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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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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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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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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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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World Promotion.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다솜미디어 계열의 종합 버라이어티 채널 FUN TV.

뉴스와 스포츠 편성만 하지 않을 뿐, 사실상 종합편성채널이라고 볼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는 ‘드라마와 예능 및 데이터 방송 채널’로 등록되어 있고, 매체에서는 편의상 종합오락채널로 분류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언론·미디어 개혁 법안이 처리될 때 언론사 및 관계인의 방송채널 소유 금지를 명문화해 놨다.

이전 삶처럼 족벌언론 위주의 종편이 탄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물론 법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유사한 형태의 방송을 만들 수는 있다.

차기 보수정부에서 기존 미디어법을 개정할 수도 있고.

다만 쉽사리 종편을 만들자고 달려들기 어렵긴 할 것이다.

온갖 특혜란 특혜는 다 받았던 이전 삶과 달리 이번에 종편을 만들어야 한다면 오로지 족벌언론의 자금력으로만 방송국을 운영해야 하기에.

암튼 FUN TV는 2006년에 개국한 BS E&M의 버라이어티채널 보다 수년 앞서 개국해 지상파를 위협하는 거대 채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이한 점은 자체 제작 드라마들 중에 시즌제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목금 의학드라마 <25>, 월화는 소방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방 드라마 <119>, 수목은 관할과 상관없이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형사들 이야기 <광역수사대>가 방영되고 있다.

가장 먼저 방영을 시작한 의학드라마 <25>는 벌써 세 번째 시즌이다.

<119>는 작년에 방영을 시작해 두 번째 시즌을 마쳤고, <광역수사대>는 올 봄 첫 시즌을 시작했다.

류지호가 기획한 '인천 유니버스'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 지상파 드라마만큼의 폭발력 있는 시청률은 기록하진 못하고 있지만, 신파와 한국식 멜로가 거의 없는 전문가 장르물로 자리 잡은 상태라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드라마 외에도 시트콤, 각종 예능프로그램,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수시로 런칭하고 있어서 10~30대 연령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인천 유니버스’는 영어자막을 달고 미국 OTT StreamFliks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

주로 20~30대 한인교포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새로운 프로그램이 하나 런칭됐다.

바로 오리지널 토크쇼 <박중환 쇼>다.

인기 영화배우 박중환이 데뷔 21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토크쇼MC로 나서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첫 출연자로 내정된 인물이 류지호였다.

류지호는 첫 출연자의 영광을 <Frank Castle>의 죠 트래볼타와 틸만 슈라이버에게 양보했다.


“5회 안에는 자연스러운 진행이 힘들 거야.”

“나 무시 하냐?”

“응. 무시해.”

“....!”

“연기와 토크쇼 MC는 달라. 게다가 형이 잡은 콘셉트는 우리나라에서 통하지도 않고.”


언젠가부터 한국 토크쇼에서 집단 토크가 대세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자극적이고 무례한 질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웃음을 유발하는 수준이 점차 1차원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박중환은 천연조미료 같은 정통 토크쇼로 방향을 잡았다.


“형의 그런 철학을 무조건 존중해.”

“......”

“그런데 정통 토크쇼라고 해서 방송 내내 진지만 하고, MC는 마치 정신과 의사처럼 초대 손님이 하는 이야기만 듣고만 있는.... 그런 건 매일 아침마다 하잖아.”


바로 <아침마당>이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사연팔이가 주요 콘셉트다.

박중환이 발끈했다.


“사람들은 코미디 영화가 아닌 공포와 눈물 쏙 빼는 슬픈 멜로영화를 보고서도 재미있다는 표현을 해. 재미는 웃음이 아니라 공감이야. 사람들이 내가 영화에서 보여줬던 이미지 때문에 내게 재미만 기대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누가 보여주지 말래? 한국 예능에서 볼 수 없는 형만의 특기를 보여주어야 할 거 아냐.”

“그것이 내가 영어 좀 하는 거냐?”

“영어가 아니라. 드니로나 파치노가 출연해도 당당하게 대화를 나누고, 형의 할리우드 영화 경험까지 잘 버무려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단 거 보여주란 거지. 잘 들어주는 사람 어쩌고 하는데. 어디서 <윈프리쇼>를 흉내 내려고 해. 어림도 없어.”

“까불대고, 독설 날리고, 무례한 질문을 해야 한다면.... 난 안 해!”

“누가 형 보고 쌈마이 코미디영화에서나 하는 연기하래? 모 개그맨처럼 비방을 날리고, 초대 손님이 불쾌할 만한 비하성 개그나 날리라고 누가 그랬어?”

“그럼 도대체 콘셉이 뭐라는 거야?”

“2회에서는 한국영화판의 현안에 대해서 나와 한 판 붙어.”


역사적인 첫 회는 월드프로모션 차 방한한 <Frank Castle>의 두 주인공이 장식할 예정이고, 그 다음 회차에 류지호가 나올 예정이다.


“난 대기업 오너이자 충무로의 권력자. 형은 힘없고 불쌍한 배우와 스태프의 대변인.”

“그게 토크쇼냐 100분 토론이지?”

“웃기는 토크쇼. 독설하는 토크쇼.... 싫다며?”

“그래도 시사프로는 아니지.”

“대략 5회까지는 토크쇼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하잖아. 코믹 이미지가 강한! 충무로에서 소문이 자자한 입담의 소유자! 그 박중환이 토크쇼를 하니까 철지난 <자니윤> 쇼처럼 올드하거나 아니면 개그맨 못지않은 유머 감각을 뽐낼 것이다. 이런 선입관이 있을 걸? 형의 쇼는 둘 다 아니야.”

“겨우 100분 토론 같은 것으로?”

“시청자들의 예상을 깨고 시작하란 말이야. 1회에 할리우드 배우와 카페에 앉아 수다 떠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박중환. 역시 할리우드 물 먹어 본 배우는 달라. 물론 형이 말하는 건 모두 한국말로 나가겠지만, 애드리브처럼 형이 영어로 조크를 하는 것을 편집 장난으로 넣을 수도 있고.”

“.....?”

“2회에서는 나와 형이 맞짱... 팍. 영화계 현안에 대해 때로는 치열하게 언쟁하다가 때로는 옛날이야기 하며 낄낄대기도 하고, 그러다 형이 뭔가 내게 부탁을 했어. 그걸 내가 들어준 거야. 그럼 박중환이 작은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 뭐 그런 그림도 만들어지고.”

“....!”

“3회는 전직 조폭출신을 섭외해 봐. 나래안전에 진짜 조폭 노릇하던 직원들 꽤 있어.”

“깡패 잘 못 출연시켰다가.....”

“다 손 씻었어. 그건 내가 보증해. 그 사람들 봉사도 다니고 좋은 일도 많이 해.”

“과거 조폭으로 살면서 나쁜 짓 한 거 조금 까발리고, 어떻게 마음잡았나, 눈물 나는 사연 좀 듣고. 현재 봉사 활동하는 것도 듣고.... 뭐 그런?”

“응.”


박중환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뭔가 마음에는 들지 않는데 딱히 류지호의 방향이 나쁜 것도 아니다.


“단시간에 절대 노련한 MC가 될 수 없어. 그렇다면 형한테도 자극이 될 만한 어떤 에너지가 매회 주어져야 해. 시청률 떨어진다고 형이 친한 연예인 초대하지 마. 대선 전에는 여론조사기관 대표 같은 사람 초대해서 시청자들이 그간 몰랐던 여론조사에 대한 걸 파헤쳐 봐도 좋고. 양당 대선 후보를 불러다... 이건 안 되겠다. 현재 형 재주로는 쇼를 망치게 될 테니까... 그건 다음 대선에서나 시도하는 것으로 하고... 또....!”


박중환이 툴툴거렸다.


“용기를 줘야지 석 죽이고 지랄이야. 자식이....!”


그렇다고 토크쇼 못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형도 알잖아. 진정성이라는 것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걸.”

“......”

“영화쟁이니까. 그걸로 밥벌이를 하니까. 착한 토크쇼가 진정성 있는 토크쇼고, 독설과 불편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고 해서 가짜 쌈마이 토크쇼는 아니라고 생각해. 초대손님으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려면 상투적인 질문 몇 개 준비해선 어림도 없어. 웃음을 주려면 형이 먼저 망가지고, 공감을 보여주고 싶으면 형의 아픔도 함께 털어놔야 할 거야.”

“.....”

“<윈프라 쇼>의 한 방이 뭐였는지 알지?”

“어렸을 때 사촌과 삼촌에게 성폭행 당한 걸 고백한 거?”

“또 있어. 그녀는 북클럽이란 코너를 만들어 주시청자인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들을 계속해서 전파했고, 다이어트 같은 개인적인 체험도 쇼에 융합시켰지.”

“.....음.”

“만약 전·현직 정치계 거물과 인터뷰를 한다면? 대선후보를 쇼에 초청한다면 그때도 게스트의 말만 잘 들어주는 MC로 있을 거야? 시청자들을 대신해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때로 추궁도 하고 때론 용기도 주고 위로도 해주고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네가 보기에 내가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솔직히 그래.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형은 모를 거야. 얼마나 많은 책과 잡지를 읽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지. 진정성 있고, 품위 있는 토크를 하려면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해. 작가가 써준 대본 가지고 진정성과 품위, 절대 안 나와.”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진지하지 마. 첫 회 엔딩의 대사는 이거야. 제 가족만 시청하든 아니면 정말 많은 시청자분들이 봐주시든. 함께 성장하는 쇼가 되길 기대합니다. 부디 이 쇼가 제 삶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쇼 MC로 미숙하지만, 매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매주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해봅시다. 여러분~”


<박중환쇼> 제작진은 시청률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1년은 무조건 가는 것으로 윗선에서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해서 편한 마음으로 쇼를 준비하고 있다.

제작진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쇼보다는 영향력 있는 방송이 만들어 지기를 바랐다.

문제는 첫 방송 후 모든 매체가 <박중환 쇼>에 대해 평가하고 지적하고 논평할 것이라는 것.

좋은 소리보다 비판이 훨씬 많을 것이다.

말이 시청률을 신경 쓰지 말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지.

한 달 두 달, 계속해서 시청률이 바닥이라면 진행자나 제작진이나 의욕이 꺾일 것이다.

가능한 5회 안에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전 삶에서 박중환의 토크쇼는 망했다.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 중에는 박중환이 원맨 토크쇼에 대한 이해도 부족과 진행 미숙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제작진도 게을렀다.

게스트에 대한 사전 준비부족으로 인해 정형화 된 질문이 만들어지고, 애드리브로 극복하려고 어이없는 질문을 툭툭 던지다가 보는 사람을 당황케 하기 일쑤였다.


“내가 사석에서 입담이 좀 있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밤 11시대 TV 프로그램에서 정제된 언어로 쇼를 하는 것은 다르다. 게스트와 시청자들을 위해 예의를 갖추고 말을 해야 한다.”


예의를 갖추고 말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로 인해 무미건조해진다면 그것은 버라이어티가 아니다.

인터뷰다.

본래 저명인사를 모셔다 한 시간짜리 토크쇼를 구성하게 되면 진정성 있는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저절로 메시지가 전달된다.

설계는 구성작가가 하고 연출은 MC가 하며 최종적으로 PD가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예능에 무슨 메시지야?”


이런 마인드가 한국 TV 프로그램의 질적인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

대충 웃기면 그만이라는.


“사람들이 유치하다고 하면서도 낄낄대고 보는 떼토크쇼에도 메시지가 있어. 구성작가와 PD가 우스꽝스러운 장면만을 전시했다고 하더라도. 왜냐하면 모든 콘텐츠에는 이야기가 있으니까.”


심지어 동물의 세계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도 이야기가 있고 메시지가 있다.

하물며 인간이 하는 놀이를 찍어 편집한 기록에 이야기가 없을 리가.

류지호가 과거로 돌아와 스스로에게 가한 원칙이 있다.

만드는 사람은 치열하고 어렵고 진지하게 만들지만, 보는 사람은 편안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능도 마찬가지다.


“착한 토크쇼란 세상에 없어. 독설까지는 아니지만 때로 속 시원한 이야기를 날리기도 해야 해. 시청자들을 대신 해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에 머물 것이냐 초대 손님의 삶과 가치관을 조금은 쉽게 풀어낼 것이냐의 스킬 문제가 있겠지만.”


그래서 원맨 토크쇼는 MC 자신의 풍부한 인생경험이 묻어나는 게 중요하다.

류지호가 박중환을 MC에 캐스팅한 이유다.

수십여 년의 배우 경력을 가지고 있고, 한때 일탈도 좀 해봤으며, 사회참여에도 목소리를 내는 이 시기의 드문 성향의 배우이기 때문이다.


“첫 회부터 대박을 치는 버라이어티 쇼는 별로 없어.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것처럼 한 동안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셀 지도 몰라. 미숙한 진행? 토크쇼에 대한 이해력이 올라가고 익숙해지면 해결돼. 웃겨야 한다는 강박만 버려.”


초대 손님에 대해 작가뿐만 아니라, MC도 충분히 준비하고 쇼에 들어가면 점점 쇼 다운 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박중환은 충무로에서도 순발력이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다.

스스로 MC 본연의 위치를 즐기는 순간이 오면, 그때가 바로 토크쇼가 대박을 치는 순간일 것이다.

그런 토대 위에 제작진은 편집과 구성의 묘미를 살리면서 토크쇼의 새로운 형식을 구축해 나가면 된다.

덤으로 배우로서 박중환의 고질적 문제도 함께 해결하면 좋고.

바로 올드 스쿨 스타일의 연기법과 발성 부분이다.

박중환은 한국 최고 MC 대우를 보장 받았다.

거기에 충무로 탑 배우이며, 토크쇼에 대한 의욕과다로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발언권이 상당했다.

그를 제어하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은 다솜미디어 사장뿐이다.

한 사람 더 추가하면 류지호다.

그렇기에 한국에 들어와 케이블 사업 쪽을 점검할 때 류지호는 <박중환쇼>부터 뒤집어 놓았다.

류지호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실컷 들은 박중환이 마음을 다잡았다.


“5분 후 녹화 들어갑니다!”

“자. 한 판 재밌게 놀다 와.”

“놀기는... 지금까지 온갖 협박은 다 해놓고.”


FUN TV는 죠 트래볼타를 출연시키기 위해 꽤나 큰 출혈을 감수 했다.

독점 출연이기 때문이다.

류지호가 <박중환 쇼> 런칭 전에 약속한 것이 있다.

다른 방송사가 섭외 못하는 거물들을 데려오겠다는 약속이었다.

일단 그 약속을 지켰다.

죠 트래볼타를 독점으로 출연시켰으니까.

외국인과 박중환은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녹화 내내 박중환은 한국어로 먼저 질문을 하고 난 뒤에 곧바로 영어로 다시 한 번 질문을 반복했다.

추후 편집에서 한국말로 묻는 장면만 사용되고, 중간에 박중환이 던지는 영어 조크를 섞어서 넣을 예정이다.


- 미국 언론에서는 <Frank Castle>이 복수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폭력과 살인을 옹호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동의할 수 없다. ‘인간은 선한 존재이기도 하고 악한 존재이기도 하다'는 결론과 유사하게 복수와 용서가 인간의 본성에 내재하는 것임이 영화의 메시지다. 복수심이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용서와 화해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있다고 볼 때, 이 영화는 복수를 억누르고, 용서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본능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 국가가 효과적으로 개인의 복수를 통제하는 수단은 법 집행, 악행으로부터 시민 보호, 효과적인 가해자 처벌 등이다.

“맞다. 국가가 그런 역할을 믿음직하게 수행해준다면 국민들은 자신을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 짐을 덜 수 있다."


영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박중환은 술술 막힘도 없고, 어색함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억지로 토크쇼 MC인척 하지 않았다.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자유롭게 영화 이야기를 넘나들었다.


- 결국 액션영화의 핵심은 캐릭터, 다시 말해 배우들이 창조해 낸 캐릭터를 통해 성립된다는 걸 또 한 번 증명한 것 같다.

“고맙다. 난 당신의 <Nowhere To Hide>를 인상 깊게 보았다. 이젠 연기를 안 하고 쇼 MC만 하는 것인가?”

“아니다. 이 쇼는 일종의 부업이다. 마치 당신이 비행기 파일럿을 하는 것 같은 거다.”


죠 트래볼타는 실제 비행기 조종 라이선스가 있다.

박중환은 자연스럽게 죠 트래볼타가 파일럿임을 시청자들에게 알리면서 가십성 이야기로 넘어갔다.

즉 죠 트래볼타가 대저택에 비행기 격납고와 관제실을 갖추고 있는 것을 들춰냈다.


"나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해 정식으로 파일럿이 될 수 없었다.“

- 비행기는 몇 대나 보유하고 있나?

“707B와 Atlantic stream의 G 시리즈 두 대를 보유하고 있다. 나는 Jay에 비해 부자가 아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제트기를 그 친구보다 한 대 더 소유하고 있다. 하하하.”


그의 플로리다 대저택에는 실제 비행기 격납고와 공항 로비를 본 딴 대저택 그리고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2.25km에 이르는 활주로와 관제탑까지 갖추고 있다.

심지어 비행기 격납고 외에 16대의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차고도 나란히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최고의 주택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 비행기 조종에도 탁월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707B를 조종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고, 의료구조자격도 가지고 있다. 일이 없을 때는 전용 비행사와 동행해 비즈니스 제트 비행기를 몰기도 한다. 사실 내가 소유한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비상용 공항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서 아예 집에 비행장을 만들었다.”

- 플로리다 비행장 저택은 언제부터 가동했나?

“10년 전만 해도 데이토나 근처에서 비행기로 할리우드로 출퇴근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웃들이 제트비행기에서 발생하는 소음문제로 소송을 했다. 그때 지금의 플로리다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 <Frank Castle>을 촬영 할 때 매일 플로리다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를 몰고 다녔다고 들었다.

“매일은 아니다. Jay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집으로 돌아갈 때만 비행을 하도록 계약서를 쓰게 했다. 나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주장하는데.... Jay가 내 즐거움 중 하나를 빼앗으면서까지 외박을 강요했다. 그래서 Jay는 내 아내에게 미움을 샀다. 하하.”

- 류지호는 때로 나의 아버지 같다.

“왜 그렇지?”

- 모두 너를 위해 그런 거야라고 말하니까.


박중환의 농담에 죠 트래볼타가 배를 잡고 웃었다.


- 자가용 비행기를 직접 몰아서 구호활동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이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아내와 5t 가량의 생필품과 의약품을 실어 나르며 구호활동을 벌였다. 작년에는 호주의 Football팀을 태우고 직접 장거리 비행을 한 적도 있다.”


박중환은 자연스럽게 구호에 대한 죠 트래볼타의 생각, 남을 도운 다는 의미에 대한 진솔한 속내를 끄집어냈다.

<박중환 쇼>의 첫 회 녹화는 비교적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죠 트래볼타라서 무리하게 진행할 수도 없었다.

두 시간에 걸쳐서 녹화가 진행 되었는데, 중간에 20분 간 두 번 휴식을 취한 것 말고는 속전속결로 마쳤다.

본래 틸만 슈라이버와 함께 출연하기로 했다.

갑자기 단독 출연으로 변경됐다.

죠 트래볼타가 단독 출연이 아니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부조정실에서 토크쇼 녹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류지호에게 담당 PD가 앓는 소리를 했다.


“다인 MC로 이뤄진 예능식 토크쇼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긴 합니다.”

“토크쇼는 트렌드 한계 같은 거 없어요. 정통이 왜 정통이겠어요? 원맨 MC의 퍼스널리티가 강조되는 정통 토크쇼는 그것대로 매력이 있는 겁니다.”

“뭔가 파격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올드하다거나 노멀하다는 지적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시청자 모니터 게을리 하지 마세요. 박 선배가 시청률에 실망해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거나 프로그램에 대한 어떤 절실함이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바로 폐지할 겁니다.”

“....!”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인물이 아니라 기상천외한 사람들을 섭외해서 박 선배를 긴장시키세요. 혹여 박 선배와 친한 특급스타를 출연시키더라도 뻔한 질문 만들지 마세요. 지긋지긋한 이상형 질문이나 신변잡기 같은 거 절대 하면 안 됩니다. 가치관, 신념, 예술관 등 조금 어려운 것들을 질문하라고 하세요. 그 전에 박 선배가 먼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지만.....”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날 만족시킬 것이 아니라, 시청자를 실망시켜서는 안 되겠지요.”

“예. 의장님.”


류지호는 내한 기자회견을 소화하는 것으로 <Frank Castle> 프로모션 일정을 시작한 이후로 각종 TV 프로그램 출연 및 인터뷰를 소화했다.

G.O.M강남점에는 레드카펫 행사도 열렸다.

가온그룹을 성토하는 시위대가 시도 때도 찾아오는 극장이지만, 한 달의 두 번은 개봉영화 레드카펫 행사도 열리는 핫스팟이다.

본래 6시 30분 시작을 계획했다.

죠 트래볼타가 한국 팬을 오래 보고 싶다고 요청해 갑자기 시간을 앞당겼다.


❉ ❉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할리우드 영화 월드프로모션 투어 국가에 아시아에서는 일본만 들어가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 최초 프리미어를 한국에서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미국과의 시차 때문에 한국에서 먼저 개봉하는 일까지 빈번해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류의 영향력으로 인해 한국은 할리우드 영화 정킷 허브가 됐다.

한국영화 시장은 할리우드도 무시 못 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영화 시장은 2006년 기준으로 관객 수 세계 6위, 극장 매출은 세계 7위에 올라 있다.

1인당 연간 영화 관람 횟수에서도 미국 4.8회, 호주 4회에 이어 3.1회로 세계 3위다.

업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대형 멀티플렉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 5일제 근무가 완전 정착되면서 1인당 영화 관람 횟수는 더 증가할 여지가 있다.

한국은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의 직접배급체제가 완전히 정착됐다.

한국 지사와 협의를 거치긴 하지만, 개봉날짜와 할리우드 스타의 방한은 미국 본사에서 결정한다.

모든 것이 사전에 결정이 됐음에도 배우의 변덕 때문에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올해 초 <데스디파잉>의 주연 여배우가 방한을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취소된 일이 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그 같은 사례는 꽤나 많다.

할리우드 배우 계약서에는 미국 내 프로모션 투어 몇 회, 해외 몇 회, 그 중 몇 나라, 해외 체류 일 수, 매체 인터뷰 몇 곳 등, 갖가지 항목을 계약서에 삽입한다.

톰 메이포더가 한국을 자주 방한하는 이유는 한국의 열정적인 팬들로부터 ‘뽕’을 맞는 것과 함께 그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의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의 경우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홍보를 다녀야 할 이유와 의무가 있다.

본격적인 TCU 영화들의 공개를 앞두고 있는 Timely Studios는 아시아 정킷 허브를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최종 확정했다.

따라서 향후 개봉되는 TCU 영화 관계자들은 월드프로모션 투어에서 반드시 한국을 방문하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일부 A-List 배우는 프로모션 투어에 자신의 입김을 행사하기도 한다.

어떤 배우는 한국을 거부하고 일본 투어를 고집하기도 한다.

한국에 오기 전 죠 트래볼타가 그랬다.

이번에 인천국제공항부터 가는 곳마다 ‘락스타‘ 같은 대접을 받았다.

영화제가 아니면 좀처럼 느낄 수 없는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죠 트래볼타가 제대로 ‘뽕’을 맞았다.

앞으로 월드프로모션을 다니게 된다면 한국이 그의 리스트에 반드시 들어가게 될 것 같았다.


- 할리우드가 한국 영화시장을 중시하는 것에 무엇 때문이라고 보세요?


성수동 다솜미디어 사옥 스튜디오에 지어진 <박중환 쇼> 무대에서 3회 녹화를 진행하는 박중환이 능청스럽게 물었다.


“한국이 테스트 마켓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죠.”

- 테스트 마켓?

“사실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테스트 마켓 역할을 하고 있어요. 영화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죠.”

-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테스트 해보는 그런 곳이란 거죠?

“예.”

- 어떤 면에서 그렇게 된 거지요?

“이미 눈치 채신 분도 있을 겁니다. 뭘 까요?”


류지호가 방청객을 향해 물었다.

술렁거림 사이에서 누군가 자신 없이 ‘인터넷!’이라고 말했다.


“맞아요. 인터넷이죠.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영화 개봉 후 커뮤니티나 네티즌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어요. 그래서 트라이-스텔라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는 한국 최초 개봉에 매우 민감합니다.”

- 우리나라 영화도 속도전에 강하죠. 영화 홍보도 속전속결로 치르잖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조금 빡세요. 아니 영화 프로모션 스케줄이 빡빡합니다. 돈도 따로 주지도 않으면서....


비속어를 뱉고 나서 얼른 정정하는 박중환이었다.

PD는 NG없이 그대로 진행시켰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하나 들어볼 게요. 일본은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장기간 배우들과 홍보를 하는 편이에요. 미국도 대작은 그렇게 해요. 반면에 우리는 딱 한 달 정도 몰아쳐서 홍보를 하고 영화에 대한 평판이나 입소문도 순식간에 퍼져 나가요. 그러니 짧은 시간에 관객의 반응을 알 수 있는 셈이죠.”


실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한국 담당 임원들은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의 반응이 ‘폭발적이거나 혹은 미지근한’ 식으로 또렷하고 즉각적이며 빠르다고 말하곤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빨리 개봉한 후에 반응을 보고 아시아 마케팅 방향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테스트 마켓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반응은 다른 아시아 국가 영화 홍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요.”

- 테스트라는 단어가 왠지 거시기 하죠?

“충무로도 함께 배우는 것이 있긴 해요. 분명히 우리 영화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다만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것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는 거예요.”


작가의말

주말 잘 보내십시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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