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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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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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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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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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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World Promotion.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Frank Castle> 월드프로모션 일정은 매우 빡빡하게 짜여졌다.

본래 2~3개월에 걸쳐 행해져야 할 일정을 한 달 안에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런던에 들어와서 호텔에서 3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저녁에는 영국직배사인 트라이-스텔라 UK가 주최한 파티에 참석해 영국 영화인들과의 친목을 다졌다.

다음 날 아침부터는 살인적인 스케줄이 기다렸다.

공영방송 BBC, 민간방송 ITV(채널 3), 채널 4, 5 등 주요 지상파방송사 및 케이블TV 영화관련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했다.

일부는 개봉 이후 방송될 프로그램 사전 녹화도 있었다.

식사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유명한 영국의 비평가들과 식사를 하며 미니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출연 배우들은 대중지나 영화 관련 매체와 인터뷰했다.

반면에 류지호는 The Guardian, The Independent 같은 고급 일간지와 Financial Times 같은 경제지와도 인터뷰를 했다.

류지호의 또 다른 신분이 글로벌 투자 큰손이자 복합미디어 오너였기에.


“몇 군데나 더 해야 하는 거죠?”

“이제 스무 곳 남았습니다. 힘내십시오.”


하루 종일 온갖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괜히 월드프로모션을 빡빡하게 잡았다고 후회가 들 정도로.

류지호는 배우가 아니다.

그럼에도 영국 기자들은 무조건 사진을 찍었다.

사실 배급사 트라이-스텔라가 제공하는 사진을 쓰는 것이 업계 관례다.

헌데 영국과 유럽 지역 기자들은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딱히 보스의 못난 모습을 강조한다거나 인종비하적인 의도는 없어 보여요.”

“그런데 왜들 극성이래요?”

“좀 더 자연스러운 사진을 연출하고 싶다고 해요.”

“왜요?”

“지금까지 저희가 내준 보도사진들은 젊고, 스마트하며, 유쾌한 이미지가 부각되었어요. 유럽 쪽 매체에서는 날카로움, 직관력을 사진에서 드러내고 싶은 것 같아요.”


흔히 대중들은 자신들이 호감을 갖고 있는 특정 인물의 이미지를 통해 신뢰를 결정짓고 선택을 확정한다.

특히 언론을 통한 이슈의 확대재생산이 일상화된 현대의 경영환경에서 기업가들에게도 언론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기업가와 셀러브리티들이 언론에 묘사되는 이미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대중들이 언론이 특정 이미지를 구성하여 반복적으로 묘하고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즉 대중은 언론에 비추어지는 이미지에 프레이밍되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 언론에서 보스에게 베팅을 한 모양이에요?”

“올 겨울 박스오피스에서?”

“아닙니다. 미국에서 불어오고 있는 불길한 경제문제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

“예. 보스.”


류지호가 검지로 볼을 긁적거렸다.

상황이 고약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의 재계 쪽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위기에요. 그런데 보스는 10대 시절부터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해 매우 정확하고 예리한 직관력을 발휘하셨잖아요. 언론에서는 이번에도 보스의 예언이 적중할 것이라 보고는 보도사진에 그런 메시지를 담고 싶은 것 같아요.”

“표지사진도 톤이 바뀌는 거래요?”

“아닙니다. 어떤 주제인가에 따라서.....”

“이왕이면 품위와 여유로 프레이밍이 바뀌면 좋겠구만.”

“아직은 그런 이미지로 옮겨가면 안 됩니.....”

“알아요. 제니퍼가 알아서 어련히 잘할까. 차갑고 노회한 이미지 메이킹만 피해봐요.”

“예. 보스.”


지금까지 의전 부분에서 제니퍼 허드슨의 말을 들어 잘 못 된 적이 없다.

류지호는 순순히 의전팀과 홍보팀이 추천하는 대로 했다.

영국 내에서만 20여 개의 일간지와 9,000 여종의 정기 간행물이 발행된다.

인터뷰마다 사진촬영을 허락하게 되면 한도 끝도 없이 찍어줘야 한다.

나쁜 마음을 먹은 언론사나 황색신문들은 배급사가 보낸 사진을 쓰지 않고 일부러 파파라치 컷을 쓰기도 한다.

특히 The NEWS Corp.계열 타블로이드가 극성스러웠다.

오랜 시간 류지호의 의전과 홍보를 책임졌던 제니퍼 허드슨은 몇 개 언론만 선별해서 현장 사진을 허락했다.

그녀에게 낙점된 매체들은 대체로 미스터 할리우드라는 셀러브리티에게 호의적인 곳들이었다.


✻ ✻ ✻


영국의 영화관 체인망은 크게 Nickelodeon, Spean Bridge, CinemaWorld 세 곳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나머지는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영화관들이다.

한국과 뚜렷하게 다른 점은 아트하우스 전용관 체인도 있고, 개성적인 소규모 극장이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영화만 주로 상영하는 30석 짜리 소규모 극장까지 있다.

이전에는 아시아 영화를 영국에 소개하는 아트하우스 극장이었는데, 한국영화 마니아가 생기면서 유럽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를 중심으로 상시 상영을 하고 있다.

한국영화계의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상업영화들도 함께 상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교포나 유학생이 찾았는데, 점차 영국 현지인들이 많아 지고 있다.

코리안 뉴에이지의 대표주자로 자주 언급되는 류지호의 90년대 작품들도 자주 재상영되고 있다.

특히 <복수의 꽃>은 한국영화 특별전 단골 메뉴다.

<The Killing Road>는 아트하우스에서 툭하면 상영되고 있고.

류지호의 영화는 북미보다 유럽에서 좀 더 평가가 좋다.

유럽 현지에서는 유럽영화적 고전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암튼 이 시기 영국의 총 스크린수는 3,600개.

그 가운데 무려 870개 스크린을 <Frank Castle>이 확보했다.

기대작이란 것을 암시한다.

2주차 박스오피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곧바로 그 절반으로 뚝 떨어지겠지만.

영국의 관람등급은 15세(미만 관람 불가)를 받았다.

영국의 영화 티켓 값은 악명 높은 물가답게 10파운드(약 2만원) 안팎이다.

학생 티켓 값도 한국 돈으로 1만 2천원에 육박한다.


[<Frank Castle>과 관련하여 영국 영화비평계의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Timely Comics의 유명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예외적이며 자신만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류지호에 의해 스크린에서 재현됐다. 거의 오페라처럼 웅장한 각색으로 화려하게 탄생했다.]

- The Guardian ‘World Cinema' 중에서.


[폭력으로 충만한 충격적인 범죄액션 영화. 이런 젠장!]

- 영국의 영화 평론가 Pete Bradshaw.


[판타지를 현실로 끌어내린 세 번째 시도. 첫 번째는 사무엘 레이미가 했으며 두 번째 시도는 에드워드 놀란이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날로그 액션영화의 진짜 귀환이다. 그런데 왜 미스터 할리우드는 <다이하드 4.0> 같은 영화에 그린라이트를 켰을까? 그 질문에도 함께 대답해줬으면 좋겠다.]

- The Independent.


[<Frank Castle>에서 류지호는 속도, 분위기, 스타일 간의 균형을 훌륭하게 처리하고 있다. 판타지이자 액션스릴러. 결론적으로 대작. 제작비 따위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 London Evening Standard. Matthew C. Norman.


[다국적 배우들이 펼치는 미국 돌려까기 영화.]

- Daily Express.


[솔직히 말해서 류지호는 공화당과 친밀감을 가져야 할 ‘Chaebol(Extremely rich family)‘이다. 그런데 그는 언제나 그들의 정치적 결단과 정책에 대한 조롱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아주 사치스런 폭력영화-가령 <REMO> 같은-를 만들 수 있음에도 상당한 절제를 보여주었다. 비록 수백 명이 이번 영화 속에서 죽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폭력과 사회정의 사이에서의 불협화음을 직설화법으로 쉽게 전달한다.]

- Screen International.


[이 영화가 해방감을 느낄 만큼 통쾌한가, 또는 마초적인 판타지일 뿐인가?]

- The Daily Telegraph.


영국의 한 영화 평론가는 그 같은 도발적 질문으로 시작하는 비평글을 중도·우파적인 신문에 게재했다.

그는 <Frank Castle>을 보며 바로 직전에 찍은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질 만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지한 느낌이 없었다며 유일하게 별 두 개를 주었다.


“후우....”


이번 영화는 유독 류지호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느낌이었다.

온 세상이 류지호의 영화만 바라보며 현미경을 들이대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다.

사람들 앞에서 대범한 척 하다가도 홀로 있을 때는 저도 모르게 술을 찾게 된다.

할리우드의 다른 감독들처럼 중압감에 시달린 나머지 약물에 의존할 정도는 아니다.

매번 영화적인 평가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거 해보자고 마음먹는다.

그럼에도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순 없다.

부담을 덜고 제작해야 평가도 좋고 영화도 잘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작품을 대중들 앞에 내놓고 나면 평가에 대한 번뇌가 창작자의 기본값인 모양이다.

술을 찾게 되고.

때론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것을 보면.


✻ ✻ ✻


다음 행선지 프랑스로 넘어갔다.

그곳에서도 프리미어와 각종 방송출연, 언론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독일에서는 엄청난 현지 팬들이 가는 곳마다 운집했다.

틸만 슈라이버가 독일 최고의 슈퍼스타인 점도 있고, 베를린 영화제가 키운 세계적인 감독이란 타이틀로 인해 독일에서 류지호 영화가 꽤 인지도가 있는 편이서 더욱 환영받는 느낌을 받았다.

틸만 슈라이버가 처음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찍은 것도 아니다.

마치 금의환향한 분위기라고 할까.

인터넷 리뷰마다 틸만 슈라이버 찬양으로 도배되었다.

할리우드 영화의 원톱 주인공은 독일인들이 볼 때도 다르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 영화 타이틀이 프랭크 캐슬이다. 퍼니셔는 어디 간 거냐? 그런데 기대된다. 람보 같은 남자가 양손에 기관총을 들고 무한 총알을 난사하는 것이 아니길.... 제발!

└ 인간 퍼니셔를 다루고 있다는 뜻이겠지.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 액션도 좋았지만, 프랭크 캐슬이라는 한 남자에 좀 더 집중한 느낌이. 그렇다고 영화가 지루하진 않습니다.


- 미스터 할리우드 영화팬이라면 그 누구라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를 바라며...

└ 행복을 선물해준 Til과 Jay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음 편도 나오겠지?


-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기본은 물량, 영국이 자랑하는 007 시리즈는 낭만주의. 그렇다면 류지호는? 정답 리얼리즘이다.

┖ 이 영화가 액션영화라고 하지만 실제 액션 시퀀스는 20분이 안 된다.

└ 본 시리즈 기획과 제작을 류지호가 했다. 그 시리즈에서도 액션은 그리 길게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액션 먼저 떠오르지. 그런 게 진짜 액션영화다.

└ 007 리부트 역시 류지호가 했다.

└ 그래 이젠.... 크레이그씨를 받아들이기로 했어.

└ 007은 다른 곳에 쓰도록 하시오.


- 꼭 현실에서 페이소스를 찾기보다, 그냥 프랭크 캐슬 자신에게서 나오는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에 그 마음을 담담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로 찾아왔다.

└ 도대체 어디서? 30분 정도부터 사람 죽어나가는 것만 볼 수 있던데....


- 난 퍼니셔라는 코믹스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틸만이 퍼니셔에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 잘 어울립니다. 내가 상상하던 우울하지만 의지가 느껴지는. 그런 모습을 잘 연기했습니다.

└ 그가 코미디와 로맨틱한 영화에만 어울릴 줄 알았어. 이런 역할도 잘 소화해내는 걸 보며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은 1920년~1930년대에는 할리우드보다 더 많은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고 동서독으로 분단도 되면서 독일 영화는 침체일로를 걸었다.

전후에 '놀라운 아이들'이라 불린 26명의 젊은 영화인들이 일명 ‘오버하우젠 선언’을 통해 독일영화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 이후로 잠시 부흥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베를린 학파라는 새로운 영화 기조가 대세를 이루고 있고, 경제규모에 비해 작은 편인 영화시장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워낙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영화계이다 보니 꾸준히 할리우드와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트라이-스텔라와 ParaMax가 독일영화 투자에 적극적인 편이다.


“진짜 이대로 중국시장 포기야?”


전용기 안에서 앨런 포스터가 미련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응!”

“무려 13억....”

“13억 인구가 다 관객도 아니고. 중국 흥행 수입의 20%만 분배받을 수 있는 제약. 달러로 환전할 때 당국의 허가. 해외 송금시 당국에... 또...”

“그만! 알겠어. 때가 되었다고 할 때까지 그 부분은 거론하지 않을게.”

“때가 오긴 올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저 먹음직스러운 시장을 보고 만 있으라고?”

“남미도 있고, 아프리카도 있고, 인도, 동남아시아, 중동도 있네?”


말은 쉽다.

중국은 단일 시장으로 13억이다.

본래 비즈니스맨은 더럽고 치사해도 숙일 때 숙여야 한다.

일정부분은 파트너에게 맞출 줄 알아야 한다.

저 대단한 헨리 게이츠도 중국 권력자들의 비위를 맞추는데....


‘나는 이상하게 그게 안 된단 말이지!’


10대 영화시장을 가진 국가 가운데 중국과 인도만 예측이 안 된다.

이전 삶의 기억이든 과거로 돌아와 지금까지 해 온 경험이든.

두 곳에서는 모두 그 경험을 활용할 여지가 없다.

상식적인 비즈니스 마인드가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잠재력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발을 담그기가 싫어지는 국가들이다.

정치·외교적 불안정성도 큰 걸림돌이지만, 두 국가 국민들의 배타적 정서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차라리 인구 6억 명의 ASEAN 시장을 지금부터 닦아나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도...”


암튼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중국에서 영화를 개봉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월드프로모션에 중국이 포함되는 횟수도 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프로모션까지 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1997년에 릭 T 기어가 출연한 <레드 코너>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인 사업가가 중국 군부 실세의 딸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중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영화다.

중국 사법체제를 정면으로 조명한 영화였는데, 그 영화를 통해 릭 기어는 반중 연예인으로 찍혔다.

그가 출연한 영화의 중국 프로모션이 완전 막힌 것은 물론이고 그가 출연한 모든 영화가 중국에서 개봉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그 때문에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중국이 기피하는 그를 출연시키는 걸 꺼려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비슷한 사례가 꽤 있다.

이전 삶에서는 SNS 글 한 번 잘 못 썼다가 중국인들에게 호되게 욕을 먹은 배우도 여럿이었다.

메이저 스튜디오는 중국에서 찍힌 배우로 인해서 영화 수입 금지를 당할까봐서 캐스팅을 안 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동남아도 검열 있는데?”

“중국처럼 엿장수 마음대로는 아니잖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나 검열 조항이 법률로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중국이 유독 검열에서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3시간 러닝타임 영화를 무조건 100분으로 맞추라니. 그게 말이 되냐고?”


검열에 걸린 것이 전혀 없어도 강제적으로 100분으로 편집하란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도 몇 차례 그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이유를 문의해 봐도,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대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크게 흥행한 <퇴마기록>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중국에서 수입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해리포터>는 검열로 삭제된 장면이 있긴 하지만 중국에서 잘만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는데.”

“처음부터 <해리포터>가 중국에 수입 문턱을 쉽게 넘은 것은 아니야. 말로 다 할 수 없는 우여곡절이 많았다더라.”


이처럼 중국 정부의 까다로운 검열과 제 멋대로 잣대로 인해서 할리우드 메이저들은 더욱 한국을 선호하게 됐다.

중국 현지에서 해야 할 프로모션까지 한국에서 하면서 행사도 다채로워졌다.

어차피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 월드프로모션을 오면 그 뉴스가 온 중화권 언론에 도배되기에 한국만 찾아도 문제될 것은 딱히 없다.


“도대체 20편 수입쿼터는 언제 확대되는 거야?”


아직까지 중국은 외화에 대해 한해 20편 수입쿼터를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들이 줄기차게 로비를 벌이고 미국 정부가 경제압력을 행사해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그 어떤 매체보다 영화가 가진 파급력이 큰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마 2010년대로 넘어가야 할 걸. 다음 행정부에서 다른 무역부문 통상협상과 함께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하게 될 거야. 대략 34편까지 확대할 것 같고. 박스오피스 수입 분배 제한도 20% 이상으로 늘리게 되겠지.”


이전 삶에서는 2012년에 가서야 수입 쿼터를 연간 20편에서 34편으로 확대했다.

배급사에게 주는 수입 분배도 13%에서 25%로 늘렸다.


“중국 경제가 커지면서 그 즈음부터 중국 자본이 할리우드로 유입되기 시작할 것이고.”


이전 삶에서는 2010년대 중반 즈음부터 할리우드 영화에 소위 ‘중국물’이 과하게 묻기 시작했다.


“중국 시장이 더 열린다고 해도 낙관만 할 순 없어.”

“배급시스템이 낙후되어서?”

“중국은 불법복제의 온상이잖아. 듣기로 복제한 CD가 길거리에서 단돈 10위안(1,500원)에 팔리고 있대. 땅덩어리가 넓어서 영화 한편 전국 개봉하면 길게는 5년이 걸릴 수도 있다잖아.”

“국가에서 멀티플렉스 밀어주고 있다며?”

“베이징과 장쑤, 저장, 광둥성 쪽에 주로 밀집되어 있고. 기껏해야 각 성의 성도 정도지. 말이 좋아 13억 시장이지 실제로는 그 절반의 절반도 안 돼. D-Cinema가 완전 정착한다면 모를까, 배급비 떼어주고 나면 흥행했다고 해서 생각보다 큰돈을 만질 수 없을 수도 있고.”

“그놈에 국산영화 보호기간은 또 뭐람.....”


중국정부가 성수기 동안 국산영화 보호기간을 정해버리기라도 하면 할리우드 대작이 스크린을 얼마 잡지 못하거나 비성수기로 개봉이 밀리는 경우까지 있다.

심지어 공산당 선전영화는 시나 성 당국에서 영화표를 구매해 당원들에게 뿌리기도 한다.

매체를 활용한 홍보마케팅에서도 공산당 선전영화에게만 유리한 구조다.


“그래도 자국영화 보호기간은 스크린 쿼터처럼 명분이라도 있지. 암암리에 자행되는 할리우드 스크린 블랙아웃은 또 어쩌고.”


할리우드 스크린 블랙아웃제는 중국 정부가 벌이는 공산당 행사기간 외화개봉 금지 조치다.

미국의 메이저들은 크고 작은 공산당 행사를 앞두고 절대 배급 스케줄을 잡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런저런 날짜를 다 빼고 나면 마땅히 좋은 날도 얼마 없다.


“할리우드 영화 견제한답시고 인도영화의 수입을 늘리는 것도 우습고.”


개혁개방 이전인 1970년대부터 중국은 인도 영화를 수입하고 있다.

인도 영화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다.

인도 역시 정치적·사회적 금기가 많다.

영화 제작에 제약과 검열이 심해서 매우 엄격한 중국의 심의기준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인도 영화가 매우 수월하게 중국에 들어온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가 통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이전 삶의 삼류감독이자 방구석 전문가였던 류지호만도 못한 보고서를 내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중국 본토를 타깃으로 홍콩과 대만 영화가 다시 한 번 부활할 수도 있었지만. 중국의 심의를 의식해 자기검열을 하다 보니 특유의 개성을 잃어버렸지.”

“GH를 WaW가 인수한다며?”

“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을 확보하는 거야. 대부분의 영화사들이 대륙자본에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홍콩 영화인들이 위기감을 느끼나봐.”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홍콩과 대만이 범중화권 시장으로 편입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발전적 통합이 아니라 퇴행적 종속이란 점이다.


“벌써부터 홍콩영화가 본토 영화자본의 하청으로 전락할 조짐이 보이니 말 다했지 뭐.”


반면에 아시아 최고의 부자라는 리자싱은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다.

할리우드의 ParaMax와 한국의 WaW가 앞 선 영화기술을 홍콩을 경유해 중국본토에 전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결국 본인도 뒤통수 맞고 중국에서 철수한다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


“너무 비판적으로만 생각하지 마. 실수로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말실수 할 수 있으니까.”

“내가 아마추어야?”

“가끔 직설적으로 말해서 사람 당황시키잖아.”

“내가?”

“응. 위대하신 미스터 할리우드께서.”


썰렁한 유머로 당황시킨 적은 종종 있다.

하지만 돌발적인 발언으로 구설에 휘말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고 한 번 쳐주길 바라는 거지?”


앨런 포스터가 대답 없이 자리를 피했다.

그래봤자 하늘에 떠 있는 전용기 안이었지만.


❉ ❉ ❉


<Frank Castle>의 마지막 월드프로모션 행선지 한국에 도착했다.

해외 유명인사가 입국할 때면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로비가 환영 인파와 기자들로 북적거린다.

아이돌그룹이나 팝스타의 경우 여자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늘은 남성팬들도 환영 인파 무리에 상당수 섞여 있다.

공항경찰 외에도 검정정장차림에 건장한 사설경호원들도 입국장 바리케이드 앞에 2m 간격으로 서 있다.

나래안전 소속 경호원들이다.

<Frank Castle>의 한국 배급사 WaW 엔터테인먼트가 고용했다.

다양한 현수막이 눈길을 끌고 있는데, 한국어를 비롯해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해외팬들도 많은 모양이다.

대부분 미스터 할리우드를 환영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다.

베를린 출발 인천국제공항 도착 특별기편의 도착 알림이 대형 안내판에 떴다.


“......”


국제선 로비에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Frank Castle>의 월드프로모션 아시아 정킷 허브로 한국이 선정된 것이 일찌감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에 따라서 일본, 중국, 호주, 홍콩, 싱가포르, 대만, 인도 등 13개 아시아 국가들의 연예부 기자들이 입국해 이틀 간 한국에서 동행취재를 벌일 예정이다.

영화산업에서 정킷 허브(Junket hub)는 마케팅 행사의 거점지역을 일컫는다.

배급사가 기자나 평론가를 초청해 영화를 시사하고, 감독 및 배우 인터뷰 등 영화 관련 취재를 진행하는 국가나 도시를 선정하게 되는데, 크게 3개 대륙을 돌며 진행하는 월드프로모션에서 각 대륙의 거점국가를 정킷 허브라고 일컫는다.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들이 한국을 '아시아 프레스 정킷 허브'로 선정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따라서 일본보다도 먼저 더 많이 방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와아아아아~


류지호와 배우들이 VIP전용 입국심사대를 통해 수행원들보다 먼저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마중 나온 이들이 <Frank Castle>팀을 열렬히 환영했다.

플래시가 사방에서 번쩍이고, 고함소리가 공항이 떠나가라 울려댔다.


“Oh my Gosh!"

"Hervorragend!"


평소 여유만만하던 죠 트래볼타도 깜짝 놀라 제자리에 멈춰 설 정도의 열렬한 환영이다.

틸만 슈라이버는 처음 경험해 보는 격한 환호에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배우들보다 한 박자 늦게 모습을 드러낸 류지호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들고 손을 흔들었다.

공항패션, 스타의 팬서비스, 표정과 태도까지 하나하나 뉴스기사가 되는 시대다.

허투루 할 수 없다.

선글라스를 벗고 인사하는 것과 그냥 하는 것도 차이가 크다.


“Whether you're a brother or whether you're a mother You're stayin' alive, stayin' alive~”


난데없이 누군가 ‘Staying Alive'를 불렀다.

갑자기 떼창이 되어버렸다.


“Ah, ha, ha, ha, stayin' alive, stayin' alive~”


그런 팬들을 위해 죠 트래볼타가 쇼맨십을 발휘했다.

오늘날의 그를 있게 해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의 디스코 포즈를 취해주었다.


하하하하!


죠 트래볼타는 진심으로 공항 환영행사를 즐겼다.

처음으로 방문한 한국이다.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공항시설에 한 번 놀라고 엄청난 숫자의 환영인파에 두 번 놀랐으며.

팬들의 떼창 인사에 또 놀랐다.

어떤 레드카펫 이벤트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열정적인 환영 이벤트였다.


“Jay!"

"예?“

“네가 시킨 거야?”

“설마요. 한국팬들은 화끈하게 좋아해 주고, 마음에 안 들면 냉혹하게 외면합니다. 미움 받지 않으려면 한국 팬들에게 처신 잘하세요.”


잠시 포토타임 포즈를 취한 일행은 나래안전 경호팀과 공항경찰들에 둘러싸여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팬들과 취재진들, 몰려든 사람들에 의해 순식간에 인천공항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공항경찰들이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팬들 주위로 인의 장막을 쳤다.

발 빠른 팬들은 이미 영화팀이 머물 밀레니엄 힐턴 가온호텔로 움직였다.


[트라이-스텔라의 <스파이더맨 Ⅲ>는 대부분의 한국 직장인들이 쉬는 날인 근로자의 날(5월 1일)에 개봉일을 맞추기 위해 이례적으로 화요일 개봉을 택했다. 미국보다도 3일이나 빠르게 개봉한 것으로 화제가 됐다. 한편 애니메이션 <슈렉Ⅲ>에서 피오나 공주의 목소리를 더빙했던 디아즈가 이례적으로 홍보차 방한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오페라의 유령>, 2005년에는 <콘스탄틴>이 미국에 앞서 개봉되며 매스컴을 탔다. 이렇듯 최근 몇 년 사이에 ‘세계 최초 개봉’ 내지는 ‘동시 개봉’ ‘할리우드 스타 방한’ 이라는 타이틀의 기사가 범람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관객들이 매우 신기해했지만 이제는 무덤덤하게 느껴질 정도로 관례화되는 추세다.]

- YNTV 문화부 이학진 기자.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차분하고 따뜻한 연초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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