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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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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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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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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사랑의 열매.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한국의 언론 일부도 의도가 느껴지는 칼럼이 갑자기 등장했다.

사랑의 열매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1호로 등록된 것이나.

또 태안에서 자원봉사를 한 것이나.

그것은 그것이고.

비판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는 투다.

류지호를 비판하는 지점이 엉뚱해서 그렇지 언론의 이런 모습은 좋은 자세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가 우스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에 동조한 진보언론이 다소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

바로 가온그룹의 증권거래소 상장이다.

회계 투명성 강화와 부의 분배라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주장을 펴며 가온그룹이 미국식 IPO의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제언을 빙자한 협박을 하고 있다.

기업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 마음이다.

상호출자제한 대규모 기업집단이라고 해서 반드시 공개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시민단체와 일부 회계법인까지 가세해 이슈몰이를 했다.


“시민단체도 갑질의 맛을 좀 봤나봐.... 별 걸 다 참견하고 난리야.”


황재정이 빈정거렸다.

한국의 주요 시민단체는 꾸준히 재벌기업의 부당 내부거래를 고발하고 담당 이사를 고소하거나 주주총회에 참석해 집중투표제나 사회이사추천권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이사 선임의 제도적 보장을 요구하는 등 기업경영과 지배구조 전반에 걸쳐 지나치게 간섭을 하려고 든다.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들이 주요 기업집단의 경영진에게 사외이사의 과반수 선임과 소액주주의 이사 후보 추천,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권한 강화, 소액주주권 행사요건 완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소액주주권의 강화를 통한 주주 민주주의의 확립이라고 볼 수 있겠지.”


류지호의 말에 황재정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시민단체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완전한 주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외이사 선임, 집중투표제도입 같은 것은 선진국에 비해 한국에선 실시 여건이 너무 열악해. 그뿐인 줄 알아? 선진국에서조차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한마디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자기들만의 주장이란 거야.”

“사외이사는 경영의 투명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제도잖아.”

“한국은 전문적인 경영지식을 갖춘 전문가집단이 외부에 형성되어 있지 않아. 우리 그룹 계열사들도 적절한 사외이사 선임에 얼마나 곤란한 점이 많은데.”


대기업의 사외이사는 다 한통속이라고 비난한다.

그런데 그들을 대신할 인물을 찾으려고 해도 사외이사로 앉힐 만한 전문가들은 이미 어딘가 기업의 임원이거나 창업자다.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는 이들은 주로 대학교수다.

실무 부분과 현실인식이 부족한 이론가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입장에서는 간섭쟁이일 뿐.

도움은커녕 거치적거리기 일쑤다.


“그 사람들은 산업현실도 제대로 모르고... 경영현장을 몰라서 공연히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전문성이 부족해서 이사회가 파행운영 되는 일이 많다고 알고 있어. 내가 볼 때 부작용이 더 많아.”


사외이사의 선임은 직·간접적으로 많은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가령 직접적인 비용으로는 사외이사의 채용과 관련된 비용이고, 간접적으로는 시간의 지연 및 효율성 하락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래도 시민사회가 대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할 필요가 있겠지.”

“그게 옳은 방향인 걸 누가 몰라? 지나치잖아. 지들이 뭔데 민간기업에 감 놔라 배 놔라야. 잘만 운영되고 있는 우리 그룹 IPO를 왜 촉구한다고 난리냐고.”


비상장기업인 주제에 자산기준 기업 순위 5~6위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이 가온그룹이다.

순환출자도 일절 없는 완전한 지주회사체제의 수직계열 대규모 기업집단이다.

참고로 2007년 한국 500대 비상장기업 톱10에는 한국후지기계제어(HANUC), 삼척탄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인삼공사, 부흥그룹, (주)Grillo보일러, 한국4M, 한국MD어드밴스테크, HISCO(환영철강), 백원일보사 등이 꼽힌다.

다들 매출규모는 대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수익성과 건전성 면에서는 어느 대기업 부럽지 않다.

백원일보사는 워낙 구린 데가 많아서 건전성 부분에서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업계에선 잘 알려진 우량기업들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편이다.

가온을 제외하고 가장 우량한 비상장기업은 한국HANUC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HANUC이 투자한 공작기계 전문기업이다.

수치제어장치(CNC)와 그 응용제품인 산업용 로봇, 사출성형기, 레이저 발진기 등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한국법인은 김해에 본사가 있으며, 창원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전체 매출액 중 70%를 차지하는 부문은 CNC컨트롤러로, 전 세계 톱3 기업이다.

가격은 경쟁사에 비해 비싼 편이다.

정밀가공, 고속가공의 성능이 워낙에 뛰어나서 국내 시장의 70~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작년 매출액은 4,068억 원, 순이익은 801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 지분 84%를 일본HANUC이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일본기업이라고 봐야 한다.

류지호는 일본HANUC을 갖고 싶었다.

도저히 인수할 방법이 없었다.

일본 제조업의 상징 같은 기업이고 초우량기업이라서 공략할 틈이 없었다.

고생 끝에 겨우 3%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술 유출을 극도로 조심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비싼 인건비와 시설비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장을 일본에 두고 있다.

심지어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서류와 팩스만 고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고.

현금 예금 보유액만 7,000억 엔에 달하며 부채가 한 푼도 없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레먼사태로도 주가가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암튼 진보정부의 교수 출신 어공들의 신념과 시민단체, 진보언론이 삼박자를 맞춰서 주식시장 활성화와 대기업에 대한 원활한 견제와 감시, 오너 일가의 권한 축소를 위해 가온그룹의 기업공개를 압박해 왔다.


“언제까지 비상장 상태로 둘 거야?”

“후손이 유능한지 무능한지 알 수 있을 때까지.”

“.....?”

“Wallenberg Family를 벤치마킹하고 있어.”

“JHO도 상장 안 하고?”

“후손에게 달렸다니까.”


스웨덴 최대 기업 Wallenberg Group은 150년 이상의 시간 동안 5대에 걸쳐 경영 세습이 이루어지는 유럽 최대, 그리고 가장 오래된 산업 왕조라고 불리는 기업이다.

기업 경영이 가문 내에서 5대째 승계가 되고 있지만, 스웨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이익금의 80% 이상 법인세로 납부한다지 아마?”

“정확히는 85%. 공공사업에도 매우 적극적이지.”


절레절레.


황재정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보아온 류지호는 성자가 될 인품이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부자가 되고 나서 사람이 바뀐 것 같았다.


“Esse, Non Videri.”

“무슨 말인데?”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 Wallenberg Family의 신조래.”

“그래서 너도 그 사람들처럼 그룹 수익금 전액을 공익사업에 쓰려고?”

“마음 같아서야 기초과학기술과 학술지원에 쓰고 싶지. 근데 이놈에 나라에서 그게 되겠냐?”

“그래서 대학을 사서 네 입맛대로 해보려고?”


몇 년 전부터 대학을 구입하려고 궁리 중이다.

이왕이면 의대가 있는 대학을 살 계획이다.


“우리 학력고사 볼 때만 해도 성대는 별로 쳐주지 않았잖아. 근데 지금은 어때?”


‘서성한‘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학서열 최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분기점이 된 것이 1996년 오성그룹이 19년 만에 다시 대학을 인수하고부터다.


“서울대가 똑똑한 놈이 많이 가서 좋은 대학이냐?”

“아니지.”


직접 경험한 황재정이 더 잘 안다.

교육여건을 보면 서울대가 타 대학들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2020년 기준 서울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5,804만원이다.

대학 서열 다음 순위인 연희대의 1.5배, 연암의 1.8대, 성대의 1.9배에 달한다.

지방 국공립대학은 서울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능이란 제도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했기에 좋은 대학이 된 것 아니라, 다른 대학들에 돌아갈 예산까지 끌어다가 몰아주기에 그나마 좋은 대학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학생 대 교수 비율, 연구·실습비, 교환학생 선택지, 커리큘럼 등.

서울대는 대한민국 어떤 대학들과 비교불가다.


“UCLA에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해 봤어. 우리는 교육개혁하면 입시제도나 사교육부터 손보려고 하잖아.”

“그렇지.”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같은 우수한 대학은 예외로 내버려두더라도 그 외에 국공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대폭 올려야 된다고 봐. 그래서 서성한에 간당간당한 수험생들이 지방국공립대학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하긴 우리 때만 해도 서울의 어중간한 대학 가느니 국공립대학 지원하고 그랬지. 국공립대학 졸업하면 어지간한 기업에 취업이 가능하기도 했고.”

“하필 대학졸업할 때 IMF가 터져서는 좀 그랬지만.”


X세대라는 류지호조차 자녀 세대가 마주한 환경을 다 이해 못하는데, 한참이나 낡아빠진 제도와 환경에서 청춘을 보낸 선배 세대가 MZ세대가 맞이할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개혁이랍시고 만지작거리는 것이 입시제도 변경, 특목고 폐지니, 공교육 강화 등 탁상공론만 난무하는 것이다.


“개혁이 왜 개혁이겠어. 기존 것을 뜯어고치고 새로운 걸 도입하는 것이잖아. 지금까지 안 됐으면 고쳐서 못 쓴 다는 거잖아. 아예 버리고 새로운 걸 가져다 써야하지 않을까?”

“준우가 그러더라 독일처럼 해야 한다고.”


독일 대학은 입학이 매우 쉽다.

등록금도 무료에 가깝다.

그럼에도 대학교육 수준은 절대 다른 선진국에 뒤쳐지지 않는다.

석·박사 연계과정도 잘 되어 있다.

다만 졸업이 무척 어렵다.

학기가 지날수록 학생들이 줄어들고 두 번 이상 과락을 받으면 다른 과로 옮겨야 한다.

그런데 이걸 몇 번 반복하면 그 만큼 대학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친구들보다 사회생활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독일 같은 국가에서는 무상교육을 제공하지만 젊은 시절 이 대학, 저 대학을 전전하며 몇 년을 허비한다면 당사자에게 큰 손실일 수도 있다.

대학 졸업장이 반드시 엄청난 임금으로 보상해준다고 확신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도 곧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겪었던 상황을 마주하게 될 거야.”

“무슨 상황?”

“대학졸업자들이 갈 만한 좋은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니 취업을 유보하고 대학교에 남거나 알바를 하면서 취업 재수생이 되는 거지. 겨우 높은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하게 되면 30대 초반이 되겠지. 회사나 사회에 적응하는 나이가 서른 중후반이 되고. 그 시간 동안 남녀 모두 로맨스는 꿈도 못 꾸게 되지. 자기 앞가림하기 바빠 죽겠는데 무슨 연애질이겠어. 사랑하는 남녀가 가정을 꾸려서 2세를 갖게 될 나이가 마흔 가까이 되는 거야. 아무리 백세 시대고 의학이 발전했다고 해도 마흔이라면 임심과 출산이 쉽지 않지. 그런 암담함이 우리 아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할 거야.”

“무슨 SF영화 시나리오냐?”

“몇 년 후 한국사회가 마주하게 될 현실이다.”


한국사회가 마주하게 될 여러 문제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출생률에 남녀갈등을 가져다 붙이는 전문가는 나쁜 선동가다.

생산성이 낮은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 청춘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교육제도, 수도권 중심의 정치·행정·문화·경제 초밀집화, 부동산 중심의 자산형성 조장, 자영업에 치중된 서비스업 생태계, 프랜차이즈의 난립 등.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끈끈하게 서로가 연관되어 있다.

하나만 집중 공략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수 없다.


“IMF 외환위기로 큰 아픔을 겪었지만 그를 통해 낡은 제도와 관습이 혁신된 부분도 있어. 올해 불어 닥칠 수도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잘 활용해야 할 텐데....”


외환위기 시절 한국 경제가 한 번 뒤집어졌던 것처럼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 2019년 팬데믹은 한국의 경제 분야 취약성을 개선할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전 삶에서는 그 기회를 제대로 못 살렸다.


“언젠가 JHO와 가온을 합치게 되는 거야?”

“그것도 잘 모르겠어.”

“네가 모르면 어떻게 해?”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게 인생사라잖아. 기업이라고 다를까.”

“자식을 많이 낳아서 한국과 미국을 공평하게 나눠서 줘야겠네.”

“기업 지배를 분산시킬 생각은 있어. 미디어 엔터는 미디어 엔터로, 제조는 제조, 금융은 금융 그런 방식으로 투톱, 쓰리톱 경영체제라고 해야 할까?”

“한쪽의 독단으로 그룹이 위기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런 셈이지.”

“계획을 다 가지고 있었네.”

“후손의 재능이나 성품을 확인하기 전까지 상장이든 기업공개든 뭐든... 생각 안 할 거야.”


기업 공개.

가장 값싼 자본모집 수단이다.

기업의 주식이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기 전에는 비상장주식도 장외에서 매수자와 매입자 간의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에 비해 객관적인 가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호협상을 통해 그 값이 정해진다.

실제 가치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된 기업의 주식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그 기업의 가치도 상승한다는 것과 같다.

사실 류지호 개인의 재산가치가 JHO Company Group보다 크다.

기업이 망할 위기에 처해도 혼자서 살려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두 기업이 증권거래소를 통해 자본을 공모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비상장기업은 장점도 많다.

지분만 충분하다면 아무 간섭 없이 자신이 원하는 경영방향으로 밀어붙일 수 있고, 외부의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영속시킬 수 있다.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신사업·신규시장 진출을 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M&A 의사결정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가온그룹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비상장기업이기에 공시의무에서 있어서도 최소한만 공개한다.

공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장폐지 당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공시의무가 엄격하지 않으니 내부 정부가 알려질 일이 없다.

그러니 경쟁기업 입장에서 전략을 세우기 쉽지 않다.

반면에 가온그룹은 경쟁기업의 공시내용을 통해 그들보다 빨리 움직일 수도 있다.


“Carzill이나 Wallenberg 같은 거대한 기업도 비상장을 유지하고 있으니까.”

“거기도 칭찬만 듣는 건 아냐. 욕도 많이 먹어.”

“세상에 완벽하게 선량한 기업이 어디 있냐? 하다못해 공동복지사업하는 곳도 비리가 있는데.”

“것도 그렇다. 암튼 앞으로 태어날 조카들의 명복을 빈다.”


황재정은 진심으로 조카들이 불쌍했다.

류지호의 성격상 후계자 선정을 적당히 할 것 같지 않았다.

당장 Wallenberg Family 후계자 육성을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황재정 본인조차 Wallenberg Family가 제시하는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내 후손 신경 끄고, 새만금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읊어봐라.”

“옛설. 보스!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자랑하는 새만금 방조제가 지난 2006년 완공된 후로 토지매립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가장 먼저 관광·레저 지역이 올해 안에 토지(간척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생각보다 사업진척이 빠른 편이다.

JHO World Park & Resort는 상하이 LOG 테마파크보다 1~2년 앞 서 개장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진행되는 기업도시 아리울 역시 6개 공구로 나눠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사실 프로젝트가 순탄하지만 않다.

환경단체는 여전히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보상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테마파크 첫 삽을 뜨면 사람들도 의심을 거두겠지.”


무려 9조짜리 사업이다.

첫 사업시행에는 5~6조가 투입되지만, 계속해서 추가로 호텔과 리조트 그리고 새로운 테마의 놀이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남들은 전사적으로 달려들어야 할 사업을 우리는 일개 사업부가 담당하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다.”

“잘들 하고 있구만, 뭘.”


많은 이들이 새만금의 테마파크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입되는 사업비에 비해 적정 관람객을 유치하지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류지호만은 확신했다.

이전 삶에서 JHO World Park가 개장할 즈음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1,400만 명을 돌파했었다.

이후로 매해 증가해 1,80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상하이에 미키마우스랜드 개장하면 중국관광객을 다 그쪽으로 빼앗기는 거 아냐?”


이번에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과 갈등을 겪을지 아니면 다른 문제를 트집을 잡을지 몰라도 한한령 혹은 금한령은 정해진 수순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길들이려 할 거야.”

“......?”

“만약 한국이 G2가 됐다고 쳐. 일본이나 중국을 가만 내려두겠냐?”

“받은 만큼 돌려줄 순 없어도 뭔가 조치를 취하겠지.”

“결은 많이 다르지만 중국이 한국을 향해 골질을 하게 되어 있어.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외교적인 무리수를 두게 될 거야.”

“그럼 우리나라 엔터 망하는 거 아니냐? 대중국 의존도가 장난 아닌 걸로 아는데.”

“아닐 걸? 도리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걸?”


비록 중국의 금한령이 내려지면 해외관광객이 급감하겠지만, 이전 삶에서도 외국인 관광객 1,400만 명 수준을 유지했다.

글로벌로 나간 한류가 트렌드가 되면서 2020년대 초반 해외관광객 2,000만 명 시대가 열렸으니, 결과적으로 중국이 한국에게 한 잘 한 일 중 하나가 한한령이 된 셈이다.

중국시장까지 제대로 챙길 수 있었다면 한국 엔터가 더 큰 날개를 펼쳤을 수 있지만.


“나는 아리울과 JHO World City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물결로 뒤덮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수학여행 때 생각해 봐라. 전국에서 중고등학생들이 죄다 모여서.... 그게 어디 여행이야?”

“갑자기 인해전술이 떠오르는 건.... 너무 나간 거겠지?”


중국정부의 금한령으로 800만이 오던 중국관광객이 300만으로 쪼그라들게 되면서 한국의 관광지들이 쾌적해진 것도 사실이다.

팬더믹 이후로는 단체관광객보다는 MZ 세대 중심으로 개인적인 방문이 늘어났고.


“변산반도국립공원과도 잘 연계시키면 국내 여행객들도 많이 찾아올 거다. 투자금 회수 기간이 생각보다 조금 길어질 순 있어도 절대 망하는 일 없어.”

“네, 네. 누구 말씀이시라고...”


이전 삶에서 2020년대 전주 한옥마을에 연간 1,000만 명이 방문했다.

자연농원이 최악인 상황에서도 600만 명의 입장객을 기록하기도 했고.

JHO Company Group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IP로 수놓아진 테마파크가 그 정도도 유치하지 못할 리가 없다.


❉ ❉ ❉


류지호가 오랜만에 대한상의 주최 신년인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유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재계 행사 참석이라 류지호도 일부러 어려운 걸음을 했다.


“류 의장, 오랜만입니다.”


고유현이 류지호와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대통령님.”

“아직 두 달이나 남았습니다.”

“어차피 인수위의 시간 아니겠습니까?”

“내가 임기 동안 류 의장 덕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 소리 마십시오. 이번 정권에 뭔가 해 준 것도 받은 것도 일절 없습니다.”

“가온그룹 덕분에 고용율도 예상보다 더 늘고 각종 경제지표도 낙제점을 받지 않을 수 있었어요.”

“대한상의 회원 기업들 덕분입니다. 고용과 수출은 제조업들이 견인하잖습니까. 가온이야 주력이 서비스업종이라서.”


거시적으로 보면 좋은 일은 아니다.

한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잘하고 있는 제조업도 더 활성화시키면서 고부가가치 높은 서비스업 쪽도 함께 활성화가 되어야 한다.

현재보다 제조업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낮기에 한국경제의 다음 단계는 서비스업인데....


‘그래서 정의국 차기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중요하지....’


하하하.


재계인사들은 참여정부가 물러나고 보수정권들이 들어서는 것을 대환영하는 분위기다.

전통적으로 보수정권이 친 대기업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정의국 당선자가 경선 후보이던 시절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문민정부의 업적 중에 하나가 금융실명제죠. 그 결단으로 일정부분 정책목적을 달성했지만 그를 조세과정을 통해 빈부격차 해소까지 연계시켜 실행되지 못한 미완성의 제도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를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아주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겁니다. 부동산과 관련한 정책과 조세정책은 어쩌면 금융실명제에 비하여 더 큰 결단이 필요한 정책일지도 모릅니다. 효과 면에서도 금융실명제보다 우리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에 집권세력의 결단 없이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과감히 실행할 수 있는 믿음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덧붙여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LH공사도 함께 반드시 개혁되어야 합니다.”


부동산은 모든 집권세력의 고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이익이 나는 곳에 몰리게 돼 있다.

이 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가도록 정책을 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을 모두 투기를 위한 돈이라고 매도하는 것도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국민의 주거안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주요 임무 중에 하나이기도 하니까.


“점차 임대업이 대형화 되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외국자본도 많이 유입되고 있죠. 외국자본이 들어와 국내 투기를 조장할 수도 있습니다. 내국인만 규제하고 내국인에 대한 단속에만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외국인들이 우리 집들을 싹쓸이해 갈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됩니다.”


두 번째로 류지호가 제시한 것이 검찰개혁의 완성이다.


“대통령이 되신다면 김용삼 대통령이 하나회를 해체한 것처럼 검찰이란 조직의 본연의 모습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바람은 동남권 신공항과 부울경 메가시티가 차기 정부 임기 내에 결정이 되는 겁니다.”


류지호의 입으로 가덕도를 언급하진 않았다.

정의국이 대통령이 된다면 인수위원회에 들어간 친 가온 성향 인사가 가덕도를 강력하게 밀 테니까.

그 외에도 증권시장 관련 법률 개정, 핀테크를 비롯해 IT관련 산업 육성, 국가전략자원확보 같이 할 말은 많았다.

어차피 인수위원회에 친가온그룹 인사들이 몇 명 들어가 있으니 그들을 통해 전달될 것이다.


“......”


류지호는 신년사를 하는 고유현을 가만히 쳐다봤다.

대통령에서 물러나게 되면 고향 마을로 내려가서 살겠단다.

류지호는 고유현을 가만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에드윈 터너 같은 세계적인 명사들과 엮어서 세계 곳곳의 강연 무대에 세울 생각이다.

평화, 환경, 인공지능 문제와 관련해 글로벌한 활동을 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국내에서 벌어지게 될 정치적 수사와 탄압은 미국 차기 대통령에게 부탁해 해소할 계획도 짜고 있다.


‘죽어서 신화가 되면 뭐하나....’


류지호는 고유현이 이전 삶 같이 비극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할 생각이다.

비록 보수정권과 언론의 흠집내기로 어느 정도 수치심을 안고 살아야 하겠지만.

정의국에게도 승리하게 된다면 선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본인에게도 똑같이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면서.

고유현은 한미FTA로 진보진영에서까지 욕을 먹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류지호는 정의국이 야인이 된 이후에도 똑같이 고유현처럼 세계 여러 포럼에 다니도록 주선할 계획이다.

대통령을 지낸 이들은 외교적 자원이다.

임기 동안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권좌에서 내려 온 후 처벌 받는 것이 마땅하다.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찬탈한 다음 폭정을 일삼고 자국민을 무참히 살해한 자가 버젓이 천수를 누리는 것을 눈 뜨고 보면서 방금 임기를 마친 대통령에 대해 지독한 마녀사냥을 시작하는 기득권의 태도를 보며 소시오패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한국의 많은 영화들마다 의도치 않아도 사회참여 메시지 뉘앙스가 저절로 담기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류지호조차도 한국영화를 기획·연출할 때면 감정이입이 되면서 힘이 바짝 들어간다.

선을 조금만 넘어버리면 관객을 가르치려 든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많은 한국영화가 인권이니 노동이니 소외니 관료주의니 하는 텍스트를 영상으로 억지로 풀어내려 애쓴다.

유독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었거나 그렇게 되었어야만 하는 ‘사건‘에 집착한다.

그리고 시종일관 사건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고수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좋은 영화들은 사람에서 출발하여, 사람들의 관계 속에 사건이 조용히 배여 들고, 사회적 배경도 서서히 그러나 강한 인상을 주며 드러나면서 마침내 메시지가 전달된다.


‘그런 면에서 난 아직 멀었어.’


류지호는 아직도 미학이니 기호학이니... 상징과 은유에 집착하며, 관객의 지적 만족 충족이란 논리로 포장된 과도한 상징의 동원을 통해 관객을 가르치려는 듯 계몽주의적 태도를 종종 보이곤 한다.

류지호의 영화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감동적인지는 자신할 수 없다.

현실 세상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사회문제가 저절로 담길 수밖에 없다.

거기에 감독 개인의 의견을 넣을 것인지.

그저 보여주는 것에 머물 것인지.

그 선택 역시 연출이다.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류지호는 자신의 영화를 돌아볼 수 있었다.

뜬금없게도.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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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4.01.18 09:39
    No. 1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개혁은 4년제 대학들을 서울에서 다 쫓아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경기고 계열이 스스로 평준화 이전/이후로 유대가 좀 깨지고, "명문"대도 캠퍼스별로 갈라치기 하는 성향상 일단 서울에서 다 몰아내면 인서울/비서울 시대로 갈려서 학연도 좀 더 약해지겠죠. 거기에 대학들이 지방으로 가면 그 주변으로 상권이니 기업들이니 들어설테니 균형발전도 자연스럽게 될테고, 그러다보면 교육개혁은 자연스레 따라오겠죠.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87 lo******
    작성일
    24.01.18 09:54
    No. 2

    마지막 문단은 그동안 이글을 보며 느끼던 제생각을 대변하는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모란
    작성일
    24.01.18 12:57
    No. 3

    상장기업도 장점이 있고 비상장기업도 장점이 있어서..
    다 선택인거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6 도뮤
    작성일
    24.01.18 15:47
    No. 4

    오늘도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4.01.18 19:43
    No. 5

    대학 서울에서 모두 쫓아 내는것 찬성합니타.
    공부를 수도 한복판 땅값 비싼곳에 엉덩이 깔고
    할필요는 없슾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1.20 13:55
    No. 6

    뭘. 수도 이전하면 됩니다. 땅까지 조성해 놨잖아요.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雲祖
    작성일
    24.03.16 17:50
    No. 7

    가덕도 신공항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돌아본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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