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31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01 20:00
조회
55
추천
3
글자
12쪽

23화

DUMMY

"그, 그렇지요! 세바스 씨의 웃는 표정은 처음 보는데 역시 웃는 표정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렇게 안 웃던가요?"


세바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과거를 회상해보았고, 지금까지 안젤라 앞에서 딱히 웃을 만한 상황이 없기는 했지만 웃는 표정을 한 번도 못 봤다니 그건 그거대로 충격이었다.


"네, 네에..."

"앞으로는 저기, 잘 웃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거 잘됐네요!"


안젤라는 화이팅 포즈를 잡으며 억지로라도 세바스의 기운을 돋우려 해주었고, 세바스는 옅은 미소를 띤 채 안젤라에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수도로 가신다고 하셨죠?"

"네. 악마님께서 교회에서 뭔가 알아볼 게 있다고 하셔서요."

"그 건에 관해서 말인데요. 사실 저도 수도로 가는 길이니 우선 동행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동행이요? 잘됐네요!"


안젤라는 기쁜 표정으로 말했지만 옆에 있던 루시퍼는 마뜩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렇게 싫어하는 악마 놈과 동행을 생각하셨나?"

"어디까지나 효율의 문제다. 네놈 말대로 악마놈 따위와 동행하는 것은 치가 떨리는 일이다만..."


세바스는 슬쩍 안젤라 쪽을 바라보았다. 처음 안젤라를 보았을 때는 그저 비정상적일 정도로 청렴하기만 할 뿐인 사람으로 판단했지만 그녀가 이 정도의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명된 이상 루시퍼라는 위험인물의 손에 그저 맡겨두기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언제까지고 내가 따라다닐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교단에서 새로운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는 감시 하에 두어야만 한다.'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묻었다. 칠칠맞은 놈아."


세바스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루시퍼가 안젤라의 입가를 손으로 쓱 훔쳤다. 사실 묻어있는 것 따위 아무것도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루시퍼는 거짓을 말하며 씩 웃었다.


"우리 성녀님은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영 시원찮으시군?"

"우...놀리지 말아 주세요."


루시퍼의 행동에 진심이 어디까지 담겨있는지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지만 역시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세바스의 마음에 쐐기를 박게 되었다.


"아무튼, 악마를 비호하는 세력이 나타난 이상 지체할 시간은 없습니다. 오늘 중으로 마차를 한 대 빌려 수도까지 동행하도록 하죠."

"마, 마차는 처음 타 보는데, 기대되네요."


안젤라는 새로운 경험을 상상하며 눈을 반짝였고, 루시퍼는 웬일로 더 이상 트집을 잡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딴 건 몰라도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 놈을 그냥 둘 순 없지. 후후후후...기대하라고.'


루시퍼는 또 루시퍼대로 별 시답잖은 이유로 아스모데우스를 데려간 세력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는 중이었기에 최대한 빨리 수도로 가 정보를 모으는 일에 찬성이었던 것이다.


-----


"정말로 이걸로 되겠어?"


어째선지 마을 사람들 중에 혼자서만 아직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 헬퍼트가 말했다.


루시퍼의 말로는 세리아로 변신했던 아스모데우스와 가장 가까이, 오래 접촉해 있었기에 저주의 효과가 길다는 진단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성녀님의 요리를 먹지 못해서 그렇다고 난리였다.


"네. 마차를 한 대 빌려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요."


그럴듯한 마차에 올라타며 안젤라가 말했다. 지금 안젤라와 루시퍼, 세바스는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수도로 출발하는 길이었다.


"으음...그래도 이쪽이 영 찝찝한데.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헬퍼트는 여전히 개운하지가 못한 듯 끙끙 앓으며 고민했고, 안젤라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희는 괜찮으니 세리아씨를 잘 보살펴 주세요."

"그래, 이런 쓸데없는 짓거리는 귀찮기만 하니 저리 가버려."


루시퍼는 진심으로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마차 안에서 얼굴을 내밀지도 않은 채로 말했고, 헬퍼트는 그 말을 듣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놈팡이는 끝까지 놈팡이구만. 별로 한 것도 없으면서."


핵심을 찌르는 말에 뜨끔 하는 루시퍼였지만, 그는 안젤라의 마력은 자신의 마력이니 안젤라의 활약이 곧 자신의 활약이라는 말을 뻔뻔하게도 늘어놓고 싶었지만 그 일은 비밀이었으므로 뭐 씹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후후, 루시퍼는 변신했던 악마님의 정체를 멋지게 밝혀 주었잖아요. 루시퍼가 그 사실을 밝혀주지 않았다면 큰 일이 났을 거예요."

"후, 후후후. 역시 니가 뭘 좀 아는구나."

"얘기가 그렇게 되나? 아무튼 당분간은 수도에 머물 거지?"

"별다른 계획은 없어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러냐. 아쉽구만. 다음에 또 볼 일이 있으면 그때는 신세를 갚게 해 달라고."


헬퍼트는 그렇게 말하며 마차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정말 고마웠어. 언젠가 다시 또 보자고."


헬퍼트가 뒤를 돌며 손을 흔들었고, 그와 동시에 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헬퍼트의 작별 인사에 안젤라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 헬퍼트를 배웅했다.


"안녕히 계세요! 세리아씨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오우. 다음에 마을에 들르면 세상에서 제일 예쁠 예정인 우리 애기를 보여주마. 잘 가라고."


뒤돌아보지 않은 채, 헬퍼트는 엄지만을 척하니 들어 올렸고, 안젤라는 헬퍼트가 거의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마을 쪽을 바라보다가 마차 안으로 다시 머리를 넣었다.


"후훗. 루시퍼가 겁준 것 치고는 생각보다 편안한데요? 마차."

"그야 이 마을 놈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마을에서 제일 좋은 마차를 내준 거니 당연하지. 아니, 해 준걸 생각하면 이걸로는 택도 없긴 하지만 말이야."

"그런가요?"

"그렇다마다. 대체 죽을 뻔한 걸 구해준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지..."


안젤라가 되물은 부분은 그곳이 아니었지만, 루시퍼는 툴툴거리기 시작했고, 안젤라는 그런 루시퍼를 못 본 체하고 세바스에게 말을 걸었다.


"심문관님은 무슨 일로 수도로 가시는 건가요?"

"저 말입니까? 애초에 제가 소속된 이단심문소가 수도에 위치하기도 하고, 또 이번에 맬리스 마을에서 있었던 일의 경과도 직접 주교님께 보고를 드려야 하니까요."


또 가문에 들러서 아이리스에 대한 정보도 수집해야 했지만 그것은 일단 말하지 않기로 한 세바스였다.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 저 악마 놈이 아무리 인간 행세를 한다고 한들 그 근본이 어디 가지는 않을 텐데 신성한 공간인 중앙 교회에 출입이 가능합니까?"

"그, 그런 건가요? 하긴 교회에 악마님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기는 한데 말이죠."

"모르고 계셨던 겁니까?"

"네...전 악마님이 너무 자연스럽게 가겠다고 하셔서 당연히 되겠거니 하고 있었어요."


안젤라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심문관님. 중앙 교회에서 지켜야 할 그, 예절 같은 게 있을까요?"


수도 같은 번화한 곳에는 처음 방문하는 안젤라였기에, 혹시라도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지 걱정이 되는 안젤라였고, 세바스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런 것은 딱히 없습니다, 교인들의 목전에서 신을 모독한다던가 하는 상식 밖의 일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바스는 루시퍼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저 사특한 악마 놈은 몰라도, 안젤라 양이 그럴 거라는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는군요."

"뭘 꼬라보냐? 아무리 나라도 중앙 교회에서 신성모독 같은 자살행위는 안 해."

"그렇다면 다행이고."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는 루시퍼와 세바스였다.


"제, 제가 중앙 교회에 갈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봤어요."


안젤라는 감격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항상 헌금을 준비하지 못해서 마을의 예배에도 참석을 못했는데 이런 날이 다 오네요. 후후."

"그건...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세바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모든 자들에게 열려 있어야만 하는 교회가, 부덕한 자의 손에 맡겨져 금전을 탐하는 공간으로 변질되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교단을 대신해 이단심문관 세바스 도미니크가 사과를 드립니다."

"고, 고개를 들어주세요. 심문관님. 심문관님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교단에도 정식으로 보고를 올려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 그래주시겠어요? 고, 고마워요."

"감사를 들을 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저 저희 쪽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일 뿐인걸요."


세바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번에는 루시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악마 놈. 방금 전에는 어쩌다보니 질문을 흘려버렸지만, 어떻게 교회에 출입할 생각이지?"

"꼰대가 그걸 알아서 뭐하게?"

"혹여라도 부정한 수단으로 중앙 교회에 침입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면 내게는 그걸 저지할 의무가 있다."

"..."


루시퍼는 잠시 세바스를 노려봤지만 이내 한숨을 쉬며 순순히 대답했다.


"부정한 수단 같은 거 안 쓴다. 그냥 조금 번거로울 뿐이지."

"믿을 수 없다."

"속고만 사셨나.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믿어라."

"악마 놈의 말을 그렇게 쉽게 믿을쏘냐."

"정말 말이 안 통하는 꼰대로군. 뭐, 그 때 가면 싫어도 내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겠지. 가서 보자고."


루시퍼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편하게 기대어 눈을 감아버렸고, 세바스도 그런 루시퍼를 잠시 노려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안젤라는 안절부절못하며 루시퍼와 세바스를 번갈아 쳐다보았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불편한 침묵만이 마차 내에 감돌았다.


-----


"도착했어요! 수도에요!"


마차에서 내린 안젤라는 드물게도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며 기쁨을 표시했고, 결국 오는 내내 잠만 잔 루시퍼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렇게 좋냐?"

"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건 처음 봐요!"


일행이 마차에서 내린 장소는 성도 외곽의 변두리,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중앙 지역보다는 사람이 적었지만 시골 소녀 안젤라에게는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 밖에 보이지 않는 풍경에 감탄할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저거, 여기까지 와서도 보이는군."

"아, 하하하..."


루시퍼는 맬리스 마을 쪽의 하늘을 가리켰고, 약간은 옅어졌지만 여전히 선명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신성력으로 가득한 맬리스 마을의 하늘을 보며 안젤라는 멋쩍게 웃었다.


"다음부터 저런 짓을 할 때는 적당히 하라고 적당히. 알간?"


덕분에 꽤나 고생을 한 루시퍼는 안젤라의 양 볼을 주욱주욱 잡아당기며 말했고, 안젤라는 루시퍼가 고생한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우으...아파요오."


세바스도 잠깐 맬리스 마을 쪽을 바라보다가 이내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고는 말을 꺼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걸으면 교회에 도착합니다. 저기 첨탑이 보이십니까?"


세바스가 저 멀리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로 쭉 뻗은 석조 첨탑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저 첨탑이 있는 곳이 중앙 교회입니다. 기본적으로 도시 어디를 가든 보일 수 있도록 건축된 첨탑이니 수도 안에만 있다면 어디를 가시더라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겁니다."

"괴, 굉장하네요! 그렇게 큰 건물이라니."

"길 잃은 어린양을 인도하는 것이 저희의 사명이니까요."


세바스는 드물게도 농담을 던지며 말했다. 확실히 저런 무식하게 높은 첨탑을 지표로 삼는다면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작가의말

드디어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떡국이라도 배부르게 드시고 올 한해에는 바라는 것을 성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작가는 배부른펭귄으로 진화할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38화 21.01.16 50 3 10쪽
37 37화 21.01.15 47 3 11쪽
36 36화 21.01.14 45 2 11쪽
35 35화 21.01.13 46 2 11쪽
34 34화 +1 21.01.12 52 3 11쪽
33 33화 21.01.11 46 3 10쪽
32 32화 21.01.10 49 3 10쪽
31 31화 21.01.09 50 3 10쪽
30 30화 +1 21.01.08 49 3 12쪽
29 29화 21.01.07 48 3 12쪽
28 28화 21.01.06 53 3 13쪽
27 27화 21.01.05 54 3 12쪽
26 26화 21.01.04 52 3 10쪽
25 25화 21.01.03 58 3 12쪽
24 24화 21.01.02 59 3 12쪽
» 23화 21.01.01 56 3 12쪽
22 22화 20.12.31 58 3 12쪽
21 21화 +1 20.12.30 61 3 11쪽
20 20화 20.12.29 60 3 11쪽
19 19화 +1 20.12.28 68 3 12쪽
18 18화 20.12.27 63 3 12쪽
17 17화 20.12.26 70 3 13쪽
16 16화 +1 20.12.25 63 3 12쪽
15 15화 +1 20.12.24 70 3 12쪽
14 14화 20.12.23 66 4 12쪽
13 13화 +1 20.12.22 71 4 11쪽
12 12화 20.12.21 66 4 12쪽
11 11화 20.12.20 72 4 12쪽
10 10화 20.12.19 72 3 13쪽
9 9화 20.12.18 74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