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8 09:05
연재수 :
903 회
조회수 :
3,847,409
추천수 :
118,977
글자수 :
10,001,832

작성
23.12.30 09:05
조회
1,892
추천
95
글자
21쪽

몰락한 동양의 할리우드, 그런데....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폴 크로넨버그는 말려들지 않았다.


“만약 <Frank Castle> 같은 영화였다면 편집도 훨씬 빠르게 하고 죽는 사람도 훨씬 많았을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관객들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배우에게 몰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류지호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폴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에 반해 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담는 것에 좀 더 고민하는 편이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악도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서 하나의 존재가 아닐까. 아마 폴도 내 말에 동의할 것이다.”


기자들의 시도는 쓸데없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두 감독이 폭력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한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고 여긴 모양인데 무식한 생각이다.

두 감독은 영화관도 또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도 매우 다르다.

폴 크로넨버그의 스타일은 한마디로 그로테스크함으로 표현할 수 있다.

반면에 류지호는 폭력묘사에 있어서 스타일시하면서 사실적이다.

암튼 관객상은 순전히 관객 투표로 선정된다.

작품성과 관련한 논란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

류지호는 장편영화 데뷔작 <The Killing Road>로 제 2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이번에 관객상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왜 감동이 없지....?’


배가 불러서 그렇다.

이제 어지간한 영화제 수상은 류지호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차라리 감흥이 없는 것이 류지호에게 나을 수도 있다.

영화제 수상에 중독되면 그에 맞춘 영화에 몰두할 수밖에 없기에.

류지호는 작가주의 영화 함정에 빠져 연출세계가 협소해지는 걸 결코 원치 않았다.


❉ ❉ ❉


토론토 국제영화제 기간 류지호 개인적으로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G.O.M International이 올리온그룹 산하 극장체인 지분을 호주계 금융그룹에게 매각한 것이다.

올리온그룹은 2000년경에 야심차게 멀티플렉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에 미국의 메이저 멀티플렉스 사업자 Loews Cineplex의 투자를 받았다.

G.O.M이라는 부동의 1위 사업자가 이미 한국에 있었다.

따라서 넘버 투 전략으로 극장사업을 시작했다.

나름대로 경쟁 멀티플렉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했다.

하지만 Eye-MAX 도입 실패, 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역량 미비, 케이블TV와 콘텐츠 생산·배급 등에 집중 투자하면서 멀티플렉스 사업에서 추진력을 잃고 말았다.

모그룹에서도 투자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결국 극장사업에서 사세가 급격히 기울어 G.O.M International(구 Loews)에 지분 전량 매입을 제안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로 지분 매각이 불발됐다.

새로운 인수처를 찾는 과정에서 일부 상영관이 폐관되거나 경쟁업체에게 운영권을 빼앗기기도 했다. 또한 이동통신사 및 카드사와의 할인 제휴 파기 등 악재들도 겹쳤다.

경쟁사들보다 발 빠르게 디지털 영사기를 도입했다.

결국 무리하게 디지털 상영관을 늘려가는 것이 재정 부담으로 돌아왔다.

결국 호주계 금융사에 293만754주를 1,546억 원에 매각했다.

동시에 G.O.M International도 210만 주를 호주계 금융사에 매각했다.

가온그룹까지도 올리온 계열 멀티플렉스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계약서에 최소 10년 간 지분을 보유한다는 조항을 넣었다고 합니다.”


영화제를 찾아온 오동석이 보고했다.

류지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런 계약을 왜 한 거래?”

“운영을 올리온 그룹측이 10년 동안 맡기로 했나봅니다. 만약 또 다시 주인이 바뀌게 되면 운영권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주식을 팔지 못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한 거지요.”


호주계 금융사는 국내에 11개 법인을 두고 있다.

이들 중 한 법인이 이번에 인수한 올리온 그룹 멀티플렉스 지분을 인수했다.

향후 멀티플렉스 소유는 호주계 금융사 한국법인이 가지고 운영은 기존대로 올리온 그룹이 담당할 예정이다.


“올리온이 영화사업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건 아니라고 하지?”

“예. 구조조정도 없고 지분변동 빼고 달라진 건 없습니다. 차라리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신규 사업진출 비용으로 쓸 수 있는 총알이 생겨서 좋다고 언론플레이 하던데요.”

“호주 쪽 공식입장은?”

“멀티플렉스 인수 건 외에 모두 노코멘트.”

“아쉬워?”

“전혀요.”


오동석은 차라리 속이 다 시원하다는 표정이었다.

마치 숙변을 해결한 것 같은.

올리온 계열 멀티플렉스와 G.O.M이 한 상권 안에 공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분을 처분했으니 홀가분하게 경쟁체제로 집중할 수가 있게 됐다.

사실 G.O.M이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멀티플렉스는 G.O.M이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번째 영업점인 G.O.M 강남점을 개장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당시만 해도 1950년도 법이 그대로 유지되던 때였다.

멀티플렉스를 염두에 둔 극장관련법조차 없었다.

이를테면 소극장 하나에 화장실이 꼭 한곳씩 설치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G.O.M 강남점은 온 사방에 화장실을 만들 판이었다.

일일이 해외사례, 안전성 문제 등을 증빙자료로 제출했다.

유권해석을 받아가며 개관을 준비했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최근에는 공연법도 많이 개선됐다.

온갖 어려움을 딛고 한국에 복합상영관을 정착시켰건만.

G.O.M은 언론, 시민단체, 영화계 일각으로부터 계속해서 독과점 주범으로 공격받고 있다.

사실 근거 없는 공격은 아니다.

WaW 엔터테인먼트는 무비서비스의 극장체인 프리머스 시네마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무비박스의 20여개 점포까지 포함시키면 가온그룹 전체적으로 한국 극장 점유율이 65%를 넘게 된다.

이 시기 가온그룹은 한국 영화업계에서 배급시장의 34.6%(WaW 엔터테인먼트) 상영시장의 48.7%(G.O.M) 그리고 케이블TV 시장의 27.9%(다솜 미디어)를 점유하고 있다.

영화 투자단계에서부터 배급, 상영 그리고 케이블TV 방송까지 가온그룹은 '골리앗‘으로 군림하고 있다.


“BGV가 관객 수 축소신고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다며?”

“전상망의 오류일 뿐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하긴 하는데, 영화판에서 알 사람은 다 알죠.”

“혹시 G.O.M에서 그 따위 저급한 짓 하지는 않겠지?”

“가온그룹 감사팀이 어떤 곳인데 그런 일을 벌이겠습니까? 제 아무리 날고 기어도 아주 작은 조작까지도 금방 탄로 날 겁니다.”


한창 한국영화 위기론으로 시끄럽던 시기.

국내 두 번째 점유율을 자랑하는 멀티플렉스 BGV가 관객수 축소신고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대중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관객수를 부풀리는 것은 들어봤어도 줄이는 것은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꼼수다.

한국영화계에서 초대권 남발, 관객 부풀리기와 함께 근절되어야 할 행위이기도 하고.

특히나 관객수 축소신고는 악질적인 범죄다.

영화 관람객 수를 줄여 신고함으로써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은 물론, 극장 건물 소유주에게 지급해야 할 임대료 그리고 제작사에게 주어야 할 수익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자금을 조성할 수도 있다.

한국영화계는 과거에 비해 회계 합리성과 투명성이 대폭 증가했다.

그럼에도 소위 ‘삥땅’은 영세한 업자나 대기업이나 매한가지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거 아니라고 했어. 힘겨워도 새 돌 지고 와 꾸준히 고이고 쌓아야 탑이 유지돼. 전화위복이란 것이 언제나 수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잖아. 제 돌 아닌 걸로 괘서 버티려고 하면 거탑도 무너져.”


류지호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오동석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성큼 걸음을 옮기는 류지호를 쫒아갔다.


“근데, 레이 초우 회장이 왜 저까지 보자고 했을까요?”

“중국에서 멀티플렉스 합작이라도 제안하려나 보지 뭐.”


두 사람은 요크빌에 위치한 All-Season Hotel에서 GH오락집단유한공사 레이 초우 회장 일행을 만났다.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초우.”

“반갑네. 이쪽은 켈빈 우라고 하네. GH의 CFO지.”

“안녕하십니까. 켈빈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켈빈.”


네 사람은 근황을 주고받으며 가볍게 대화를 시작했다.

당연하다는 듯, 주된 화제는 레이 초우 회장의 건강문제였다.

류지호의 아프리카 봉사활동도 중요한 이야깃거리였고.

어떤 전조도 없이 레이 초우 회장이 본론을 치고 나왔다.


“GH를 어떻게 생각하나?”

“아시아에서 메이저 스튜디오라 칭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영화사라고 할 수 있죠.”

“....음.”


말을 던져 놓고, 레이 초우 회장이 한참 뜸을 들였다.

류지호와 오동석은 차를 마시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나와 내 딸이 보유한 GH 지분이 대략 25% 정도 되네. 내 가족의 주식을 모두 얻으면 대주주가 된다는 말이지.”


류지호는 뜬금없는 말에 가만히 레이 초우 회장의 눈을 응시했다.


“중국 본토의 등치엔 엔터테인먼트라는 곳에서 내게 주식을 팔라고 하더군.”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을 보니 메이저는 아닌가 봐요?”

“3년 전에 설립된 토탈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 아직 뭔가 보여준 것은 없네.”

“현재 주가의 두 배라도 쳐주겠답니까?”

“아니.”

“.....?”

“누군가 그들에게 회사 내부 정보를 알려준 모양이야. 단기상환 부채부터 유동자산 또 내부인만 알 수 있는 사실까지 꿰고 있더군.”

“배신자는 찾으셨습니까?”

“그건... 말해 줄 수 없네.”


말하지 않아도 안다.

류지호는 홍콩 영화계 현실을 손바닥 손금 들여다보듯 꿰고 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 많은 홍콩 영화인들이 하나 둘 중국의 영향권 밖으로 도피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캐나다, 호주 등에서 부동산 투자이민으로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런 후에 홍콩으로 다시 돌아와 외국인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부류는 거대 중국의 힘에 눌려 체제를 찬양하는 어용 선전 영화를 제작하고 있고.

일부 배우들의 경우 인기리에 활동했던 과거와 달리 초라해진 자기 자신에 실망하고, 여전히 톱스타의 위치에서 영화 출연과 제작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몇몇 배우와 감독의 모습에 질투심을 느끼고 있다.

급기야 홍콩영화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GH오락집단유한공사의 영업상 비밀을 중국 관리 손에 넘겨주는 상황까지 왔다.


“나는 외국인입니다. 화교도 아니고.”


홍콩영화의 마지막 자존심.

그런 회사를 중국인이 아닌 외국기업에 매각해도 되느냐는 물음이었다.

비록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아시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GH오락집단유한공사가 내리막을 걷게 됐다고 하더라도.


“본토인이 GH의 경영권을 가져가게 된다면.... 관료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겠지. 지금까지 GH가 탄생시킨 600여 편의 영화들의 필모그래피들을 볼품없는 역사로 만들어버릴 것 같아 두려워.”


류지호는 레이 초우 회장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언제부터 홍콩영화와 영화예술을 걱정했다고....’


샤오브라더스도 그렇지만, GH오락집단유한공사의 미래는 그렇게 밝지 않았다.

홍콩영화계가 본토진출을 통해 부활하리라는 부푼 꿈에 젖어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 반대다.

결국 홍콩영화계는 중국영화계에 편입된다.

변방에 머물면서 그 존재감마저 점점 흐려지고 있다.

몰락한 동양의 할리우드.

이 시기 홍콩영화는 중국의 거대한 자본과 권력 앞에 어떻게 맞서고 어떻게 무너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혼란기에 류지호에게 홍콩영화 라이브러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당장은 기회인지 애물단지인지 알 수 없지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켈빈 우가 입을 열었다.


“현재 GH 시가총액은 1억 3,100만 달러 정도입니다.”


즉각 오동석이 물었다.


“홍콩 달러겠지요?”

“아닙니다. 미국 달러입니다.”


오동석은 머릿속으로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홍콩달러로 계산해보았다.

생각보다 주가가 형편없지 않았다.


끄덕.


류지호가 그제야 오동석을 동석시킨 이유를 알게 됐다.


“ParaMax가 GH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고 있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사에 지분을 넘길 순 없을 것 같아.”


가온그룹이 지분을 인수해주길 바라는 모양이다.


“청쿵의 리자싱 회장님은 뭐라고 하십니까?”

“맘대로 하라고 하더군.”


현재 GH오락집단유한공사의 최대주주는 레이 초우 회장과 가족 그 다음이 청쿵그룹의 리자싱 회장, 세 번째가 음반회사 EMI, 네 번째가 ParaMax다.

가온그룹이 대주주로 들어온다면 다른 대주주들 입장에서는 대환영일 수밖에 없다.


“회장님 지분만 확보하면 GH를 지배할 수 있단 말이죠?”

“ParaMax 지분까지 함께 행사한다면 완벽해지겠지.”

“삼합회 지분은 얼마나 들어와 있습니까?”

“5.7% 정도. 삼합회는 걱정 말게. 지금은 2007년이야. 홍콩 영화계에서 더 이상 그들은 활개 칠 수가 없네.”


80년대까지만 해도 홍콩영화계는 삼합회의 횡포로 온갖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홍콩의 중국반환 전후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미 90년부터 삼합회는 중국 공안으로 인해 홍콩에서 설치지 못하고 이웃 포르투갈령 마카오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마카오는 삼합회로 인해 몸살을 앓았는데, 중국 반환 이후 중국 본토에서 광동성 인민해방군 해군을 투입해 토벌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하는 바람에 삼합회가 바짝 몸을 사리고 있다.

삼합회는 홍콩과 마카오에서 겉으로는 무역회사, 요식업, 주차 대행업 등 합법적인 사업으로 위장하고 있다.

불법적인 사업들은 주로 중국 대륙 본토 및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로 무대를 옮겨간 상태다.

사실 류지호는 삼합회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더 문제는 중국의 관리들과 공안이 홍콩 연예계에서 부리는 횡포다.


“지분을 모두 넘기고 어쩌시려고요? 그대로 이사회에 남아 의사결정에 참여하실 생각입니까?”

“아니. 은퇴할 생각이네.”


레이 초우 회장은 단호했다.

삼합회가 홍콩영화판에서 극성이 부리던 시대에도 제작자로서 수백 편의 영화를 제작했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은퇴를 고려할 정도라면.

류지호도 알지 못하는 중국 본토와의 복잡한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등치엔 엔터테인먼트와는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가 됐습니까?”

“2억 홍콩달러에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하더군.”

“한국의 다른 대기업과도 협상 하실 생각이세요?”

“그들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자네의 가온그룹만 하겠나?”


당연히 등치엔 엔터테인먼트가 책정한 인수금액보다 더 받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찾아왔을 것이고.


‘GH와 홍콩영화판이 정말 예전 같지 않다는 건데.....’


미스터 할리우드라는 영화계의 마법사가 나서서 뭔가를 해주지 않으면, 중국 자본이든 정부든 뭐가 와도 GH오락집단유한공사의 몰락을 막지 못할 것 같았다.


“진지하게 검토해 보겠습니다.”

“중국 본토의 멀티플렉스 진출이 여의치 않다고 알고 있네.”

“여의치 않은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접근하는 겁니다.”


굳이 가온그룹의 중국 진출 상황을 떠벌려서 좋은 것은 없다.

그가 동석시킨 켈빈 우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이후로 류지호는 비즈니스 이야기는 삼가고 토론토 영화제를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첫 번째 사건으로 한국에서 극장 수십 개를 잃었다.

그런데 두 번째 사건으로 인해 그와 비견되는 외국의 극장을 얻을 수도 있게 생겼다.

한 때 아시아의 할리우드라고 불리던 영화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했고.

중국의 고위 관리와 기업가가 엮여 있다면, 이번 경영권 확보로 차후 중국대륙 본토 진출 시 그들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온그룹이 시밍핑 계열과 꽌시를 맺게 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거 참....!’


인수하자니 꺼림칙하고.

포기하자니 아쉽고.

두 가지가 걸렸다.

일단 GH오락집단유한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600여 편의 영화 라이선스.

다음이 홍콩과 대만을 중심으로 한 멀티플렉스 체인.

GH오락집단유한공사는 1977년에 처음으로 극장을 열었다.

홍콩에서만 6개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1996년 한국의 BS그룹이 영화사업에 진출할 때 BGV에 지분을 출자했지만, 1999년 지분관계를 청산하여 현재는 BGV와 관계가 없어졌다.

싱가포르 최초의 멀티플렉스를 개설하는 등 90년대는 영화제작·배급보다 멀티플렉스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4년에는 아시아 최고의 부자 리자싱 회장의 투자를 받아 대만의 최대 영화관 체인인 Vieshow를 인수했다.


“형, 대만 멀티플렉스 현황은 어때?”

“대만 말씀입니까?”

“응.”


잠시 대만 극장업을 떠올려보던 오동석이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대만 영화시장 자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GH Village가 대만 제1 체인입니다만 전국에 딱 13개 영업점 밖에 없습니다.”

“Eye-MAX 독점제휴 업체야?”

“예. 전국에 단 2개 상영관에만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H Village 전체 스크린 수는?”

“정확하진 않습니다. 감안하시고... 35개 내외 영업점에 대략 280~300개 스크린일 겁니다.”

“G.O.M이 현재는 아시아시장에서 중국진출에 초점을 맞춰놓고 있지?”

“예. GH 지분을 매입한다고 해서 멀티플렉스 자회사가 저희 극장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영화 배급에서 일정 부분 이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멀티플렉스에 Australian Village Theatres가 투자했겠지?”

“BGV에 들어왔던 선례로 봤을 때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 대표와 상의를 해봐야겠어.”


류지호는 호텔로 돌아와 한국의 WaW 엔터테인먼트 정운규 대표와 오랜 시간 GH오락집단유한공사 문제에 관해 의논했다.

류지호는 GH오락집단유한공사가 소유하고 있는 판 권 세 개가 탐이 났다.

워너-타임과 공동으로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브루스 리의 전설적인 영화 <용쟁호투>와 1981년에 개봉한 <캐논볼> 마지막으로 코믹스 원작의 <틴에이지 닌자 거북이>(1990년)다.

세계 최고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Hues & Rhythm Studios와 Eye-MAX를 통해 <용쟁호투>를 리뉴얼 한 후 다양한 플랫폼에 출시할 수 있다.

영화 <캐논볼>는 당시로서는 초호화 출연진을 자랑했던 영화다.

저작권은 1~2편 모두 GH오락집단유한공사가 가지고 있다.

다만 1편의 일부 권리가 20세기 PARKs에 있다.

2편을 워너-타임이 배급했었는데, 한때 리메이크 소문이 돌기도 했다.


‘MSM을 통해 TV시리즈로 리메이크 해도 되고.’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 시리즈로 만들어진 <틴에이지 닌자 거북이>는 이전 삶에서 벤자민 베이가 패러마운틴과 함께 리부트해서 성공을 거두었다.

GH오락집단유한공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 <닌자 터틀> 리부트를 ParaMax가 해볼 수도 있다.

암튼 GH오락집단유한공사 관련된 사안은 11월에 가서야 결정이 난다.

가온그룹의 지분 인수 전에 레이 초우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다.

은퇴를 선언한 후에 신병치료를 들어 미국으로 떠난다.

공교롭게 그와 가족의 신변보호를 JHO Security Service가 맡게 된다.

인수가격 2억 홍콩달러(대략 240억 원)에 지분 24.78%를 확보한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소유한 한국의 영화사가 GH오락집단유한공사의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뉴스가 나가자마자 주가가 폭등한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큰 반발은 없다.

70∼80년대 최전성기의 홍콩 영화계를 상징하던 GH오락집단유한공사가 외국계 기업에게 넘어갔다는 것에 아쉽다는 반응이 전부다,

홍콩영화계는 쇠퇴기에 빠진 자국 영화계에 안타까움만 토로할 뿐.


“수많은 홍콩 영화인의 출생지였다.”

“GH 지원으로 제작했던 수많은 영화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나도 없을 것이다.”


GH오락집단유한공사와 인연이 깊은 감독들이 레이 초우 회장의 은퇴를 두고 한 말이다.

GH오락집단유한공사 경영권을 확보한 WaW 엔터테인먼트는 본격적으로 중국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작가의말

2023년 한 해 소중한 시간을 Mr. 할리우드에 써주신 독자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내년에도 항상 그랬듯이 성실하게 연재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뜻하신 모든 일 성취하시고 행복과 사랑이 충만하면 매사 웃음꽃이 피는 2024년이 되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6 감독님은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3 24.01.27 1,781 86 25쪽
755 일본이여, 이것이 히어로 영화다! +6 24.01.26 1,753 85 27쪽
754 새로운 길을 찾아내 개척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3 24.01.25 1,751 88 24쪽
753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2) +9 24.01.24 1,731 87 26쪽
752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1) +7 24.01.23 1,734 101 26쪽
75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3 24.01.22 1,771 90 25쪽
750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성이 더 중요한 법이다. +4 24.01.20 1,804 90 22쪽
749 사랑의 열매. (5) +6 24.01.19 1,786 83 23쪽
748 사랑의 열매. (4) +7 24.01.18 1,726 88 26쪽
747 사랑의 열매. (3) +3 24.01.17 1,704 88 26쪽
746 사랑의 열매. (2) +8 24.01.16 1,765 93 24쪽
745 사랑의 열매. (1) +5 24.01.15 1,809 86 24쪽
744 뭐라도 해야만 돼! (2) +7 24.01.13 1,793 95 29쪽
743 뭐라도 해야만 돼! (1) +6 24.01.12 1,772 91 28쪽
742 만인의 연인! (2) +7 24.01.11 1,773 99 25쪽
741 만인의 연인! (1) +5 24.01.10 1,828 85 25쪽
740 Bridal Mask! +3 24.01.09 1,777 92 23쪽
739 World Promotion. (4) +4 24.01.08 1,793 88 29쪽
738 World Promotion. (3) +3 24.01.06 1,792 94 27쪽
737 World Promotion. (2) +8 24.01.05 1,785 90 26쪽
736 World Promotion. (1) +7 24.01.04 1,877 95 23쪽
735 Mr. 할리우드는 시리즈가 계속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7 24.01.03 1,863 94 22쪽
734 공짜로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10 24.01.02 1,836 95 25쪽
733 The Wall Street Journal. +12 24.01.01 1,847 100 27쪽
» 몰락한 동양의 할리우드, 그런데.... +16 23.12.30 1,893 95 21쪽
731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2) +3 23.12.30 1,583 87 23쪽
730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1) +5 23.12.29 1,720 98 30쪽
729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3) +3 23.12.29 1,637 82 26쪽
728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2) +9 23.12.28 1,741 90 23쪽
727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1) +4 23.12.28 1,607 76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