어보지도 않은 걸 주절거린 갈루에 선생은 이제야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학교 생활은 할 만 한 것 같습니까?"

"수업은 어려운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즐거운 것 같아요."


안젤라는 오늘 하루 느낀 바를 갈루에 선생에게 솔직히 말해주었다.


"즐겁다니 다행이군요. 그럼 아침에 시간이 없어서 미처 설명을 해드리지 못한 것들에 대해 설명해 드리죠."

"네."

"음. 저희 엘 레지덴티에 학교는 학생의 자주적인 학습을 지향하고 있답니다."


갈루에 선생은 갑자기 뜬구름잡는 소리로 서두를 열었다.


"학생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가르친다. 그것이 기본 이념이기에 그만큼 많은 과목의 교사들을 섭외하고 있죠."

"아. 어쩐지 과목 수가 너무 많다 싶었어요."

"과목을 고르는 거야 학생들의 자유지만, 너무 자유분방한 것도 곤란하기에 유급을 면하기 위해서는 한 학기에 다섯 과목 이상의 과목 시험에서 합격점을 따내야 합니다."


여러 과목에 발만 담그는 식으로 공부를 했다가는 합격점을 따기란 요원한 일이기에 최소 다섯 과목에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가요. 합리적이네요."

"말귀가 빠른 학생은 좋아합니다. 안젤라양은 오늘 하루 수업을 들어 보면서 적성에 맞는 과목을 찾으셨습니까?"

"음...대륙의 역사랑, 수학, 그리고 대륙 공용어 정도가 몸에 맞는 듯 했어요."

"오호. 제 과목도 있는 겁니까. 기쁘네요."


전혀 표정의 변화 없이 하는 말인지라 진짜로 기쁜 것인지 그냥 해본 말인지 당최 알 수가 없는 안젤라였다.


"에또...안젤라양은 신성력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입학한 거랬죠. 그럼 나머지 두 과목 중에 한 과목은 무조건 신성력 운용 과목이 되겠고, 나머지 한 과목은 뭐가 될까요."

"앗."


오늘 하루, 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에 들떠서 본래 목적을 까먹고 있었던 안젤라였기에 갈루에 선생의 말에 흠칫했고, 갈루에 선생은 졸린 듯한 눈으로 안젤라에게 물었다.


"왜 그러시나요.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차피 오늘 하루는 엘레나와 미리엘을 따라다닐 생각이었기에 신성력 운용 과목의 교실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안젤라였다.


이후로도 갈루에 선생은 학교에서 지켜야 할 여러가지 기초사항이나, 중요한 시설의 위치, 그 외 자잘한 사항들을 쭈욱 귀찮다는 표정으로 전달해줬고, 안젤라는 머리가 빙빙 도는 기분이었지만 어찌저찌 핵심 사항들만은 머리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하, 학교는 어렵네요..."

"처음에는 뭐든 어려운 법이죠. 저도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는 귀찮았죠~뭔 학교에 지켜야 할 규칙이 이렇게나 많은지 참."


귀찮아 보이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로 보였지만 안젤라는 굳이 지적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


"어쨌든 전달 사항은 이 정도가 되겠군요. 뭐 더 궁금한 건 있나요?"

"어...그, 딱히 없는 것 같네요."


분명히 교실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궁금한 게 산더미였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찬가지로 산더미같은 정보들을 머릿속에 집어넣느라 물어볼 것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린 안젤라였다.


"좋습니다. 그럼 특별 교습을 시작하죠."

"헉."


전달 사항을 외우기에도 급급한 안젤라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


"드디어 왔군요. 기다리다 지쳤..."


저 멀리서 걸어오는 안젤라의 모습을 확인하고 말하던 미리엘의 말이 끊어졌다. 기다리다 지쳤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피폐해보이는 안젤라의 모습에 할 말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무, 무슨 일이라도 당하셨나요?"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고강도의 두뇌 노동에 정신적으로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린 안젤라는 미리엘조차 걱정하게 만들 만큼 흡사 영혼이 빠져나가버린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미리엘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안젤라가 말했다.


"아. 아가씨, 오래 기다리셨죠?"

"...아뇨. 뭐."


미리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친우 분들도 기다리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안젤라는 미리엘의 곁에 모여있던 여학생들에게도 고개를 숙였고, 미리엘의 명에 조롱을 장전하고 있던 여학생들은 정작 미리엘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그저 허둥거릴 뿐이었다.


"이래가지고 다과회의 준비는 가능하겠어요? 형편없는 다과회를 준비했다간 저의 품위에 흠집이 가는데요."


당최 걱정인지 조롱인지 헷갈리는 미리엘의 말투였지만 표정을 보아서는 일단은 걱정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은 듯 했다.


"괜찮아요. 오히려 일이라도 하면서 머리를 좀 식히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요."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노동 근성이 배어나오는 말이었다.


"음...뭐, 알겠어요. 그럼 마차를 준비했으니 타도록 하세요."

"네, 아가씨."


다행히도 안젤라는 바로 얼마 전에 마차를 타 본 경험이 있었기에 마차를 보고 허둥거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젤라는 마차의 문을 열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 엄청나게 화려하네요."

"후후. 귀족 된 자로써 스스로를 치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평민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감성이겠지만 말이죠."


그 말대로 대체 돈을 얼마나 쏟아 부은 것인지 안젤라로써는 짐작조차 되지 않는 호화로운 내부의 모습에 안젤라는 어안이 벙벙해져 버렸다.


"대, 대단하네요."


잠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멍한 표정을 지은 안젤라는 자신은 지금 미리엘의 시종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 환기시키고는 다시 업무용 표정을 장착했다.


"그럼, 손을 잡아 주시지요."

"그러죠."


안젤라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마차에 오른 미리엘이 자리에 앉자 안젤라는 미리엘의 친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친우 분들께서는 타지 않으시나요?"

"저분들을 위한 마차는 따로 준비되어 있어요. 이 마차에는 저와 당신만 타는 거랍니다."


한 대 준비하는데도 태어나서 안젤라가 지금까지 벌어온 돈의 전부를 써야 할 것만 같은 마차를 한 대도 아니고 여러 대를 준비했다는 사실에 안젤라의 정신이 아찔해졌지만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었다.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안젤라는 옷자락을 정리하며 마차에 앉았고, 그 경이로운 푹신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부, 부드럽다아."


얼마 전에 탄 마차도 제법 고급이었지만 본격적인 귀족의 마차와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런 마차라면 하루 종일 타도 엉덩이가 아플 일은 없을 것 같네요."

"후후후...완충제로 무려 그리폰의 깃털을 사용한 쿠션이랍니다. 평민은 언제 또 다시 느껴볼지 모르는 사치이니 충분히 만끽하도록 하세요."


미리엘의 친구들이 모두 마차에 올라타자 마부석에 앉아있던 마부가 마차를 출발시켰고, 안젤라와 미리엘은 도미니크 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


"그게...무슨 소리냐."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가주님."


세바스가 침중한 얼굴로 고급스러운 흑단 책상에 앉아있던 노년의 남자에게 말했다. 세바스가 현재 서 있는 곳은 도미니크 가의 가주 집무실. 즉 세바스의 눈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노년의 남자는 도미니크 가의 현 가주인 임페리온 도미니크였다.


임페리온은 오른쪽 관자놀이에서부터 왼쪽 볼까지 이어져있는 거대한 흉터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아이리스가, 살아있다니."

"저도 제 눈을 믿기 힘들었습니다만, 그건 확실히 아이리스였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목소리도 분명히 아이리스의 목소리였다. 당시에는 아이리스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짐작조차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음, 어쨌든 알겠다. 내 쪽에서도 사람을 풀어 정보를 모으도록 하지."

"네. 저는 가문의 기록 보관실을 지금부터 확인해볼 예정입니다."

"그래. 네가 언제나 수고가 많구나."

"가주님의 노고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세바스의 말에 임페리온은 옅은 미소를 띄웠고, 입가의 주름이 더욱 짙어졌다.


"그래. 가문의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터이니 너희 젊은이들은 신을 위한 검을 휘두르는데 주력하면 된다. 뒷일은 뒷방 늙은이에게 맡겨 놓고 말이다."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무얼. 나도 젊은 시절에는 너희들과 똑같았다. 세상 모르고 날뛰는 것도 한순간이지. 하지만, 그 한순간에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후...머리가 아프군. 설마 그 아이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될 줄이야."

"..."

"이 일에 대해 아는 다른 사람이 있나?"

"아닙니다. 가주님 외에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잘 했다. 엔비온이 아이리스가 살아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도 못 하겠군."

"이 사실은 철저히 비밀로 하겠습니다."

"그래. 이만 가 봐라."


임페리온은 그렇게 말하며 축객령을 내렸고, 세바스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집무실의 문을 닫고 나왔다.


"가주님께서 나섰으니 조만간에 무슨 정보라도 들어오겠지만...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임페리온에게 말했던 것처럼, 일단은 가문의 기록 보관실에서 아이리스의 과거 행적을 찬찬히 추적해볼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미리엘을 순수한 악역이 아닌 것으로 묘사하긴 했지만

학교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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