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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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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0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0.12.23 20:00
조회
66
추천
4
글자
12쪽

14화

DUMMY

"후웁!"


세바스가 기합 소리와 함께 마티아스로 전방을 휩쓸었고, 마물들의 무리는 마치 두부마냥 썰려나갔다.


"홀리 생츄어리!"


세바스가 신성력을 손에 응집시켜 바닥을 내리치자, 신성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도망치려는 마물의 퇴로를 막는 벽을 형성했다.


"한마리도 남겨두지 않겠다고 했을텐데?"


이어지는 일방적인 학살. 보아하니 세바스의 앞에서 수적 우위란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결국 비교적 작은 마물들은 신성력에 의해 잿더미가 되어 스러져갔고, 세바스보다 덩치가 두 배 가량은 큰 미노타우로스가 도끼를 들고 세바스의 앞을 막아섰다.


"하! 우습군! 내 앞에서 크기로 승부를 보겠다는 거냐!?"


세바스는 호쾌하게 외치며 강하게 진각을 밟으며 마티아스의 옆면으로 미노타우로스를 강타했고, 미노타우로스는 도끼를 들어 세바스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미노타우로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크롹...!?"


마티아스와 부딫힌 도끼는 도끼를 든 손째로 으스러지며 마티아스의 타격을 전혀 방어하지 못했고, 미노타우로스는 세바스의 일격에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하늘 구경을 하며 거의 산 중턱까지 날아가버렸다.


상대방의 죄업에 비례해 위력이 증가하는 마티아스의 특성상, 위협적인 마물일수록 죄업은 크기 마련이었고, 결과적으로 마티아스에 의해 더 큰 타격을 받게 되므로 마물들 입장에서는 하등급의 마물들로 세바스를 막아내자니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고, 그렇다고 상등급의 마물들을 보내면 마티아스에 의해 상대도 되지 않는 기가 막히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재앙. 마물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 말 그대로 세바스 도미니크라는 이단심문관은 몇몇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물들의 재앙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나마 마물들에게 다행인 점이라고 한다면 저 괴물보다 괴물같은 인간은 제자리에 서서 움직일 생각이 없다는 것. 세바스가 자리를 이탈해 마티아스를 휘두르며 쫓아온다는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마물들이었다.


"더 오지 않는거냐? 한꺼번에 와도 좋다. 사악한 놈들."


세바스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도발했지만 마물들은 멀찍이서 위협의 포효를 내지를 뿐이었고 접근하지는 않고 있었다.


"흥. 버러지같은 놈들.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정화시키고는 싶지만..."


세바스는 힐끔 헬퍼트 쪽과 오두막 쪽을 번갈아 살폈다.


헬퍼트 쪽은 아까부터 비틀거리고는 있지만 눈알 괴물을 향한 쉴새없는 포격을 멈추지 않았고, 오두막 쪽은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방금 전까지는 말이다.


"뭣!?"


난데없이 오두막에 달린 창문이 박살나며 뭔가가 밖으로 튀어나왔고, 그 소리에 헬퍼트도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무슨 일인데!"

"저 새끼 잡아! 도망친다!"


안젤라를 옆구리에 끼고 마찬가지로 창문에 튀어나온 루시퍼가 외쳤고, 벙찐 헬퍼트와 세바스가 방금 전에 튀어나온 것을 보니 황금빛 화염이 몸 이곳저곳이 불타고 있는 그것은 어느새 세리아의 모습이 아닌 진한 핑크색 머리를 한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세리아는!? 어떻게 된거야!?"

"알고 싶으면 저 새끼 잡으라고!"

"대체 뭐가 뭔지!"


헬퍼트는 욕설을 삼키며 양팔에 쥐고 있던 화약총을 던져버리고는 검은 상자에서 희안하게 생긴 총을 꺼내들어 아스모데우스를 겨눴다.


"잠깐 멈추라고!"


총에서 발사된 푸른 구체가 아스모데우스의 발치에 명중했고, 그러자 거미줄처럼 생긴 전자기장이 형성되어 아스모데우스를 마비시켰다.


"젠장! 이건 또 뭐야!"


유감스럽게도 전자기장은 안젤라의 신성력만큼의 효과는 발휘하지 못했고 아주 잠깐, 정말 찰나의 순간밖에 발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어느새 아스모데우스의 바로 등 뒤까지 이동한 세바스가 마티아스의 도끼날 부분을 아스모데우스의 목에 가져다대며 말했다.


"네놈은 누구지? 정체를 밝혀라."

"아, 하하하하...이건 좀 곤란한걸?"


헐레벌떡 뛰어가는 와중에 아스모데우스의 몸에 붙은 성화는 다 떨어져나갔고, 아스모데우스가 뒤집어썼던 세리아의 형상도 성화와 함께 떨어져나간 듯 했다.


"너 뭐야? 그건 세리아의 옷인데 세리아를 어떻게 한 거야!"

"하핫. 이거 인기가 너무 많은걸? 한 번에 한 명씩 와주면 고맙겠는데."


마티아스가 겨눠진 쪽의 반대편 관자놀이에 총이 겨누어진 채로 아스모데우스는 슬쩍 양팔을 들어올렸다.


"빨리 말해!"

"야. 일단 진정해. 넌 저거부터 어떻게 해 보라고."


루시퍼는 포화가 느슨해진 틈을 타 슬금슬금 이쪽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눈알 괴물을 가리키며 말했고, 헬퍼트는 혀를 차며 다시 눈알 괴물을 향해 있는대로 총을 갈기기 시작했다.


"좀 뒤져라 이 망할 괴물자식아아아!"

"음. 주변이 좀 시끄럽지만 이제 대화를 좀 하실 생각이 드나?"

"설마 저런 괴물을 이 나조차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니. 실책이야."


아스모데우스가 안젤라를 살벌한 눈초리로 노려보며 말했고, 안젤라가 신성력을 발출하는 원리는 사실 루시퍼조차 알지 못했지만 루시퍼는 일단 허세를 부리기로 했다.


"그럼 이몸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런 짓을 할 걸로 보였나?"

"어머. 재수없어. 계집애 치마폭에 싸여서 아주 위세가 등등하구나? 루시퍼씨?"

"흥. 이녀석에게 힘을 준 건 내 마력이다. 즉! 이녀석의 힘은 내 힘이라고도 할 수 있지!"


되도 않는 생떼를 쓰는 루시퍼의 모습에 아스모데우스는 어이가 없어 보였지만 상황은 본인에게 너무나도 불리했기에 더이상 파고드는 것은 관두기로 했다.


"그래서. 날 이렇게 꼼짝 못하게 만들어놓고 뭘 어쩔 작정이지? 야한 거라면 환영이긴 한데...저 꼬마는 빼고 해줬으면 좋겠어. 아무리 나라도 신성력은 좀."

"그럴 일 없으니까 안심해라."

"아까도 말했다시피 세리아 씨의 위치를 알고 싶어요. 살아는 계신거죠?"


안젤라가 드물게도 여차하면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로 질문했고, 이미 제법 심한 꼴을 당한 아스모데우스는 지레 겁을 먹고 말했다.


"무, 물론 살아는 있지."

"휴우, 다행이네요."


일단 살아는 있다는 말에 안젤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재차 질문했다.


"살아 계시다면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거 말해주면 풀어 줄 거니?"

"어이. 이 녀석 정체가 뭐냐?"


대화에 끼지 못하고 있던 세바스가 루시퍼에게 물었고, 루시퍼는 세바스를 힐끔 쳐다보더니 퉁명스럽지만 웬일로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아스모데우스다. 헬퍼트 녀석의 아내로 위장해서 숨어 있더군."

"아스모데우스! 그 색욕의 대죄가 이 녀석이란 말인가!"

"오호호호! 그래! 바로 내가 칠죄종의 일원이자 색욕을 관장하는 대악마...왜, 왜 그런 눈으로 보는거야?"


모처럼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와 이 와중에도 잘난 체를 하려던 아스모데우스는 세바스의 불쌍한 것을 보는 듯한 눈에 당황하며 말했다.


"그, 그야 지금 상황이 이러니 말이지..."


확실히 대죄의 이름이 무색하게 열일곱살의 소녀에게 제압당해 항복 자세를 취하며 하는 말이었기에 위엄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악마라면 눈이 뒤집혀 달려드는 것이 평소 생활인 세바스도 미묘한 표정으로 마티아스를 겨누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말 돌리지 마세요."

"아니, 내가 말을 돌린 게 아니라 이녀석이 갑자기 끼어든 게 나쁜 거라고. 혼내주지 않을래?"

"뭣."


안젤라의 말에 아스모데우스는 어색하게 휘파람을 불며 세바스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안젤라가 물끄러미 세바스를 바라보자 세바스는 움찔하며 변명했다.


"아니, 그, 나도 뭔가를 알아야 대화에...후, 미안하군. 사과하지."


추한 변명 대신에 깔끔하게 끼어든 사실을 사과하는 세바스였다.


"아니에요. 미리 저희가 설명을 드렸어야 했는데 미안하네요."

"그, 그래. 알아주니 고맙군."


오히려 사과를 하는 안젤라의 태도에 그답지 않게 당황하는 세바스. 요즘은 참 그답지 않은 일을 많이 겪는다고 생각하는 세바스였다.


"어쨌든 더 이상 말을 돌리시면 가만 있지는 않을 거에요."


안젤라는 화난 듯 허리에 손을 척 올리며 말했고, 아스모데우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 하하하. 그게 말이지? 세리아는 저기...있는데."


아스모데우스는 들고 있는 양손에서 오른손을 살짝 뒤로 향하며 어딘가를 가리켰고, 일행의 시선이 아스모데우스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갔다.


"어이, 그 말이 사실이냐?"

"그럼. 내가 설마 이 상황에서까지 거짓말을 하겠니?"


아스모데우스가 가리킨 방향에 있는 것은 바로 눈알 괴물. 지금도 헬퍼트의 포화에 얻어맞으며 피를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는 중인 그 괴물이었다.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겠냐?"

"으...원래 계획은 마을 사람을 전부 성전환시켜 버린 다음에 내 성으로 데려가서 가지고 노는 거였거든?"


루시퍼가 상상한 그대로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잘 버티는 녀석이 있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흥미가 좀 생겼지."


십중팔구 헬퍼트의 얘기일 것이다.


"이 녀석을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을 해보다가~이 녀석이 애지중지 아끼는 아내를 직접 죽이는 모습을 보고싶어졌지 뭐야?"


여기까지 들은 안젤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째서, 그런 짓을."

"어째서냐고 물어봐도 말이지, 재미있어 보이니까?"

"이해할 수 없어요."

"글쎄, 그건 내 쪽에서도 하고 싶은 말인데 말이지."


안젤라는 의아함이 깃든 표정으로 아스모데우스를 바라봤고, 아스모데우스는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어째서 넌 너랑 관련도 없는 일에 이렇게까지 감정을 쏟는거지? 너한테 무슨 득이 있다고."

"그건..."

"인간의 인생은 짧잖아?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아?"


보통의 인간보다 월등히 오래 사는 마족, 그것도 최고위 악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내 삶에 있어서 일순위는 자기 자신이어야 해. 그렇지 않는 삶은 사람으로써, 아니 생물로써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


할 말이 궁해진 안젤라는 입을 다물어 버렸고, 아스모데우스는 비틀린 미소를 띄웠다.


"해야 할 말은 그게 아닐 텐데?"


다시 화제를 원래대로 되돌린 것은 가만히 듣고 있던 세바스였다.


목에 들이밀어진 마티아스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 아스모데우스는 너스레를 떨며 재차 말을 이었다.


"아하하하, 그래서 말이야. 얼마 전에 길들여서 쪼~금 개조를 한 아이 군. 그러니까 저거 말인데."


아스모데우스가 공중에 떠 있는 눈알 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쓸데없이 귀여운 이름을 가진 것은 둘째치고 대체 무슨 생물에 어떤 개조를 해야 저런 괴물이 튀어나오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캐물을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일행은 조용히 넘어갔다.


"아이 군의 마력 핵이 있는 곳에 가사 상태로 만들어서 집어넣어 버렸단다."

"그, 그게 무슨...!"


과연 그런 짓을 당하고도 살아 있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헬퍼트가 세리아를 직접 죽이게 하고 싶었다는 아스모데우스의 말에 따르면 살아 있기는 할 터였다.


"상황은...좋지 않군. 임산부의 몸으로 그런 상황에 처해 있을 줄이야."


세바스가 침음을 흘리며 말했고, 루시퍼가 말을 받아 이어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사람만 빼낼 방법은 없나?"

"아하하하, 내가 그런 거 일일히 생각하면서 집어넣었겠어?"

"좋아. 알겠으니까 이만 닥쳐라."


루시퍼는 알아낼 것은 다 알아냈다는 생각이 들자 즉각 아스모데우스의 입을 다물게 했고, 아스모데우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작가의말

아스모데우스는 제법 강합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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