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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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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6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0.1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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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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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18화

DUMMY

"저기 있잖아."

"뭡니까."


나뭇가지를 밟으며 나무 사이사이를 고속으로 이동하던 중에 아스모데우스가 흑의인 에게 말을 걸었다.


"자세가 좀 불편한데 바꿔주면 안될까?"

"이 와중에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까 당신은."


허리를 옆구리로 감싼 자세는 분명 편해보이지는 않았지만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는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불편한걸. 그 왜 있잖아? 공주님 안기라던가. 꺄아~나 그런거 동경했었어."

"...자세는 바꿔드리죠."


흑의인은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치며 아스모데우스의 원대로 자세를 바꿔주었다.


"...이게 아니잖아!"

"한 손은 비워둬야 합니다. 그냥 참으세요."


아스모데우스가 바란 공주님 안기 자세가 아닌 아스모데우스를 짐짝처럼 어깨에 둘러멘 자세에 아스모데우스가 분통을 터뜨렸지만, 지금 아스모데우스는 꼼짝도 못하는 짐짝 그 자체였기에 그 이상 불평을 할 수는 없었다.


"근데 어라...?"

"무슨 일입니까?"

"이단심문관이 쫓아오는데?"

"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지금 제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고는...?"


흑의인은 슬쩍 뒤를 보다가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등 뒤에서는 마치 타오르는 것처럼 노란빛의 신성력을 두른 세바스가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모조리 박살내며 그야말로 흉신악살같은 기세로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제길!"


흑의인은 급한 대로 품속에서 세 자루의 비수를 꺼내어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세바스에게 날렸다.


"으웨엑!"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킨 결과, 어깨에 둘러메어져 있던 아스모데우스는 덩달아 같이 회전할 수밖에 없었고, 격한 흔들림에 괴상한 소리를 냈다.


"흡!"


흑의인이 날린 비수는 유감스럽게도 신체 능력이 강화된 세바스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세바스는 강화된 반사 신경으로 흑의인이 날린 세 자루 비수를 모조리 잡아채어 날아왔던 기세보다 배는 강하게 흑의인 쪽으로 투척했다.


"으아앗!"

"악마 살려!"


어떻게든 공중에서 몸을 틀어 피해내기는 했지만 이대로라면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어, 어떻게든 해봐!"

"그렇게 말을 하신들...어떻게 된 거지? 도미니크 경에게 저런 신체 능력은 없었을 텐데?"


흑의인은 아직 대기 중에 자연의 마나 대신 신성력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기에 세바스의 추적을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던 것이었다.


"난감한데...!"


어떻게든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상태의 세바스 도미니크는 현재 흑의인의 실력으로는 쓰러뜨릴 수 없는 것이 자명했기에 대신에 시선을 끌어줄만한 뭔가가 있다면 어떻게든 탈출만은 가능할 터였다.


"허튼 수작은 집어 치워라!"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던 흑의인은 결국 세바스에게 거리를 내주고 말았고, 세바스가 내리친 마티아스를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도로 막아는 냈지만 그 충격으로 인해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크윽!"

"끼야아아악!"

"음?"


내리친 기세로만 보자면 그대로 크레이터를 형성하며 바닥에 쳐박혀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의외로 타격이 약하게 들어간 것인지 흑의인은 바닥을 긁으며 튕겨나갈 뿐이었다.


"네놈...정체가 뭐냐? 칠죄종과 관련된 녀석의 죄업이 이렇게나 적을 리가 없는데...?"


세바스는 최근에 비슷한 이변을 겪은 일이 있었기에 금방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안젤라의 경우보다야 훨씬 강하게 타격이 들어갔지만, 그래도 세바스의 감에 의하면 흑의인의 죄업은 일반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인 것이었다.


"..."


흑의인은 고집스럽게 세바스의 앞에서는 입을 다물었고, 세바스는 마티아스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대답하지 않겠다면 힘으로라도 실토하게 만들어주마."


세바스는 양손으로 마티아스를 쥔 채 돌진했고, 흑의인은 여전히 아스모데우스를 업은 채 단도 한 자루로 세바스가 휘두른 마티아스를 받아냈다.


"으윽...!"


비교적 마티아스의 타격이 약하게 들어간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세바스의 힘과 휘두르는 속도가 훨씬 향상된 상태였으므로 세바스의 일격 일격은 묵직하기 짝이 없었고, 그런 것이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있었으니 한 팔밖에 쓰지 못하는 흑의인은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홀리 바인드!"


싸우는 와중에 신성 주문을 읊고 있던 세바스가 신성 주문을 발동했고, 세바스가 발현시킨 빛의 고리가 흑의인을 감싸려 했다.


"...!"


흑의인은 놀라운 반사 속도로 고리의 범위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한쪽 다리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기에 뒤로 넘어져버리고 말았다.


"쿠헉!"


머리를 흑의인의 등 쪽으로 한 채 둘러 메여져 있던 아스모데우스는 결국 바닥에 얼굴을 정면으로 처박을 수밖에 없었고, 흑의인은 급하게 속박을 해제하려고 했지만 늦어버렸다.


"끄윽!!!"


마티아스가 그대로 허공에 속박된 흑의인은 다리를 절단했고, 흑의인은 다리가 절단된 고통에도 비명은 지르지 않고 고통에 겨운 신음만을 흘리며 한쪽 다리로 뒤로 물러났다.


"순순히 잡힌다면 다시 붙여준다고 약속하지."

"아, 하하하...이거 진짜로 망한 거 같은데."


아스모데우스가 힘없이 웃으며 체념의 말을 흘렸지만 흑의인은 말없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절단된 부위를 옷자락을 잘라 꽉 묶어 지혈할 뿐이었다. 지혈의 효과는 별로 없어 보였지만 말이다.


"근성 하나만은 칭찬할 만하군. 교단의 심문관들도 다 너 같았으면 이 세상의 마를 모조리 박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텐데."


세바스가 마티아스를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그 꼴로는 방금 같은 속도는 못 내겠지. 이제 대화를 할 생각이 좀 드나?"

"..."

"여전히 침묵인가. 우선 그 낯짝부터 한번 봐야겠군."


세바스는 성큼성큼 걸어가 흑의인의 복면을 거칠게 뜯어냈다.


"어디 낯짝 좀...?"


복면이 벗겨진 흑의인의 얼굴은 선이 가는 미녀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흑의인의 얼굴을 본 세바스는 순간 경직되었고,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흑의인은 세바스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마무리가 어설픕니다. 도미니크 경."

"뭣...!"


흑의인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세바스의 목과 어깨 갑옷의 틈새 사이로 정확히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박아 넣었다.


"큭!"


세바스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바로 마티아스를 휘두르려 했지만 어째선지 손발이 저릿해지며 움직일 수가 없었다.


흑의인이 세바스에게 박아 넣은 것은 샤이켈 사막 전갈의 마비독, 본래 흑의인이 사용한 양이라면 트롤조차 온몸이 마비되어 꼼짝 못할 정도의 양이었지만 세바스는 비틀거리면서도 한 발짝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너, 너는...!"

"미안하지만 여기서 잡혀줄 수는 없군요. 정체를 들키는 것은 예상 외였지만, 여기서 이 악마를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기다려...!"

"작별입니다. 세바스."


흑의인은 몸을 돌며 절뚝거리면서도 빠른 속도로 시야에서 벗어났고, 세바스는 추격해보려 했지만 마비독에 당한 상태로 쫓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고 얌전히 정화 기적의 기도문을 읊으며 마비독이 해독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어째서 네가..."


세바스는 다시 말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름을 입 밖에 냈다.


"아이리스..."


-----


"여기쯤인 것 같은데."


루시퍼의 외침을 들은 안젤라와 헬퍼트는 세리아를 안은 채로 루시퍼를 찾고 있었다. 세바스는 루시퍼의 외침을 듣자마자 먼저 훌쩍 날아가 버렸는데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여태 감감무소식이었다.


"악...루시퍼! 들리시나요오!"


루시퍼를 안젤라의 오빠라 알고 있는 헬퍼트였기에 안젤라는 무의식적으로 루시퍼를 악마님이라 부르려다가 말을 고쳤다.


"그런데 여기만 눈이라도 내렸나 온 천지가 새하얗구먼, 아니 잠깐만. 이거 설마 방금 그건가?"


헬퍼트는 눈살을 찌푸리며 온 사방에 가득한 하얀 재를 손가락으로 스윽 훑어내며 중얼거렸고, 금방 아이 군이 사라졌던 자리에 흩날리던 하얀 재와 동일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저, 저기!"


안젤라는 수풀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듯 외쳤고, 헬퍼트가 수풀을 헤치자 폭탄이라도 맞은 것 마냥 터져있는 땅 옆에 엎어져있는 루시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루시퍼!"

"놈팡이! 괜찮냐?"


안젤라가 서둘러 다가와 루시퍼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고, 루시퍼는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윽...안젤라. 넌 가까이 오지 마."

"네, 네?"


생각지도 못한 거절에 안젤라는 왠지는 몰라도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신성력...죽을 거 같다고..."


이렇게 사방 천지에 신성력이 가득 찬 곳에 악마가 있다는 것은 온통 독으로 가득한 수조에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던져진 것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루시퍼는 상처를 회복하지도 못하고 평소에 하던 것처럼 안젤라의 머릿속으로 직접 말을 걸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처가 심하군. 꼬마. 이거 네 신성력으로 치유할 수 있지 않아?"


사정을 모르는 헬퍼트는 안젤라를 향해 말했고, 안젤라는 허둥대며 루시퍼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어, 그, 그게요..."

"신성력은...몸에, 안 받아...포션 같은거 없냐...?"

"그, 그러냐? 음, 어디 보자."


헬퍼트는 조심스럽게 잠든 세리아를 내려두고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려 붉은 빛이 감도는 물약을 꺼내 엎드려 있는 루시퍼의 입에 포션을 흘려 넣었다.


"힐링 포션은 잘 쓸 일이 없었는데 챙겨두기를 잘했군."


원거리에서 마력을 펑펑 써가며 포격만 날리는 상황이었기에 마나 포션을 대량으로 챙겨둔 헬퍼트였지만 만에 하나의 상황을 고려해 힐링 포션을 챙겨둔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으으윽, 이제 좀 살겠군."


힐링 포션을 마시자 해쓱하던 루시퍼의 안색에 혈색이 조금 돌기 시작했고, 죽는 소리를 내며 루시퍼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뒷목이야. 그 복면자식 절대로 가만 안 둔다. 후후후...기대하라고."


루시퍼는 흑의인에 대한 원한을 마음 속 원수 명단에 기록하며 사악하게 웃었고, 헬퍼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이 놈팡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심문관 나으리는 또 어딜 갔고?"

"심문관? 꼰대 놈이라면 못 봤는데. 소리 지르자마자 한 대 맞고 잠들었어."

"그, 그러냐. 그럼 자초지종이라도 대충 설명해 봐."


루시퍼는 대강의 상황을 설명했다.


"놓친, 건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그야말로 철천지원수...까지는 아니지만 아스모데우스에게 당한 게 있는 헬퍼트는 입맛을 다셨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넘어가는 듯 했고, 안젤라는 다른 쪽에 신경이 쓰이는 것인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스모데우스님이 사라지셨는데, 마을 사람들과 헬퍼트씨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 그것도 그러네. 평생 이대로 살아야 하는건 아니겠지?"


헬퍼트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안젤라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괘, 괜찮을 거에요! 아, 아마도..."


끝 부분에 가서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것이 심히 못미더웠지만, 옆에서 루시퍼가 심드렁한 태도로 말했다.


"사람의 성별이라는 것은 이래 뵈도 신이 정한 섭리 중의 하나다. 그 미친년 정도의 능력으론 단 한 명의 성별조차 영구적으로는 바꿀 수 없어. 무슨 수작을 어떻게 부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년이 근처에 없으면 조만간에 정상으로 돌아올 거다."

"그, 그래? 그건 참 다행이군!"


헬퍼트는 순식간에 기쁜 표정으로 돌아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루시퍼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냐는 추궁이 나올 법도 했지만 기쁜 마음이 앞선 나머지 그런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는 듯 했다.


작가의말

올 한해의 마지막 일요일이 끝나가는군요.

다들 어지간하면 밖에는 나가지 마시고 안전한 생활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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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20.12.29 60 3 11쪽
19 19화 +1 20.12.28 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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