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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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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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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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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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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공짜로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뉴욕에는 많은 종합병원이 있다.

그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이면서 최대 규모이며 암치료의 명성이 높은 병원이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MSKCC)다.

1894년에 설립되어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암 부문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최고의 암센터다.

그 비싼 맨해튼의 3개 블록을 몽땅 다 차지하고도 모자라 여기저기 별관을 늘여가고 있는 초대형 병원이다.

정규직 간호사 1,200여명, 전공의를 제외한 암전문 의무직 스태프만 600여명에 이른다.

미국은 노벨 의학상 수상자의 절반을 배출한 나라다.

1인당 의료비 역시 다른 선진국과 비교도 안될 만큼 높다.

아랍 왕족이나 한국재벌을 비롯한 세계의 부호들이 건강진단이나 병 치료를 미국에서 받는 것이 관례다.

그런 의료천국 미국에는 국민건강보험(National Health Insurance)이 없다.

약 4,000만 명의 미국 국민이 아무런 의료보험도 갖고 있지 않다.

민간보험에 미가입한 상태에서 병원에서 중증 치료 받았다가 개인파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세자영업에 종사하는 한국교포들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가 중병이 들어 재산을 날리는 모습을 류지호는 자주 봤다.

미국에서는 차라리 극빈층이 의료혜택 부분에서는 나은 편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미국에서 어설픈 소득을 올리는 이들은 아파서는 안 된다.

잠시 서러움에 눈물 훔치고 말아야 한다.

안 그러면 의료비 때문에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다.

JHO Company Group의 직원들의 충성심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보기 드문 직장보험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지정 전문병원에서 직원과 직계 가족이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류지호는 개인적으로 한국전쟁 참전용사 노인들을 적극 후원하고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미국의 보훈정책이 무척 부러웠다.

2차 대전과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이미 70~80대의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저소득 참전용사들도 재향군인병원 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하고 있다.

연방정부 내의 독립부서인 DVA(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의 연간 의료예산은 170억 달러에 달한다.

일개 부처가 한국정부 복지부 전체예산의 3배가 넘는 액수를 쓴다.

DVA가 전국에 산재해있는 170개의 재향군인병원과 376개의 진료소를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를 위해 피를 흘리면 충분히 보상한다.


‘전쟁영웅들이 한국처럼 보수정권의 나팔수 노릇하면서 불명예스러운 노후를 보낼 이유가 없지.’


미국의 의료서비스는 소득수준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간다.

당장 대니얼 그레이엄만 봐도 하루 병실요금만 2,000 달러가 훌쩍 넘는 VVIP병실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맷은 안 왔냐?”

“예.”


침대에 누워있는 대니얼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데 코빼기도 안 비추는 무정한 아들....

막내아들에 대한 짜증인지, 류지호에 대한 짜증인지 알 수 없는.


“고약한 녀석!”


레오나가 침대가에 걸터앉아 외할아버지의 손을 꽉 부여잡았다.

비록 단신이지만 거인처럼 보였던 대니얼 그레이엄이었다.

부리부리한 눈은 마주한 이에게 범접하기 힘든 느낌을 선사했었다.

이젠 아닌 것 같았다.

자글자글한 주름이 얼굴을 덮고 있고, 눈은 흐리멍덩하며, 기운까지 없는 연약한 노인일 뿐이다.


‘팔순을 훌쩍 넘기셨으니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왕성하게 경영일선에서 활동했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GRAM resources 지분을 달라고?”


GRAM resources Corp.은 그레이엄 가문이 소유한 자원기업 중에서 캐나다 법인이다. 금, 동, 니켈, 코발트 광산을 소유하고 있다.


“달라고 한 적 없어요. 조금만 사고 싶다고 했지.”

“무슨 꿍꿍이냐?”

“알아서 뭐하시게요. 그냥 팔지 안 팔지만 결정하시면 되죠.”


류지호는 친절하게 대꾸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자극적으로 대했다.

예전처럼 꼬장꼬장함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너와 실랑이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말해라.”

“.....?”

“기운도 없는 노인네와 계속 말장난이나 하면서 빙빙 돌 참이냐?”

“한국의 종합상사가 자원개발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어요.”


가온그룹 산하 대유가온건설과 가온 인터내셔널 그리고 구대유개발이 사업포트폴리오 다양화의 일환으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가온 인터내셔널의 자원탐사사업부는 해외 자원투자를 통해 매해 2,000만 달러 이상의 배당수익을 보고 있다.

또 2011년 이후부터는 대유가온건설이 시추하는 인도네시아 유전을 통해 수익이 들어올 예정이다.


“토론토 거래소에 캐나다 광업회사 널리고 널렸어. 아무 거나 주워.”


적당한 거 골라서 적대적 인수합병하란 소리다.


“제 회사가 해외자원탐사 경험이 일천해요.”

“그냥 줄 테니, 뭐든 하고 싶은 거 해봐라.”

“뭘 그냥 줘요?”

“자꾸 두 번 말하게 할 테냐, 이 못된 망아지 같은 녀석아....!”

“시세대로 쳐드릴 게요. 앤서니에게 말 좀 잘 해주세요.”

“앤서니에게 말 할 것도 없다. 나중에 내 변호사와 함께 와. 사인해 줄 테니까.”

“싫습니다!”

”왜, 싫어? 윌리엄의 상속은 넙죽 잘만 받았으면서?“

“주가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계세요?”

“몰라. 알고 싶지도 않다.”

“공짜로 받을 이유가 없어요.”

“예쁜 데라고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지만, 네 녀석이 내 손녀사위란 사실은 변함이 없지.”

“예쁘지도 않은데 웬 상속을 해주신대....?”

“시끄럽고! 나중에 맷과 함께 와.”

“형에게는 직접 전화하세요. 저는 전령이 아닙....”


대니얼 그레이엄은 더는 듣기 싫다는 듯 말을 끊었다.


“이제 그만 가봐....!”


나가라는 손짓을 하고는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레오나가 작별인사로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레이엄가문은 아무리 봐도 정이 없는 집안이다.

로렌 그레이엄 노부인이 사망한 이후로는 더욱 집안 분위기가 각박해졌다.

파커가문이 후계구도를 확정하고 별 다른 잡음이 없는 것과 달리, 앤서니 그레이엄이 정식으로 후계자로 정해졌음에도 여전히 다음 대 가문을 이끌 인물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튜 그레이엄에게 집안의 금융사업을 전부 맡겨야 한다는 말까지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매튜 그레이엄이 가문과 연을 끊었다는 것을 누차 밝혔음에도.


“노환이 아니라 암이란 말입니까?”


병실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주치의 면담을 요청했다.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수술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이는 문제가 아닙니다. 과연 수술실에 들어 갈 수 있는 컨디션이 될지가 중요합니다.”

“수술 없이 증상 완화치료만 할 순 없습니까?”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문제는 대니얼의 컨디션 아니겠습니까?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각종 장기의 기능도 저하되고, 상처나 스트레스로부터의 회복 능력도 떨어질 테고... 각종 질환을 동반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고... 무엇보다 마취문제가 걱정되는 군요.”

“위암 분야에서 최고의 의료진이 수술 전 기본 신체기능에 대해 꼼꼼히 체크할 겁니다. 너무 우려하시 않으셔도 됩니다.”


MSKCC의 위암 및 대장암 완치율과 수술실적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젊은 환자라면 아무소리 없이 의료진에게 의지했겠지만.


“잘 부탁합니다.”

“맡겨주십시오. 적어도 5년은 더 사실 수 있으실 테니까.”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적어도 말기 암은 아니라는 의미다.

사실 가족 중에 누군가 특히 고령의 어른이 암으로 병원에 입원해서 수개월에서 수년간 투병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고인이나 유족이나 서로 못할 일이다.

고인은 고인대로 괴롭고, 유족의 경우 진료비와 고인이 생전에 겪던 고통 때문에 괴롭다.

특히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고통은 차마 말로 다 못한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에 진료비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그건 환자가 무사히 쾌차할 때의 이야기다.

실제 병원에 수개월에서 수 년 입원하기 시작하면 병원비가 천문학적으로 든다.

일반인이 사채를 이용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갑작스러운 병원비라고 하지 않나.

대니얼 그레이엄의 경우, 병원 청구서에 수십억이 찍혀도 상관없겠지만.

주차장으로 향하며 류지호가 레오나에게 물었다.


“롱아일랜드에 들렸다 갈까?”

“나도 그 생각 했어.”


부부는 롱아일랜드 파커 저택에서 윌리엄 파커와 저녁을 함께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까지 확인하고 저택을 나섰다.

맨해튼으로 돌아와 새벽녘에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두 노인을 만나고 나서 갑자기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


- 무슨 일 있었니?

“아뇨. 그냥 잘 지내시나 해서....”

- 혹시 뉴욕의 사돈 어르신께 문제라도....?

“오래오래 사세요. 자식들이 효도 좀 할 수 있게요.”


2주 후면 <Frank Castle> 월드프리미어 투어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안부부터 해서 묻고 싶은 것도 들을 것도 많고 많았다.

며칠 후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류지호는 부모님과 제법 오랜 시간 통화했다.


❉ ❉ ❉


몇 달 만에 돌아온 벨에어의 주택은 3달을 비워놨음에도 여전했다.

집사 윌튼의 꼼꼼한 관리로 흠잡을 곳 없이 없게 유지되고 있다.

오랜만에 오 여사가 차려 준 한국음식을 맛보았다.

몇 달 만에 LA로 복귀했지만, 류지호의 일상은 별 것이 없었다.

센추리시티의 집무실로 출근하거나, 곳곳에서 작업 중인 영화촬영 현장을 돌아보거나, JHO Pictures 기획팀이 추려놓은 시나리오를 읽어보거나, 레오나와 데이트를 하거나, 간혹 매스컴과 인터뷰를 했다.

미국 뉴스는 온통 양 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대한 것들로 채워졌다.

한국 언론에서도 두 달 앞으로 다가온 17대 대통령 선거가 주요 뉴스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경제뉴스로 다뤄지고 있긴 했지만, 이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보내는 뉴스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안타까워 해야 하는 건지.’


10월 초순.

류지호는 시애틀에서 개최된 WCG에 참석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WCG2007은 한국 주관방송사인 다솜게임이 위성생중계하고 미국은 MSM 텔레비전이 주관 방송사로 참여해 JHO/DirecTV를 통해 중계되었다.

중국의 경우는 게임 온라인방송 사이트 네오TV가 중계를 했다.

미국의 게임리그 LOEG 글로벌 홈페이지로 온라인 생중계가 되었는데, 전 세계 총 3,000만 명이 WCG2007을 시청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미국 주관방송사인 MSM 텔레비전은 약 1,200여만 명, 중국 네오TV는 생방송 시청자 수가 1,400만 명에 달했다.

북미 최대 게임 리그 LOEG의 홈페이지 VOD 누적 시청자만 93만여 명을 기록, 글로벌 e-스포츠의 콘텐츠로서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벌써 대회 7년차다.

비로소 WCG가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작년 대회에서 최초로 70개의 국가에서 참가한데 이어서 WCG2007은 75개국이 됐다.

2004년부터 개최지를 북미, 유럽 등으로 다원화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4일간 각 국 대표선수들이 자웅을 겨룬 WCG2007에서 한국은 작년 1위에 이어 2위를 달성해 e-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다.

콘솔게임의 저변이 넓은 미국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WCG2007의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대회 이후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브라질은 WCG2007에서 금메달 2개, 1개의 동메달로 대한민국과 공동 준우승하며 참가 이래 최대 성과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개최된 대회이고 종목 다변화를 위해 콘솔게임을 4개 종목으로 확대해 다양한 경기를 선보였습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WCG2011까지 대회의 정식종목이 10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면 참가국과 선수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ICM(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 대표이사 박진태가 류지호를 수행하며 열심히 설명했다.

ICM은 WCG 주관사다.

오성과 가온이 절반씩 지분 투자한 e-스포츠 마케팅회사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오성그룹 임원 출신이 맡아왔다.

작년 대회부터 가온그룹 게임사업팀장 출신 박진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주관사의 성격이 마케팅에 주력하기 때문인지 오성 측에서는 게임 대회 자체보다 오성 브랜드 마케팅에 주력하는 인상이 강했다.


“오성이 진짜 열심히 하네요?”

“하하. 맞습니다. WCG가 젊은 층을 상대로 하는 e-스포츠 마케팅의 최적화된 장임을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올해는 역대 최다 15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습니다. 월드와이드 스폰서 오성전자와 프리미어 스폰서 PS를 비롯해 가온그룹 산하 브랜드들 여러 IT기업들이 대회 기간 적극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오성이 자사 제품 광고에 열을 올리든 말든, 박 대표는 대회진행에만 신경 쓰세요. 오성과 가온은 WCG를 개최하는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오성그룹이 ICM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게임의 대중화나 저변 확대가 아니다.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층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따라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WCG에서 발을 뺄 수 있다.

하지만 가온그룹은 다르다.


“당장 게임 종목에 포함되어 있는 가온 산하 게임 스튜디오의 <Timely 아레나>만 해도 WCG로 인해 전 세계 인지도가 엄청나게 상승했습니다. 한국의 앞 선 게임리그 시스템과 방송 시스템을 해외에 전파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박진태 대표의 말대로 가온그룹은 e-스포츠 저변확대가 WCG의 개최 목적이다.

이 시기 WCG가 세계 최고, 최대의 게임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e-스포츠 축제로서의 위상 또한 더욱 확고해졌다.

세계 최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내년 독일 대회를 기약했다.


“주관 방송사 계약은 어떻게 됩니까?”

“다솜게임과 한국 주관 방송사 및 글로벌 방송 제작 파트너십을 2010년까지 연장하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올게임넷에서는 뭐라고 안 합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한국 주관 방송사라면 몰라도 글로벌 생중계 면에서 다솜게임이 모든 면에서 월등하기 때문에....”


이번 계약 연장으로 다솜게임은 10년 연속 WCG 주관 방송사로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내년에는요?”

“독일의 퀄른에서 개최될 WCG2008에는 영어, 독일어, 한국어, 광동어로 제작해 미국의 JHO/DirecTV 위성은 물론이고 중국과 독일, 영국 디지털 방송으로도 송출할 계획입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동시접속자 또한 4,000만 명까지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전 삶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오성그룹이 발을 빼기 전까지 WCG는 틀림없는 세계적인 e-스포츠 축제였다.

게임 분야에 관심과 경험 모든 면에서 이해도가 높은 가온그룹이 관여하는 한 이전 삶과 같은 추락은 있을 수 없다.


“생중계 시청자 수, VOD 시청자 누적수 등이 매 대회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 스폰서십 문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e-스포츠의 올림픽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 좋습니다만. 게임방송 제작과 송출 시스템의 표준화도 신경 써야 합니다. 가능하면 ICM과 다솜이 세계 게임방송 표준을 확립했으면 좋겠군요.”

“미국과 유럽 몇 개국에 관련 특허를 신청해 놓은 상황입니다.”

“한국 팬들이 다시 한국에서 열라고 하지는 않아요?”

“저희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각 게임 커뮤니티에서 그런 요청이 많긴 합니다.”

“주요 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서 적당한 시기에 한국에서 성대하게 개최해봅시다.”

“예!”


류지호는 WCG2007을 참관하기 위해 모인 전 세계 게임업계 주요 인사들과 다양한 미팅을 소화했다.

소닉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히라이 가츠키와도 오랜만에 만났다.

Snowstorm Entertainment 마케팅 수뇌부들도 찾아왔다.

해외유통을 총괄하는 웨인 롭슨이 시애틀을 떠나는 류지호의 발길을 붙잡았다.


“보스, 11월에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SnowCon'에 못 옵니까?”

“유감스럽게도.” “전 세계팬들이 보스의 참석을 무척 기대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부활절 시즌 전후로 <Frank Castle> 프로모션 투어를 돌 거든. 내년에는 ‘SnowCon'에서 팬들과 만날 수 있도록 스케줄을 맞춰 볼 게.”

“내년부터 Playa Vista에서 개최되는 건 알고 계십니까?”

“그랬나?”

“올해까지만 Snowstorm 스튜디오 개발 게임 위주로 하고 내년부터 Sierra, Helve Corp. 같은 자회사 게임도 프로그램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일정도 여름으로 앞당기고 티켓예매 역시 3월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

“건투를 빌어.”


매년 11월에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Snowstorm Entertainment의 공식 마케팅 행사

‘SnowCon'이 열리고 있다.

<WoW>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컨벤션도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는데, 내년부터 JHO city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 Playa Vista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마침 내년 여름에 JHO 컨벤션 센터가 개장을 준비하고 있어 그 기간에 맞춰 하루를 연장해 총 3일 간 열릴 예정이다.

참고로 Playa Vista에 개장하게 되는 컨벤션 센터에서 가온그룹이 주도하는 복합 한류 페스티벌 & 컨벤션도 개최하기로 했다.

이전 삶에서 2012년 BS그룹이 처음 주도한 K-con보다 5년 앞 서 시작되는 K-pop 콘서트를 중심으로 하는 서로 다른 콘텐츠가 결합된 신개념 문화 컨벤션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한인교포와 아시아계 위주로 소소하게 시작할 계획이다.


✻ ✻ ✻


시애틀에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기는 길에 류지호 부부는 실리콘밸리에 잠시 들렀다.

MacIntosh 본사를 방문하고 나오던 길에 왠 중년 한국인이 넙죽 인사를 해 왔다.


“안녕하십니까, 의장님!”


류지호는 누군지도 모르고 일단 악수부터 나눴다.


“JHO HYDIS 해외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박성태라고 합니다.”

“아, 예. 반가워요.”


HYDIS는 경일전자의 LCD 사업부로 시작해 2002년 부도난 경일전자(하이닉스)를 분리 매각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JHO Company Group에 매각됐다.

휴대폰 화면으로 사용되는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제조업체이자 노트북 액정 및 LCD 패널 생산 기업이었는데, GMG Technology의 디지털 장비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인수했다.

인수 당시 3,20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매년 관련 특허료로 1,20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나름 알짜 기업이다.


“MacIntosh에 휴대폰과 맥북 액정 납품 건으로 방문했습니다.”

“협상은 잘되고 있고요?”

“덕분에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덕분이라고 하는데, 사실 류지호는 영업이사를 오늘 처음 봤다.

이 시기 JHO HYDIS는 한 달에 25만장의 LCD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인수 직전 8,000억 매출에 1,000억 원 가까이 흑자를 내던 기업이었는데, 5년 만에 1조4,000억 원 매출, 1,900억의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혹시 아이폰 액정을 납품할 예정입니까?”

“아닙니다. 저희 회사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모니터용 15, 17인치 제품과 노트북용 14.1인치 제품을 납품하기로 했습니다.”

“얘네들이 납품가를 상당히 잘 후려치는데..... 괜찮겠어요?”

“지난해 상반기까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이 좀 있었습니다. 올해 4분기 들어 모니터 수요가 급증하고 매달 10달러 이상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으나 주문량이 공급능력보다 40% 이상 초과,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져서 급하게 새로운 라인을 구축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문제없다는 말이다.


“JHO와 소통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예! 이번 납품 건도 모그룹이 주선해 주었기 때문에 시작된 것입니다.”

“JHO HYDIS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저 중국으로 특허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HYDIS를 인수하자고 했을 뿐.

LCD가 미래에도 크게 비전이 있는 줄도 잘 몰랐다.

그런데 HYDIS는 상당히 알짜배기 회사였다.

전극을 수평으로 배치한 광시야각 기술인 FFS(Fringe Field Switching) 기술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필수적인 기술이란다.

LCD 패널의 단점으로 꼽히는 시야각, 즉 옆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보다 진보된 액정 구동방식을 채택한 기술이 FFS다.

어떤 각도에서도 뚜렷하고 깨끗한 화면을 구현하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게 되면 FFS 기술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며 GMG의 댈런 맥컬리 회장도 인수를 반겼다.

업체들이 스마트폰용 LCD를 제조판매하기 위해서는 이 기술을 가진 JHO HYDIS에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한다.


“모그룹의 지원에 힘입어 의료기기, 항공기 조종석용, 차량항법장치, 휴대단말기, TV 등의 신규 응용시장용 제품에 대한 상용화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범용제품 대량 양산이 아닌 항공기 제어판이나 자동차 내비게이션, 엑스레이 판독기 같은 의료기기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노조는 잠잠합니까?”

“JHO에 매각할 당시만 해도 고용유지만 되어도 좋겠다고 다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으니 절로 흥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산부문에서 매년 흑자를 보고 있으니 R&D 투자도 활발하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류지호는 전자산업의 흥망성쇠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일정한 패턴이 있음은 얼추 기억하고 있다.

즉 일본→한국→중국 순으로 패권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LCD 산업 역시 다르지 않다.

류지호는 HYDIS 인수 지시만 내렸을 뿐, 그 이상 뭔가 한 것은 없다.

그런데 HYDIS 입장에서는 세계적인 복합미디어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경영과 고용이 안정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손대는 것마다 이익을 만들어내는 류지호의 이름값으로 영업력에서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자 잠재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혹시 중국 업체들의 LCD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압니까?”

“3.5세대를 양산 중입니다.”


당연히 세대 구분을 류지호가 알아들을 리가 없다.


“저희는 5세대와 6세대까지 양산할 수 있는 체제입니다. 기술력은 7세대에 도달해 있고, 8세대 R&D에 6,000억 원을 투자하여 기술경쟁력 우위를 유지 중입니다.”

"OLED에 대한 기술도 있습니까?“

“.... 죄송합니다.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장이 이천에 있죠?”

“예.”

“부모님이 여주에 살고 계시니 방문할 때 한 번 찾아가 보죠. 그때 경영진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군요.”

“그날만 학수고대 하고 있겠습니다.”


2020년대 이후 JHO Company 미래 비전에 디스플레이는 들어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담 없는 가격에 매물로 나와서 구입했다.

JHO Company Group 입장에서는 공짜나 마찬가지 가격이었다고 할까.

디스플레이 산업은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과연 JHO HYDIS가 관련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사실 류지호로서도 자신할 수 없는 분야다.


‘어차피 내년 이맘때만 지나면 JHO와 GARAM에 수 십 조가 쏟아져 들어올 터. 디스플레이 R&D에 1조 쯤 넣어보지 뭐.‘


류지호의 참모들이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M&A 플랜을 마련 중에 있다.

그 중 한두 개만 성사되더라도 JHO Compamy는 전구부터 항공기 엔진까지 만들어 파는 글로벌 복합기업 GTE 못지않은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다.

그룹의 정체성을 잃게 될 수도 있지만.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성장한계를 타파하기 위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작가의말

리메이크하면서 추가로 사들인 회사가 많아져서 정리하는데도 헛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만 해먹어도 충분히 울트라슈퍼 짱 부자가 될 수 있지만 미래를 알고 있음에도 주인공이 정보를 안 써먹는 것도 말이 안 되겠죠. 앞으로도 해먹을 것들이 많이 남았습니다. 주인공 조차 자기 재산규모를 모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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