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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939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1.01.12 20:00
조회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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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34화

DUMMY

안젤라는 밤이 다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고,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 침대에 몸을 뉘인 안젤라는 늦은 시간임에도 루시퍼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졌다.


"정말로 악마님은 어디로 가신 걸까요?"


루시퍼의 행방은 궁금했지만 그가 돌아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었기에 안젤라는 잠들었고, 딱히 아무 일도 없이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아침에도 루시퍼는 돌아오지 않았고, 안젤라는 어쩔 수 없이 등교 준비를 하고 학교로 향했고, 어제와 같이 교실에 들어온 안젤라를 맞이해준 것은 엘레나였다.


"안젤라 괜찮아? 어제 미리엘 패거리한테 심한 짓 당하지 않았어?"


엘레나의 눈에는 안젤라가 미리엘 패거리에게 끌려간 것처럼 보였기에, 엘레나는 안젤라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전 괜찮아요. 좋은 아침이에요 엘레나."

"으, 응. 좋은 아침."


안젤라의 아침인사에 엘레나도 얼떨떨했지만 일단은 인사를 건넸고,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안젤라를 재촉했다.


"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괜찮으면 얘기해 줄 수 있겠어?"

"얘기해 주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요."


안젤라는 어제 있었던 일을 대충 얘기해 주었다.


"그, 그랬었구나...미리엘에게도 그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어."


엘레나는 미리엘의 안 좋은 면만 봐왔었으니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건 그렇고 세바스 도미니크 심문관님과 아는 사이? 안젤라 실은 대단한 사람인 거 아니야?"


세바스의 명성은 엘레나도 익히 아는 바였고, 안젤라와 세바스와의 사이가 심히 궁금한 그녀였지만 안젤라는 그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갈루에 선생이 오늘도 푸석푸석한 머리에 졸린 표정으로 들어와 교탁 앞에 섰고, 저마다 자신들의 친구와 떠들고 있었던 학생들은 조용해졌다.


"에...유감이지만, 오늘도 전학생이 있습니다."


단어 선택이 조금 잘못되었다는 기분이 들지만, 전학생이라는 존재는 귀찮음 외에는 무엇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갈루에 선생이기에 그에게 있어서는 별로 이상한 선택이 아니라 할 수 있겠다.


당연히 그런 갈루에 선생과는 다르게 전학생이라는 존재에 묘한 환상을 품고 있는 학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갈루에 선생의 다음 말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막 어제 안젤라라는 전학생이 왔던지라 다들 평소의 기대감에는 조금 못 미치는 미적지근한 기분이었다.


"에또...그럼 들어오세요."


갈루에 선생의 말에 누군가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고, 안젤라가 책상을 치며 일어났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안젤라양?"

"훗. 소란스러운 녀석이군."


갈루에 선생을 미간을 잡으며 질문했고, 전학생은 묘하게 짜증나는 태도로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숨막히는 정적 속에서 안젤라는 얼굴을 붉히며 다시 자리에 앉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오..."

"에, 그럼 소개하겠습..."

"루시퍼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상큼한 미남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것은 바로 루시퍼였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평소에 늘 입는 까만 정장은 사제복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개량되어 있었고, 180이 훌쩍 넘던 훤칠한 키는 약간 줄고 덩치도 작아져서 그야말로 안젤라의 또래 학생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러고보니 얼굴도 약간 앳되어졌네요.'


한마디로 회춘의 영약이라도 마신 것처럼 어려진 모습으로 등장한 루시퍼였다.


"어, 엄청난 미남!"

"뭐야 저거...재수없어..."


학생들 사이에서는 성별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린 평가가 나왔고, 루시퍼는 그런 소란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봐 선생."

"뭐죠. 루시퍼군."


초면에 반말인 루시퍼에게 뭔가를 지적할 생각도 없는 듯한 갈루에 선생은 내려간 안경을 쓱 밀어올리며 말했다.


"난 어디에 앉으면 되는거지? 빈 자리를 골라서 가면 되나?"

"어...가능은 한데요. 보통은 제가 지정..."


갈루에 선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루시퍼는 성큼성큼 걸어가, 마침 비어있던 안젤라의 뒷자리에 가서 앉아버렸다.


"여어,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훗."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안젤라에게 인사를 건네는 루시퍼에게 안젤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도 어버버거릴 뿐이었다.


"묘하게 친근한 태도인데요."

"전학생끼리 통하는 뭔가가 있는 걸까요?"


학생들은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쑥덕거리기 시작했고, 시선을 받는 일에 익숙치 못한 안젤라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푹 숙였고, 반면에 루시퍼는 여유로운 태도로 쳐다보는 여학생들에게 윙크까지 해주었다.


"어, 어머어머!"


그런 루시퍼의 모습에 남학생들은 온몸에 돋는 닭살에 치를 떨었고, 여학생들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얼굴을 붉혔다.


"루시퍼군은 빠르게도 반에 적응한 것 같군요. 이 선생은 기쁩니다. 루시퍼군은 안젤라양과 함께 특별 교습을 받게 될 예정이니 방과 후에 이 교실로 와 주시길 바랍니다. 에또...오늘도 다들 알아서 열심히 살아주시기를 바라도록 하죠. 전 수업 준비를 해야해서 이만."


어제와 완전히 똑같은 말을 남기고 갈루에 선생은 밖으로 나가버렸고, 안젤라는 갈루에 선생이 나가자마자 순식간에 모이는 이목에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사실 모이는 이목은 안젤라가 아닌 그 뒤에 있는 루시퍼를 향한 것이었고, 안젤라와 그 옆에 앉아있던 엘레나는 순식간에 몰려드는 학생들에게 파묻혀버렸다.


한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휩쓸리던 안젤라와 엘레나는 간신히 학생들의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간신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어, 엄청나네요. 저 때는 아주 조용했던 거군요?"

"아, 하하하...뭐 안젤라도 제법 귀여운 편이지만 저 루시퍼라는 애에 비해서는 평범한 편이니까."


사실 안젤라와 엘레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어제 하룻동안 안젤라가 메이드복 차림으로 하루 동안 학교를 활보한 사실은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소규모의 추종자 집단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애도 아닌데 말이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모습으로 변한 걸까요?'


본인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루시퍼의 태도에 안젤라는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수업 시간이 임박했고, 루시퍼에게 달라붙은 학생들도 수업은 들으러 가야 했기에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고, 안젤라는 간신히 루시퍼와 대면할 수 있었다.


"아, 악마니..."


안젤라는 루시퍼를 부르려 했지만 루시퍼가 갑자기 얼굴을 안젤라에게 들이밀고는 손가락을 안젤라의 입을 막고는, 안젤라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이쿠, 너 지금 날 죽이려는 거냐? 교단의 학교에서 날 악마라고 부를 생각이야?"

"그, 그럼...루시퍼."

"그래. 잘 하는군. 앞으로도 학교에선 그렇게 부르라고."

"그런데 그 모습은 뭐에요? 그리고 지금까지 어디에..."


궁금한 것은 산더미같이 있었지만 지금 자세로 긴 얘기를 나누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깨달은 안젤라는 입을 다물었고, 루시퍼는 씨익 웃으며 물러났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엘레나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는 말했다.


"아, 안젤라는 루시퍼랑도 아는 사이야?"

"뭐, 조금 인연이 있어서 말이야."


안젤라가 입을 열기 전에 루시퍼가 먼저 선수를 치며 말했다.


"그러는 아가씨께서는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 당신만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건 약간 치사하다고 생각하는데."


느끼한 어조로 작업을 거는 것 마냥 말하는 루시퍼의 태도에 안젤라가 자신도 모르게 엘레나를 보호하듯이 끌어안았고, 엘레나는 그런 안젤라의 모습에 당황하며 물었다.


"아, 안젤라. 왜 그래?"

"아, 아니 나도 모르게 그만."


그런 모습에 루시퍼는 안젤라와 엘레나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뭔가 눈치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헤에, 벌써 그렇게나 친밀한 친구를 사귈 줄이야. 너도 제법인데?"

"그, 그런가요?"

"그래. 이것 참 질투가 날 정도로군. 나도 끼워 주면 좋겠는데."


상체를 숙이며 그렇게 말하는 루시퍼의 모습은 묘한 색기가 있었고, 엘레나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로 시선을 피했고, 안젤라는 일단 화제를 돌리려 했다.


"이, 일단 수업 시간이니 수업을 들으러 가도록 하죠. 루시퍼는 어떤 수업을 들을 생각인가요?"

"나? 니가 듣는 거."


루시퍼야 계약자인 안젤라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입학한 것이니 안젤라의 수업을 따라 듣는 것은 당연했지만 주변에서 이야기를 훔쳐듣던 학생들의 귀에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이, 일단 이동하도록 하죠."


안젤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서 도망치듯이 엘레나의 손을 잡고 수업이 있는 교실로 이동했고, 루시퍼는 빙글거리며 그런 둘의 뒤를 따라갔다.


오늘 안젤라가 듣게 될 첫 번째 수업은 마물의 생태학이었다.


안젤라야 늘 그렇듯이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수업을 따라가고는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시간을 날렸고, 엘레나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성실하게 수업에 임했고, 루시퍼는 누가 봐도 관심 없다는 태도로 책상에 다리를 걸치고 귀를 후볐다.


그런 루시퍼의 태도에 관자놀이에 실핏줄이 하나둘씩 올라오던 교사가 교편을 탁 하고 내려놓으며 말했다.


"음...거기의 남학생. 내 수업을 들으러 왔으면 조금은 집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면 좋겠는데요."


엘 레지덴티에 학교에는 다양한 신분의 학생들이 있지만 애초에 교육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부유함을 지닌 평민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대부분은 귀족가의 자제들이었으므로 대부분의 교사들은 반말 대신에 존댓말로 수업을 진행했다.


"흐아~암. 아, 설마 나 말하는 거냐?"


아무리 귀족가의 자제들이라지만 교사에게는 최소한의 경의를 표하며 존대를 하는 학생들이었지만, 루시퍼는 교사에게 존대를 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보였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루시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켰고, 이마에까지 실핏줄이 오르기 시작하는 교사가 애써 웃는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이 교실에서 자네만큼 불량한 자세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이 있는지 역으로 묻고 싶군요."

"하지만 자려면 이 자세가 제일 편한데."


이제는 얼굴까지 시뻘게지기 시작한 교사가 말했다.


"잠을...잘 거라면 어째서 굳이 내 수업을 들으러 들어왔는지 묻고 싶네만?"

"그야 당연히 배우러 들어왔지. 그런데 수업 내용을 보아하니 별 게 없어 보여서 말이야."


루시퍼는 도발적인 표정으로 여전히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로 말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배가 고프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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