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8 09:05
연재수 :
903 회
조회수 :
3,847,711
추천수 :
118,985
글자수 :
10,001,832

작성
24.01.01 09:05
조회
1,848
추천
100
글자
27쪽

The Wall Street Journal.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간단하게 말해 주택 담보 대출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거나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대출이다.

특성상 신뢰도가 낮고, 금리가 높게 설정된다.

2001년~2006년까지 미국은 꾸준히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그에 따라서 담보대출이 증권화했다.

신용평가사로부터 높은 등급을 부여받기도 했다.

미국은 별의 별 금융상품을 다 만들어 내는 나라다.

서브프라임 대출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주택저당담보부증권(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이 만들어져 광범위하게 거래됐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다른 금융상품들과 결합되어 전 세계에 판매가 됐다.

꾸준히 상승하는 주택시장만 믿고 헤지펀드와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그런데 2006년 말부터 주택시장이 서서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서브프라임 투자펀드가 급격히 부실화되기에 이르렀다.


“HSBG의 전년도 모기지 손실이 106억 달러에 육박한다는 건 들었지?”


버번콕을 홀짝거리는 매튜 그레이엄에게 류지호가 되물었다.


“어째 잠잠하네? 6월엔가 The Bear Stearns가 직접 운영하는 헤지펀드 2개로 인해서 파산할 수 있다고 하더니.”

“끝났어, 거긴.”


올해 2월이었다.

세계 최대 은행 HSBG의 엄청난 규모의 모기지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3월에는 미국의 2위 모기지 대출업체인 뉴센츄리파이낸셜이 신규 대출 및 환매 중단을 발표했다.

그 즈음부터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6월에는 미국 5위의 투자은행 The Bear Stearns의 주택저당담보부증권(MB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행하면서 파산 루머가 월가에 돌았다.

7월에는 미국의 최대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의 실적 악화를 비롯해서 미국과 영국의 여러 투자은행 및 헤지펀드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손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도 심화되기 시작했다.


“아마 10월 이후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실적악화가 속속 드러날 거야. 신용경색이 가속화되면서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 그 같은 우려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들이 개판나면서 올 연말 즘에는 본격적으로 미국 경제를 압박하게 될 거야.”


류지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레절레.


소유하고 있는 투자회사와 GARAM Invest에서 올라오는 금융관련 보고서를 검토하는 것은 언제나 곤욕이다.

경제용어를 몰라서도 데이터를 읽지 못해 논점을 해석하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보고서의 분량이 사람을 질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나 금융 관련 보고는 류지호의 주요 관심사항도 아니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

보고서를 덮어버린 류지호가 매튜 그레이엄이 마시고 있는 버번 위스키를 컵에 따랐다.

한 병에 50달러나 하는 위스키에 콜라를 타 마시는 만행을 저지르진 않았다.


“경제전문지마다 이 사안을 보는 관점이 다른 모양이던데?”

“애써 긍정적으로 보려고들 하지.”

“그런다고 현실이 바뀌기라도 한 대?”

“부실 규모가 크지 않다고 자위한다고 할까.... 물려 있는 곳이 워낙에 많아야지.”


월가와 시티오브런던 내부와 밖에서 보는 것의 온도차가 매우 컸다.

모기지론 위기의 골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당장 처가의 투자은행인 G&P만 해도 다루는 자금이 수천억 달러에 달하고, 주식 및 채권 발행, 신디케이트론, 인수합병(M&A) 계약 등으로 해마다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26억 달러가 넘는다.

참고로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대거스는 그 두 배의 수수료 총수익과 운용자금만 수천 조에 이른다.

때문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 여파가 자신들에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다.

그저 일부 대출회사와 헤지펀드의 문제일 뿐.

대형 투자은행이나 펀드 회사들에게는 남의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에 열심히 로비를 하며 자신들만 아니면 된다는 식이기도 하고.


“한국의 금융시장은?”

“미국만의 문제라고 여기겠지. IMF구제금융 이후로 펀더멘탈(기초여건)이 탄탄해서 미국에서의 금융사고가 한국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더라.”

“누가?”

“정부 관계자가.”


사실 지금의 상황은 ‘터지기 일보 직전의 풍선’ 상태다.

그걸 예상하고 있는 것은 류지호와 극소수의 전문가뿐이다.


"형이 보기에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뭐야?“

“뭐긴... MBS나 CDO와 관련한 파생상품에 대한 손실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거지.“

“MBS만 380억 달러의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지 않나?”

“GARAM 내부적으로 추산한 거야. 정확한 통계라고 할 수 없어.”


현재로서는 어떤 위기가 얼마나 크게 도사리고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공포는 위협의 존재가 무서운 것보다 모를 때가 더 무섭다.


“신용평가기관들도 그래?”

“응.”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HSBG는 10조가 넘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고, CAN 파이낸셜인가는 서브프라임 투자로 1억 달러 손실이 확정이라면서. AIC 보험은 최악의 경우 23억 달러 손실을 기록할 것 같다면서?”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없으니까.”


진짜 위기는 올 연말부터다.

아직은 한 발 비껴가 있는 대형 헤지펀드와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서브프라임 부실이 눈덩어리처럼 불어나게 되면서 그와 연동된 금융상품에 투자한 몇 개 금융기관들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폭죽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GARAM에서는 CDS에 얼마나 넣었어?”

“이것저것 해서..... 57억 달러.”

“휘유!”


류지호의 입에서 절로 휘파람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GARAM Invest에서는 몇 년 전부터 각종 모기지 채권을 일일이 분석했다.

그 결과 주택시장 폭락을 예상할 수 있었다.

매튜 그레이엄은 과감하게 빅쇼트를 감행했다.

주식에서 가격이 올라가는 쪽에 투자하는 것을 롱 포지션, 가격이 떨어지는 쪽에 투자하는 것을 숏 포지션이라고 한다.

모기지 채권에서 빅쇼트를 감행했다는 말은 가격이 하락한다는 쪽에 베팅했다는 뜻이다.

대형은행들이 여러 개의 주택저당증권을 쪼개서 섞어 만든 ‘부채담보부증권(CDO)’ 중에서 상당수가 위험한 부실 채권들이 포함돼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들 대형투자은행들을 상대로 수년 안에 주택 시장이 폭락하는 데 총액 57억 달러의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맺은 것이다.

비유하자면 ‘미국 주택에 대한 생명 보험’을 든 것이다.

만약 미국의 주택시장이 붕괴할 경우 CDS를 맺은 대형은행들이 GARAM Invest(와 여러 개의 헤지펀드)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

당시에는 모두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말이 쉽지 결코 간단한 과정이 아니었다.

게다가 모기지 연체율이 늘어나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야 마땅한데, 당시로서는 주택시장이 꿈쩍하지 않기에 더더욱 제 정신이 아니라고들 수군댔다.


“형.... 괜찮을까?”

“안 괜찮아.”

“뭐!”

“몇 년 전부터 미국이 부동산 광기에 병들어 있었고. 결국 대가를 치를 거야. 물론 너와 나는 엄청난 돈을 벌게 되겠지만.”


씁쓸한 어조로 말을 한 매튜 그레이엄이 반쯤 남은 버번콕을 단숨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누군가 돈을 잃는다면, 그 돈은 다른 누군가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상해 GARAM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 투자자들도 더러 있다.

대표적인 인물들이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티브가 된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은 류지호의 UCLA 동문이며 친구다.

Noble Capital LLC란 헤지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미키 버리(Mickey Burry)다.

UCLA에서 류지호와 같은 교양수업을 들은 인연을 계기로 친구가 됐다.

함께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조별 과제도 했었다.

졸업 후 한동안 소원했었는데 미키 버리가 스탠퍼드에서 신경학과 레지던트로 일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키 버리는 밤에는 취미로 투자에 관한 일을 했다.

2000년 즈음 레지던트를 그만 두고 자신의 헤지펀드를 설립하겠다며 류지호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가 설립한 Noble Capital LLC에 35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해 주었다.

명문의대를 포기하고 차린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나름 짭짤했다.

그러던 중에 미키 버리는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모기지 채권을 일일이 분석했다.

그 결과 2001년부터 작년까지 총액 13억 달러의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맺었다.

류지호는 친구 미키 버리가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줄도 몰랐다.

그에게서 야스퍼스 증후군(자폐)을 전혀 알아 차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키 버리 본인조차 사교성이 떨어질 뿐이지 야스퍼거 증후군을 앓는다는 걸 모르기도 했고.


“그나저나 Noble Capital은 버틸 만 하대?”


미키 버리는 투자자들과 관계가 썩 좋지 못했다.

Noble Capital에 돈을 맡긴 사람들 입장에서 미키 버리가 지나치게 괴짜 같아 보였다.

야스퍼거 증후군 때문인지 몰라도 미키 버리는 소통에 매우 서툴렀다.

특히 CDS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 투자자들과 격하게 대립하기까지 했다.

미다스의 손 류지호가 투자한 것이 알려지며 진정되었지, 차칫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뻔했다.


“올해까지 300% 이상의 수익을 내주고도 여전히 투자자들과 사이가 썩 좋지 못해.”


여담으로 일명 닥터 버리, 미키 버리는 모기지론 사태로 투자자들에게 기록적인 수익률을 안겨주지만, 류지호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은 직후에 Noble Capital에서 돈을 빼버린다.

그 후로, 미키 버리는 자신만의 자금만 운용하면서 외부와 소통 없이 조용하게 살게 된다.


“형... 혹시 너무 대박이 나서 돈을 줘야 할 은행이 부도가 나버리지는 않을까?”


류지호는 세세한 금융위기 내막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세계 4위 투자은행이 파산하는 것은 알고 있다.

스탠리모웬이나 AIC 보험 등이 버티지 못할 경우, 혹은 어느 순간 채무불이행이라도 선언해버리면 GARAM이 받을 수 있는 돈은 제로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150억 달러를 모두 넣지 않고, 삼분의 일만 배팅했잖아.”


만약 GARAM Invest가 150억 달러의 빅쇼트를 감행한다면, 모기지론 사태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그 여파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알 수 없다.


“암튼, 모두 형이 책임 져.”

“누가 뭐래? 맡겨 둬.”


류지호는 이번 사태를 진두지휘할 능력이 없다.

금융 부문은 의형인 매튜 그레이엄의 전문 분야다.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맡겨 두면 된다.

알아서 수익을 거두거나 본전을 회수하거나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 ❉ ❉


The Wall Street Journal의 모회사인 다우존스&밀포드 인수전이 점입가경이다.

로버트 폭스의 인수제안 직후 JHO Company Group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M&A를 천명했다.

그러자 필라델피아 미디어 컨소시엄에서도 인수전 참전을 공표했다.

필라델리파 미디어 컨소시엄은 인콰이어러(Inquire)라는 역사성과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신문을 보유하고 있는 언론사가 주도했다.

로버트 폭스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도 모르고 언론을 통해 인수금액까지 공개한 상황이다.

밴크로프트 가문만 좋은 협상카드를 쥐게 됐다.

주판알을 튕기며 시간만 끌었다.

류지호 부부가 아프리카에 다녀오고 나서 미국 언론계에서 미묘한 공기가 감지되었다.


- 밴크로프트 가문의 지지가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


로버트 폭스가 자신 소유 언론을 통해 밴크로프트 가문을 압박했다.

늦어도 9월 초에는 다우존스&밀포드 이사회에서 결정이 날 것으로 봤다.

그런데 통보마감 시한을 한참을 넘겨서도 관련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폐막식까지 마치고 류지호가 뉴욕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대형뉴스가 터졌다.


[JHO Company Group과 다우존스&밀포드가 최종 합의에 근접했다.]

[양측은 자문 수수료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로 알려졌다. 사실상 매각협상의 최종 단계다.]

[밴크로프트 JHO의 손을 들어줄 징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중.....]

[이번 M&A 과정에는 메릴린치를 포함해서 대형 로펌 세 곳이 관여하고 있다. 뉴욕 법조계에서 빅딜이 임박했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자문수수료는 적어도 3,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주주인 밴크로프트 가문이 JHO의 62억 달러 인수 제안을 수용했다. 다우존스 인덱스의 존 프레스트 편집장이 확인해 주었다.]

[존 프레스트 ‘다우존스&밀포드가 JHO에 속하게 될 것‘이라 확인해 줬다.]


“로버트 폭스가 왜 갑자기 발을 뺀 거래?”

“62억 달러가 부담되었나 봐.”

“겨우 10억 달러 늘어난 것 가지고?”


매튜 그레이엄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렇지 겨우 10억 달러에. 자문 수수료 3,800만 달러 부담, 그 외 기타 등등.”

“로버트 폭스가 얼마까지 낼 수 있다고 했는데?”

“56억 달러.”

“70억 달러가 아니라?”

“주당 최대 70달러까지 가능하다고 했지. 총액 70억 달러라고는 안 했을 걸?”

“보수주의 치어리더이자 미디어계의 악마가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두고 물러났다?”

“사실 투자자나 기업사냥꾼입장에서 다우존스&밀포드는 C-class, WSJ는 A-class... 냉정하게 봤을 때 WSJ만 쏙 빼먹는 M&A가 아니라면 그리 매력적인 딜을 아니야.”


로버트 폭스는 수완 좋은 사업가라기 보기 힘들다.

류지호가 보기에 ‘악마적’이란 별명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악당이다.

로버트 폭스는 자원의 고갈, 인구 폭발, 기후 변화, 인종 갈등, 빈부 격차 및 양극화 같은 담론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정치적 이데올로기, 신보수주의 전파에 열중하고 있을 뿐.

신문사를 처음 운영할 때부터 유명 정치인의 불륜행위, 유명 대중스타의 나체사진을 1면에 싣는 방법으로 판매부수를 폭발적으로 늘려 나갔고, 그렇게 '황색 저널리즘'의 원조가 되었다.

로버트 폭스는 심지어 파푸아 뉴기니나 피지의 신문사까지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전 세계 언론장악에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로버트 폭스가 The Wall Street Journal의 취재에 불만을 표시한 적은 한 번.

2000년 로버트 폭스의 세 번째 부인이 The NEWS Corp 경영에 끼치는 영향력에 관한 특집기사를 1면에 실었을 때였다.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자신이 소유한 언론매체들을 이용해 개인의 사생활은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하는 주제에 유독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해 다른 매체에서 기사를 내면 예민하게 구는 로버트 폭스다.

여론을 형성하는 방법도 매우 교묘하고 뱀 같다.

예를 들어 이라크전쟁 당시 PARKsTV뉴스는 공화당원뿐만 아니라 민주당원도 참여시켜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인양 포장했다.

그런데 전쟁 찬성측 패널은 레이건 행정부의 고위 관료출신으로 언변이 뛰어난 인물을 섭외하고 반대측에는 유치장 수감 경력이 있는 이름 없는 반전주의 운동가를 내세웠다.

무명이면서 어설픈 민주당 인사를 대담에 넣어서 발언의 무게를 확 떨어뜨렸다.


-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살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대담 프로그램 진행자가 반대론자에게 한 경멸 섞인 위협이었다.

이런 방식의 시사토크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이전 삶의 한국의 종편이었다.


“언론사 사냥꾼으로 악명 높은 로버트 폭스가 M&A에서 순순히 물러섰다고는 믿을 수 없는데.....”

“The NEWS Corp.과 로버트 폭스는 국제적으로 명성과 영향력이 심대하지. 주로 악명으로.”

“그게 무슨 상관인데? WSJ가 고매한 인격자와 참 언론인들만 모인 정론지였어?”

“결정적으로 ‘고급 저널리즘에는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라고 한 루퍼트 머독의 말이 밴크로프트 사람들의 심기를 거슬렸어.”

“맞는 말인데.... 왜 기분이 나쁘지?”

“모든 온라인 뉴스를 유료 서비스하겠다고 했나봐.”

“지금은 공짜야?”

“WSJ 온라인판만 유료. 나머지 인덱스 기사들은 무료. 게다가 로버트 폭스가 공공연하게 검색사이트나 포털에서 들어오는 모든 유저를 차단하겠다고 했대. 실리콘밸리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거 잖아.”

“그게 다가 아닐 것 같은데?”

“정치권의 입김도 좀 작용했고.”

“민주당?”

“응. 로버트 폭스가 영국이나 호주처럼 미국에서 활개 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많지.”

“나와 형이 로버트 폭스와 정면으로 승부할 정도가 된 거야?”

“아버지와 터너씨 같은 노인네들이 약간의 도움을 줬어.”

“......?”

“아버지는 로버트 폭스를 무척 싫어했어. 십여 년 전에는 총으로 쏴버리겠다고 한 적도 있을 정도지. 터너씨는 너도 알다시피 앙숙이고.”

“또?”

“필라델피아 미디어 컨소시엄과 신사협정을 맺은 셈이지.”

“우리가 신세를 하나 지게 된 건가?”

“그 정도는 아니야. 그들도 The NEWS Corp.이 미국에서 덩치를 불리는 걸 마땅치 않아 하고 있으니까.”

“일이 좀 엉뚱하게 전개되었네?”

“갖고 싶다며?”

“가볍게 생각했지. 로버트 폭스에게 엿을 먹일 생각이었어. 설마 진짜 WSJ를 얻게 될 줄은....”

“앞으로 다 계획이 있었던 것 아니었냐?”

“내가 경제전문지 가지고 뭘 할 수 있겠어?”

“암튼 로버트 폭스가 WSJ를 빼앗겨서 심통을 좀 부릴 거다.”

“지금도 온갖 악질적인 기사를 싸질러 놓고 있는데 더 뭘....”

“네가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엄청 깎아내릴 걸?”

“상관없어. 관객들이 신문의 전문가 리뷰를 읽고 극장을 찾지 않으니까.”


OMDb를 비롯해 온라인 리뷰사이트들이 상당히 대중화되어 있다.

영화에 대한 별점을 전문가와 일반 관객들이 자유롭게 매기는 시대다.

참고로 영화 별점은 미국의 영화평론가 아이린 서버가 1928년 7월 뉴욕데일리뉴스에 기고한 비평에서 별 3개를 만점으로 한 것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오늘 날의 별점 평가가 미국에서 확고하게 정착된 것은 1969년 영화·비디오가이드북에서 영화평론가 레너드 말틴이 별점을 평가를 하면서부터다.

한국의 경우, 백원일보 문화부장을 역임한 모 평론가가 80년대 신문 TV편성표 옆에 영화 별점을 기재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후로 TV저널이라는 잡지에서 20자평과 같이 별점을 매겼으며, 90년대 3대 보수언론사들이 영화에 별점을 매기면서 정착되었다.

1995년 <씨네마21>이 창간되면서 별 5개 만점의 별점 평가 방식이 도입되면서 지금의 방식이 굳어졌다.

영어 사용권 국가에서 OMDb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류지호가 개입함으로써 이전 삶보다 훨씬 일찍 불어, 스페인어, 한국어, 일본어, 광동어도 서비스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영화평론가들에 대한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로 인해 OMDb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CEO는 어떻게 할래?”

“특별히 문제가 돼?”

“아니. 역대 다우존스&밀포드 CEO들은 대체로 유능한 사람들이었어.”

“그럼 내버려둬야지. 잘하는 사람들 경질할 이유는 없으니까.”

“만나볼래?”

“인수합병 작업이 모두 완료되고 나서.”


사실 류지호는 한국의 언론지형에서 흑막이라고 할 수 있다.

24시간 뉴스전문케이블채널 YNTV와 온라인 뉴스유통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NAVE까지 입김이 닿기에.

이젠 글로벌 3대 경제신문에까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됐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을 하나 더 갖추게 됐다고 할까.

게다가 경제전문지는 온라인 뉴스를 유료로 운영하기 좋다.

전문적이고 분석적인 뉴스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he Wall Street Journal은 이미 1996년 4월부터 Interactive Edition이란 이름의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해 8월부터 일부 온라인 뉴스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일반 가입자는 연간 49달러, WSJ 구독자는 29달러를 내면 된다.

현재 유료서비스 회원은 65만 명에 이른다.

종이신문과 온라인 구독을 합해 미국 내 유료 구독자 1위 신문이 The Wall Street Journal이다.


“야심만만하게 온라인 뉴스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리고 최초로 개발한 Personal Journal이라는 구독자 개인 주문 맞춤형 개인 신문도 있다나봐. 그게 네가 말한 온라인 뉴스의 방향인 거야?”


1990년대 IT가 한창 부상하고 있을 때 The Wall Street Journal은 모바일 기기용 신문 서비스까지 꿈꾸고 있었다.


“인수가 완료되면 투자를 통해서 온라인 사업부를 확대개편하려고.”


현재는 30여명의 편집스태프가 24시간 뉴스룸에서 교대 근무하며 최신 뉴스를 편집해 서비스하고 있다.

종이신문에는 없는 온라인 판 독점 뉴스 서비스도 따로 있고.


“GMG로부터 컨설팅을 제대로 받아봐야겠어.”


The Wall Street Journal의 뉴스 플랫폼이 추구하는 빅데이터, 편리한 검색, AI기반 맞춤형 뉴스 정렬 등을 지원할 기술력이 GMG Lab에 차고 넘쳤다.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면 뉴스플랫폼의 Googol이 될 수도 있겠지.”


The Wall Street Journal은 경제전문지이다.

그렇다고 모든 지문을 경제 뉴스로만 채우는 것은 아니다.

정치·사회·문화·스포츠 등도 골고루 다룬다.

이 시기에는 미국 내 판매부수 1위, 영향력 3위의 신문이다.

최초의 온라인 유료 뉴스서비스를 시작한 신문은 아니다.

그러나 성공적인 유료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언론사다.

미국도 과거에는 신문방송겸업이 막혀있었다.

1996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제정한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은 거대 미디어그룹의 언론사 소유제한을 대폭 풀어줬다.

미디어 기업 간 합종연횡을 허용한 것이다.

그로인해 미국 언론시장의 소유 집중을 가속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결과 미국의 언론시장은 6개의 거대 미디어그룹이 독점하는 구조가 되었다.

글로벌 복합미디어그룹인 JHO Company Group 역시 그 대열에 끼게 됐다.


‘대신 대중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긴 하겠지만....’


- 이런 세상은 잘못됐어!


그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

그런데 그 생각을 돈으로 환전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건 뭔가 이상한데라는 의문에서 힌트를 얻어 그 생각을 결국 돈으로 환전하고 세상 사람들과 반대로 베팅하고 끝까지 버텨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것.

지금까지 류지호는 그렇게 해왔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사람들은 류지호와 JHO Company가 대단하다고들 한다.

류지호가 보기에는 어림도 없다.

미국의 초거대기업 중 하나인 GTE는 제조업과 금융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미디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현재 19개 케이블 방송사, 26개 지역 TV방송사, 유니벌스 스튜디오, 20여 개 국제방송채널, 인터넷 회사, 잡지사 등을 소유하고 있다.

지상파 ABC를 소유하고 있는 LOG Company는 미국 전역의 226개 지역방송사에 자사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으며 227개 라디오 방송사와 17개 케이블 방송사, LOG 픽처스를 비롯한 8개의 영화 관련 회사, 출판사와 음반사 그리고 6개 잡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 하나의 미디어제국 워너-타임은 1995년 터너브로드캐스팅을 75억 달러에 사들이고, 2001년 1,060억 달러에 UOL과 합병한 뒤, 사업 확장을 통해 각종 언론 관련 업체들을 사들여 지금은 대표적 뉴스전문채널인 CNN을 비롯해 16개 케이블방송사, 12개 지역TV, 23개 국제채널, 워너-타임 픽처스를 포함한 9개 영화 관련 회사, 그리고 150여 개 각종 출판물을 발행하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미디어계의 황제이자 악마라고 불리는 로버트 폭스의 The NEWS Corp.은 1973년 미국에 진출한 이래 1976년 뉴욕포스트와 1981년 20세기 PARKs를 사들인 후에 1986년 폭스브로드캐스팅컴퍼니를 창설하고 신문과 방송 겸영을 통해 현재 미국에서만 27개 지역TV, 17개 케이블 방송사, 10여 개 잡지사, 4개 신문사,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약 150개의 신문사 및 잡지사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에 글로벌 복합미디어그룹 JHO Company Group은 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한 위성방송사,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겨우 5개 영화사, Timely Comics를 포함해 이번에 인수하게 된 The Wall Street Journal까지 겨우 5개 신문 및 잡지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영화와 유료케이블 콘텐츠 분야에서는 현시점 가장 강력한 미디어기업인 것은 맞지만, 언론과 방송미디어 분야 전체를 놓고 보면 별 볼일 없는 기업이 JHO Company이다.

다만 10여 년 후가 되면 전통적인 미디어를 하찮게 만들어 버릴 뉴미디어 기업들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폭탄이 터지지 않았는데, GH와 WSJ를 얻었단 말이지.”

“내년에는 몇 개 회사를 쓸어 담을지 벌써부터 막 기대되지 않아, 동생아?”


류지호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통해 돈을 버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JHO와 가온에게 강력한 성장동력을 제공해 줄 새로운 사업분야로의 진출에 기대감이 클 뿐.

그것은 미디어 분야보다는 서비스업과 첨단산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튜닝의 최종단계가 순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산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이 될 수도 있고.....’


작가의말

2024년은 푸른 용의 해라고 합니다.

용의 기운을 받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뜻하는 일 모두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6 감독님은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3 24.01.27 1,782 86 25쪽
755 일본이여, 이것이 히어로 영화다! +6 24.01.26 1,754 85 27쪽
754 새로운 길을 찾아내 개척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3 24.01.25 1,753 88 24쪽
753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2) +9 24.01.24 1,732 87 26쪽
752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1) +7 24.01.23 1,735 101 26쪽
75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3 24.01.22 1,772 90 25쪽
750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성이 더 중요한 법이다. +4 24.01.20 1,806 90 22쪽
749 사랑의 열매. (5) +6 24.01.19 1,787 83 23쪽
748 사랑의 열매. (4) +7 24.01.18 1,727 88 26쪽
747 사랑의 열매. (3) +3 24.01.17 1,706 88 26쪽
746 사랑의 열매. (2) +8 24.01.16 1,768 93 24쪽
745 사랑의 열매. (1) +5 24.01.15 1,811 86 24쪽
744 뭐라도 해야만 돼! (2) +7 24.01.13 1,795 95 29쪽
743 뭐라도 해야만 돼! (1) +6 24.01.12 1,773 91 28쪽
742 만인의 연인! (2) +7 24.01.11 1,775 99 25쪽
741 만인의 연인! (1) +5 24.01.10 1,830 85 25쪽
740 Bridal Mask! +3 24.01.09 1,778 92 23쪽
739 World Promotion. (4) +4 24.01.08 1,795 88 29쪽
738 World Promotion. (3) +3 24.01.06 1,794 94 27쪽
737 World Promotion. (2) +8 24.01.05 1,786 90 26쪽
736 World Promotion. (1) +7 24.01.04 1,879 95 23쪽
735 Mr. 할리우드는 시리즈가 계속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7 24.01.03 1,864 94 22쪽
734 공짜로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10 24.01.02 1,838 95 25쪽
» The Wall Street Journal. +12 24.01.01 1,849 100 27쪽
732 몰락한 동양의 할리우드, 그런데.... +16 23.12.30 1,895 95 21쪽
731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2) +3 23.12.30 1,585 87 23쪽
730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1) +5 23.12.29 1,721 98 30쪽
729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3) +3 23.12.29 1,639 82 26쪽
728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2) +9 23.12.28 1,743 90 23쪽
727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1) +4 23.12.28 1,608 76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