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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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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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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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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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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사랑의 열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대통령 선거는 선거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각종 행사와 시상식은 그것대로 또 화려하게 열렸다.

매해 참석여부와 관계없이 류지호의 책상에는 각종 초대장이 한보따리가 쌓인다.

할리우드 작가조합 파업 문제에 휘말리기 싫어 예정보다 일찍 귀국한 류지호다.

그랬더니 사방에서 와달라고 난리도 아니었다.

뒷말이 나오든 말든.

초청장을 보낸 모든 행사를 무시했다.

대통령 선거 투표일을 빼고 류지호 부부는 여주의 부모님 집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작년 겨울 평균기온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포근했대.”


올해도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낮 기온이 10℃까지 올라간 것은 처음 아닐까?”


고우찬이 반바지 차림으로 마당을 활보할 정도로 푸근했다.

올해 12월은 영하를 기록한 날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따뜻했다.

고우찬이 툴툴거렸다.


“겨울은 눈도 오고 추워야 겨울다운 건데.”

“그런 말 말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날씨도 죽을 맛일 거다.”

“우리 어릴 때가 훨씬 춥지 않았냐? 근데도 빤스 바람에 눈싸움도 하고 그랬는데, 요새는 영하로 좀 만 떨어져도 춥다고 난리부르스를 추니....”

“상대적인거야. 그만큼 우리나라가 먹고 살만해졌다는 거 아니겠냐?”

“헝그리 정신이 없어. 헝그리 정신이..... 쯧.”

“어려웠던 시절의 근성을 강조하니까 우리 사회가 계속 제자리걸음인 거야. 미래지향적인 창의적인 사고를 해도 될까 말까 한 복잡한 세상에서 과거 속에 사로잡혀서 그걸 강요하는 걸 꼰대적 마인드라고 하는 거다.”

“네가 요새 신입사원들을 못 봐서 그래. 자식들이 뭐 조금 시키면 빡 세다 힘들다, 얼마나 징징대는데...”


하하.


갑자기 류지호가 폭소를 터트렸다.


“왜 웃어?”

“네 입에서 요새 애들 운운하는 걸 다 듣게 되고.... 참, 만감이 교차한다, 내가.”

“낼 모레 마흔이거든!”

“안 되는 걸 근성으로 되게 하는 시대가 아니야. 아무도 생각 못할 걸 먼저 하는 시대이지.”

“난 우리 애들이 시키는 거나 잘 했으면 좋겠다. 그냥.”


류지호가 다시 한 번 웃었다.


킥킥.


꼰대적인 마인드를 경멸했던 청년이 꼰대 마인드가 저도 몰래 장착되고 있다.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는 주제에.


“.....”


WaW종합촬영소를 포함한 인근 90만평(대략 여의도 면적)은 가온그룹 사유지다.

지역 대부분은 종합촬영소 부지와 산림지역이다.

그 중에서 대략 20만 평 정도가 가온타운이다.

가온타운에는 종합촬영소 정문을 제외하고 두 군데 입구가 있다.

직원 아파트 단지 외에 타운하우스 지역은 자동화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고, 나래안전 경비원들이 외부인을 일일이 확인하고 출입시킨다.

정기적으로 순찰도 돈다.

류지호의 부모님이 거주하고 있는 산자락 고급주택단지와 실평수 18~32평대 총 310세대가 입주한 타운하우스 3개 단지가 있다.

주택단지 공사는 고우찬의 아버지 고성재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와 여주·이천 지역 건설사들이 도맡아서 진행했다.

그 외에 초기 건설된 직원 아파트 세 동과 직원 기숙사 등이 타운에 있다.

고급주택단지에는 가온그룹 임원출신, 은퇴한 공직자 및 재계 임원, 유명 연예인이 거주하고 있다.

은퇴한 부자들이 살기 천혜의 조건이다.

남한강과 가깝고, 풍경이 수려한 저수지도 있고, 강변유원지, 남한강수상레저센터, 수목원이 있다.

유명한 골프장도 몇 개 있다.

산림으로 둘러싸인 가온타운은 녹지율이 매우 높아서 쾌적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다.

거주지 외에 상업구역에는 영화 포스트프로덕션 업체들, 아이콘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스펙트럼 게임 스튜디오와 협력사들, 디지털 센터도 있다.

자작나무숲, 산책로, 체육센터, 파출소, 면사무소, 보건소, 은행, 초중고등학교, 대형마트도 들어와 있어 초소형 계획도시에 가까운 풍경이다.

내년에는 멀지 않은 지역에 뉴월드그룹의 프리미엄 아울렛 단지도 개장할 예정이다.

이 시기 여주군 전체 인구는 약 11만 명이다.

여주읍 인구는 5만여 명이고.

남여주 가온타운에는 3,2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유동인구는 하루 6,600여명이다.

올 때마다 달라지고 있는 가온타운에 시선을 빼앗긴 류지호에게 고우찬이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가온타운을 엄청 부러워 해.”

“왜?”

“완전 파라다이스 아니냐?”

“언제는 시골구석으로 유배 가는 거라고 하지 않았었나? 직원들이 여주로 오는 걸 꺼린다고 들은 것 같은데?”

“전원주택이란 게 로망을 막 자극하잖아.”

“젊은 부부들은 아파트를 더 선호한다며?”


가온그룹은 직원에 한해서 부담 없는 수준으로 전원주택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아파트를 선호하는 직원이 많다.

타운에는 아파트 여유가 없어 여주읍, 이천, 광주, 양평 등지의 아파트에서 출퇴근 하는 직원까지 있을 정도다.


“고등학교까지 문을 열면 다들 여기로 이사 오고 싶어 할걸?”

“타운에 거주하는 직원 자녀만으로 한 학급이라도 만들 수 있어?”

“한 반에 25명씩 두 학급 나와.”

“나머지는?”

“중학교는 세 학급, 초등학교는 다섯 학급인가 그렇고, 직원 연령대가 30대가 주를 이루고 있어. 어린이집 원생이 가장 많아.”


적어도 가온타운 내 출산율 걱정은 안 해도 되는 모양이다.

타운 내 학교에 다니는 직원 자녀들은 돈을 한 푼도 안 낸다.

전원 무료급식이고, 교복비도 따로 지원해 준다.

모든 가온그룹 계열사 직원 자녀들에 행하는 복지정책이다.

3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은 주택을 살 때나 전세를 구할 때 최대 6,000만 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대유건설을 인수한 후로는 서울, 부산, 인천, 대전, 여주, 무주 같은 사업장이 있는 지역에 5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그룹차원에서 분양받아서 직원들에게 건설 원가에 넘겨주고 있다.

출산휴직, 자녀 돌봄 지원, 장학금 지원, 신혼부부 지원 등.

가온그룹 직원들은 한국에서 최고의 직원복지를 누린다.

사실 직원 업무공간마다 탕비실 및 수면실뿐만 아니라, 간식까지 따로 챙겨주는 회사는 이 시기 가온그룹이 유일했다.

가온그룹은 직원 역량 같은 무형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미래 기술 활용에 필요한 숙련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실무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해 주고, 부모가 된 직원이나 고령 근로자 등이 계속해서 노동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그를 통해 업무효율과 생산성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직원들의 애사심, 충성심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고.

대한민국 일등 기업은 오성이다.

헌데 직원들의 만족도와 애사심이 가장 높은 기업은 단연코 가온이다.


“막 퍼줘도 회사는 괜찮은 거야?”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고 했잖아. 투자야 사람에 대한.”

“복지에 들어가는 예산만 매년 수천억이라고 얼핏 들은 거 같은데....”


가온그룹은 연결회계상 매년 당기순이익이 10조를 가볍게 넘기고 있다.

직원에 대한 투자를 R&D라고 여기는 마인드도 있고.


“부산 센텀시티 가온복합쇼핑타운 매출이 1조를 돌파할 거란다. 버는 만큼 투자하는 거야.”

“벌써 부산 백화점이 1조 매출이 나와?”

“백화점만 6,000억 정도 되는 것 같고, 극장 및 부대시설하고 호텔까지 합해서 1조인 가봐.”

“부산이 달리 대한민국 제2의 도시가 아니구나.”

“주변 도시 고객까지 빨아들여서 그럴 거야.”


지금까지 광성과 뉴월드의 2파전이었다.

이 시기만 해도 서울만큼 부산의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했다.

그 사이에 끼어서 가온백화점이 선전하는 모양새다.


“백화점은 이제 국내에서 넘버 쓰리 쯤 되나?”

“럭키금성 계열 백화점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 봐.”


국내 백화점 업계 부동의 1위는 29개 점포에 연매출 10조원에 육박하는 광성백화점이다.

그 뒤를 6개 점포 연매출 6조원의 뉴월드백화점이 추격하고 있다.

3위가 경일백화점으로 12개 점포에서 4.8조원을, 럭키금성 스퀘어백화점이 6개 점포에 2.7조원 매출을, 그 뒤를 이어 가온백화점이 5개 점포, 매출 2.1조 원을 올해 기록했다.

가온백화점의 영업이익은 대략 600억 원 선.

2010년 오픈하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복합쇼핑타운, 2012년 예정인 대전까지 총 7개 점포를 갖추게 되면 연매출 3조원 이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2007년 기준 가온그룹의 연결회계상 공정자산은 46조 원이다.

포항제철그룹을 따돌리고 국내 기업순위 6위(공기업 포함)에 당당히 랭크됐다.

금융사를 포함하면 단숨에 3위권으로 뛰어오른다.

금융위기 이후로 M&A까지 더해지면 자산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1여년 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어 가온그룹 산하 금융사들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 이상)로 통합되고, 몇 개 기업을 인수합병하게 되면 2010년 즈음에는 예상 자산총액 8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기준 기업순위 3~4위권이다.

당초 2010년 25조 원으로 전망한 매출도 앞당겨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만 원짜리 결혼패키지 촬영하고 돈 벌었다고 아네모네 가서 회식하고 그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호 넌 진짜.... 이 괴물 같은 놈!”

“운이 좋았지.”


진심이다.

류지호는 자신의 능력보다는 ‘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여기고 있다.


“영화는 안 해? 천천히 가기로 한 거야?”

“다시 힘내서 달리려고 이렇게 에너지 충전 중이잖아.”

“우리도 낼 모레 마흔이야.”

“내가 그랬지. 우리 전성기는 마흔부터라고.”

“지금까지는 뭐였는데?”

“몸 풀기?”

“미친 놈! 지금까지 몰 풀기면.... 우주 대기록이라고 세우려고?”

“응.”


농담처럼 대답했지만, 새롭게 얻게 된 이번 삶에서 진짜 인생의 승부처는 마흔부터라고 생각한 류지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두 국가에 벌여놓은 기업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숙련된 연출 전문가이자 씨네아티스트로서 더욱 높아진 잣대를 들이댈 비평과 관객의 눈높이를 과연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평범한 영화감독으로 경력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더욱 완숙한 경지의 영화감독으로 나아갈 것인지.

그 분기점이 마흔 살 전후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영화감독에게 있어서는 완벽한 영화도 영화의 완성이란 없는 법이라지만.


“애엄마가 그러는데, 가온타운이 다 좋은데 병원문제가 많이 불편하다고 하더라.”

“지금 보건소만 들어와 있던가?”

“의원 하나와 치과가 하나 영업하고 있어.”

“여주에는 병원 없어?”

“있는데, 겨우 100병상인가 그래. 이천에 경기도가 운영하는 125병상 의료원이 있긴 한데, 여주와 이천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도 아무래도 많이 부족해.”


이천의료원은 1982년에 세워졌다.

이천, 여주, 양평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이다.

이 시기 이천시의 인구는 20만9천여 명, 여주는 11여 만 명이다.

그들이 병이 났을 때 믿고 찾을 수 있는 대형 병원은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단 한 곳뿐이다.

지어진지 30여 년이 되다보니, 병원 시설이 노후화되었다.

공간이 협소해 진료에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반면 이천보다 인구가 적은 구리시(19만여 명)의 경우 600병상이 넘는 종합병원과 100병상이 넘는 2차 병원이 마련돼 있어 시민들이 병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병원을 선택하고 있다.

이천의료원은 지역 거점병원이다.

이천·여주·양평지역 19개 병·의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액공급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턱없이 부족한 병상수와 의료 인력으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지역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경기도지사가 누구야?”

“김윤수.”

“자유나라당?”

“응.”


킥킥.

류지호가 다시 한 번 웃었다.


“갑자기 미친놈처럼 왜 웃어?”


경기도지사가 119상황실에 전화해 ‘나 경기도지사인데’ 했던 이전 삶의 일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냐, 아무것도. 평가는 어때?”

“이제 1년 조금 넘었는데 잘했다 못했다 할 수 있나? 딴엔 열심히 한 대.”

“암튼.... 지금 100병상 이상 갖춘 곳은 여주 주변에 두 군데 밖에 없다 이거지?”

“이천, 광주까지 모두 세 군데. 문제는 응급실이 없다는 거야.”

“응급실이 없어?”

“있긴 하지. 그러면 뭐하냐. 다 분당의 병원으로 응급환자를 보내는데.”

“시골 사는 노인네들이 갑자기 쓰러지면, 어떻게 해?”

“뭘 어떻게, 분당으로 가거나 서울로 가는 거지. 여주, 이천병원에 입원을 하려고 해도 남는 병상이 없나봐.”


류지호는 한쪽에 있는 벤치로 걸어가 앉았다.

잠시 고민에 쌓였다.

부모님의 주치의는 서울 최고 병원의 최고 의사다.

갑자기 응급상황이 벌어지면 헬기가 WaW종합촬영소로 와서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모시도록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다.

가족에 대한 것은 준비되어 있지만, 나머지 직원들이 문제다.

이천에는 JHO Company 산하의 디스플레이 공장도 있다.

직원이 2,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류지호가 소유한 기업의 직원과 그 가족이 여주·이천 일대에만 5,000명 이상 거주하고 있다.


“폰 좀 줘봐.”


고우찬이 군소리 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건넸다.

곧바로 래리 킴 가온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주나 이천에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건립을 경기도와 논의해 줄 것을 부탁했다.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은 돈만 있다고 설립할 수 없다.

상위 행정기관과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


“병원까지 세우게?”

“우리 가족재단의 학교법인에서 대학교를 하나 매입하려고 하거든. 10년 안에 의대를 허가받아 종합병원을 개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아프리카와 한국전쟁 참전국의 병원들과 연계하는 방법도 궁리 중이고.”

“10년이나 기다려야 해?”

“그때까지 여주·이천 지역의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경기도와 협의해서 이천의료원을 종합병원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수밖에.”


류지호가 매입한 학교법인을 통해 다울재단이 타운 내 초·중·고 사립학교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5년 안에 대학을 설립하거나 사들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당연히 의대와 부설 대학병원도 고려중이었고.

그를 통해 아프리카에 건립하고 있는 류지호 이름을 딴 병원들의 현지인 의사들을 불러들여 의료경험을 쌓게 해줄 계획이었다.

사립대학병원은 소유와 권리의무가 일반 기업이나 병원 다르다.

사립대학병원의 각종 재산(병원건물, 병원부지, 의료기자재 등)의 소유자는 병원이 아니라, 해당 대학의 학교법인이다.

그렇기에 인사권도 대학 총장이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현실은 학교법인 이사장이 병원 인사권도 좌지우지 하지만.


“종합병원이 순 적자만 본다고 하던데... 또 공익사입네 네가 다 퍼주려고?”

“그거 많이 과장된 소리야. 장례식장, 주차장, OS(정형외과)가 벌어주는 것을 생각해보면 다 엄살이야.”


일부 대형병원은 장례식장과 주차장 수익에서 회계 장난을 치기도 한다.


“재단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니냐? 학교까지 운영하면 아버님 부담이 만만치 않을 텐데... 아무리 외삼촌이 계시다고 해도.”

“아라가 우리 나이 즈음 되면 학교법인을 맡길 생각도 있어. 딴 데 가서 이야기 하진 말고...”

“학교가 은근히 돈이 되는 모양이긴 한가봐. 지역사회 유지들이 죄다 사학재단 이사장 간판 달고 있잖아. 그러다 YNTV가 족벌언론이란 소리 듣는 것처럼 족벌사학 소리도 추가 되겠다?”


류지호가 귀를 후벼파는 시늉을 했다.


“족발 먹자고?”

“암튼 애엄마한테는 네가 나서기로 했다고 말한다?”

“정확하게는 그룹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거겠지. 내 관심 사안이라고 Don에게도 보고해.”

“알겠어.”


JHO Company Group까지 한 손 거들면 의외로 병원문제가 쉽게 해결 될 수도 있다.


❉ ❉ ❉


경제잡지 Forbes는 12개국에서 대표적인 기부자 4명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올해 3월에도 어김없이 각국의 기부왕들을 소개했다.

단골 기부왕인 홍콩의 청쿵그룹 리자싱 회장은 물론이고 JHO와 가온의 오너 류지호도 매년 명단에 포함된다.

부자들이 주로 기부왕에 뽑혔을 것 같지만, 대다수는 세계 부자 리스트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미국 기부왕은 헨리 게이츠와 에드워드 버펫이 매해 1~2위를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2007년 게이츠 부부는 15억 달러 상당의 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가 지금까지 기부한 누적액수는 총 250억 달러에 달한다.

에드워드 버펫은 12억 달러를 기부해 2위를 차지했다.

그 역시 200억 달러 이상 기부 누적액수를 기록하고 있다.

류지호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미국 고액 기부자 10인에 뽑힐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매년 선정되고 있다.

지난 90년대부터 미국에서 다양하고 활발하게 자선사업을 전개하고 기부를 하기 때문이다.

류지호 부부는 3.2억 달러로 미국 순위에서는 7위를 차지했다.

2007년도 재산변동 보고서를 살피던 류지호가 김우영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내 수입이 이렇게 많았대요?”

“JHO Foundation 아프리카재단의 자본금을 확충시켜 주시느라 소유하고 계시던 주식 일부가 기부형식으로 재단으로 이전 됐습니다.”


미국 부자들의 기부액수가 조 단위 금액인 것은 주식을 재단에 기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류지호의 최대 기부액수가 연간 1억 달러였다.

다른 슈퍼리치에 비해 적어 보인다.

그런데 1억 달러 전액이 현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여름 류지호는 보유하고 있던 사파리폰 주식을 처음으로 재단에 기부했다.

아프리카 후원을 위해서였다.


“올해도 내 개인소득이 2억 달러 정도 되던가요?”

“정확하게 2억 1천만 72만 달러입니다.”

“세전이죠?”

“예.”


미국의 부호들은 주로 자신이 가진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혹은 직접 비영리 재단을 만들어 위탁한다.

비영리 재단의 경우, 매년 자산 가치의 5% 이상을 자선 목적으로 사용하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인도 기부와 관련한 혜택이 꽤 크다.

미국의 기부제도는 기부액이 많을수록 세제 혜택을 주는 소득공제 방식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대략 두 배의 혜택을 준다.

미국은 소득금액의 50% 한도 내에서 기부금 전액을 소득공제해 준다.


“자녀분이 태어나기 전까지 워싱턴주로 주소지를 옮기시는 것은 어떨지....”

“소득세와 기타 세금 때문에요?”

“캘리포니아주는 아무래도 소득세를 비롯해 기타 세금이 높은 축에 속하니까요.”

“미국에서 조금 살아보니까, 단순히 개인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 주 또는 소득세율이 낮은 주가 세금 부담이 없는 좋은 주라 단정 할 수만은 없겠더라구요.”

“절세라도 좀 더 빡빡하게 하심이....”

“됐어요. 절반 이상 떼어가도 1억 달러잖아요.”


선진국에서는 기부하면 비영리기관이 정부를 대신해 좋은 일을 한다고 믿는 반면 한국에서는 기부가 늘어나면 세제 혜택이 늘어나니 거둬들일 세금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선 대체로 기부가 최고의 세금이라고 인식하는 편이다.

반면에 한국은 세금이 최고의 기부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나 서구권 부자나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낼까 고민하는 것은 똑같다.

다만 기부에 대한 인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관료들은 세금이 최상의 기부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부자들의 고액 기부를 장려한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최소 1곳, 많게는 4~5개 공익재단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 오너들이 개인적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대학, 의료기관 등 외부에 기부했다는 소식을 듣기 어렵다.

자신의 개인 돈이 아니라 기업 재단을 통해 기부하기 때문이다.

선행은 남모르게 해야 한다는 정서도 있다.

공익재단을 만들어 주식으로 출연하는 기부를 하다 보니 세간에 편법 상속이나 경영권 방어 포석으로 보는 삐딱한 시선을 피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본인이 설립한 공익재단이 있더라도 후원 취지에 맞는 재단을 선택해 기부하는 경우도 많다.

에드워드 버펫이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는 것 같이.

류지호도 본인 재단에만 기부하지 않는다.

터너 재단을 포함해서 다양한 예술단체, 시민단체, NGO, 대학 등에 골고루 기부하고 있다.

올 한 해 한국 200대 기업들의 기부액은 2조에 조금 못 미친다.

기업 명의로 낸 기부금은 넘쳐나지만, 정작 총수의 개인 기부는 찾아볼 수 없다.

올해 가장 많은 기부를 한 두진그룹 회장의 기부금은 대략 70억이었다.

류지호는 210억을 기부했다.

대중들이 기업인의 거액 기부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법정에서다.

개인적인 사법위기에 몰려야 기부를 약속한다.

경일자동차그룹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법정에 섰던 2006년 8,400억 원을 기부금으로 내겠다고 약속했다.

오성그룹 회장도 2006년 정·관계 로비와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이 불거졌을 때 8,0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두 그룹 회장의 기부 소식은 없다.

그나마 경일그룹 회장은 약속했던 기부금에 1/5 정도를 냈다.

그런데 향후 기부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성그룹 회장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고.

류아라가 새로운 보고서를 들이밀며 말했다.


"기부를 하려면 개인 돈으로 해야지, 회사 비용으로 하는 것은 제대로 된 기부가 아니라고 생각해.“

“내 얘기 하는 거야?”

“오빠는 회사차원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많이 하잖아. 다른 대기업 총수들 말이야.”

“남이 맡긴 돈 가지고 계열사 지분 사들여 기업 지배하고, 여윳돈 좀 생기면 추적이 어려운 금이나 미술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과연 기부할 돈이 있을까?”

“오빠는 금괴 얼마나 있어?”

“많을 걸?”

“그러니까 얼마나?”

“꽤.”

“아휴! 남매끼리 뭘 숨겨. 내가 달라고 할까 봐?”

“나도 몰라, 인마. 다양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고 있어서 그때그때 달라.”

“진짜 세상에 자기 재산이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지금은 바뀌었어?”

“응. 내 친오빠가 그러니까.”

“내가 내 재산을 모를 리가 있냐?”

“얼만데? 오빠는 미국에서 몇 등이야? 삼 등?”


류아라가 김우영 비서실장을 은근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김우영은 모른 척 류지호가 검토한 보고서를 챙기는 시늉을 할 뿐이다.


“시끄럽고. 다울재단 내년 사업계획에 에티오피아 지원이 왜 빠져 있지?”

“외삼촌이 가온재단으로 일원화 하자고 해서. 다울은 주로 자원봉사자 모집과 파견 위주로 진행하기로 했어.”


류아라가 장난기를 지우고, 다울재단 관련 업무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류씨 가족재단인 다울은 매년 430억 가량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350억 이상을 매해 사용한다.

대부분은 류지호가 기탁하는 돈이다.

한국에서 얻는 수익 대부분이 다울재단으로 들어가고 있기에.

그 외에 자체적인 수익사업으로 나머지를 보충하고 있다.

가온그룹의 공익재단인 가온재단은 그룹 계열사로부터 기부를 받는다.

매해 700억 정도가 출연된다.

총자산 5억 원 이상 또는 수입금액 3억 원 이상의 공익재단은 수입·지출 내역을 공시토록 하고 있다.

자세한 지출 내역 공시는 사실상 재단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일부 공익재단은 100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 받고 구체적인 사용처를 두루뭉술하게 명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류지호가 설립한 재단들은 지급목적과 건수, 지급 대상, 금액 등 상세히 기록해 공시하고 있다.


“힘든 건 없고?”

“아직 배울 게 많아.”

“잘하고 있어, 우리 막내.”


오빠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류아라가 헤실 거렸다.


“그럼 내 부탁 하나 들어줘.”


작가의말

새해를 맞은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고 느낍니다.

이번 한 주도 하시는 일들 모두 잘 되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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