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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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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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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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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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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액션 하나는 끝내주네!”

“영화 속 사망자 신기록을 수립하는 거 아닐까?”

“주인공이 총질할 때마다 이렇게나 바쁜 영화는 처음이지 않을까?”

“내 뒤에 앉은 사람은 마지막 액션씬에서 퍼니셔가 쏜 총알 카운트까지 하더라.”


<Frank Castle>에서 무한탄창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철저하게 계산된 총알 개수에 딱 맞게 사격한 뒤 꼬박꼬박 탄창을 교체하거나 총 자체를 바꿔서 사용했다.

AR-15 계열 소총을 난사할 때는 한 번에 최대 30발을 넘지 않았고, 베넬리 M4 산탄총을 쓸 때는 6발을 넘기지 않았다.

글록을 사용할 때도 21발을 넘지 않았다.

지독할 정도로 프랭크 캐슬은 정확한 타이밍에 탄창을 갈아 가면서 전투를 벌이고, 갱들은 그런 개념이 없기에 허둥대다가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디테일이 살아나면서 건액션 시퀀스가 훨씬 더 전문적이고 화려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요새화된 빈민가 건물에서 벌어지는 전투 시퀀스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액션 디자인을 선보였다.

어떤 공간에서도 액션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벽과 벽 사이 모든 공간을 활용했다.

부서진 문틈, 바닥에 눕혀져 있는 냉장고, 건물 벽에 매설되어 있는 전기선 등 어떤 공간적 요소들도 다 살인수단으로 활용했다.

<나 홀로 집에>의 아기자기한 부비트랩을 전문교육을 받은 킬러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적의 심리까지 이용한 기상천외한 부비트랩이 등장했다.


“이번 영화는 지난 두 편의 솔로 무비를 상기시키면서 최종편으로 가는 가교 역할 같은 거야.”

“흥행성공을 자신했다는 거야?”

“액션은 화려한데 서사가 별 것 없었잖아. 숨 막히는 미장센이라고 하기에도 어딘지 허전한 느낌이고.”

“이전의 영화들과 달리 큰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 같긴 해.”

“그저 ‘퍼니셔’라는 캐릭터의 영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최종편에서 더 큰 폭발력을 가질 수 있도록 안배를 한 느낌이라고 할까?”

“미끼 상품 같은 것인가? 천하의 미스터 할리우드가.....”

“최종편 감독이 부담이 크겠군.”

“각본을 미스터 할리우드가 썼으니까. 영화의 톤 앤 매너는 유지되겠지.”

“결국 최종편을 보게 만들겠다는 속셈이지.”

“자신 영화만 신경 써도 모자랄 판에... 류지호는 자신의 재능을 너무 과신하는 게 아닐까?”


킹핀은 Timely Comics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빌런이다.

<데어데블>에서 잠깐 맛보기로 출연하더니 <퍼니셔>편에서도 등장했다.

쿠키 영상에서 본격적인 킹핀의 등장을 예고하며 최종편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아이언피스트>는 용의 심장을 완벽하게 컨트롤 하지 못하고 있고, <데어데블>은 더욱 예민해진 감각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맷 머독이 겨우 고안해 낸 방법이란 것이 커다란 수조에 귀를 담그고 눈 코 입만 내놓은 채로 잠을 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온 도시의 소리들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퍼니셔>는 직소의 군대와의 혈전에서 부상당한 채로 킹핀과 마주하게 됐다.

일방적으로 얻어터져 회복 불능의 부상을 입었다.

그렇게 세 명의 히어로는 밤과 낮의 권력을 양손에 쥐게 된 희대의 악당 킹핀과 최종편에서 부딪치게 된다.


[히어로 무비에서 차별성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코믹스 원작을 이토록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파워풀한 장르적 쾌감까지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다국적 배우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 Daily TIFF.


토론토 영화제 공식 소식지에서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Frank Castle>에 대해 언론에 한 말이었다.

영화제 관계자이니 좋은 소리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관객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입소문이 돌았다.

월드프리미어 시사회로 첫 선을 보인 영화 <Frank Castle>은 현지 관객들과 영화제 관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프리미어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일반 시사회마저 금방 매진됐다.

3회로 잡혀 있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 역시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이 극장 앞에서 '혹시나 표를 구할 수 있지 않나' 무작정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Frank Castle> 배급팀과 Timely Stuios 관계자은 한껏 고무됐다.

일반 상영에서 관객들 반응이 제법 뜨거웠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정식 개봉했을 때 흥행을 점쳤다.

사실 <Frank Castle>은 흥행에서 불리한 점이 많았다.

strong bloody violence, language.

유혈이 난무하는 폭력성 및 비속어 사용으로 인한 R 관람등급.

17세 미만의 경우 부모의 동반 필수 등급을 받았다.

캐나다에서는 14A(14세 이상 관람가)등급을 받았다.

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 대체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경우도 청소년 관람불가가 확정적이고.

북미를 제외하고 ‘퍼니셔’ 캐릭터가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도 약점이다.

한스 룬드그렌이 전성기 시절 출연한 <더 퍼니셔>는 80년대 B급 액션영화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당시로서는 영웅 주인공치고 지나치게 다크한 캐릭터라서 작품적으로 해석하기 쉽지 않다.

우울하고 냉혹하다는 성격은 영화에서 이미 스테레오타입화 되었기에.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들은 제아무리 초월적인 힘을 가졌다고 해도 악당을 살해하진 않는다.

그 스스로의 신념이기도 하고 사회규범을 거스를 순 없기에.

그런데 퍼니셔는 다르다.

작은 악당이든 거물급 악당이든 따지지 않고 모두 처형이다.

Timely Comics 세계관 속에서는 꽤 오래 활약한 네임드 악당도 퍼니셔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퍼니셔하고 엮여서 살아남으려면 퍼니셔보다 훨씬 강한 슈퍼 악당이 되든가 히어로에게 목숨을 의탁하는 수밖에 없을 정도다.

그래서 <Frank Castle>에서는 데이데블이 등장해 퍼니셔를 막아선다.

그런 백스토리까지 모두 꿰고 있다면 Timely 실사화를 더욱 재밌게 즐길 수가 있다.

다만 하드한 팬층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자신이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에서 벗어났다는 신선함보다 원작훼손에 대한 불편함이 더욱 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원작을 각색한 콘텐츠는 언제나 혁신이냐 훼손이냐의 갈림길에 놓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Frank Castle>은 원작에 가깝게 여겨지는 분위기다.

특히 여성관객들이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에 일단 안심했다.

지난 제 21회 토론토 영화제에서 <The Killing Road>는 꽤나 논쟁적인 영화였다.

<Frank Castle>은 그런 논쟁은 전혀 없었다.

호불호도 없었다.

대체로 무난한 액션장르 영화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최고의 액션 영화는 아니지만, 시간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전문가 리뷰들도 대체로 호평이었다.

<Frank Castle>이 전형적인 액션장르 영화, 즉 팝콘무비이기 때문이다.

대중영합주의 영화에서 예술성과 미학을 찾는 바보 같은 평론가는 없다.

류지호의 화려한 수상경력으로 인해 기대치가 상당히 높아졌지만, CG가 범벅이 된 VFX영화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오랜만에 등장한 땀내 물신 풍기는 액션영화란 점이 나름 비평쪽에서도 점수를 딴 것도 같았다.


[너무나 할리우드적이어서 식상할 것 같은. 하지만 그조차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 등장한 철저한 액션 장르물. 21세기 할리우드 액션영화가 지향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제시한다. 액션에만 집중한 영화. 액션만큼은 확실하게 끝내주는 영화. 말하긴 쉽지만 그걸 실제로 구현하기란 그리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내러티브까지 놓치지 않은 솜씨까지. 역시 미스터 할리우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 The Hollywood Reporter(미국).


[‘최강의 Timely 다크히어로가 악당들을 작살내는 이야기’라는 간단명료한 설정으로 직진하는 흔하디흔한 팝콘무비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놓는 영화마다 특유의 현실 풍자와 신랄한 독설을 선보인 바 있는 류지호가 자신의 장기를 한껏 살려 히어로 무비를 완성해 냈다. 액션에만 집중해서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컴퓨터 그래픽으로 점철된 영화들로 인해 점차 변방으로 밀려가던 아날로그 액션영화의 위상을 다시금 할리우드 한 가운데로 불러오는데 성공했다.]

- Empire(영국).


[실사화 되는 코믹스 히어로 시리즈물들이 사람들에게 흥미를 끄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특별한 능력을 지닌 혹은 지니게 된 숱한 돌연변이 히어로들 사이에서 단지, 가족을 잃은 분노 하나로 고군분투. 두 발을 땅에 딛고 싸우는 프랭크 캐슬(퍼니셔)은 분명 인간적인 복수의 화신. 어딘가 측은해보여 연민이 닿기까지 한다.]

- Variety(미국).


[이유는 간단하다. 화끈한 액션! 실제에 가까운 액션! 정말...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 LA TIMES(미국).


[퍼니셔라는 캐릭터가 비주얼과 폭력만으로 설명 되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해주는 영화.]

- Toronto Stars(캐나다).


[할리우드의 화려한 VFX효과 대신 아날로그 FX를 고집한 액션이 연출 기법과 카메라 워크 그리고 아이디어와 어울려서 정말이지 류지호가 왜 액션영화 장인 칭호를 받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때려 부수기의 장인 베이와는 확실히 다른 결의 쾌감을 선사하고 있다. <Frank Castle>은 류지호라는 감독의 이름만으로 반은 성공한 편이고, 실제 영화 자체의 전체적 평가도 좋은 편이다.]

- Premiere(미국).


[장르를 자유자재로 혼합할 수 있고 캐릭터에 부합하는 액션을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이라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그의 필모그래피에 없는 게 없다. 아니 못하는 게 없다. 백화점 같다.]

- Screen(미국).


[우리는 가끔 감독 류지호가 <REMO>라는 썩 훌륭한 팝콘무비를 연출했다는 것을 잊어버리곤 한다.]

- Cahiers du Cinéma(프랑스).


[그야말로 다재다능하다.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액션의 묵직함을 바탕으로 하되 속도와 정확성은 디지털의 감각으로 장식된 기발한 혼종 액션이다.]

- Total Film(영국).


[그 자신도 재산이 도대체 얼마인지 모를 정도라는 류지호. 그런 그의 영화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때론 여성이나 소수인종 등, 그런 이들의 일상성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어진다. 누군가는 그의 영화에서 그런 면이 역겹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류지호는 개인적으로 1억 달러 이상 기부를 했다고 전해지는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자선가다. 샛길로만 빠지지 않고 이대로 필모그래피를 구축해 간다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르주아 영화감독으로 남을 것 같다.]

- National Post(캐나다).


[코믹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현실로 끌어내리려 하다 보니 영화 내내 무리를 한다. 폭파의 장인이라고 불리는 베이처럼 뻔뻔스러워야 했다. 놀란이 ‘배트맨‘을 우리 이웃의 브루스 웨인으로 만들기 위해 무리를 한 것처럼. 류지호 역시 ’퍼니셔‘를 인간 프랭크 캐슬로 보이도록 애를 쓰지만. 영화를 보며 굳이 그래야만 했는지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류지호에게나 프랭크 캐슬에게나....!]

- The SUN(영국).


[진정한 미스터 할리우드가 될 모양이다. 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중역들에게 언제나 영감을 준다. 장르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듯. 이번에도 미스터 할리우드는 틀리지 않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비록 <REMO> 시리즈만큼의 폭발력은 없겠지만 그는 스튜디오가 책정한 예산을 가지고 그 이상을 해냈다. 프로듀서 류지호와 일하는 감독들은 탈모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이렇게 정확하게 예산을 쓰고 있는 감독이자 프로듀서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정확해야 한단 말인가.]

- The New York Times(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기술적 진보 최전선에 류지호가 서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의 진보란, 드라마의 밀도감이 그만큼 더욱더 빼곡히 들어설 때만이 비로소 그 예술적 가치가 구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 두 가지는 종종 어긋나기 일쑤다. <Frank Castle> 역시 두 가지를 욕심냈다가 결국 하나만 건지게 됐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한쪽으로만 주력한 듯한 느낌을 준다. 전자보다는 후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Frank Castle>을 보고 있으면 스펙터클보다 내러티브에 대한 감독의 강박증이 곳곳에 배어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감독의 능력 문제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 곧 옵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류지호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철저하게 액션 장면을 좋아하는 일반관객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평단의 다소 불만 섞인 투덜거림에 대해서 류지호 역시 충분히 예상했거나 수용가능 한 일이다.]

- Sight & Sound(영국).


[류지호를 액션영화감독으로 분류하는 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제21회 토론토 영화제에서 <The Killing Road>로 데뷔한 이래 주로 강렬한 스토리텔링으로 명성을 쌓은 만큼 차라리 정교한 이야기꾼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하지만 연출에 한정해서 본다면 류지호가 액션 블록버스터 감독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그는 정적이며 많은 상징을 담는 롱쇼트를 잘 쓰는 감독이지만, 특기는 복잡한 카메라 무빙이 있는 숨 막히는 롱 테이크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 류지호의 연출력이다. 임팩트 있는 아크로바틱한 액션과 카메라 무빙을 단순한 구경거리에 그치지 않게 ‘사실적으로’ 이야기 속에 녹여내는 것. 이번 영화에서도 다채로운 액션 중심으로 이야기를 짜되 억지스럽지 않게 연결해나가는 솜씨는 과연 이야기꾼의 면모를 확실히 증명한다. 볼거리를 위해 이야기를 소비해버리기 쉬운 액션 장르에서 귀한 재능이다.]

- Positif(프랑스).


[영화의 결말이 매끈하지 않은 편인데, 현실의 어떤 모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의 경우 일부러 약간 찝찝한 결말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주제의식과 거기에 대한 비판을 심화할 수 있으며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의 주제 및 현실에 대해 좀 더 다양하게 생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서 이 영화도 그런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권선징악이나 주인공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스토리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길 바라는 것도 관객이 영화를 보는 이유인 만큼 열려있는 결말은 양날의 칼과 같다.(중략) 나는 <Frank Castle>에서 이 장면을 최고라고 꼽고 싶다. 그 장면은 여러분이 쉽게 지나칠 수 있다. 프랭크를 태운 호송차량이 직소에게 습격당하기 전, 뜬금없이 한적하고 광활한 평원이 나온다. 사실 온갖 악이 창궐하는 헬스키친과 이 장소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호송차량 너머로 세 개의 대형 광고판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그 광고판에는 각각 이렇게 써져있다. ‘죽어가는 동안 강간당했다’ ‘그런데 아직도 못 잡았다고?’ ‘뭐 하고 있는 거야, 트럼프 서장?’ 언뜻 무슨 의미가 있을지 고개가 갸웃거릴 터. 쿠킹 영상까지 모두 보고 나면 그제야 그 카피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게 된다. 류지호 영화의 감독판 DVD를 보면 정말 못된 성격이다 싶다. 극장에서 놓친 장면에 온갖 농담과 독설이 묻어있다는 걸 비로소 알게 해주니까. 영화는 폭력에 있어서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지만 심리적으로 결여된 프랭크 캐슬이 미국의 사법 시스템을 대신해 처형자가 되는 것을 매우 빠른 속도감으로 그려낸다. 주인공이 복수를 시작하게 된 원인은 법률 시스템의 관리자격인 사법관들의 편의주의와 이로 인한 공정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법 구조 때문이며 주인공의 복수는 처음 해당 사건의 당사자들에서 시작해 점차 사법구조를 깨부수는 것으로 옮겨간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영화 속에서 시민들이 법체계 밖에 있는 퍼니셔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심지어 경찰들도 그의 방식을 동조한다는 것이다. 무척 위험한 선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무자비한 킬링머신 퍼니셔조차 사실상 무법상태인 헬스키친과 싸워서는 승산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리고 감독은 영리하게도 미국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담긴 하지만, 퍼니셔(혹은 감독)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시스템의 변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 실현이라는 점이다. 비록 퍼니셔가 문제가 많은 영웅이기는 하나 영화 구조상 그마저 없다면 제대로 된 정의를 실현할 인물이 없어지고, 그의 모든 행동도 단순한 학살극에 그칠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영화는 인간의 한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무지막지한 액션 히어로가 범죄 소굴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활약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닌, ‘강한 미국‘이라는 구호 아래 다양한 방식으로 억압과 부조리를 촉발시키는 현실모순에 대한 것까지 확장시키고 있다.(후략)]


마지막 비평은 40년간 Chicago Sun-Times에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는 로저 이버트의 글이었다.

그를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평론가라 단정할 순 없다.

다만 이 시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평론가인 것은 맞다.

그는 지금까지 류지호의 영화평마다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편이었다.

특이하게도 이번 <Frank Castle>에서 별 4개 중 별 4개를 줬다.

다소 이례적인 평가였다.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 극찬을 받은 <스파이더맨2>조차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에 만족해야 할 만큼 슈퍼히어로 영화는 작품으로서의 가치평가에서 손해를 보는 경향이 있다.

<스파이더맨2>는 <다크 나이트>가 개봉하기 전까지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로 불리게 되는 웰메이드 영화다.

류지호의 <Frank Castle>은 그 정도까지 극찬이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슈퍼히어로 무비 리스트에서 수작 반열에 충분히 올려놓을 영화라는 점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 ❉ ❉


류지호는 영화제가 시작되고 중반 이후에 합류했다.

누구보다 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로 대접받고 있다.

영화 산업적으로는 ‘북미의 칸’으로 불릴 만큼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필름마켓도 열린다.

토론토 영화제 상영은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 받는다.

북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평가받는 토론토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만으로 흥행에 대해 점칠 수가 있다.

그러니 출품 경쟁이 다른 어떤 영화제보다 치열했다.

이번 영화제 필름마켓에는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와 일본의 영화진흥기구인 유니재팬(UniJapan)이 함께 태국, 싱가포르까지 끌어들여 영화진흥기구 네트워크 AFIN(Asian Film Industry Network) 데스크를 열었다.

4개국이 공동으로 프로모션 활동을 벌였다.

중국이 옵저버로 참가했다.

WaW 엔터테인먼트는 독립적으로 부스를 열고 해외 바이어들과 만났다.

필름마켓 프로모션.

관객과의 대화.

각종 언론사와의 인터뷰.

밤마다 열리는 각종 파티 참석 등.

류지호는 폐막식이 열리기 전 날까지 시간 단위로 쪼개서 스케줄을 소화했다.

폐막식에 참석한 앨런 포스터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필름마켓에서 제작비의 절반을 거둬들였대.”


주요 빅마켓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직배를 하고 있다.

필름마켓에서는 주로 제3세계 국가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럼에도 제작비 절반에 해당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말은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 덕분이다.

류지호는 세계 어디나 홍보마케팅이 수월한 네임드 감독이다.

죠 트래볼타는 A-List에서 밀려났다고 해도 여전히 해외에서는 슈퍼스타다.

거기에 <Frank Castle>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선호하는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잘 팔릴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류지호와 할리우드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는 해외 바이어들과 계약할 때 판매가격에 일정부분 프리미엄이 붙는다.


“의외네.”

“또 그런다. 받을 만하니까 받았겠지!”


오랜만에 참석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류지호는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았다.

관객상(the People''s Choice Award)이다.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경쟁영화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몇 개의 수상이 존재하긴 했다.

상을 주는 부문은 거의 캐나다 자국영화에 한정되어 있다.

그 외에는 국제비평가가 주는 상과 관객투표로 선정되는 영화상 두 부문 밖에 없다.

<이스턴 프라미스>와 <마이클 클레이튼>이 관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당연히 두 영화에게 상이 돌아갈 줄 알았다.

또한 캐나다 출신이며 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폴 크로넨버그 감독이 과거 영화들과 달리 훨씬 성숙해지고 지적인 영화를 들고 나온 점도 류지호가 기대감을 접은 주요 이유이기도 했다.

경쟁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들이 수상해도 류지호는 축하를 했을 터.

먼저 <마이클 클레이튼>은 류지호가 직접 발굴해 할리우드로 데리고 온 <본> 시리즈의 앤소니 길로이가 연출했다.

제작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Rock Castle에서 했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들과도 친분이 있다.

<이스턴 프라미스>는 올 하반기 문제작 가운데 하나였는데, 류지호의 친구 앨리나 와츠가 출연했다.

임신 중임에도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지난달에 아들을 출산했다.

득남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류지호는 아프리카에서만 자생하는 꽃을 보내주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이전 삶에서 류지호도 무척 좋아했던 영화였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목욕탕 결투씬’은 명장면 중에 하나로 꼽힌다.

남자 주인공이 대역 없이 실제로 알몸으로 열연한 이 시퀀스를 두고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앞으로 나올 폭력묘사의 귀감’이라 평하기도 했다.

폐막식이 열리기 전까지 류지호와 폴 크로넨버그 감독 사이에서 논쟁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자들이 이간질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 사실적인 폭력 묘사는 디렉터 류지호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다. 혹시 완성된 장면을 보고 지나치게 사실적이지 않았나?


감독에게 다른 영화를 끌고 와서 질문하는 것은 매우 고약한 짓이다.


작가의말

올 한해 부족한 글을 함께 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새해에도 성실 연재를 약속드리면서, 새로운 내용이 많이 추가될 수 있도록 고민하겠습니다.

한 해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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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1) +7 24.01.23 1,734 101 26쪽
75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3 24.01.22 1,771 90 25쪽
750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성이 더 중요한 법이다. +4 24.01.20 1,804 90 22쪽
749 사랑의 열매. (5) +6 24.01.19 1,786 83 23쪽
748 사랑의 열매. (4) +7 24.01.18 1,726 88 26쪽
747 사랑의 열매. (3) +3 24.01.17 1,704 88 26쪽
746 사랑의 열매. (2) +8 24.01.16 1,766 93 24쪽
745 사랑의 열매. (1) +5 24.01.15 1,810 86 24쪽
744 뭐라도 해야만 돼! (2) +7 24.01.13 1,794 95 29쪽
743 뭐라도 해야만 돼! (1) +6 24.01.12 1,772 91 28쪽
742 만인의 연인! (2) +7 24.01.11 1,773 99 25쪽
741 만인의 연인! (1) +5 24.01.10 1,828 85 25쪽
740 Bridal Mask! +3 24.01.09 1,777 92 23쪽
739 World Promotion. (4) +4 24.01.08 1,793 88 29쪽
738 World Promotion. (3) +3 24.01.06 1,793 94 27쪽
737 World Promotion. (2) +8 24.01.05 1,785 90 26쪽
736 World Promotion. (1) +7 24.01.04 1,877 95 23쪽
735 Mr. 할리우드는 시리즈가 계속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7 24.01.03 1,863 94 22쪽
734 공짜로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10 24.01.02 1,836 95 25쪽
733 The Wall Street Journal. +12 24.01.01 1,847 100 27쪽
732 몰락한 동양의 할리우드, 그런데.... +16 23.12.30 1,893 95 21쪽
»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2) +3 23.12.30 1,583 87 23쪽
730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1) +5 23.12.29 1,720 98 30쪽
729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3) +3 23.12.29 1,637 82 26쪽
728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2) +9 23.12.28 1,741 90 23쪽
727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1) +4 23.12.28 1,607 76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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