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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31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6.04 01:05
조회
48
추천
1
글자
11쪽

제 2 장 악연 (7)

DUMMY

“내가 처음 큰형님 만났을 때가

스물다섯 한참 때였구,


형님은 이미

마흔 다섯 된

배나온 아저씨였는디...


딱 두 방 맞구 기절했어.


뭐 물론,

덤비기 전부터 이미

큰형님 기에 눌려서

더 그랬것지만...


나두 맷집으루는

어디가두 자신 있는 놈이었는디,


큰형님 주먹이

원체 빠르기도 했지만

세기가 진짜 어마어마했어.


첫 방으로

배에 한 방 맞았을 때

숨이 그냥 턱 막히더니


바루 이어서

턱에 한 방 더 맞구서

...그대루 기절했어.


그야말루 차원이 달랐달까...”


직접 붙어보진 않았지만,

재성은 용상의 실력을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운동 시간에 가끔 보여주는

반사 신경이나


공동 작업할 때 느껴지는

악력이나 다리 힘만 봐도


용상의 전설은

절대 부풀려진 것이 아니었다.


장난으로 했던 팔씨름에서도

재성은 용상을 이기지 못했다.


그런 용상이

저렇게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큰형님’이라는 분의 주먹은

정말 대단했을 것이다.




“그 때가

내가 세상 원망하믄서

진짜 막 살 때였어.


오죽허믄 현수두

나 말리다가

나한티 막 얻어터지구 그랬으니께...


뭘 해두 재미두 읍구,

사람들두 다 고깝게만 보이구,


그리구 무엇보다

무서운 것두 읍었구...


자랑은 아니지만,

그때까지 남허구 싸워서

한 번두 진적이 읍었으니께.


그리구 이게 젤 안 좋은 건디...

그땐 돈만 주믄 뭐든지 다 했어.

사람 죽이는 것만 빼구."


".............."


"그렇게 쓰레기처럼 살다가

큰형님한티 딱 걸린 거지.


당구장서

현수랑 당구치구 있었는디

어떤 머리 하얀 아저씨가

조용히 문열구 들어오더니


용상이가 누구냐? 그러더라구,


그래서 넌 뭐여? 그랬더니만


큰형님이 씩 웃으시더니

너 좀 나와 봐라 하시더라구.”


“하하, 황당허셨것네유.”


“그래서 하두 가당찮어서

이런 씨발, 그러믄서 다가갔더니


큰형님이 그러시는 거여,


요 앞 사거리에서

장사허시는 할머니,

좌판 걷어찬 게 너여?


그래서 내가,

그래 나다. 그랬더니


그때부터

그 사람 좋은 아저씨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시더니

진짜 무시무시한 눈빛으루

확 바뀌는겨.


아직두 설명을 잘 못하것는디...

머랄까, 덤비면 죽을지두 모른다...

그런 느낌이 딱 오더라구."


"예....."




"근디 나두 나름

주먹잽이루 먹구 사는 놈인디

여기서 물러서믄 안된다.


뭐 그런 생각을 허구서

이미 속으론 쫄았지만

한번 대들었지.


그래서 어쩌라구 씨발놈아

그랬더니


큰형님이

‘이거 사람새끼가 아니구만’

하시더니

그대로 주먹을 날리시더라구.”


“그럼 그 때,

딱 두 방에 기절허신거여유?”


“...응, 기절했다가 눈떠보니께

겁먹은 현수 얼굴부터 보여서


뭐여...어떻게 된 거여...그랬더니


바루 옆에서

큰형님 목소리가 들리는 거여.


당구장 사장님이랑 웃어가믄서

당구치구 계시더라구.


천천히 일어나서 다가갔더니

그 사람 좋은 얼굴

다시 보여주시믄서,


괜찮냐? 보기보다 맷집이 읍네?

그러시더니


‘너, 지금 가서 이거 전해 드리구

할머니한티 잘못했다구 사죄드려.’


그러믄서

돈이 든 봉투를 내미시더라구.”


“돈 봉투요?”


“응.


내가 부순 할머니 좌판값이라구

그러시믄서...


너한티는 단순히

화풀이 수단이었을지 몰라두

할머니한티는 밥벌이 수단이라구.


절박하구 힘든 사람들을

도와줄 생각을 해야지

짓밟을 생각하믄

절대 안 되는 거라구...


니가 사람이라믄

앞으론 다시는 그러지 말라구....”


“...진짜...겁나 멋지시네유...”




“큰형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디,


진짜 머랄까.


망치루

대가리 읃어맞은 느낌이었어.


가슴밑바닥서부터

먼가 막 뜨거운 게 올라오더라구.


그래서 얼른 봉투 받아가지구

냅다 뛰어서

할머니한티 찾아가서

무릎 꿇구 싹싹 빌었어...


할머니가 첨엔 막 놀래시더니

내가 그렇게 진심으루 비니께


오히려

내 어깨를 쓰다듬어 주시믄서

이제 괜찮다구,


그러니께

그만 일어나라구 허시는겨...


그러믄서

내가 드린 봉투에서

돈을 반 정도 빼시더니

자기는 이거믄 충분허다구,

나머지는 도루 가져가라구...


그래서 극구 사양했더니,

할머니가 말씀허시길,


젊은 사람이

금방 잘못 뉘우치구 사과두 하구

이런 마음 써준 것만 해두

자긴 충분허시다믄서


어디 가서 이걸루

맛있는 밥이나 사먹으라구

그러시는디...


내 눈에서 막 눈물이 나더라구..."




용상의 이야기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었다.


재성의 가슴 속에도

무언가 뜨거운 것이

서서히 차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상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러구 있는디

큰형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더라구.


‘할머니 건강허셔요.


힘든 일 있으시믄

백월루 저 찾아오시구요.


용서해주신거 같으니

이제 이놈 데리구 가께요.’


그러믄서 날 일으켜 세우시더니

‘나랑 술이나 한잔 허러 가자’

허시더라구...


그게 큰형님 처음 뵌 날이었지...


내가

짐승에서 사람이 된,

뜻 깊은 날이기두 허구...”




용상의 회상을 듣던

재성의 마음속에서도

뜨겁고 강렬한 감정이

어느덧 가득찼다.


아마도 이것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의협심’이란 것이리라.


잠시 말을 끊고

담배 한 가치를 태운 용상이

편안한 표정으로

다시 회상을 시작했다.


“내가 진짜 건달이 된 건,

그때부터여.


형님이랑

술 한 잔 허던 그날 밤에

나랑 현수를

동생으루 거둬주셨어.


다음 날부터

백월 문간방에서 지내믄서

형님이 주시는 일만 했어.


근디 역시

전국구 우미관 족보시라 그런가,


일 년에 서너 번 정도

우리 델구 출장나가셨는디

허시는 일이

사이즈가 아예 달렀어.


고향 같은 자그마한 동네서는

움직일 일두 없었지.


서울, 인천, 천안, 군산, 광주


어떤 때는

대구나 부산, 마산, 목포 같은


진짜 먼 곳까지

형님 모시구 다녔지.


일 모양새두

그때까지 허던

잡다허구 지저분한 일이 아니라


정치허시는 높은 분들

경호 같은 거 서거나,


엄청 큰 클럽 영업권이나

판돈이 어마어마헌

도박장 같은 곳 권리를 놓구

상대편 선수덜이랑

맞다이 치는 거였어."


"이야....증말 멋지네유...성님..."




재성이 경외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기분이 무척 좋아졌는지,


용상이 자랑하듯 말했다.


"내가 큰형님 쪽 선수루

계속 나갔었는디


열두어 번 붙는 동안

한 번두 진적이 읍어.


그렇게 되믄서

‘흰범’이 키운 주먹잽이루

내 이름이 유명해진겨.


충청도의 살무사라구..."


"아........."


"어디 그것뿐인감.


일이 큰 만큼

대가루 받는 돈두 진짜 쎘구...


무엇보다 좋았던 건,

형님 일루 맺어진 인맥들 덕분에

전국 어딜 가두

귀빈 대접 받으믄서

내 돈을 쓸 일이 읍더라구.”


“그럼 형님이

전국구 ‘족보’가 되신게

다 그 큰형님 덕이네유?”


“그렇지...


형님은

무슨 조직을 만들거나

꼬붕들 수십 명씩 데리구 다니믄서

허세 떠는 스타일이 아니셨거든,


그래서 고향사람들은

큰형님이 그런 건달인줄

아는 사람두 별루 읍었어.”


“근디...그랬던 분이 왜 갑자기...”




재성이 의아해하며 묻자,

용상은 정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술잔을 비웠다.


용상은 담배를 하나 태운 후

후회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속상한 얘기를 시작했다.


“큰형님 모시구 다닌지

5년 쯤 되었을 때여,


서울서 일 하나가 들어왔는디


그때 큰형님은,


위험허기만 허지

명분두 읍구 체면두 안선다구

안허신다는 걸,


서울에 있던 형님 친구 분이

계속 간절허게 부탁을 허셨어.


그래서 그때 결국

서울루 출장을 나가서

일을 봐줬는디...


무슨 행사 같은디서 경비서구

호텔 같은디서 밥 먹구 뭐 그런,

조용허구 쉬운 일이었어."


"............."


"근디 그날 밤에

네다섯 놈이 조용히

우리 묵는 숙소루 숨어들어 와서는


우리 몰래

형님 친구 분을 끌고 간겨.


아침에야

친구 분이 읍어진 걸 아신 형님이

막 여기저기 알아봐서


우리 델구

어디 창고 같은 데루 갔는디..."


재성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용상의 표정이 심각해지며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형님 친구는

얼굴이 완전히 씹창날 정도루

걔들헌티 맞었구,


걔들 오야가 형님헌티

‘형님은 끼어들지 마셔라’

그러니께


형님이

‘그래두 내 얼굴 봐서

김사장 좀 풀어줘’ 그랬는디...


그냥 다짜고짜

뒤에 서있던 놈 하나가

칼을 빼들고

형님한티 달려들더라구,


나랑 현수두 더 이상

가만있을 수가 읍어서


그때부터

그 새끼덜이랑

정신읍이 싸웠는디...


형님헌티 칼 들이댄 놈을

내가 눈이 확 돌아가서

좀 심허게...다뤘어...


배때지에 서너 방...쑤셔버렸지..."


"주...죽었어유?"


잔뜩 긴장한 재성이

말을 더듬으며 묻자,


용상이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근디 그때 갑자기

경찰덜이 막 들이치더니

거기 있던 사람덜 다 수갑채워서

끌구 가더라구...”


“그래서유?”


“나중에 접견오신 큰형님이

말씀해주셔서 알게 된 건디...


아마 형님 친구,

그 사업허시던 분이

그쪽 식구덜한티

같이 일허자구 도와달라구 해놓구

사기 비슷헌 걸 쳤나봐...


한마디루 양아치 짓을 헌거지.


그래서 나중에

자기가 감당이 안되니께

큰형님한티 수습해달라구

찾아왔던거여..."


"아......."


"근디 원래는

족보상 가까운

다른 쪽 동생덜두 엮여있구,


무엇보다

형님 친구가 잘못한 거라

처음에 거절허셨던 건디...


예전에 형님이

그 친구 분한티

형수님 일루

신세를 크게 진 게 있었댜.


그래서 결국

끝까지 거절을 못허시구

나서셨던 거지."


"안타깝네유...."


"그러치...안타까운 일이여.


건달밥 지대루 먹구 산다는게

정말 쉽지 않다는 걸

그때 첨 알었지."


"그래서

그 뒤엔 어떻게 됐어유?"


"아무튼 그 양반이

경찰 쪽에다가두

이미 꼰질러놓은 게 있어서

재수읍게 우리까지

싹 다 엮였던 거였어...


그 친구 분이

경찰 높은 사람이랑

정치허는 사람들헌티

어떻게 손을 써서


큰형님이랑 현수는

무사히 빠져 나왔는디


나는 동종 전과두 있구,


상해현행범이라

어쩔 수 읍이

재판 받구 징역 갔어...


그게 내 두 번째 징역인디...

누범이라 2년이나 살었어.


뭐,

형님이 신경써주신 덕분에

징역은 편허게 살었지만...”


“그래두 다행히

죽이진 않으신 거네유.”


"............"


거기까지 말한 용상이

술잔을 비웠다.


그의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었고


무언가 꺼내기 아주 괴로운,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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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2 장 악연 (17) 22.07.07 63 0 14쪽
33 제 2 장 악연 (16) 22.07.05 42 0 11쪽
32 제 2 장 악연 (15) 22.06.30 45 0 10쪽
31 제 2 장 악연 (14) 22.06.28 43 1 10쪽
30 제 2 장 악연 (13) +1 22.06.16 64 2 13쪽
29 제 2 장 악연 (12) +1 22.06.16 48 2 10쪽
28 제 2 장 악연 (11) +1 22.06.15 47 2 10쪽
27 제 2 장 악연 (10) +1 22.06.10 65 2 14쪽
26 제 2 장 악연 (9) +1 22.06.07 56 3 12쪽
25 제 2 장 악연 (8) +1 22.06.05 65 1 17쪽
» 제 2 장 악연 (7) 22.06.04 49 1 11쪽
23 제 2 장 악연 (6) 22.06.02 53 2 9쪽
22 제 2 장 악연 (5) 22.06.01 54 2 11쪽
21 제 2 장 악연 (4) 22.05.31 52 3 10쪽
20 제 2 장 악연 (3) 22.05.28 62 3 14쪽
19 제 2 장 악연 (2) 22.05.26 58 3 11쪽
18 제 2 장 악연 (1) 22.05.25 68 3 10쪽
1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7) +1 22.05.24 87 4 9쪽
1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6) 22.05.23 69 4 11쪽
15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5) +1 22.05.20 72 4 10쪽
14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6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9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6 2 12쪽
11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1) 22.05.17 70 3 11쪽
10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0) 22.05.17 70 4 9쪽
9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9) 22.05.16 78 3 10쪽
8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8) 22.05.16 75 2 9쪽
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7) 22.05.13 82 2 10쪽
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6) 22.05.13 8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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