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30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02 20:00
조회
58
추천
3
글자
12쪽

24화

DUMMY

세바스의 말대로 첨탑이 뻗어있는 방향만 보고 따라가는 것이 전부라 일행은 별 다른 사고 없이 중앙 교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침내 상상만 하던 중앙 교회를 눈앞에서 보게 된 안젤라는 그 웅장한 광경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아..."


개인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일체 허용하지 않을 듯한 엄숙함과 이 세상 누구보다 낮은 자들을 포용하는 자비로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웅장한 교회의 자태는 마치 자신들이 섬기는 신의 모습을 건축물로 표현한 것만 같았고, 자신이 살고 있었던 시골 마을 정도는 건물 부지 안에 통째로 들어갈 것만 같은 압도적인 규모에 시골 소녀 안젤라는 현기증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헤에, 인간들도 제법이잖아? 예전에 왔을 때 봤던 중앙 교회는 그저 금칠만 해두면 된다는 식으로 번쩍거리기만 해서 이 무슨 악취미인가 싶었는데 말이야."

"황금...대체 몇 년 전의 얘기를 하는 거지?"

"글쎄, 한 이삼천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옛날이라고 말하는 햇수의 단위 자체가 다른 것에 세바스는 루시퍼를 한층 더 경계하게 되었지만 그 동요를 숨기며 감정이 실리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


"나를 보고는 항상 꼰대라더니 그쪽이야말로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꼰대가 아닙니까?"

"나같이 개방적인 꼰대 봤냐? 그쪽이야 꼰대질을 하니까 꼰대 소리를 듣는거고 내 쪽은 오히려 현자에 가깝지."


루시퍼는 믿도 끝도 없는 오만함으로 스스로를 치켜세우기 시작했고, 세바스는 진저리를 치며 안젤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턱 빠지겠습니다. 안젤라양. 볼일이 있다고 하셨으니 이만 들어가시죠."


그렇게 그들은 중앙 교회의 본관을 향해 깔린 대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고, 기품이 있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는 않게 깔린 장식물들을 보며 안젤라는 계속해서 감탄을 흘렸고, 루시퍼는 딱히 관심 없어 보였으며, 세바스는 안젤라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흐뭇한 감정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러고보니 악마놈. 본관에는 어떻게 출입할 생각이지? 여기까지 오면 싫어도 알게 된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렇지. 젠장. 이거 진짜로 하기 싫은데."


루시퍼는 이 세상의 모든 불쾌한 일이라고는 다 겪은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안젤라양. 이 악마가 뭐라는 건지 알아들을 수 있겠나?"

"저, 저도 뭐가 뭔지..."


세바스는 제법 학식이 깊은 편이지만 루시퍼가 읊는 말은 그가 아는 그 어떤 언어 체계와도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음율이나 규칙성 같은것이 느껴지기는 했으므로 분명히 어딘가의 언어인 것임이 분명했다.


루시퍼의 격렬한 중얼거림은 점점 빨라졌고, 루시퍼의 머리 위에 새하얗게 빛나는 광륜이 옅게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바로 사라져버렸다.


"윽..."


광륜이 사라지자마자 루시퍼는 신음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고, 놀란 안젤라가 루시퍼를 부축했다.


"악마님! 괜찮으세요?"

"안 괜찮다. 엄청나게 불쾌해."


루시퍼는 잠깐 휘청였지만, 이내 부축해주는 안젤라를 살짝 밀어내고 스스로 일어섰다.


"토할 것 같군. 인간의 몸은 너무나도 약해."

"인간의, 몸이라고?"

"그래. 이거면 교회에 출입하는 데 문제는 없겠지."


루시퍼는 여전히 썩어있는 표정으로 말했고, 세바스는 말없이 약간의 신성력을 일으켜 루시퍼의 몸을 향해 날렸다.


"너 방금 뭐 했냐?"

"...네놈에게 신성력을 약간 발출해 보았다."

"아, 재수 없게."


루시퍼는 툴툴거렸지만 세바스가 발출한 신성력에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원래 악한 존재인 그는 신성력에 대해서라면 늘 치를 떨었고 안젤라가 신성력을 뿜어내려는 기미만 보여도 알아서 저만치 멀어질 정도로 신성력에 예민하게 반응했기에 안젤라와 세바스로써는 쉬이 믿기 힘든 현상이었다.


"어, 어떻게 하신 거에요? 악마님?"

"...천사놈들이 사용하는 비술을 사용했다. 이젠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인지 되더군."

"천사의 비술? 무슨 말이지?"

"뭐야. 교단 놈들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르는건가? 천계에서는 가끔 천사들이 이 비술을 사용해 완전한 인간의 형상을 가지고 지상으로 강림한다. 신체구조부터 마력량, 심지어 영혼의 형태까지도 완전한 인간으로 변해서 내려오기에 천사 스스로 드러내기 전까지는 다른 천사들조차 눈치채지 못하지."

"그, 그런 일이..."


세바스로서는 완전히 금시초문인 이야기였다.


"내가 알기로는 한 대륙에 두세명 정도는 강림해 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도 존재하는지는 모르겠군. 워낙에 옛날 일이라."

"천사님들이 지상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시고 계신다는 건가요?"

"그래. 어쩌면 동네 아저씨가 천사일수도 있다는 거지. 뭐, 본인이 그걸 드러낼 리도 없고, 눈치챌 수도 없지만 말이다."

"시, 신기하네요...그런데 어떻게 악마님이 그 비술을?"

"얘기했잖아. 난 타락 천사라고. 천사놈들의 비술은 이 외에도 많지만 대부분은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이건 가능하더군."

"그럼 지금 악마님은 완전히 인간인 거에요?"

"그래. 어디로 보나 너랑 다를 게 하나 없는 인간이다."

"왜, 왠지 새삼 반가워지네요."

"그러냐? 난 전혀 달갑지 않은데."


비록 인간의 몸으로 변했지만 그 삐딱한 성격은 어디 가지를 않는지 루시퍼는 툴툴거렸고, 안젤라는 그저 웃었다.


"잠깐, 그렇게 되면 안젤라양이 사용하면 마력은 어떻게 되는 거지? 네놈의 마력을 빌려서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나?"

"그렇네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아, 그거 말인데.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거다. 평소의 이몸도 모종의 사정으로 마력량이 극히 제한된 상태였던지라 지금의 상태와 너에게 제공할 수 있는 마력은 조금밖에 줄지 않았다. 이것저것 제한이 많이 걸리게 된 것은 오히려 내 쪽이지. 인간의 마법은 번거롭고, 쓸데없이 복잡하고, 효율이 안좋아. 마나 로드도 싸구려고."


마탑의 현자들이 들었다가는 뒷목을 잡고 쓰러질 만한 신랄한 비판을 늘어놓은 루시퍼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빨리 가서 용건만 해치우고 나오자고. 빨리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싶으니."

"맘대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그래. 이 모습으로 오래 있을 생각을 하면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다."


정말 어지간히도 싫은 것인지 인간으로 변신한 이후부터 내내 찌푸린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루시퍼였다.


"뭔가 아쉽네요...악마님과 기껏 뭔가 공통점이 생겼는데 말이죠."

"훗, 그러냐?"


안젤라의 말에 기분이 조금 풀린 것일까, 루시퍼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고 루시퍼는 길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관리를 성실히 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잡초 하나 보이지 않는 대로를 쭉 따라 걷자, 중앙 교회의 본관에 도착할 수 있었고 성체 드래곤이라도 출입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대한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문은 어떻게 여는 걸까요?"

"그러게나 말이다."

"일단 여는 장치를 마련해두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출입하는 문은 옆에 따로 있습니다."


세바스가 가리킨 곳, 즉 철문 옆에 그 말대로 조그마한 나무 문이 눈에 잘 띄지 않게 존재하고 있었다.


"왜 만든거야 대체."

"누구라도 교회에 출입할 수 있지만, 또 함부러 들어오기는 힘들다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 말대로 열리기만 한다면 드래곤이라도 출입시킬 수 있겠다만 굳게 닫혀있는 철문을 힘으로 열기는 힘들 것이었다.


"그럴듯하군. 생각보다."

"머, 멋져요."


세바스는 안젤라의 말에 뿌듯해하며 작은 나무문 옆에서 창을 들고 서있는 병사에게 다가갔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게 누군가 했더니 도미니크 이단심문관님 아니십니까? 영광입니다."


교단 내에서는 제법 유명인인 세바스의 얼굴을 확인한 근위병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예를 표했고, 세바스는 재차 말을 이었다.


"교회에 출입하려는 인원이 두 명 더 있습니다. 신원은 제가 보증하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안젤라는 몰라도 무려 악마, 아니 타락 천사인 루시퍼의 신원을 보증하는 신세가 된 세바스는 마음 속으로 성호를 긋고는 말했다.


"심문관님께서 보증하시는 것이라면 믿어도 좋겠지요."

'조금은 의심해줘도 좋을텐데 말이야.'


속으로만 생각하는 세바스. 하지만 그러기에는 세바스가 평소에 쌓아온 신뢰가 너무 두터웠다는 사실이 통탄스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일행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중앙 교회에 들어올 수 있었다.


교회 내부는 무식하게 거대한 철문이 있었던 만큼 천장이 높았고, 아치 형태의 천장 옆으로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설치되어 햇빛이 유리창 사이로 들어와 묘하게 신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안젤라의 감탄은 끊이질 않았고, 세바스가 루시퍼에게 물었다.


"네놈이 용건이 있다는 장소는 어디지? 내키진 않지만 안내해주마."

"고서적들이 모여있는 서고다. 찾을 책이 있어서 말이야."

"음, 대서고는 이쪽이다."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본관 예배실 옆으로도 길게 건물이 이어져 있었고, 교인들의 주거 공간이나 기타 등등 용무를 보는 장소들은 보통 옆 건물쪽이 밀집해 있었다.


일행은 세바스의 안내를 받아 길게 뻗은 복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 본관과는 따로 떨어져 있는 별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전에 봤을 때랑은 제법 다르군. 어디 한 구석에 박힌 창고같은 느낌이었는데."

"무슨 소리지? 창고의 규모로 그 많은 책들을 수용이 가능한가?"

"많아? 그게 무슨..."


세바스는 그렇게 말하며 별관 건물의 문을 열었고, 루시퍼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탄식을 흘렸다.


"허, 이거 참 세월이 너무 오래 흘렀다는 사실을 깜빡했군."


별관 건물의 내부는 통째로 서고로 개조되어 있었고, 건물 내부의 벽면은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선 계단이 벽면을 따라 올라가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예전엔 책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는데...이거 곤란하군. 아무리 내가 천재라도 기억에만 의존해서 책 한권을 찾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겠어."


루시퍼는 중얼거리며 멍하니 서있던 안젤라의 어깨를 붙잡고 세바스에게 들이밀었다.


"그러니까 애보기를 잠깐 부탁하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작업인지라."

"음, 알겠다. 안젤라양은 일단 내가 데리고 가도록 하지."


글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안젤라를 어디를 둘러봐도 책밖에 없는 대서고에 방치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였으므로 세바스는 웬일로 루시퍼의 말을 군말없이 받아들였다.


"그럼 안젤라양? 따라 오시죠."

"네, 네에..."


루시퍼를 대서고에 남겨두고 안젤라와 세바스는 밖으로 나와 다시 본관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심문관님은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전 주교님께 볼 일이 있습니다."


주교라는 말에 안젤라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주교님이라면, 굉장히 높으신 분인 걸까요?"

"본인은 누구보다 가장 낮은 자로써 봉사하시기를 원하십니다만, 세간의 시선으로 보자면 높으신 분이 맞기는 하죠."


세바스가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기, 긴장되네요."

"그렇게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평민 분들께는 인자한 동네 할아버지 같은 분위기로 다가와 주시는 분이신걸요."

"그,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긴장을 풀어주려는 세바스의 말에 안젤라가 조금은 마음이 놓인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호흡을 했다.


작가의말

오늘 일반연재 신청을 넣었습니다.

조건을 모르고 있었는데 지인이 알려줘서 이제 넣었네요.

댕청한펭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38화 21.01.16 50 3 10쪽
37 37화 21.01.15 47 3 11쪽
36 36화 21.01.14 45 2 11쪽
35 35화 21.01.13 46 2 11쪽
34 34화 +1 21.01.12 52 3 11쪽
33 33화 21.01.11 46 3 10쪽
32 32화 21.01.10 49 3 10쪽
31 31화 21.01.09 50 3 10쪽
30 30화 +1 21.01.08 49 3 12쪽
29 29화 21.01.07 48 3 12쪽
28 28화 21.01.06 53 3 13쪽
27 27화 21.01.05 54 3 12쪽
26 26화 21.01.04 52 3 10쪽
25 25화 21.01.03 58 3 12쪽
» 24화 21.01.02 59 3 12쪽
23 23화 21.01.01 55 3 12쪽
22 22화 20.12.31 58 3 12쪽
21 21화 +1 20.12.30 61 3 11쪽
20 20화 20.12.29 60 3 11쪽
19 19화 +1 20.12.28 68 3 12쪽
18 18화 20.12.27 63 3 12쪽
17 17화 20.12.26 70 3 13쪽
16 16화 +1 20.12.25 63 3 12쪽
15 15화 +1 20.12.24 70 3 12쪽
14 14화 20.12.23 66 4 12쪽
13 13화 +1 20.12.22 71 4 11쪽
12 12화 20.12.21 66 4 12쪽
11 11화 20.12.20 72 4 12쪽
10 10화 20.12.19 72 3 13쪽
9 9화 20.12.18 74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