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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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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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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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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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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만인의 연인!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각시탈>은 조선인이지만 일본 경시청 순사로 조선인을 괴롭혀 온 주인공이 자신의 신분과 역할에 대해 자각한 후 각시탈로 변해 위기에 빠진 민족을 구하고 일본과 맞서 싸운다는 줄거리다.

안티히어로 장르물이다.

시대 배경은 1930년대 식민 조선이다.

만화의 주인공 영(영화판에서는 강토)은 일제의 순사로 일한다.

일신을 위해 일제에 영혼을 판 본격 친일파는 아니다.

조선인과 일본인이 화합할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다.

친일 옹호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설정이다.

경시청 소속 순사로서 각시탈을 쓴 채로 일본 경찰과 군을 공격하는 정체 모를 누군가를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가 죽음을 당하게 된다.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가 각시탈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복수심에 불탄다.

마침내 각시탈을 죽음을 몰아넣게 되는데.

각시탈에 가려진 얼굴은 비극적이게도 주인공의 친형이다.

친형을 죽게 만들었다는 충격에 빠진다.

충격에 휩싸여 방황을 하던 끝에 형으로부터 물려받은 각시탈을 가지고 만주로 넘어간다.

그곳에서 각시탈로서 활약을 하게 된다.

영웅의 각성 스토리치고는 비극적이다.

자신의 순진한(친일파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고) 생각 때문에 가족을 잃게 되고, 모든 걸 잃고 나서야 자신이 해야 할 사명을 깨닫게 되는.

지금까지 한국영화가 만들어 온 영웅의 모습과 궤를 달리한다.

전반부에 일제에 순종하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은 특히나 한국관객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주인공은 조선의 무예와 일제로부터 배운 무술을 결합시킬 수 있는 재능이 있다.

만주에서 온갖 종류의 싸움을 벌이며 상대방의 무예를 훔쳐 배운다.

혼자서 일본군 부대를 상대할 엄청난 무술을 갖게 되지만, 주인공은 씻을 수 없는 원죄를 품고 평생 살아가야만 한다.

조선을 합병한 제국주의 침략자에게 부역한 비겁자.

조선의 영웅을 일본의 편에서 죽게 만든 배신자.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만, 친형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패륜까지.

그러한 트라우마를 씻어내는 과정 그리고 속죄의 여정이 <각시탈>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핵심 키워드다.


“<풍운아>를 기획할 때도 그렇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만주에요. 만화와 영화 모두의 시대배경인 1930년대 만주는 매우 혼란스러운 곳이었다고 하죠.”

“맞아. 무슨 이야기든 다 있었을 것 같은 공간이지.”

“당시 만주에는 만주족, 조선인, 일본인 외에도 한족도 있고 몽골, 러시아인 심지어 유럽사람들도 뒤엉켜서 살아가고 있었다고 하죠.”

“각종 개발이 막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엔 무언가 부글거리는 듯한 열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할까. 판타지스러운 공간 설정이 가능할 것 같은 매력이 있지.”


고영수 감독은 자신의 시나리오에서 만동이라는 가상도시를 새롭게 설정했다.

<배트맨>의 배경인 고담시 같은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단다.

혹시나 싶어 만화 <교무의원>을 봤냐고 물었더니 금시초문이란다.


“....후우.”


고영수 감독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하의 갤럭시FNH 차성재도 자신에게 영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류지호는 중견감독 대접 같은 것 없다.

고영수 감독 본인도 잘 알고 있다.

WaW 엔터테인먼트는 소위 할리우드 제작시스템이란 것을.

노장 임선택 감독이라 할지라도 WaW에서 연출한다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

회사의 오너인 류지호도 따르기 때문에 누구도 군소리 못한다.


“순제 70억, 촬영 회차 100회... 프로덕션 6개월? 캐스팅은 A급?”


고영수 감독이 마지막 베팅을 던졌다.


“제작비는 시나리오 최종고 나오면 확정. 한국과 중국 로케이션 포함해 촬영기간 20~22주, 촬영 회차는 무조건 80회 안에 끝낼 것. 보충촬영은 예외로 하고.”


참고로 <무사>는 5개월 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112회의 촬영회수를 기록했고, 액션 시퀀스에서 동원된 카메라 4대, 총 커트 수 4,000컷, 필름 사용량 30만자를 기록했다.

당시에는 놀라운 기록들이었다.

류지호는 그 기록을 좋게 보지 않는다.

스태프들의 강요된 헌신과 희생을 갈아 넣으며 기록한 어찌 보면 불명예스러운 기록일수도 있기에.

그 시절에는 다 그랬다는 말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류지호다.


“감독님은 현장 가서 고민하고 확신이 없어서 이것도 찍고 저것도 찍고. 그렇게 안 하시는 레벨이잖아요.”


고영수 감독은 충무로에서 한 ‘성질‘하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누가 감히 면전에서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류지호는 가능하다.

또 건방을 떨어도 된다.

결국 고영수 감독이 조심스럽게 타협안을 내놨다.


“보충 넉넉하게... 한 10회....?”

“중국 로케이션 보충 촬영은 안 되고, 한국에 지어질 야외 세트에 한정해서 5회 더 인정해드리죠. 대신 후반 작업 최대 6개월 보장. CG는 예산을 따로 잡아 줄게요.”

“CG 많이 안 쓸 생각이야.”

“연출 확정이에요?”

“그래! 한다 해!”

“이번 주 안에 계약서 보내주라고 할 테니까, 꼼꼼히 검토해 보세요. 변호사와 함께 검토해 보시는 게 좋아요.”


WaW의 계약서는 매우 복잡하고 자세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권리, 편의사항, 의무 등 보험약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충무로 현실에서 따져봐야 할 온갖 내용까지 일일이 다 넣기 때문이다.


“류 감독....”

“또 뭐가 궁금하신 대요?”

“진짜 이 프로젝트 80회 안에 찍을 수 있다고 봐?”

“박은상 감독은 <이니셜D>를 60회 안에 끝냈어요. 제 이야기는 굳이 안 해도 되겠죠?”


<올드보이>, <이니셜D>, <군계> 등 한국감독이 연출한 만화원작 실사화 영화들이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좋은 평가와 반응을 얻어냈다.

일본 내에서 앞으로 실사화는 무조건 한국 감독에게 맡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충무로 감독들이나 프로덕션 기간과 촬영회수 자랑하듯 내세우는데, 영화 선진국에서는 많이 그리고 오랜 시간 찍는 것이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에요.”


할리우드에서는 차라리 부끄러운 일이다.

감독의 연출능력을 의심받을 일이고.

할리우드 영화중에서 촬영 기간과 회수를 홍보에 사용할 때는 영화의 스케일이 그 만큼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의미다.

겨우 100억 언저리 영화를 찍는 주제에 120회 이상 촬영한다는 것은 제작파트의 운영미숙, 준비 안 된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을 실토하는 꼴이다.

또한 그 만큼 스태프들을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내몰았다는 뜻도 된다.


“WaW와 처음으로 작업하실 텐데, 이번에 표준계약서로 일하는 방식, 제대로 경험해 보세요. 한국에서 영화하는 감독들 예전처럼 여유롭게 현장에서 세월아 네월아 못 찍을 겁니다.”

“조수들이 따라와 주나?”

“WaW와 십년 가까이 작품에 참여 한 스태프들 많아요. 그 친구들과 한 번 일해보세요. 현장에서 날라 다녀요. 감독이 헤매는 모습 보이면 후배들한테 쪽 좀 팔 겁니다.”

“류 감독도 현장에 나올 거야?”

“내가 현장에 모습을 보인다면 둘 중 하나에요.”

“회식이거나 해고이거나?”


류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영화에서 아웃되면.... 은상이 형님이 대타 뛰게 돼?”


류지호는 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마지막 버전의 시나리오... 많이 바뀌었어요?”

“보기에 따라 별로 달라진 게 없을 수도 확 바뀌었을 수도....”


감독들은 시나리오의 토시 하나 달라진 것도 확 달라진 것으로 느낀다.

반면에 검토하는 사람들은 에피소드가 통째로 바뀌는 등에 변화가 없으면 그대로라고 느끼는 법이다.


“이메일로 쏴주세요. 미국에서 읽어볼 게요.”

“올해 안에 다시 들어오나?”

“투표하러 오겠죠.”

“부재자 투표 안 하고?”

“연말연시는 여주의 부모님 댁에서 보내지 싶어요.”

“알겠어. 계약서도 그때 쓰는 걸로 하지.”


오랜만에 류지호가 직접 프로듀싱하는 한국영화가 결정됐다.

본인 영화하기도 바쁘긴 하다.

그럼에도 한국영화에 관심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국영화의 고질병이자 매너리즘인 신파와 코미디 방향으로만 모두가 몰려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 ❉ ❉


류지호 부부가 아프리카를 순방하고 돌아온 후로 그룹 차원에서 성과들을 정리했다.

의미 없는 MOU 쪼가리만 잔뜩 챙겨왔지만, 그 중에는 의미심장한 프로젝트도 제법 많았다.

따로 빼서 분석하고 연구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동통신 및 위성방송, 호텔 및 리조트, 관광레저교육 서비스, SOC사업, IT 스타트업 지원사업까지.

그 중에서 농업 부문은 가온이 그룹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신사업 분야다.

외환위기로 공중분해된 고합그룹의 영농기업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을 정도로.


“해외 영농진출의 선발주자가 고합그룹입니다. 93년에 연해주에서 한국산 채소를 시험적으로 생산한 후로 러시아 현지기업과 농업합작기업을 설립해 50년 기한으로 임대·운영했습니다. 97년에는 금성그룹이 농업진흥공사에 의뢰해 연해주지역 농업 진출을 타진해 현재는 5,000만 평 농지를 경작 중입니다. 최근 경일중공업은 러시아 연해주의 영농법인 인수를 추진 중입니다. 외국계 법인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진출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네모네 & 컴퍼니 그룹의 사장 신형식이 인천 본사에 열심히 류지호에게 한국기업의 해외농업 진출 사례를 설명했다.


“고합그룹의 합작법인은 아직 손쓸 여지가 있던가요?”

“연해주동북아평화기금이란 곳으로 지분을 넘길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연해주에 해외농업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습니까?”

“유럽과 뉴질랜드 쪽 합작법인이 몇 개 사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ARAM Invest와 파커필드는 류지호의 경고에 입각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함께 식량대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류지호가 기억하는 이전 삶의 2007~2008년 식량위기는 전쟁 전야를 방불케 했었다.


‘내년 즈음에 세계적으로 곡물가격이 비상식적으로 점프하게 되지 아마.....’


세계 곡물 재고율은 2000∼2001년 재고율 30.4%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6∼2007년에 16.2%로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그에 따라서 내년에는 ‘중국발 인플레이션 바람과 세계 곡물가격이 전년 대비 73%가 상승하게 된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식량위기 불안감으로 라면 사재기와 소비심리 위축 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암튼 GARAM과 파커필드는 작년부터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옥수수, 귀리 등 선물거래에서 꽤나 재미를 보고 있다.

올해 10월물 옥수수, 밀, 콩 등에도 투자했는데, 지금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최소 35%에서 최대 60%(실제로는 68%) 폭등이 확실시 되고 있다.

곡물선물이 미처 돌아가는 것은 원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실은 둘이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는 것이지만.

암튼 국제 곡물가격 폭등이 유류비 증가를 동반하면서 비료 및 사료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온그룹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농과 대상 역시 관련 제품을 올해 24% 인상한데 이어서 내년에도 인상이 불가피했다.


“생산비가 급증하자 국내 농민들이 패닉에 빠지고 있습니다.”

“내년이 피크가 될 겁니다.”


세계적인 곡물가격 상승 여파로 한국의 라면, 짜장면, 과자 등 서민 물가의 지표로 대변되는 식품들 가격이 10~20%까지 인상된다.

언론에서는 기후변화니 유가상승이니 개도국 육류소비 증가니 같은 이유들을 들먹이지만, 이 위기를 초래한 것은 사실 세계적인 투기자본들의 역할이 컸다.

곡물 메이저들도 암암리에 그 같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고.


“다음 정부에서는 무조건 식량자급률 상향조정을 하게 될 겁니다. 국내영농에 대기업 문호를 열어주진 않겠지만, 해외 진출 지원을 확대하겠죠.”

“예. 저희도 그럴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확보하는 농장은 해당 지역에서 전량 소화할 겁니다. 아네모네는 모그룹과 함께 연해주 진출을 고민해 보세요.”

“중국은....”

“무조건 실패합니다.”

“가온 인터내셔널 자원개발 사업부에서도 해외 농업개발 사업을 리서치 중인 것으로 압니다.”

“아마 바이오디젤 원료인 팜유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지역을 리서치 하고 있을 걸요?”

“맞습니다.”


가온그룹의 무역부문은 오너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해외자원 개발에 적극적이다.

바이오에너지 분야와 관련한 영농기업 지분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금성상사와 가온 인터내셔널, 오성물산이 해외 농업 진출에 크게 관심을 보이자 국내 종합상사들도 경쟁적으로 해외 농업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아네모네는 모그룹과 옥수수와 밀 위주로 경작지를 궁리해 보는 것으로 해봅시다.”

“예. 의장님.”


아네모네 & 컴퍼니 그룹은 세계적인 농업기업 파커필드와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 중이다.

굳이 해외 농업사업에 진출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런데 연해주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해주는 역대 대통령들도 관심을 가졌던 지역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연해주에서 생산한 벼를 28차례나 북한에 보낸 적도 있다.

류지호는 쌀농사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다양한 분야에서 쓸모가 많은 콩과 옥수수 경작이 목표다.

인천에 이어서 류지호는 자회사 중에서 종자와 비료회사 연구원들과 만났다.

연해주 전문가라는 이들도 몇 명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금성상사와 오성물산 사장과도 통화해서 연해주 현지 사정에 대해 청취했다.

파커필드의 브랫 파커 회장으로부터 농업사업 진출과 관련해 조언을 구했다.

내심 농업에 진출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고 한국과 미국의 참모들에게 농업 진출 타당성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


“2010년 안에 동남아시아와 연해주 지역에 농장을 확보해 봅시다.”


❉ ❉ ❉


국민배우.

이 시기에는 ‘국민‘ 수식어가 들어가는 연예인이 여러 명이다.

하지만 90년대까지는 아무에게나 쓸 수 있는 표현이 아니었다.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할만한 대중문화예술가에게만 매우 선별적으로 붙여진 호칭이다.

가수는 조영필, 영화배우로는 안정기가 ‘국민가수’와 ‘국민배우‘ 칭호를 받았다.

두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루면서 칭호를 받았다.

그런데 불과 20대 나이에 ‘국민배우’ 칭호를 받은 여배우가 있다.

바로 최소원이다.

귀여운 외모와 그와 정반대의 털털한 성격, 성실함에 겸손함까지 갖춰 전 연령층에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90년대 아이콘이라고 할 정도다.

이후로도 그녀의 위상에 비견될 인물을 찾기 힘들 정도로 독보적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흔히 권력의 무상함을 표현할 때 많이 사용되고 있다.

연예계에도 통용된다.

여자 연예인에게 열애설과 이혼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시기다.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던 최소원에게 남편과의 이혼 다툼을 시작하면서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호소송 과정에서 최소원의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됐다.

IT강국이라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

난립하다 못해 난잡하기까지 한 연예 저널리즘.

익명에 숨어 왜곡된 질투심을 포털에 댓글로 배설하는 악플러들.

최소원의 이혼 소송 과정은 물론이고 그녀의 처지가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다시피 했다.

마이키 잭슨을 추락시키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최소원의 사회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라도 되는지 온갖 인간들이 극성스럽게 날뛰던 시간이었다.

최소원을 향해 꾸준히 혐오표현(hate speech)을 서슴지 않았던 세력이 전남편과 한 패가 되어 온갖 검증되지 않은 사실들을 무차별 유포하는 데 앞장섰다.

류지호는 누가 나쁜 놈이고 누가 착한 놈인지 몰랐다.

이젠 아니다.

내밀한 정보까지도 원할 때 얻을 수 있게 됐다.

최소원을 둘러싼 사건의 전말을 비교적 소상하게 알게 됐다.

몇 년 전까지는 장문식팀이 국내 정보를 가져왔다.

국내 정보팀이 개편되면서 나래안전 기획실의 조준열이 류지호가 알고 싶어 하는 사안에 대해 수집·분석·보고 하고 있다.


“연예부 기자세계에서 소원 선배 안티를 분류했다고요?”

“예. 의장님.”

“기사 장사가 아니라 진짜 hate speech를 일삼았다고요? 기자라는 것들이?”

“예.”


연예인은 보통 언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때로는 연예를 다루는 언론사가 '개인적 복수의 칼'로서 역할 하는 경우도 있다.

류지호의 대언론관이 매우 부정적이란 것을 모르는 한국의 기자는 없다.

그가 언론사와 관계없이 특정 기자를 상대할 때의 태도를 보면 모를 수가 없다.

간혹 류지호의 눈빛에서 모욕감을 느낀 기자가 비방성 기사를 쓰기도 한다.

데스크 선에서 퇴짜 맞기 일쑤지만.

모든 기사는 범죄사건 단신과 스포츠 결과 뉴스를 제외하고 무조건 편집의 힘이 발휘된다.

별 것 아닌 사실을 기사 타이틀, 사진, 기사 배치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의도대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당연히 개인적인 복수심이 펜을 통해 분출될 여지도 많다.

특히 연예뉴스가 그럴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에 연예인에게 언론은 양날의 칼이다.


“아시다시피, 최소원은 늘 정상에 있었고, 국민배우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늘 언론의 추적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기자들과 접촉이 필수인데다가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합니다. 그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기레기들이 최소원에 대한 hate speech를 기사에 은근히 심고 그런 이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일종의 안티세력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해서 기자들이 연합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류지호다.

조준열 실장의 설명에 의하면 주말일보의 신 모 기자, 헤럴드신문의 서 모 기자, 매일스포츠 김 모 기자는 최소원 안티계에서도 가장 악질적이란다.


“월간여성백원의 백 모 기자, 센스우먼의 하 모 기자는 같은 여성임에도 최소원이 아닌 전남편 측을 옹호하며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기사를 양산했습니다.”

“동양일보 수석논설이란 작가가 그 중 최악이라죠?”

“예.”


최소원을 성욕으로 인해 사리분별을 잃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도저히 기사라고 볼 수 없는 인신공격이자 성적모욕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자가 소원 선배한테 성접대를 요구했다 퇴짜라도 맞았대요?”

“알아볼까요?”

“됐어요. 지저분한 이야기는 알고 싶지 않아요.”


영화 <내부자들>만 봐도 언론사 주필이나 논설위원들이 얼마나 지저분하게 유흥문화를 즐기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일부 기자들은 충무로와 방송가에서 악의적으로 퍼트린 소문을 사실 검증 없이 칼럼에까지 썼습니다. 주간일보라는 곳이 최소원 관련 hate speech를 일삼은 대표적인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업계 쓰레기들이 목적을 가지고 퍼트린 소문을 언론사 수석논설위원이라는 작자들이 사실 검증도 없이 칼럼에 써서 자신의 저급한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악의적 소문의 근원은 주로 매니저들이다.

최소원에 대한 적개심 표출과 거짓 뉴스는 황색신문뿐만 아니라 진보·보수 정론지도 다르지 않았다.

대표적인 진보지라고 할 수 있는 겨레일보 연예부 선임기자라는 자도 최소원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증권가 찌라시에서나 언급될 법한 저질 내용을 버젓이 신문에 기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배은망덕한 인간들이 수두룩했다.

최소원으로 인해 드라마가 뜬 주제에 기자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인 방송국PD 하며, 전 로드매니저, 자칭 문화평론가, 증권가 짜라시 제작자들,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있는 각 기관의 정보담당자들... 어디에도 최소원의 편은 없는 것 같았다.


“업계에서는 이제 끝났다는 반응이 큽니다.”

“글쎄요....”

“예?”

“대통령 선거 때문에 바쁠 텐데, 사소한 걸 알아오라고 해서 미안해요. 조 실장.”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궁금증은 다 해결됐어요. 수고했어요.”


류지호는 최소원과 관련한 일련의 사안을 모두 알게 됐다.


- 귀엽고 발랄함으로 뜬 최소원이 가정폭력과 이혼의 대명사가 됐다.

- 이미지가 추락한 최소원을 어디에다 쓰겠는가.


이혼소송이 한창일 때 평소 최소원과 친분이 있던 방송사 국장마저 대놓고 편성회의에서 그 같이 말했다.

방송계 안팎에서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류지호는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이대로 국민여배우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퇴장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개인적인 팬심과 인연을 떠나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게 매우 큰 손해다.


✻ ✻ ✻


딸랑.


잠원동의 한 카페로 건장한 남자가 들어왔다.

잠시 안을 두리번거리다가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넙죽.


“안녕하십니까. 의장님!”

“아, 소원 선배 매니저?”

“예. 모시러 왔습니다.”

“갑시다!”


류지호가 일어서자 김우영 비서실장도 따라서 일어섰다.

매니저가 류지호를 안내한 곳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15층 높이의 고급 빌라였다.

정·재계와 상위 1%급 연예인들의 로망이라고 떠들썩하게 광고하는 한강조망의 유명 빌라 단지다.

1개 층 1개 가구 총 15세대로 이루어져 있다.

타워팰리스급 보안을 자랑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류지호를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경비실에서 꼼꼼하게 확인절차를 거쳐서야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김 실장은 이만 회사로 돌아가 봐요.”

“아닙니다. 근처에서 고 실장과....”

“급히 보고할 것이 있으면 근처에서 대기 중인 고 실장에게 전하면 됩니다.”


김우영을 돌려보낸 류지호가 빌라 15층으로 올라갔다.

한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

최고급 마감재의 빌트인 시스템과 최상급 인테리어.

105평의 넓은 실내에서 귀염상의 여자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감독님, 어서 와.”

“오랜만입니다, 선배?”

“오랜만은.... 시상식에서 자주 보지 않았나?”


류지호를 맞이한 빌라의 주인은 ‘만인의 연인’이라고 불리는 여배우 최소원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사랑하는 최고의 여배우.

사소한 것까지 대서특필되는 슈퍼스타.


“미안해. 감독님~ 요즘 내가 외출을 잘 못해. 쫒아다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알아요.”


편안한 옷차림의 최소원이 류지호를 거실로 이끌었다.


“아주 친한 친구 아니면 집에 아무도 들이지 않는데....”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그런 말은 아니구.”


류지호가 거실 소파에 앉았다.


“커피?”

“아침부터 너무 많이 마셨어요. 그냥 시원한 얼음물 한 잔 주세요.”

“날이 제법 추운데 얼음물? 따뜻한 레몬티나 홍차 줄까?”

“얼음물이 좋아요.”


최소원이 직접 주방에서 얼음물을 가져다주었다.


“누님.”

“우리가 그렇게 부를 정도로 친했나?”


류지호는 뭐가 문제라는 듯 능청스럽게 말했다.


“영화판에서 한 작품 하면 누나·동생 먹잖아요. 꼬박꼬박 선배님이라고 불러드려요? 아니면 선생님?”


90년대 WaW 픽처스에서 최소원도 몇 작품을 함께 했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내게 금지된 것을 소망한다>와 <편지>다.

류지호와 나름 오랜 인연이다.

사적으로 친한 건 아니었지만.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듣던 거와 영 딴판이라서.”

“어떻게 들었는데요?”

“곁을 잘 안 주고, 친한 사람하고만 트고 지낸다고 하더라구.”

“일찍 미국으로 넘어가서 생활하다 보니... 한국에 딱히 지인이 많지 않아서 그런 소문이 났나 봐요. 매스컴에서 하도 미스터 할리우드니 대기업 오너니 뭐니... 높은 사람으로 포장을 해놔서 사람들이 잘 다가오지도 않고.”

“그럴 수도 있겠다.”

“어차피 누님도 처음 볼 때부터 반야자 했으면서... 뭘 따져요. 그냥 누님동생 갑시다.”

“호호.”


신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란하기 이를 데 없음에도 최소원은 밝았다.

억지로 명랑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가 친한 이들에게 애교가 많다.

류지호가 자신 앞에 놓인 얼음물을 반쯤 마시고, 입을 열었다.


“건설사와 손해배상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요?”

“....”

“무료변호 해주겠다던 그 변호사들이 아직도 도와주고 있어요?”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일 이야기나 해.”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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