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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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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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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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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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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협객이 된 기분이야.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본관 건물 1~2층은 마을회관과 문화센터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네. 자네가 보기에 쌍팔년도 스타일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새마을운동이 익숙해서 그걸 참조했어.”


꼬레아 빌리지 위원회 위원장은 기존 촌장이 맡았다.

실무를 책임지는 부위원장은 ‘형님‘으로 통하는 함민수가 선출됐다.

함민수는 꼬레아 빌리지 거주자에게 중장년지도자회, 청년회, 부녀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저녁마다 모임별로 이곳에 모여서 어떤 일을 할지 토론하도록 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메하리 센터가 삶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네.“


중심을 잡아줄 기구와 소통창구는 지역발전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메하리 복지센터가 그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3층은 마을 부녀자들을 상대로 한 기술교육장이네. 자수를 가르치고 있지.”


그를 위해 한국산 재봉틀 20대를 들여왔다.


“알겠지만, 에티오피아에서는 숙련된 노동자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네. 여기 교육을 받은 이들 중에서 빠르면 석 달 안에 장에 내다팔 정도의 자수실력을 갖추는 경우도 있고, 교육과정을 마치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공장에 취업하기도 하지.”

“여기서 하는 프로그램을 미국의 청소년센터에서 벤치마킹했더라구요.”

“동네에서 인기가 너무 좋아서 다 수용을 못해. 근처 기술학교에 위탁을 하고 있다네.”


JHO Foundation은 미국의 빈민가에서 빈둥거리는 청년들에게 고등학교 방과후 수업을 개설해 컴퓨터 사용과 목공가구 제작, 용접 등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시로 도난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던데, 여기는 어때요?”

“처음에는 도둑이 몇 번 들었다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어. 기술을 배운 사람들의 취업이 늘어나니까 안 할 수가 없는 것이지.”

“고생이 많으셨네요.”

“소싯적 가오다시나 잡던 시절에 비하면.... 진짜 협객이 된 기분이야.”


메하리 복지센터 5층은 다울과 가온재단 사무실이다.

현지업무를 비롯해 커피 등 농산물 수출, 현지 봉사 안내 등을 지원하고 있다.

건물 내부를 둘러본 두 사람이 센터 밖으로 나왔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자기 소유가 아닌 공유지는 어떻게 되든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마을 청장년들이 힘을 모아 배수로를 정비하고 있다.


“대우기에 비가 너무 많이 퍼부어서 배수로가 넘쳐 물난리가 난 적이 여러 번 있었지. 우기에 자주 배수로를 살펴야 한다네.”

“주민들이 잘 참여하던가요?”

“이젠 스스로 해. 자체적으로 진입로를 넓히고 안길도 정비했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떡하니 보이니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주민들도 달라졌다네. 이제는 자발적으로 다들 열심히 해.”


논란의 여지와 상관없이 새마을운동은 농촌개혁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후일의 평가에서 여러 부정적인 면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어쨌든 농촌근대화와 계몽운동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

게다가 현지에 맞게 개량된 새마을운동은 태권도 함께 아프리카에서 또 하나의 한류 흐름이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사람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집 앞 길을 청소하고, 공용 시설을 함께 보수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들.

이전이라면 생각할 수 없었던 꼬레아 빌리지의 큰 변화다.


“다른 사람과 마음을 교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값진 경험이지 않을까 싶네.”


함민수가 류지호를 꼬레아 빌리지 진입로 쪽으로 이끌었다.

재단이 운영하는 공장들이 모여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저마다 제조업에서 활로를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코 쉽지 않다.

미비한 제조업 인프라와 불안정한 국내 상황 탓이다.

미국과 유럽이 각각 ‘아프리카 성장기회법‘과 ’무기를 제외한 모든 것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생산 제품에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물류비용이 한국의 4~5배 수준에 육박해. 무능한 이곳 물류 회사 때문에 속이 터져 미쳐버리는 줄 알았지 뭔가. 그래서 아예 트럭회사까지 시작해버렸어. 그런데 도로 사정이 엉망진창이라서 요즘엔 괜히 물류 회사를 시작했다고 후회하는 중일세.”


한국이라면 3~40분 만에 도달할 거리를 무려 2시간 이상 걸리는 나라가 에티오피아다.

지방 산길을 달리다보면 곳곳에 트럭이나 차량이 전복된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견인할 바에는 그대로 버리는 것이 돈을 아끼는 길이다.

시내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석유를 실은 트럭, 미니버스, 택시와 함께 염소, 당나귀, 소들이 도로에 뒤엉켜 있다.

비포장도로가 너무 많기도 하고, 도로 사정이 너무 열악해 물류시스템이 돌아가기 쉽지 않다.


“원자재는 지부티항으로 들어오죠?”

“말도 마. 수출입 통관이 빨라야 40일 정도 걸려. 이놈에 아프리카 공무원놈들은 건건이 급행료를 주지 않으면 일을 안 해. 또 얼마나 고압적인지....”

“지부티항에서 아디스아바바까지 얼마나 걸려요?”

“쉬지 않고 달려도 하루 꼬박. 화물트럭으로 이틀 정도 잡아야 돼.”

“중국이 하루 빨리 철도를 깔아주길 기대해야겠네요.”

“자네가 깔지 그래?”

“안 합니다. 그 돈으로 이곳 빌리지 싹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지으면 지었지.”


류지호가 제 아무리 돈이 썩어나도 아프리카에서는 제 마음대로 못한다.

경제시스템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밀한 계획 없이 대규모 공사를 벌이게 된다면 건설자재 가격이 출렁이게 된다.

모든 것들을 수입에 의존하는 에티오피아는 바르를 달러로 환전하는 것도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아디스아바바의 시멘트와 건축용 슬레이트, 창틀, 문 등을 모조리 긁어모아도 꼬레아 빌리지의 모든 집을 수리해 줄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자재가 충분치 않다.

오죽하면 다울재단과 참전용사후원회가 모든 참전용사의 집수리를 해주는데 무려 7년이나 걸렸을까.


“직원 보수는요?”

“200바르. 비슷한 규모의 중국 업체가 평균 80바르를 주는 것으로 아네.”


200바르는 10만 원 정도에 해당한다.

가온그룹은 '윤리 경영' 철학에 따라 추가근무 수당을 법에서 정한 1.25배보다 높은 1.5배로 책정하고 있다.

해외 사업장에서도 해당 국가 평균 급여보다 많이 준다.


“공장을 돌리는 것이 돈을 벌어 보겠다기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자는 건데. 전기 공급이 너무 불안정해서 문제일세. 중요한 기술은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한데, 외국 기술자에 대한 인건비에서 35%의 세금을 부과해서 부담이 상당하다네.”

“적자만 안 보면 됩니다. 버티기만 하세요. 제가 안 망하게 해드릴 테니까.”

“마음 같아서는 한국 기업이 진출하는데 본보기가 되고 싶지만....”

“한국 회사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것으로 만족하세요.”

“영국이나 독일, 이탈리아 대사가 바뀔 때마다 여길 방문해서 자국 기업이 참고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고 가거든.”

“들었어요. 여기 방송국에서 꼬레아 메하리에 대해 자주 방송을 만들어 내보낸다고 하더라고요.”

“방송국이 하나 밖에 없는데, 꼬레아 빌리지가 변하는 걸 자주 방송에서 보여주긴 하지.”

“운영 중인 업체가 모두 몇 개에요?”

“커피가 메인이고. 레자, 카펫, 제분소 네 개. 트럭 운송회사도 최근 설립했고... 한국으로 전량 수출하는 커피 공장만 괜찮고 나머지 회사는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네.”


2004년 춘천시는 아디스아바바 시와 자매결연 하였다.

에티오피아후원회는 참전용사와 가족들의 자활을 위해 커피생산 공장, 자전거 조립공장, 플라스틱 용기공장, 가축 농장 등을 운영했다.

월드비전은 제분소, 카펫 생산 등 8개 공장을 설립해 지원했다.

거의 다 망했다.

특히 커피생산 공장을 춘천으로 이전하면서 졸지에 참전용사회 일자리가 증발해 버렸다.

이에 류지호 관련 재단들이 카펫과 제분소를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커피농장은요?”

“수확할 때만 인원이 많이 필요해서 정기적인 일자리가 되지 못한다네.”

“모두 몇 명이나 고용하고 있어요?”

“참전용사 후손들은 가온그룹이나 자네 미국회사인 JHO 지사로 많이 가 있고, 다 따지면 600명 정도 고용하고 있을 걸세.”

“나쁘지 않네요.”


대규모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제조업만한 것이 없다.

부산 센텀시티의 복합쇼핑문화단지처럼 대규모 서비스 타운을 조성하든가.


“수직계열화된 농업기업도 가능성이 있지....”

“뭐라고 했나?”

“아닙니다. 병원도 둘러보죠.”


류지호의 처가인 파커가문은 대형 농업기업의 전형을 보여준다.

종자-비료-농기계-농산물 생산-가공-유통-서비스 등을 완벽하게 수직계열화했다.

심지어 투자은행 G&P를 통해 시카고 선물거래까지 관여한다.

가온그룹은 탄자니아에서 농업 분야를 막 시작했다.

수직계열화가 가능할지 속단할 수 없다.

인프라가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온그룹이 나서서 인프라를 일일이 깔아줄 이유도 없고.


‘짜이요.’


류지호로서는 중국 힘내라고 응원해야 할 판이다.

부디 철도와 도로를 이른 시간 안에 깔아주기를.

두 사람이 꼬레아 빌리지가 위치한 쿨레타 언덕 아래 공터에 들어섰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너머로 Ethiopian Horse Sport Association이라는 폴로 경기장과 승마학교가 보였다.


‘그룹 스포츠단의 마라톤팀 해외전지훈련을 아디스아바바에서 한다고 했지?’


에티오피아는 장거리 육상 강국이다.

육상 영웅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살아 있는 전설 케네시아 베켈레, 떠오르는 신성 티루네 시 디바바 등이 에티오피아의 대표적인 장거리 육상 선수다.

암튼 아디스아바바에는 두 곳의 한국계 병원이 있다.

한국의 대형 교회가 에티오피아 총리의 요청으로 2004년 준공해 개원한 MCM 병원과 그 보다 앞 서 2001년에 개원한 꼬레아 빌리지 인근의 Mehali hospital이다.

MCM 병원은 227병상 규모로 약 6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Mehali 병원은 320병상 규모로 의사, 간호사, 경영지원 등 7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두 병원 모두 에티오피아에서 보기 드문 최신 시설과 고급 의료 인력을 갖추고 있고, 개원 이후부터 극빈층에게 무료진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아프리카 곳곳에 세워진 미국 재단의 Ji Ho Hospital보다 한국에서 세운 이 병원의 규모가 두 배나 컸다.

에티오피아 진출 초창기 현지 사정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결과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큰 문제는 약제가 없고, 의료기기를 교체하려면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겁니다. 약제나 의료기기의 경우 국가 간 거래가 쉽지 않아 돈이 있어도 의료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한국인 병원장이 류지호를 안내하며 열심히 설명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신경과 등 12개 부문에서 39명의 의사, 145명의 간호사가 일하고 있습니다. 연간 환자수는 15만 명에 달하고, 아디스아바바 의과대와 세인트 폴 국립병원 레지던트가 훈련을 받을 정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의사 확보가 쉽지 않죠?”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 온 의료 인력이 의료 봉사활동 차원에서 2년 계약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한국계인 MCM 병원도 마찬가지다.

두 병원 모두 응급실을 갖추고 있어 아디스아바바 시민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한국이나 서구에서 응급실은 당연한 것이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의 아프리카에서 응급실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시민들이 저희 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의료수준도 최상인데다가 진료비가 30%나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든 극빈자 환자들의 진료비를 감액하거나 면제해 주기도 합니다. 병원설립 취지에 따라서 한국전참전용사는 무조건 무료, 가족과 유족은 50%를 감면해 주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경우는 예외다.

그들에게는 받을 것 다 받는다.

MCM 병원은 찾아오는 환자만 치료한다.

반면에 Mehali hospital은 왕진팀을 꾸려 참전용사 방문진료는 물론 지방으로 앰뷸런스를 보내 참전용사 환자를 이송해 오기도 한다.

병원의 존재 목적이 한국전 참전용사 및 그 가족에 대한 의료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지극정성도 이런 지극정성이 없다.


“작년 58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수익 남길 필요 없어요. 이익이 있다면 무료 진료로 돌리세요.”

“의사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마냥 무료 진료를 늘릴 수만은 없습니다.”

“하루 속히 의대가 만들어져 의사를 키워야 할 텐데... 생각보다 공사가 더디군요?”

“재단의 도움으로 전문의를 선발해 한국으로 보내 교육을 해봤지만, 그들의 기술은 늘어도 마음까지.... 좀 그렇습니다. 오히려 선진 기술을 배워와 돈벌이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빨리 의대를 설립해야죠.”


류지호는 종합병원을 만드는데 7,000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한국의 대형 교회가 세운 MCM 병원은 대략 5,000만 달러가 들었다.

한국 입장에서는 단일 규모로 에티오피아 최초·최대의 투자였다.

아무래도 이런 것은 대형 교회와 대기업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투자다.

MCM 병원은 해외선교 역사상 길이 남을 역사이며, 아프리카 내 이슬람 확산을 막고 54개국 복음화를 위한 선교기지로 크게 쓰임 받을 것이라 선전했다.

반면에 Mehali Hospital은 빠른 시간 안에 에티오피아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때가 되면 에티오피아에 내놓겠단 소리다.

교회는 병원을 통해 목사의 이름을 알리고 선교를 얻겠지만, Mehali Hospital은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전파하고 호감을 얻고 있다.


“내년부터 에티오피아에서 건축자재 구하기가 더 힘들 겁니다. 올해 안에 무조건 공사를 마쳐야 합니다.”

“우리가 시장의 물건들을 많이 가져오면 에티오피아 자재 가격이 오를 텐데?”

“그래도 해야 합니다. 자칫 하면 수 년 동안 공사도 못하고 방치될 수도 있어요.”


글로벌 금융위기가 극빈국이라고 해서 피해갈 리가 없다.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여담으로 2009년 가면 꼬레아 빌리지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의과대, 간호대, 공중보건대를 포함한 에티오피아의 두 번째 종합의과대학이 탄생한다.

Mehali Hospital의 병상수도 420개로 늘어나고, 병원과 가까운 곳에 종합의과대학이 있어 의대생들이 다양한 실습과 경험으로 실력을 키울 수가 있게 된다.

한국은 물론 유럽의 은퇴한 의사들이 병원에 부임하면서 교수직을 겸하는데, 덕분에 전임 교수에 임상실습 교수까지 더해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우수한 교수 대 학생 비율을 유지하게 된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류지호는 꼬레아 빌리지가 아디스아바바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한국의 1960년 초반 달동네처럼 낡은 함석지붕 아래 판잣집들이 즐비할 줄 알았다.

물론 열악한 환경이긴 했다.

1960년대 한국의 달동네보다는 사정이 나아보였다.

한국과 미국의 류지호 관련 재단과 채연지 부부가 애쓴 덕분이다.

900세대 6,000여 명의 참전용사 가족과 후손들을 지원하려고 시작했던 사업이 3만여 명, 2,800세대의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

전기도 들어와 있다.

지붕마다 위성안테나도 있다.


“빌리지 안쪽으로 들어가도 되요?”

“물론!”


류지호와 함민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빌리지 안쪽으로 들어갔다.

모우알리의 경호팀이 따르고, 수행원들도 수첩을 들고 바쁘게 뒤를 쫒았다.

입구 간판부터 깨끗하고 멋지게 바꿔놓았다.

누군가 함부로 뽑아가지 못하도록 시멘트를 넣어 단단하게 고정했다.


“처음 에티오피아 국기와 태극기 게양대가 나란히 서있었는데, 누군가 고철로 팔아먹기 위해 뽑아가 버렸더라고. 아예 공구리를 쳐놨지.”


90년대 말부터 각종 언론을 통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어려운 사정이 보도되고...각계각층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혔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다.


“처음 왔을 때 집집마다 화장실도 없고, 습기가 많아 비위생적인 환경이었어. 그러니 영유아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싶었지. 집수리고 뭐고 일단 공동 화장실부터 지었네. 지금은 스무 곳이 넘는 곳에 공동 화장실이 있고, 위생과 관련해서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네.”


우물과 전기선도 정비했다.

우기만 되면 비가 새고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지붕이며 낡은 침대 등도 교체했다.

참전용사들의 집들은 뼈대만 남기고 새로 짓는 수준으로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생활공간이 몰라보게 쾌적해졌다.

거주환경이 좋지 않아 늘 병에 시달렸던 참전용사 가족들은 보수 공사 이후 병도 나아지고 밝은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다.


“집수리도 처음에는 가구당 2만 5천 바르의 예산을 책정해서 현지 업체에 공사를 맡겼다네. 그러다 마을에 노는 남자들을 데려다 잡일을 시키고 돈을 주기 시작했지.”


류지호가 보수된 집들을 눈에 담으며 걸음을 옮기는데, 집 앞에 나와 있던 노파가 반색해서 다가왔다.


“형님!”

“하하 너시 할머니!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데 왜 나와 계세요?”

“메하리 코레아들이 동네를 다니며 테프를 나눠주더라고.”


테프(Teff)는 에티오피아의 주식인 인제라의 재료다.

10여년 후에는 슈퍼푸드로 불리게 될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곡물이다.


“집사람과 레오나가 다녀간 모양이네. 할머니, 여기가 메하리 꼬레아들의 빅보스에요.”


함민수가 노파에게 류지호를 소개했다.


“집을 고쳐 준 메하리에게 깊이 감사드려요. 오래된 집을 새집처럼 고쳐줘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답니다.”


노파는 류지호의 손을 붙잡고 한참 동안 고마움을 표했다.

이럴 때마다 류지호는 민망했다.

돈을 댄 것 밖에 없는데, 은인을 대하듯 하니까.


“일차적으로 이 동네 집수리는 모두 끝이 났다고 보면 되네.”

“향후 진행할 프로그램은 뭐가 있어요?”

“일반 가정집의 낡은 집기를 교체해 주려고 한다네. 아디스아바바시 당국자들이 꼬레아 빌리지에서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네. 한국의 새마을운동의 시범적용 사례로 보는 모양이야.”


새마을이든, 뉴 빌리지든, 투마이니(Tumaini : 희망) 사파르든.

주거환경 개선해 주고, 장학금 주고, 생활비 지원해 주는 것으로는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 않을 터.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해.’


적자를 보고 있는 Ghion Hotel을 인수하고, 함민수가 현지 사업을 벌이는 것에 지원함으로써 참전용사 가족들의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원보다는 살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진정한 후원이 아닐까 싶어서다.

류지호는 아디스아바바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일자리를 늘려갈 궁리를 했다.

아프리카는 광물자원도 풍부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잠재력까지 최고다.


‘나중에 이곳에 솔라시티 태양광 지붕을 설치해 줘야겠어...!’


이전 삶에서 전 세계 태양광산업을 중국이 좌우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태양광 사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류지호는 중국의 저가공세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기술력밖에 없다고 봤다.

탄소중립을 표방한 보호무역과 미래 생존을 위해 태양광 산업은 필수적인 산업이다.

한국은 태양광 산업과 연관이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ICT산업의 기술력과 인프라가 뛰어나다.


‘이러다 전지회사와 파운더리 회사까지 사는 거 아닌가, 몰라.’


빌리지 안에 모스크가 하나 있지만, 실제 이슬람교 신자는 약 5% 정도다.

90% 이상이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들이다.

에티오피아 전체로 보면 이슬람 인구가 늘어나 전체 국민 가운데 50%가 기독교(에티오피아 정교), 40%가 이슬람교다.

권력층 주류는 기독교계다.

따라서 에티오피아는 기독교계에게 아프리카의 선교 기지로 통한다.

빌리지 안에 공공시설이라고는 한국 정부가 리모델링해 준 Hibret Firre 초등학교가 전부였다.

류지호의 재단과 채연지 부부가 초등학교 옆에 사립중학교를 설립해 주었고, 꼬레아 빌리지를 4개의 구역으로 나눠 마을 회관을 각각 만들어 주었다.

우물, 초중학교, 복지회관, 직장, 병원 등 일반 동네 못지않은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다.


“Jay!"


저만치 떨어진 집 앞에서 레오나가 손을 흔들었다.

레오나 일행과 합류한 류지호는 함께 참전용사들의 집을 방문했다.

참전용사들은 한국전쟁 참전으로 받은 무공훈장과 추억의 사진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후손들에게 보물처럼 자랑했다.

때문에 손자손녀들도 자신들의 할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임을 잘 알고 있었고, 또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척!


거동이 매우 불편한 참전용사가 류지호를 향해 거수경례를 붙였다.

얼떨결에 류지호도 똑같은 거수경례로 화답했다.


“그냥 누워계시지 왜 힘들게 일어나셨습니까?”

“괜찮아요. 난 당신을 텔레비전과 미국 잡지를 봐서 알고 있어요. 언젠가 당신이 우리를 찾아 올 것을 알고 있었어요. 미안합니다. 내가 이래서 당신을 성대히 맞이할 수가 없습니다.”

“용사분들께서 한국인을 위해 해준 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당신은 우리 참전용사 가족들의 영원한 친구입니다. 하느님의 축복을!”


노병은 다시 한 번 류지호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류지호는 허리를 깊이 숙여 맞절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난 황제의 명령을 받들어 기꺼이 한국으로 가서 싸울 겁니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노병의 깊게 팬 두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렀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도 모르고 참전해 당한 부상이다.

그의 모든 걸 앗아간 전쟁.

그럼에도 모든 걸 용서했단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딸의 부축을 받으며 침대에 몸을 눕히는 노병을 향해 류지호가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부부는 거동이 불편한 참전용사들을 방문해 휠체어를 선물했다.

허구한 날 밖에도 나와 보지 못하고 침상에만 누워계신 분들을 휠체어에 태워 드리니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피토는 에이즈 환자야.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시지. 피토 엄마가 가난 때문에 매춘부로 나섰다가 에이즈에 걸렸고, 엄마로부터 병을 옮겨 받은 불쌍한 아이야.”


9살의 피토는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도 모른 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단다.

학교에서도 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이란다.

아직까지는 에이즈가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바이러스의 활동을 줄일 수가 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아이들은 에이즈 약 복용은 꿈도 꿀 수 없다.


“일단 몇 년은 버틸 수 있도록 꾸준히 약을 복용하게 해주세요.”

“매일 1알씩 복용하면 일 년에 500만 원이 필요합니다.”


호텔로 돌아온 레오나는 참았던 눈물을 펑펑 흘리며 다짐했다.


“꼬레아 빌리지에 에이즈 약을 정기적으로 지원해야겠어.”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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