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8 09:05
연재수 :
903 회
조회수 :
3,847,238
추천수 :
118,975
글자수 :
10,001,832

작성
24.01.12 09:05
조회
1,770
추천
91
글자
28쪽

뭐라도 해야만 돼!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Pencil down means pencil down!]

(우리가 펜을 꺾는다고 말하면 꺾는 것이다!)


이런 문구가 적혀 있는 피켓이 할리우드를 점령했다.

LA로 돌아온 류지호는 작가조합 파업을 마주하게 됐다.

한창 <Frank Castle> 월드프로모션 투어를 돌 때였다.

전미작가조합(WGA)이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미국작가조합은 TV방송 대본과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노동조합이다.

뉴욕에 본부를 둔 동부조합(WGAE)과 LA에 본부를 둔 서부조합(WGAW)으로 나뉘어 있다.

두 조합의 소속 조합원을 합치면 무려 1만2천여 명에 이른다.

양 조합이 모두 참여한 이번 파업은 조합원 투표 결과가 나온 11월 5일에 시작되었다.

작가조합의 협상 대상인 미국 영화·TV프로듀서연맹(AMPTP)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센추리시티 의장 집무실로 출근한 류지호가 영화담당 보좌 사라 케슬러에게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2차 저작권료가 명분이라죠?”

“예.”


DVD를 비롯해 인터넷 및 휴대전화 네트워크, 기타 뉴미디어에 판매되는 영상 작품에 관한 작가의 권리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돼 있다는 불만이 곪을 대로 곪았다가 결국 터졌다.


“지금 원고료 배분 시스템이 어떻게 되고 있죠? 마지막으로 합의한 게 19년 전이었나?”

“80년대 말에 WGA과 AMPTP이 맺은 계약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요.”


TV드라마 작가는 방송사로부터 각본당 일정액의 원고료를 일괄 지급받는다.

이후 해당 작품이 비디오로 제작·판매되거나 재방송되면 ‘재방 원고료’를 추가로 받는다.


“비디오 한편에서 받을 수 있는 수익이 0,3%였던가....?”


류지호 본인도 자신이 각본을 쓴 영화에 대해 재방료를 받고 있다.


“터져도 진작 터질 일이었어요.”

“하긴 90년대만 해도 영화나 TV시리즈를 볼 수 있는 수단이 텔레비전 아니면 VHS밖에 없었으니까. 작가들도 딱히 불만이 없었죠.”


인터넷 시대가 된 지금,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VHS 테이프로 TV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이제 원시인 취급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TV시리즈 본방을 놓쳤을 경우에는 주로 DVD를 빌려보거나 구입한다.

아이튠즈로 대표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본다.

‘온 디맨드’(On demand) 방식으로 텔레비전에서 직접 주문해서 드라마를 볼 수도 있다.

아이팟, PMP 등 휴대용 디지털 기기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인기 TV시리즈 DVD 분배가 터무니없긴 해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 DVD 한 장(20달러)이 팔릴 경우, 작가에게 돌아가는 돈은 단돈 50센트(2.5%)에 불과했다.

20여 년 전 체결한 원고료 배분 시스템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작가조합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분배라고 여길 수도 있다.

개혁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매체까지 포함되긴 해야 할 텐데... AMPTP가 넙죽 받아들 일리 없고.”

“AMPTP측에서는 인터넷 매체의 이익이 실체보다 너무 과장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인터넷 매체는 아직은 불확실한 시장이다.

수익의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AMPTP가 내세우는 반대 이유다.


"최저 집필료 인상도 이슈가 될 테고....“


할리우드의 화려한 이면에는 배고픈 작가들이 있다.

인기 작가의 경우는 연간 500만 달러의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WGA의 대부분의 회원들은 5만 달러 이하의 연봉을 받고 있다.


“WGA 소속 50%에 달하는 회원들이 일정한 직업이 없어요. 드라마나 영화가 제작중일 때만 일하고, 그 이외의 시간은 파트타임으로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지요.”


말이 좋아 프리랜서다.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 즉 파트타임 종사자인 셈이다.

당연히 의료보험이나 메디케어(Medicare) 혜택도 받지 못한다.

미국에서 살면서 의료보험이 안 된다는 것이 얼마나 악몽 같은지 경험해 보지 못하면 알 수 없다.

미국의 의료 서비스는 정말 비싸고, 그 만큼 악명도 높다.

참고로 메디케어는 메디케이드(Medicaid)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공공 보험으로, 65세 이상 노령 인구 및 아동을 주대상으로 하는 보험이다.


삐이 -


인터폰이 울리고 사무비서 리사 블런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 <그레이 아나토미>의 크리스티 베르놉씨가 도착했어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크리스티 베르놉은 인기 TV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의 헤드 라이터이자 쇼러너다.

그녀 혼자 오지 않았다.

<그레이 아나토미>에 출연하고 있는 샌드라 유와 함께 왔다.

<Collapse>부터 인연이 이어진 한국이름 유민주 배우는 류지호와 절친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누구보다 빨리 작가조합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가 있다.

개인적이 친분을 통해 류지호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크리스티 베르놉과 함께 집무실까지 찾아왔다.


“수많은 작가들은 수표 돌려막기로 살고 있어요. 돈이 없으니까 개인 수표를 써서 지불하고, 수표가 은행 계좌로 돌아오기 전까지 일거리를 찾아나서는 거죠. 작가 일거리가 없으면 파트타임이라도 해야 하죠. 일거리를 못 찾으면? 부도수표 처리되고 파산할 수밖에....”


크리스티 베르놉이 구구절절 작가들의 처지에 대해 설파했다.


“인터넷 재방송에 따른 수익은 앞으로 더욱 커질 거잖아요. 누구보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해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산드라 유가 입을 열었다.


“Jay. 정기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배우, 작가들이 재방송에 따른 정규수익을 받는다면 생계에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런데 지금 그걸 받아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10년 후엔 모든 드라마가 TV보다 인터넷으로 방송될 테고, 내 동료들은 거대한 권력을 가진 방송사에게 동전 한 푼 못 받을 거야. 아니, 오히려 작가들이 인터넷 전기세를 내야 할 걸? 그들은 길거리에 나앉게 될지도 몰라.”


큰 힘에는 책임도 함께 따른다고.

미스터 할리우드라는 닉네임의 무게가 그리 간단치 않다.

그렇다고 선출된 권력도 아닌데 류지호가 법률적 책임감을 가지고 의무를 행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얌체 같이 뒤로 물러나 방관만 하는 유대계 기득권들이 얄밉기는 하지만, 그들로서도 마냥 양보만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류지호로서도 욕할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고.


“......”


류지호는 두 여인의 열정적인 설득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일단은 사정을 알아보겠다고 말하고 돌려보냈다.


“보스, 나서실 건가요?”

“내가 왜요?”


사라 케슬러로서도 조언할 수 없는 문제였다.


“LA에 머무시는 동안 많이 시달리실 거예요.”


그녀의 말마따나 온갖 곳에서 연락이 쏟아졌다.

친분이 있는 작가조합 소속 작가들은 물론이고 배우 친구들까지 류지호의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에 메이저 스튜디오의 CEO들과 제작자들은 AMPTP와 뜻을 같이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은 나서지 말고 중립을 지켜줄 것을 젊잖게 조언했다.

워너-타임, 소닉-콜롬비아스 등 빅 세븐 회장들까지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류지호가 섣불리 의사표명을 하지 못하도록 자제를 신신당부했다.


“가만있기도 뭐하고, 나서자니 애매하고....”


류지호는 심정적으로 작가조합을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본인이 글로벌 복합미디어 그룹의 오너다.

작가조합의 요구를 들어주면 당장 제작비가 상승하게 된다.

당연히 소유하고 있는 스튜디오들의 수익성에 문제가 생긴다.

당장 회사가 어려울 정도로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경영상으로 악재가 추가되는 것이다.

거기에 양대 동영상 사이트 서비스 기업까지 소유하고 있는 셈이라서 이번 파업의 협상결과에 따라서 향후 스트리밍 시장의 향방까지 걸려 있다.

그러니 심정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인터넷 플랫폼 수익구조가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재방송 원고료 합의가 이루어지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겠는데....’


정립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를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관련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예상을 할 수 없기에.


‘그것도 아닌가...?’


그때 가서 또 다시 작가조합이 파업을 할 수도 있다.

이전 삶에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다.

본인이 나선다고 해결된 사안도 아니고.


✻ ✻ ✻


‘파업‘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부터 이미 미국 연예계가 술렁거렸다.

‘전면 파업’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면서 미국 연예계는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급기야 할리우드를 멈추게 만들었다.

대본이 없으면 작품도 없기 때문이다.

당장 촬영되고 있거나 예고된 드라마, 영화, 토크쇼 촬영이 위기에 처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심야 토크쇼다.


“<투나잇쇼>와 <레터맨쇼>가 파업 첫 날 올스톱 됐습니다.”


그날그날의 이슈를 반영해야 하는 방송의 특성상 대본을 한참 전에 써둘 수가 없기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는 수 없이 정규방송을 중단했다.

‘땜빵’ 방송에 들어갔다.


“<윈프리쇼>는 예정대로 하는 것 같던데?”

“작가가 비조합원입니다. 그 쪽도 비상 방송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토크쇼가 올스톱이 됐으니 <Frank Castle>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땜빵 방송체제로 전환되면서 그 영향으로 취소됐습니다.”

“홍보에 차질 있었어요?”

“전면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녹화해 둔 지방방송사 방영분은 그대로 방송될 겁니다.”


흥행 가도를 탔을 때도 TV쇼에 배우들이 한 번씩 얼굴을 비출 필요가 있는데.

첫 주부터 문제다.


“TV시리즈들은 어때요?”

“난리도 아닙니다.”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던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3가 8화를 끝으로 방송이 중단됐다.

<히어로즈>도 조기종영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아예 조기종영에 대비해 에피소드 엔딩을 두 가지 버전으로 찍어야만 했고, <위기의 주부들> 경우에는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4회부터 방송이 중단됐습니다.”


시청자들이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외칠 만한 상황이다.


“파업에 WGA 소속 회원 전부가 동참하고 있습니다. 저희 계열사에서도 <CSI>,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 등 차질이 불가피 하지만, 당장 방영되고 있지는 않아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중입니다.”


작가 파업에는 배우들도 많이 동참했다.


“영화 쪽은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007 시리즈> 22탄, <다빈치 코드> 속편인 '천사와 악마들' 그리고 <엑스파일> 속편 등 JHO 계열 영화들을 포함해 50여 편 영화가 제작을 앞두고 있었다.


“<X-맨> 스핀오프는요?”

“작가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작업을 중단하고 호텔에서 체크아웃했습니다.”


류지호는 <X-맨 탄생 : 울버린> 진영을 이전 삶과 완전히 다르게 꾸렸다.

<블랙 스완>을 연출하게 될 다윈 애런스키를 감독으로 데려왔다.

기존의 <X-맨> 프랜차이즈와 달리 과감하게 R-등급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암튼 <X-맨 탄생 : 울버린>의 각본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할리우드의 50여 작품 가운데 많게는 75%가 제작이 중단되거나 취소될 상황입니다.”


캐스팅이 끝나지 않았거나 촬영이 시작되지 않은 영화라고 해서 피해가 없는 것이 아니다.

WGA 파업 기간 시나리오를 수정하거나 배우나 영화사 임원의 요구에 따라 다이얼로그를 변경하고 싶어도 시나리오 작가를 고용할 수 없기에 어려움이 따랐다.


“천만 다행인 점은 <다빈치 코드> 속편이 파업 직전에 슈팅 스크립트가 확정됐다는 점입니다.”

“토머스씨를 제외하고 정해진 배우가 없잖아요. 만에 하나 배우조합까지 파업에 합류하면...”


난리가 나는 거다.


“<007> 새로운 시리즈는....어떻게 하실지?”

“아직 그린 라이트를 켤 수준의 스크립트가 아니에요. 윤색을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감독과 작가도 동의했으니까.... 좀 더 지켜봅시다.”

“예. 보스.”


막말로 영화 제작은 한두 달 연기해도 데미지가 크게 없다.

다만 작가파업으로 내년 배급라인업의 전반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했다.

TV프로그램이 문제다.

JHO Company 계열 TV프로그램 제작사는 다행히 전면 파업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

류지호가 이미 예언(?)을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2007~2008년 방영될 TV시리즈는 모두 백퍼센트 사전제작에 들어갔다.

유료 케이블 네트워크 트라이-스텔라TV는 본래부터 80% 이상 사전제작을 하는 편이다.

90년대부터 방침이 그랬다.

이번 파업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TV시리즈는 50~60%만 사전제작 된다.

시청률이 보장된 극히 일부 프로그램만 백퍼센트 사전제작한다.

최대 60% 사전제작하는 이유는 언제든지 조기종영을 하기 위해서다.

JHO Company 계열 TV프로덕션에서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류지호가 그린라이트를 켠 TV시리즈 사전에 조기종영은 없기 때문이다.


“<CSI : 라스베가스>, 스핀오프 시리즈들, <24>,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 모두 문제없는 거죠?”

“제작과 방영에 문제없습니다.”


여담으로 파업 한 달째에 접어들게 되면, 유료 채널 트라이-스텔라TV의 드라마들이 시청률 정점을 연달아 찍게 된다.

덩달아 JHO/DirecTV 가입자도 폭증한다.


❉ ❉ ❉


부활절을 맞이해 개봉할 예정인 <Frank Castle>가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바로 미국작가조합의 전면 파업이다.

이 여파로 TV방송은 뉴스와 스포츠 중계, 재방송만 방영됐다.

개봉 첫 주차에 줄줄이 잡혀 있던 <Frank Castle> 배우들의 TV 라이브쇼들이 모두 취소됐다.

류지호와 죠 트래볼타, 틸만 슈라이버 등이 각종 TV쇼에 출연해 신작영화를 어필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하는 수 없이 예고편 광고를 대대적으로 늘렸다.


“뉴스기사량을 두 배로 늘리도록 하고, 프로덕션 현장 영상도 더 풀도록 해. 온라인 광고를 더 늘리도록 하고.”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할까요?”

“연예계 뉴스를 전하는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편성되고 있지?”

“예.”

“라이브쇼에서 노출하기로 했던 에피소드 다 그쪽으로 넘겨줘.”


한국의 일반적인 배급사에서 홍보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은 대략 5~10명 정도다.

반면에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그 두세 배에 달한다.

기대작의 경우는 홍보 마케팅에 동원되는 인력이 보통 50여명이다.

블록버스터는 100명까지 투입되어 홍보마케팅을 전개하기도 한다.

매해 트라이-스텔라는 30편 안팎을 배급하고 있다.

그 모든 영화를 자체적으로 소화할 순 없다.

제작사와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대체로 외주를 많이 준다.

어쨌든 TV 토크쇼와 예능 프로그램이 막히자, <Frank Castle> 홍보팀은 인터넷 홍보 비중을 대폭 늘렸다.

검색사이트와 페이스노트 같은 SNS 홍보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보스와 배우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관객과 대면 행사를 늘리는 것도 강구하고. 미국총기협회와 그에 반대하는 NGO의 논쟁을 이끌어 봐. 대통령 선거와 엮어서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 보고.”


할리우드 영화 홍보맨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한다.

심지어 The NEWS Corp. 계열 타블로이드가 터트린 류지호의 불륜설까지 이용하려고 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Frank Castle>은 미국의 20개 주 28개 도시를 돌며 쇼케이스 행사를 열었다.

워낙에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이라서 각 주의 주요 도시를 돌며 레드카펫이나 기자회견을 벌이고, 미해병대 포스리컨을 코스프레한 스턴트팀들의 액션 쇼도 벌였다.


“쇼케이스에서 스턴트 쇼가 반응이 좋았는데, 다시 한 번 해 보는 건 어때요?”


영화가 개봉한 상황에서는 별 소용이 없는 이벤트다.

류지호는 NeTube와 SNS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영화 본편과 겹치지 않는 선에서 티저 예고편을 한국의 웹툰 형식으로 구성해서 JHO Pictures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런 식으로 검색 사이트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NeTube 류지호 개인 채널에는 퍼니셔 팬들의 코스프레 행사 영상이 새롭게 올라왔다.


“Jay! 날 따라와!”


빅키 햄휴즈가 류지호를 LA 외곽지역으로 데리고 갔다.

과거 SWAT팀이 사용했던 모의훈련장이다.

현재는 할리우드 스턴트맨들이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뭐라도 하겠다며?”

“......?”

“군대 다녀왔잖아.”

“전투병과는 아니었어.”

“서바이벌 게임 한다고 생각해.”

류지호는 훈련장을 둘러봤다.

LAPD가 사용하던 특수작전 및 모의전투 훈련시설로 사용되던 곳이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제법 그럴 듯 했다.

레펠 시설도 있고, 노란색 스쿨버스, 몇 종류의 건물 내 테러 진압 모의 훈련장도 있다.


“오늘 하루만 쓸 수 있게 빌렸어?”

“왜?”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려고.”


류지호는 CamPro와 NeTube에 전화를 걸었다.

최신 제품이나 테스트 중인 장비를 챙겨오라고 지시했다.

비서실에는 할리우드 프롭팀을 통해 총기류를 빌려오도록 했다.


“빅키, 알렉스와 함께 1인칭 총격 액션 안무 간단하게 짜 봐.”

“<Frank Castle>에서 했던 FPS 시점 액션?”

“응. 원 씬 원 쇼트로 최대 10분.”


빅키 햄휴즈가 황당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액션 시퀀스 안무가 장난도 아니고.

10분짜리 원 씬 원 쇼트 액션 시퀀스를 뚝딱 만들어내라니.


“모두 모여 봐.”


류지호가 빅키와 스턴트맨들을 불러 모았다.

이전 삶에서 2015년 즈음 개봉했던 FPS게임 실사판 영화 <하드코어 헨리>의 액션 콘셉트를 설명했다.

하루 이틀 만에 복잡한 동선을 만들어 찍을 순 없다.

때문에 류지호는 <하드코어 헨리>에서 적의 본거지 실내 총격전 정도를 상정했다.

돈은 넘쳐나지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파쿠르와 와이어 액션, CG 없이 찍어보기로 했다.


“이거야? HD 신형 모델이?”

“응.”


CamPro의 콜린 우드먼이 직접 훈련장으로 찾아왔다.

이전 삶보다 3년이나 앞서 개발이 완료된 HeroHDⅡ 모델을 가지고 왔다.


“얼마나 찍을 수 있지?”

“32기가 기준으로 최대 5시간. 안전하게 4시간 30분 잡으면 될 거야. 시야범위가 170~175도. 해상도를 720으로 내리면 60프레임으로 촬영이 가능해.”


이전 삶보다 3년이나 앞당겨 HD 화질부터 방수하우징, 기타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DALLSA D-Cinema가 축적한 디지털 카메라 기술과 GMG Lab의 전폭적인 기술 지원 덕분이다.


“아쉽지만, 내 개인채널을 통해 올려야겠네.”


류지호는 <Frank Castle> 홍보 관련해서 1인칭 모의액션 동영상 제작과정을 실시간으로 NeTube로 중계하려고 했다.

생중계는 불가능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전 삶에서 NeTube가 라이브 스트리밍 지원을 시작한 것은 2011년 4월이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미국의 지독한 인터넷 속도와 인프라 문제 때문이다.

게다가 화질도 아직 480p만 지원된다.


투타타타.


류지호는 액션캠 HeroHDⅡ를 활용한 FPS 시점 단편영화를 이틀 만에 완성했다.


“진짜 미쳤어!”

“Jay는 영화 만드는 기계야.”


류지호는 한 술 더 떠서 IVE Entertainment의 다큐멘터리팀까지 불러들여 메이킹 무비를 찍었다.

<Frank Castle>에서 전쟁·전투 자문을 해준 전직 미해병 교관까지 출연시켰다.

밤을 새워가며 류지호가 직접 촬영분량을 편집했다.

Hues & Rhythm Studios에 편집 소스를 들고 가서 직접 탄피, 피탄, 약간의 눈속임 CG를 넣었다.

Sunset Gower Studios 녹음실에서 영화 <히트>에 사용했던 총격 사운드까지 얻어 와서 넣었다.

처음 계획은 10분이었다.

최종편집본은 4분 50초가 나왔다.

<퍼니셔 따라잡기>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이 단편영화가 류지호 개인 NeTube 채널에 올라온 이후로 <Frank Castle> 홈페이지, JHO Pictures와 Timely Entertainment 홈페이지에서도 링크가 생성됐다.

순식간에 인기 동영상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인터넷의 FPS 게임 관련 커뮤니티와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SNS틀 타고 젊은층에서 급속도로 입소문이 퍼졌다.

미국에서 진보성향 언론으로 분류되는 CBS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를 치료중인 해외파병 경험자들을 섭외해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방영했다.

해당 영상은 NeTube에도 제공되었다.

<Frank Castle>과 연관지어져 언론플레이가 이루어졌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매체와의 인터뷰도 열심히 했다.

<Frank Castle> 홍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팔을 걷어붙인 것도 모자라 발로 뛰며 열심인 류지호를 보며 앨런 포스터가 한 마디 했다.


“정말 열심히 하네? 불안해?”

“잘 되어야 최종편도 제작할 수 있으니까.”


영화 홍보라는 것이 그저 매체에 영화를 알리고, 어필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영화에 대한 핵심 포인트와 기대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광고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확하지 정보가 전달되면 나쁜 부메랑인 악평으로 돌아온다.

홍보 방식이 새로운 것도 좋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본연의 의도와 달라선 안 된다.

<본> 시리즈만큼의 리얼한 액션이 있다고 홍보했다가, 정작 남녀 멜로가 주가 되면 관객들의 배신감은 몇 배로 커진다.

영화 홍보의 기본은 장점과 좋은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만, 과도한 포장은 금물이다.


“마케팅빨에 속았다!”


이런 말이 나오면 그 영화는 끝난 것이다.

점차 SNS의 입소문 파워가 커지고 있다.

개봉 한 날부터 입소문이 생기고 또 퍼져나간다.

과도한 기대감을 심어주지 않도록, 홍보 마케팅 과정에서도 면밀한 고민이 필요하다.


❉ ❉ ❉


- 류지호 영화는 영화 색조라고 해야 할까. 그런 면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좀 다른 것 같다. 아시아 영화적이라고 할 까.

└ 은근히 류지호가 아시아계라고 돌려서 까는 건가? 인종차별?

└ 난 아시아 영화 좋아한다. 어디에 차별적 표현이 있냐?

└ 컬러와 비주얼이 서구적이진 않다. 중요한 것은 촬영, 미술, 조명, 사운드, 음악까지 최상급 액션 영화의 비주얼을 보여준다는 거다.


- 이런 장르에서 묵직한 메시지와 스토리를 기대하지 않는다. 눈이 너무 높아졌나?

└ 류지호가 역사적 사실을 풍자한다는 점까지 놓고 보면, 오히려 결론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라 할 수 있다.

└ 반전 메시지 말고 역사적 사실을 풍자했다고?

└ It’s morning again in America. 레이건의 TV광고 캠페인 ‘강하고 부유한 미국’!!!


- 스토리가 탄탄해야 폭력의 잔인성도 살고 액션도 산다. 이런 영화라면 벌써 수없이 나와 있다. 정말 후회했다.

└ 당신이 직접 영화를 만들던가. 매번 후회만 하나? 또 어느 영화 시리즈 나오면 그러겠지. 후회했다. FuXX! 바보도 아니고 뭐가 낫네 뭐가 낫네 잘난 척하지 마라. 내가 볼 때 배우들 연기도 최고였고, 영화도 몰입감 좋았다.

└ 주인공과 조연들 연기력 좋았다. 감정이입 최고다.

└ 존 트라볼타가 왕년의 그 존 트라볼타로 돌아온 것 같다.

└ 그저 그런 영화만 나와서 이제 한 물 간 늙은이라 생각했다. 미안 존.


- 나는 정말 화끈한 영화 하나봤다. 슈퍼 히어로 무비라면 샘 레이미처럼 만들거나, 최근 놀란처럼 정말 현실적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머리 아프게 스토리 질질 끌지 않고 화끈하게 만들거나. 아무튼 추천할만한 영화!!


- 얼마나 볼만하게 영화가 나왔는지 봐 볼까? 솔직히 난 마블팬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볼만 했다!

└ 이 영화 분명 B급 액션물 이상이고, 주인공도 단순히 살인만 하는 밋밋한 캐릭터도 아니었다.

└ 독일 배우 이름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썩 잘 어울린다. 나름 내면연기 볼만했고, 직쏘가 너무 늙은 존 트라볼타라고 해서 별 기대 안했는데, 광기를 제대로 표현 했다. 아무튼 난 별 만점 준다. 대 만족.


- 비범하지 않다. 차라리 평범하다.

└ 하지만 그 평범함이 평범함으로 느껴지지 않지?

└ 매년 망토를 휘날리는 박쥐인간이 활개를 치고, 심지어 뮤턴트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초능력을 사용하는 영화의 시대이니까.

└ 미스터 할리우드가 소유한 영화사가 보여준 <다이하드4.0>은 진부하고 올드하게 느껴졌다. 왜 그런 거냐?

└ 류지호가 연출 안 했으니까.

└ 프로듀서 아니었나?

└ <다이하드> 프랜차이즈는 류지호가 관리하는 영화가 아닐 걸?


- 액션씬의 새로운 영상미는 없지만 원작의 개성을 살린 잔혹한 묵직함은 건질만하다.

└ 난 새롭기만 하던데?

└ 영화를 많이 안 봐서 그래.


- 너무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만 보다가 오랜만에 90년대식 액션영화를 보니 반갑다. <본> 시리즈 액션에 질려가던 타이밍에 이런 방식의 액션은 절묘했다.


영어권 국가와 한국 등에서 동시 개봉한 <Frank Castle>은 부활절 주의 목요일 미국 31개 상영관에서 시작했다.

부활절 연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165개 스크린에서 첫 주말 3,8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둬들였다.

결과를 말하자면, 북미에서 모두 20주간 상영되어 1.2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수입은 3.6억 달러를 벌어들이게 된다.

북미에서 스크린이 가장 많을 때 숫자는 3,358 개였고, 8개월 후 최종적으로 61개 스크린에서 마무리하게 된다.

참고로 2007년 8월 3일-11월 29일까지 상영한 <The Bourne Ultimatum>은 3,660개 스크린에서 시작해 22주간 북미에서 2.2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4.4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었다.

두 영화 모두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들지 못한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입 10위에 오른 <300>이 4.6억 달러를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The Bourne Ultimatum>은 11위, <Frank Castle>은 16위를 차지하게 된다.

올해 한국의 최고 흥행작은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 미국에서 촬영한 <아메리카 용가리>다.

이 영화는 9월 중순 미국에서도 개봉했는데, 미국의 언론과 평론가의 냉소적인 비평과 달리 영화를 본 관객들의 <아메리카 용가리>에 대한 감상평은 가지각색이었다.

<아메리카 용가리>는 북미 2,275개 스크린에서 시작해 15주 간 북미 극장에서 상영되어 1,000만 달러를 벌었다.

한국에서 이 영화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과 달리 미국 관객들 사이에서는 ‘어린이와 가족단위 관람객이 볼만 한 영화’라는 평이 우세했다.


- 함께 <아메리카 용가리>를 본 11살짜리 조카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현란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환호를 질렀다!


미국의 한 네티즌이 남긴 리뷰였다.

11세 연령대 아이들이 즐기기 적당한 영화라는 의미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신나는 불금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6 감독님은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3 24.01.27 1,781 86 25쪽
755 일본이여, 이것이 히어로 영화다! +6 24.01.26 1,753 85 27쪽
754 새로운 길을 찾아내 개척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3 24.01.25 1,751 88 24쪽
753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2) +9 24.01.24 1,730 87 26쪽
752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1) +7 24.01.23 1,734 101 26쪽
75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3 24.01.22 1,771 90 25쪽
750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성이 더 중요한 법이다. +4 24.01.20 1,804 90 22쪽
749 사랑의 열매. (5) +6 24.01.19 1,786 83 23쪽
748 사랑의 열매. (4) +7 24.01.18 1,725 88 26쪽
747 사랑의 열매. (3) +3 24.01.17 1,704 88 26쪽
746 사랑의 열매. (2) +8 24.01.16 1,764 93 24쪽
745 사랑의 열매. (1) +5 24.01.15 1,809 86 24쪽
744 뭐라도 해야만 돼! (2) +7 24.01.13 1,792 95 29쪽
» 뭐라도 해야만 돼! (1) +6 24.01.12 1,771 91 28쪽
742 만인의 연인! (2) +7 24.01.11 1,772 99 25쪽
741 만인의 연인! (1) +5 24.01.10 1,827 85 25쪽
740 Bridal Mask! +3 24.01.09 1,776 92 23쪽
739 World Promotion. (4) +4 24.01.08 1,792 88 29쪽
738 World Promotion. (3) +3 24.01.06 1,791 94 27쪽
737 World Promotion. (2) +8 24.01.05 1,783 90 26쪽
736 World Promotion. (1) +7 24.01.04 1,877 95 23쪽
735 Mr. 할리우드는 시리즈가 계속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7 24.01.03 1,863 94 22쪽
734 공짜로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10 24.01.02 1,836 95 25쪽
733 The Wall Street Journal. +12 24.01.01 1,847 100 27쪽
732 몰락한 동양의 할리우드, 그런데.... +16 23.12.30 1,892 95 21쪽
731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2) +3 23.12.30 1,583 87 23쪽
730 다시 찾은 토론토 영화제! (1) +5 23.12.29 1,720 98 30쪽
729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3) +3 23.12.29 1,637 82 26쪽
728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2) +9 23.12.28 1,741 90 23쪽
727 더 있다가는 정이 들어서..... (1) +4 23.12.28 1,606 76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