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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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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1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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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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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7화

DUMMY

"네. 저희 교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보통의 교육 과정 이외에도 신성력을 다룰 줄 아는 학생들에게 신성력의 운용법을 가르치고 있거든요."

"그런가요...학교라."


사실 안젤라에게 학교란 동경의 대상이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뒤를 따라다니며 잡일을 거들었던 안젤라는 학교에 갈 시간도, 돈도 없었기에 교육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안젤라는 학교에서 함께 견학지로하는 교우관계나 사제관계같은 것을 동경했던 것이다.


"아, 악마님이 허락해 주실까요?"

"음...사실 허락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 루시퍼라는 자의 입장에서야 안젤라양이 효율 좋게 신성력을 다룰 줄 알게 된다면 본인의 힘이 적게 쌓인다지 않았습니까."

"역시, 그렇겠죠?"


안젤라는 시무룩해졌지만 마르크 주교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안젤라양. 굳이 허락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네?"

"안젤라양의 인생입니다. 비록 중간에 루시퍼라는 자가 안젤라양의 인생에 난입해 계약을 하긴 했지만 그자가 안젤라양의 인생에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확실히 안젤라와 루시퍼의 관계는 미묘하긴 하지만 루시퍼가 안젤라에게 명령할 권리는 없었다. 지금까지 안젤라가 워낙에 수동적인 태도를 취해 왔기에 루시퍼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을 뿐.


"그러니 안젤라양은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안젤라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생각해보면 참 버거운 삶이었다. 삶에 치여서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기에도 급급했던 나날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더욱 힘들어졌고, 남들 다 하고 사는 것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애초에 할 수가 없었으니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일들이 안젤라의 머릿속에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참고로 교육비는 저희 교단 쪽에서 전액 지원하겠습니다."

"하, 할게요!"


그동안 진지하게 고찰했던 것이 무색하게 공짜란 말에 홀랑 넘어가버린 안젤라였다.


-----


세바스는 안젤라가 학교에 다니겠다고 결정된 이후에 뭔가를 중얼거리며 어딘가로 가버렸고, 마르크 주교는 안젤라를 데리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복잡한 입학 수속을 밟았다.


안젤라는 동행하기는 했지만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서류와 복잡한 말 같은 것들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얌전히 앉아 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이것저것 수속에 끌려다닌 안젤라는 이후 마르크 주교와 떨어져 그가 마련해준 방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안젤라가 있는 위치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루시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래서...당장 내일부터 학교란 곳에 다니시겠다?"


그리고 현재, 루시퍼에게 모든 자초지종을 머뭇거리며 설명한 안젤라는 죄라도 지은 것 마냥 루시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고, 루시퍼는 당최 화가 난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안젤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네에..."


공짜란 말에 많이 혹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안젤라 나름대로 여러가지로 고민해본 끝에 내린 결정이었으니 당당할 법도 했건만 막상 루시퍼 앞에 서니 위축된 태도를 보이는 안젤라였다.


"음, 학교라."


마계에 학교와 같은 교육 시설은 딱히 존재하지 않았기에 루시퍼 또한 학교에 대해서는 지식으로밖에 알지 못했다.


"아직 덜 여문 꼬맹이들이 모여서 교육을 받는 장소였지. 음..."


루시퍼는 안젤라를 일으킬 생각은 안하고 딴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거이거, 타락시킬 보람이 있겠는걸. 좋아 재밌겠군."

"저기...루시퍼? 화내지 않으시는 건가요?"

"화를? 내가? 왜?"

"그게, 신성력을 효율 좋게 쓰게 된다면 루시퍼의 힘이 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요?"

"확실히 그 부분은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내 계약자가 쓰는 힘에 휩쓸려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데."

"앗. 그, 그게..."


그 말대로 불과 얼마 전에 거의 죽을 뻔 했던 사건이 있었던 만큼 의외로 루시퍼도 교육을 받는 일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좀 더 흘러서 죽을 뻔 했다는 기억이 희미해지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루시퍼야 이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지만 루시퍼를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더더욱 고개를 숙이는 안젤라였다.


"죄, 죄송해요오..."

"당연히 죄송해야지. 제대로 목숨의 위협을 느껴본 게 대체 몇 세기만인지 모르겠더군."

"으에..."

"아무튼 당장 내일 그 학교라는 곳에 가야 한단 말이지."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창 밖을 바라봤다. 이미 해는 저문지 오래되어 어둑어둑했고, 대로를 따라 마력등만이 푸른 빛을 내며 빛나고 있었다.


"흠. 이 시간이면 사전 답사는 무리겠군. 당장 내일 부딫혀볼 수밖에 없는건가."

"사전 답사요? 그게 뭔가요?"

"가야 할 곳을 미리 살펴보는 거다. 뭔가 트러블이 될 만한 건 없는지, 실수할 만한 게 있는지 확인하는거지."


어쩐 일로 고분고분 설명을 해주는 루시퍼.


"아무 말 없이 불쑥 찾아가는 건 실례가 아닐까요?"

"실례인지 뭔지 알 게 뭐야. 손님을 맞을 준비도 안 한 놈들 잘못이지."


가치관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대화였다.


"뭔가 악마님같은 상관을 둔 부하는 고생을 많이 할 것 같네요."

"너 정말로 날 상대로는 말을 가리질 않는구만. 뭐 상관없지만."


루시퍼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나만한 상관이 또 어디 있다고 그러냐. 이몸께서 지배하는 마계의 영지에는 늘 웃음과 노랫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사실 여부를 떠나 마계에서 웃음과 노랫소리가 들리는 장면은 잘 상상이 되질 않았지만 말이다.


"뭐, 이몸의 일이니 막상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든 되겠지. 넌 몰라도 말이다."

"네? 혹시 루시퍼님도 학교에 가시려구요?"


생각지도 못한 루시퍼의 말에 안젤라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럼 계약자를 내버려두고 집이나 보라는 말이냐? 볼 집도 없지만."

"그, 그렇긴 하지만요...악마님은 악마인데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다녀도 되는 거에요?"

"벌써 까먹었냐? 나 지금은 거의 인간에 가까운데 말이지."


그러고보니 아직 루시퍼는 교회에 출입하기 위해 사용했던 천사의 비술을 해제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싫어하셨는데 아직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으셨네요?"

"아직 교회 안이니까 말이지. 용건만 간단히 보고 빠져나온다는게 일이 귀찮아졌어."


책을 찾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루시퍼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안젤라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그로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 제길. 이런 몸이라 잠이 오는군. 뭐, 신성력으로 가득찬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을 때보다는 기분이 낫다만, 역시 불쾌해."

"죄, 죄송..."

"그만 좀 죄송해해라. 이몸은 신경쓰지 않으니까."


마치 처음 만났을 때처럼 사과를 연발하는 안젤라에게 루시퍼가 가벼운 어조로 말을 던졌다.


"훗. 주교라는 놈도 제대로 된 놈은 아니군. 악마와 소녀를 한 방에 배정해주다니 말이야."


마르크 주교는 루시퍼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기에 안젤라 혼자에게만 방을 빌려준 것이기에 그가 들었다면 억울함에 뒷목을 잡고 쓰러질 만한 발언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는 안젤라의 말에 루시퍼가 흠칫하며 안젤라를 돌아보았다.


"너...진심이냐?"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루시퍼, 하지만 안젤라는 여전히 천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야 방을 두 개나 빌리는건 죄송하니까요. 방도 넓은데 둘이서 자는 게 이치에 맞죠."

"아니 뭐, 그야 단순히 방 크기로만 생각하자면 그렇게 되는데 말이야. 일단은 나도 남자라고?"

"네? 그게 뭐 어쨌다고..."


거기까지 말한 안젤라는 드디어 뭔가를 눈치챘는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으...생각이 짧았네요."

"이야~우리 꼬마도 이제 다 컸군. 남자를 방으로 끌어들이려는 수작이 아주 자연스러운데?"

"아, 아니에요!"


루시퍼는 능글맞은 미소를 띠고 안젤라를 놀려대기 시작했고, 안젤라는 팔을 붕붕 휘두르다가 차마 주먹으로 치기는 뭐했는지 침대에 놓여있던 푹신한 베개를 들고 루시퍼에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악마님은 변태! 색골!"

"야! 내가 뭘 했다고 변태 취급이냐! 날 끌어들이려고 한 건 너잖아?"


루시퍼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우지 않고 민첩한 몸놀림으로 베개를 피해냈다.


"우우...어, 어쩌죠. 방을 하나 더 달라고 하기에도 죄송스럽지만, 길을 전혀 모르니 어디의 누구에게 가서 방을 달라고 해야 할까요."

"뭐 어떠냐. 니 말대로 같이 자는 것도..."

"그, 그만 하세욧!"


안젤라는 아예 베개를 집어 던져버렸고, 호쾌하게 날아간 베개는 효율적으로 루시퍼의 입을 다물게 했다. 별 타격은 없어 보였지만서도.


"저기, 방이 소란스러운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그때, 마침 방 앞을 지나가던 수녀가 문을 두드리며 물었고, 안젤라는 화들짝 놀라며 루시퍼에게 물었다.


"아, 악마님! 어, 어쩌면 좋죠오!"

"어쩌냐니, 괜히 소란 떨 필요가 있냐?"


패닉에 빠져 허둥지둥하는 안젤라를 약간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던 루시퍼는 말없이 일어나 방문을 열어버렸다.


"어머나, 실례지만 누구신가요? 여긴 안젤라양의 방이 아니었나요?"

"이 녀석의 임시 보호잡니다만, 주교님께서 제 방을 따로 잡아 주는 것을 까먹으신 듯 하더군요. 돌아와보니 방을 하나밖에 받지 못했다고 들어서."

"아. 그러신가요? 실례했습니다. 금방 빈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루시퍼의 태도에 수녀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는 다시 문을 닫았다.


"찔릴 게 없으면 당당하면 되는거야. 아니면 뭔가 찔리시기라도?"

"우우...그런 거 없거든요."


이번만은 루시퍼의 말이 정론인지라 안젤라는 볼을 부풀리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 따뜻하네요. 이 이불."


딱 하루 묵었지만 맬리스 마을의 초록 지붕의 푹신한 여관 침대에서도 무한한 감동을 느꼈던 안젤라였기에 교회의 침대에서도 비슷한 감동을 느끼는 중이었다.


"니 집에 있는 그건 이불이라기보다는 거적떼기라도 부르는 게 맞을 지경이었지. 아니면 걸레조각이라던가."

"거, 걸레조각..."


안젤라의 집에 있던 이불은 마을에서 쓸모가 없어 버려졌던 천 조각들을 재활용해 만들었기에 방풍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루시퍼의 말대로 거적떼기에 가까웠었다.


하지만 역시 걸레조각이라는 말에는 충격을 먹었는지 어질어질한 안젤라였고, 루시퍼는 충분히 놀려먹었다 싶었는지 침대에서 멀찍이 떨어진 벽에 기대어 앉았다.


"이 정도면 적당한 거리겠지? 설마 그 잠깐 기다라는 시간이라도 자비없이 쫓아낼 생각이라면 좀 봐 달라고. 이제 얌전히 있을테니까 말이야."

"그,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어쩔 수 없죠."


안젤라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고, 루시퍼의 말대로 잠시 잡담을 나누며 기다리자 방금 전에 왔었던 수녀가 찾아와 루시퍼를 어딘가로 데려갔고, 안젤라는 내일 가게 될 학교에 대해 상상하며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폭풍의 전학생 안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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