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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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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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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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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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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7화

DUMMY

"자연의 마나가, 신성력으로 대체되어 있어...?"


세바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이 앞으로 더 몇 번이나 박살날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성역이 아닌가!"


성역. 이름 없는 신의 교단의 전설 속에 존재하는 순수한 신성력으로만 가득 차 있다는 공간이다.


전설에 의하면 악마의 대침공을 막아낸 신의 열두 사도들이 은거했다고 전해지는 공간인데, 분명히 대륙 어딘가에 있다는 추측은 무성하나 실제로 존재를 확인한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세바스는 애써 경악을 감추며 우선 추락하고 있는 세리아에게 집중했고, 몇 번 허공을 더 박차고 날아가 무사히 세리아를 받아낼 수 있었다.


"흠. 목숨에 지장은 없군."


다행히도 맥은 안정되어 있었고, 호흡도 고르게 하고 있었다. 아이 군의 마력핵 안이 사람이 살기 적합한 환경일 리도 없으니 극도로 쇠약해져 있을 줄 알았지만 다행히도 기쁜 오산인 듯 했다.


"아니, 이 신성력 때문일지도."


황금빛 눈이 되어 내리는 신성력에 닿은 몸에는 활력이 넘쳤고, 아무리 기적을 연발한다고 해도 지치기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공간이었기에 쇠약해져 있던 몸이 낫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였다.


"어~이! 세리아는 무사합니까!"


저만치 밑에서 헬퍼트가 손을 입에 모아 외쳤고, 세바스는 혹시라도 세리아가 다치지 않도록 천천히 하강해 바닥에 착지했다.


"세리아!"


헬퍼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세라아의 안색을 확인했고, 굉장히 건강해 보이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야. 하하..."


긴장이 풀린 탓인지 헬퍼트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고, 세바스는 조심스럽게 세리아 역시 평평한 바닥에 눕히고 안젤라 쪽을 돌아보았다.


"이봐. 괜찮나?"

"아. 세바스씨."


안젤라는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조금, 지치네요."

"허...그런가."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상을 일으켜놓고 조금 지치는 정도로 끝난다니, 세바스는 감탄을 넘어 어이가 없는 수준에까지 도달했지만 애써 탄식을 삼켰다.


"마력을 사용하면, 죄업이 쌓인다고 하지 않았나? 이 정도의 기적을 일으킨 대가는 클 텐데."

"앗. 그, 그러네요...세리아씨를 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저지르긴 했는데. 어, 어쩌죠?"

"나한테 물어 봐도 말이지."


세바스는 슬쩍 시선을 피하고는 주변을 살폈다.


'악마 놈들은 어디로 갔지? 아니, 애초에 이 정도의 신성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는데 악한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


오두막에서 저만치 떨어진 산 중턱, 여기에도 어김없이 황금빛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더 있었는데 사방 천지에 하얀 가루가 가득해 마치 설산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쿨럭."


소복이 쌓여있는 하얀 가루들 사이에서 무언가가 몸을 일으켰다.


"어이, 살아 있냐."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채로 일어난 것은 루시퍼였다. 루시퍼는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엉망이 된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아니...죽은 거 같은데."


루시퍼와 마찬가지로 엉망진창이 된 채로 아스모데우스가 바닥에 처박고 있던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렸다.


"아직 주둥이를 놀리는 걸 보니까 살아는 있군. 통탄스러운 일이야."

"아하하...내 등 뒤에 숨어서 간신히 살아있는 녀석한테 듣기는 싫은 말인걸?"


확실히 신성력이 터져 나올 때 루시퍼도 방벽을 펼치기는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슬쩍 아스모데우스의 뒤로 이동해 그녀가 친 방벽에 편승한 결과, 아스모데우스는 지금 고개도 제대로 못 들 정도로 지대한 데미지를 입었지만 루시퍼는 어찌저찌 거동 정도는 가능한 수준의 상처만 입고 끝난 것이었다.


"유감이지만 지금 이 몸은 약하거든, 지금의 네년보다는 나아 보인다만."

"부정 못하겠다는 점이 화가 나는걸. 태어나서 이렇게 무력한 기분을 느끼는 건 처음이야."

"우리 말고 살아있는 놈은...있을 리가 없나."


최고위 악마인 루시퍼와 아스모데우스도 간신히 숨만 붙어 있을 정도였으니 보호막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어마어마한 신성력에 노출된 마물들은 단 한 마리도 남지 못하고 모조리 재가 되어 사라졌다. 지금 루시퍼와 아스모데우스의 주변에 뿌려진 하얀 가루들은 모조리 마물들의 흔적인 것이었다.


"좀 멍청하긴 해도 귀여운 녀석들이었는데, 아쉽게 됐어."


아스모데우스는 정말로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고, 루시퍼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이내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에 짜증을 내며 그냥 드러누워 버렸고, 바닥에 깔린 재들이 폭 하는 소리와 함께 날렸다.


"야 루시퍼. 너 진짜로 저거 감당 가능해?"

"...글쎄. 잘 모르겠군."


조금 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질문을 들은 루시퍼였지만, 대답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의 일격을 맞고는 최전성기의 그라도 살아남을 자신이 도저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이제 와서 계약을 파토낼 수도 없는데. 난감하군."

"저런 게 마계로 침공 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기분밖에 안 드는데. 사탄...정도는 되어야 간신히 대적이 가능할지도?"

"음."


루시퍼도 무언의 긍정을 날리는 듯 했고, 아스모데우스는 피식 웃으며 눈을 감아버렸다.


"아~아. 그냥 휴가차 놀러 온 건데 심한 꼴을 당했어. 이제 지지든 볶든 맘대로 하라구."


원래 도망치기 위해 힘의 3할 정도는 아껴두고 있던 그녀였지만, 이런 반항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당해버리게 된다면 마음이 꺾이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냐. 그럼 몇 가지 물어봐도 되겠나?"

"응? 맘~대로 하셔."


루시퍼는 아스모데우스가 이젠 뭐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감정 상태에 돌입했다는 것을 눈치 채고 눈빛을 반짝이며 심문 모드로 들어갔다.


"그런데 너, 소환된 지는 얼마나 지난 거지? 제법 지상계가 익숙해 보이는데."

"글쎄? 소환된 지는 반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반년이나? 흥미롭군. 너 정도의 악마가 지상계에 강림하면 혼란이 일어도 대혼란이 일어나는 게 정상인데 여태껏 아무 일도 없지 않았나?"

"어머 얘가 왜 갑자기 안하던 칭찬을? 뭐, 기분이 나쁘진 않네."


아스모데우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고, 루시퍼도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저 사실을 말할 뿐이다."

"뭐, 그렇긴 하지. 나도 워낙에 심심해서 여기 놀러온 거고."

"계약자가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나?"


아스모데우스는 이래 뵈도 칠죄종의 일원이다. 계약 조건의 까다로움을 둘째 치고 그녀를 마계에서 불러내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대가가 따르기 마련, 그런데 그런 고생을 해가며 그녀를 불러놓고는 이런 촌동네에 휴가나 보낸다는 것은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인 것이다.


"그래. 기껏 불러놓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둥,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는 둥 변명만 늘어놓잖아?"


아스모데우스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계약 조건은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니 참고는 있었는데 말이야. 그쪽에서 제공해주는 장난감들은 전부 망가져버렸고, 할 것도 없고 해서 이렇게 놀러 나온 것이란 말씀."


그녀 성격에 진짜 아이들이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을 리는 없으니 그녀가 말하는 장난감은 아마도 좀 더 잔혹한 의미에서의 장난감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취향에 맞는 장난감을 달라고 해서 주는 계약자 쪽도 필시 정상은 아닐 것이다.


"헤에. 그런가?"


계약 조건 쪽에도 신경이 쓰였지만 당장에 필요한 정보는 아니었으므로 루시퍼는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로 했다.


"그래서 네 계약자는 뭐하는 놈이냐?"


결국 중요한 건 이거였다. 대죄 급의 악마까지 불러놓고도 모자라 뭔가를 더 준비하고 있는 나사빠진 인간이 대체 누구냐는 것. 그 준비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 준비가 끝나게 되면 아마 조용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 그건 말이지."

"그만, 거기까지."


아스모데우스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어딘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의해 제지를 받았다.


"음...설마 했지만, 역시 감시가 붙어 있었나. 어지간히도 신용 받지 못하고 있었나 보군. 칠칠맞은 년 같으니."

"에~한 두셋쯤 잡아서 가지고 놀다 폐기해버렸으니 더 이상 붙일 생각은 못했을 거라고 봤는데. 오산이었나 봐?"


처음 몇 번의 감시는 눈치 채고 제거한 아스모데우스였지만 이번에 붙은 감시는 미처 눈치를 채지 못한 듯 했다. 즉 지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중성적인 목소리의 주인은 아스모데우스의 감각에서 숨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는 뜻. 루시퍼는 제법 곤란하다는 생각에 혀를 찼다.


"곤란한데."

"곤란한건 이쪽입니다. 설마 칠죄종의 일원이라는 자가 이렇게까지 입이 가벼울 줄은 몰랐으니까요."

"어머, 미녀는 원래 수다쟁이라구?"


딱히 근거는 없는 말이었지만 아스모데우스는 뻔뻔하게 밀어붙였고, 목소리는 그 말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루시퍼...저희가 가진 명단에는 없는 이름입니다만, 제법 고위급의 악마로 보이는군요. 가급적 생포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핫. 생포? 누가 누구를? 웃기는군."


루시퍼는 실소를 흘리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목소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무감정한 어조로 말할 뿐이었다.


"그런 몸 상태로 도망이라도 치실 수 있습니까? 순순히 따라오신다면 거칠게 대하지는 않는다고 약속드리죠."

"..."


상대는 루시퍼의 허세를 간단히 간파해버린듯 했고, 루시퍼는 침을 삼키며 위기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후...이것까지는 쓰고 싶지 않았는데."

"뭡니까? 설마 아직까지 비장의 수단이 남았다고는 하지 않겠지요."

"모양 빠지는 짓이기는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는 루시퍼, 목소리는 설마 그럴 리는 없겠다고는 생각하면서도 크게 호흡을 들이쉬는 루시퍼를 경계하며 주시했다.


"사람 살려어!"


루시퍼는 생각지도 못하게 빼액 소리를 질렀고, 목소리는 정말 찰나의 시간동안 당황해 몸이 굳었지만 바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크억...!"


나무들 사이에서 빠른 움직임으로 검은 옷을 입은 인영이 튀어나와 루시퍼의 뒷목을 가격했고, 루시퍼는 외마디 비명조차 못 지르고 모로 쓰러져버렸다.


"정말 모양 빠지는군요. 설마 악마라는 자가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검은 옷을 입은 자는 처음으로 어이없다는 감정을 드러내며 중얼거렸고, 다음 순간 민첩하게 루시퍼에게서 물러났다.


그자가 물러난 자리에 바로 거대한 도끼가 날아와 틀어박히며 사방으로 흙과 재를 뿌렸고, 검은 옷을 입은 자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 괴물 같은 여자는, 안 보이는군. 교단의 이단심문관인가. 당장 쓰러트리기에는...무리겠군. 언제 그 여자가 올지 모른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무거운 갑옷에 걸맞지 않게 가볍게 마티아스가 꽂힌 자리에 착지한 세바스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고, 검은 옷을 입은 자는 말없이 루시퍼에게 달려들려는 움직임을 취했다.


"어림없다!"


세바스는 쓰러진 루시퍼까지 베어버리려는 기세로 마티아스를 휘둘렀지만 루시퍼에게 달려드는 움직임은 페이크였고, 검은 옷을 입은 자는 쓰러져있는 아스모데우스에게 접근해 그녀를 빠르게 둘러멨다.


"어머, 거칠어라."

"..."


세바스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루시퍼와 아스모데우스 둘 모두를 챙기기는 도저히 무리였으므로 아쉽지만 루시퍼는 포기하고 아스모데우스만을 데리고 귀환하려는 것이었다.


"순순히 놓아줄 거라고 생각하나?"

"..."


검은 옷을 입은 자는 말없이 강하게 진각을 밟았고, 그러자 하얀 재들이 사방으로 퍼지며 마치 연막과도 같은 효과를 냈고, 세바스는 다음 순간 거대한 도끼날을 옆으로 세워 부채처럼 사용해 광풍을 일으켜 눈앞의 재들을 모조리 날려버렸지만 검은 옷을 입은 자와 아스모데우스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몸놀림 하나는 다람쥐처럼 재빠른 놈이군."


세바스는 입 꼬리를 비틀며 말을 이었다.


"평소라면 놓쳤겠지만, 오늘은 상황이 다르지."


주변에 가득한 신성력이 모두 그의 힘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오늘의 그는 그 누구와 대적한다 하더라도 물러서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세바스는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고 기적의 기도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근력 강화, 각력 강화, 활력 증진, 대사 촉진..."


세바스는 평소에는 효율이 좋지 않아 잘 사용하지 않는 신체 강화계 주문을 쉴 새 없이 중얼거리며 온갖 강화를 걸기 시작했다.


"자. 간다."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세바스가 몸을 날렸고 발을 디딘 자리가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듯이 터져나가며, 그의 몸이 마치 총탄처럼 하늘을 날았다.


작가의말

루시퍼는 제법 강합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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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1 20.12.28 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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