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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16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6.02 20:22
조회
52
추천
2
글자
9쪽

제 2 장 악연 (6)

DUMMY

“...그렇게

한 2년쯤 살다보니께,


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


내 이름이

바루 옆 동네부터

온양이니 천안 같은

먼 동네까지 알려지더라구.


그땐 나이두 어리구

철두 워낙 읍을 때라,

그게 최곤줄만 알았어. "


"네에..."


"현수 다시 만났을 때가

모가지에 철심 박은거 마냥

내가 가오다시 잡어가믄서

막 어깨에 힘 주구 다닐 때였어.


현수 고3때

현수 어머니가 시장서

조그맣게 청과상을 허셨는디...


장사가 잘 안되셨는지

여기저기서

딸라돈을 땡겨 쓰셨나봐.


그래서 현수네루

빚쟁이들두 계속 찾아오구,


일수쟁이들이

대놓구 깽판치구

막 그랬나보더라구."


"에구...잘 되셨으먼 좋았을텐디..."


"그러게 말여...


암튼 그때 현수가

몇 달 나를 쫓아댕기다가

어느 날 나한티

집안 얘기 허믄서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길래,


어린 마음에

내가 해결해준다구,

걱정허지 말라구하믄서 갔지."


"형님이유?"


"어...

그땐 내가 워낙 철이 읍었어.


암튼 내가 현수랑

어머니 가게서

기다리구 있으니께


사내놈덜 셋이 찾아와서

어머니한티 막 욕허구 그러길래

현수랑 둘이서

다짜고짜 뚜드려 패버렸지,


어머니가 깜짝 놀라서

말리시는 바람에 멈추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날은 그렇게 잘 넘어갔어."


재성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용상이 곧바로 이어갔다.


"근디 그 다음 날,

우리 읍을 때


한 열댓 놈이

가꾸목까지 들구 찾아와서는

가게 다 때려부시구

어머니두 때리구,


암튼 난리가 났었어.


어머니 입원하신 거 보구

나랑 현수랑 완전히 돌아버려서

망치 하나씩 챙겨들구

그 새끼들 사무실루 찾아갔어.


어머니가

나한티두 증말 잘해주셨거든...


밥두 매일 챙겨주시구,

명절때믄 옷두 사주시구...


암튼 나한틴

친어머니나 마찬가지였어."


"예...현수형님한티두

그 얘기 들은 적 있어유.


용상형님이

그때 자기 어머니가 사주신 옷

아직두 소중허게 간직하신다구."


재성의 말에

용상의 얼굴이 착잡하게 변하며

담배 하나를 태워 물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그 새끼들 사무실 쳐들어갔더니

한 일곱 놈 있었나?


현수랑 둘이서

삭 밟아버렸는디...


흥분한 내가

망치를 잘못 휘둘러서

한 놈이 완전히 맛이 가버린겨...


그 새끼가

허옇게 눈 뒤집히믄서

입에서 거품무는디,


우리두 놀래구

그 새끼덜두 놀래구...


결국엔

경찰차 오구 응급차 오구...


나랑 현수랑

현행범으루 바루 체포되구..."


재성의 머릿속에

그날 밤의 풍경이

다시 떠올랐다.


종규의 칼에 맞은

박무석의 목에서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오던...


재성의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용상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다행히

그 새낀 죽지는 않았는디,


수술까지 받었는디두

오른쪽 팔에 마비가 와서

병신이 됐어...


그래서

난 첫징역 갔구...


현수는

학교 짤리구 소년원 가구...


현수네는 완전히 망해버려서

어머니가 다시

남의 집 일 나가시믄서

우리 옥바라지해주시구...


그렇게 된겨...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철이 들었어두

세상 무서운줄 알았을텐디...


너무 어리구 물정모를 때라

그렇게 감당못헐 사고를

무식허게 쳐버린거지.”


“....그랬구먼유....”


“내가 1년 반인가 살구 나오구,


현수가 6개월인가

소년원서 교정받구 나오구...


암튼 그렇게 되구 나니께

밖으루 나와서두

성실한 일은 할 수가 읍더라구.


...전과자라구 써주는 데두 읍구,


어쩌다 취직되두

돈두 눈꼽만큼 주구...


그래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루 시작된겨,


나랑 현수랑 건달생활이...


그러니 내색은 안하셔두,

현수 어머니는

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우시것냐.


학교 멀쩡허게 잘 다니던

아들래미 바람 넣어서

건달 만들구,


이것저것 합의금에 치료비에...

옥바라지까지...


그나마 하나 다행인건,

빚쟁이덜이

더 이상은 못 괴롭혔다는 걸라나."


"그래유? 그건 다행이네유."


"허긴 그럴만두 했던 것이,


경찰조사 받으믄서

말두 안 되는 고리돈

막 돌려댄 거 나오기두 했구...


사람 하나 병신 되는 거 보구

지들두 겁 나기두 했것지...


근디 그렇게

빚은 까졌다구 허지만,


1년 동안 어머니가

그것들한티

이자루 뜯긴거만 해두

족히 원금 두 배는 될겨...


개만두 못헌

기생충 같은 종자들...


암튼 내가

현수 어머니한티는

죄가 너무 많어..."


용상이 심각한 얼굴로

술잔을 비우고,


술이 너무 독하고 썼는지

젓가락을 집어

양장피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재성이

다시 그의 술잔에 술을 채웠다.


용상이

음식을 우물우물 씹어 삼키고

회한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간 나랑 같이 다니믄서

속썩인 것만으루두 엄청난디,


이번엔...

현수가 저리되어 버렸으니...


밖으루 나가믄

어머니한티 내가,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증말 모르것다.


지금 맘 같아서는,

그냥 나두 확 죽어버리구만 싶어.”


용상은

다시 담배를 하나 피워 물더니

슬픈 표정으로 연기를 내뿜었다.


술이 얼큰하게 취했는지

얼굴이 붉어진 용상의 눈에서

한줄기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재성이 아무 말 없이 일어나

따뜻한 물수건을 만들어 와서

그에게 내밀었다.


재성이 내민 물수건으로

얼굴과 눈물을 닦은 용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종배,

그 새끼허구의 악연두

사실 그 때부터였지...


그 새끼 아버지가

현수어머니한티 까치돈 놓구,


말도 안 되는 이자 받아먹다가

약속한 날짜에 못 갚었다구

딸라돈 놓는 그 새끼 고모년한티

다시 소개시켜서 우라까이허구,


그렇게 원금 불린 거에

복리이자 붙여서 또 빼쳐먹다가

마지막엔 일수장사 허는

지 동생까지 붙여서 피 빨어 먹구..."


"와...진짜 사람이 아니네유...

그 집안은...


근디 까치돈이 뭐래유?

첨 들어봐유."


"아침에 까치가 울면

하룻밤 만에 1부씩

이자가 올라간다고 혀서,


그런 이름이 붙은

고리사채여...


노름방서 노름꾼덜이나

급허게 땡겨쓰는

말두 안되는 돈이지."


"아...."


"이종배

그 새끼네 집안 자체가

다 그런 거머리 같은 것들여...


사람이 아녀.

그냥 쓰레기지, 쓰레기...


그때 나한티 대가리 쳐맞구

팔병신 된 새끼가

이종배 형여, 그 새끼 둘째 형.”


“아....그럼 그때부터

형님덜헌티 원한이 생긴거구먼유.


지 형 팔 병신 만들구

나중엔 자기까지

다리 병신 만들었으니...”


이종배의 이야기가 나오자,

용상의 얼굴이 험악하게 바뀌며

말투가 거칠게 변했다.


“그 새끼가

나보다 다섯 살 윈디...


그때 나랑 현수랑

걔네 아버지 사무실 때려부실 땐

그 새낀 그 자리에 읍었어.


지 고모 일땜에

지 아버지랑

어딘가루 출장 갔었다지 아마...


애비구 형이구 고모구 삼촌이구

다 돈놀이 허는 걔네 집안서


그 새끼가

젤루 독종에 거머리 같은 새끼여.


오죽허믄

시장서 장사허는 사람덜이

그 새끼헌티

‘바라시’라는 별명을 붙여줬것냐."


"예...

진짜 종자가 안좋은 새끼네유."


"근디 그 새끼가

지 형 일로두

우리한티 원한이 있었것지만,


그거보단 한참 뒤에 생긴 일루

우리한티 큰 원한이 생겼지...


그때, 아예 죽여버렸으믄...

현수두 지금 살아있었을텐디...”


“무슨 일 이었는디유?”


용상이

후회가 가득한 눈빛으로

잠시 눈을 감았다.


재성은 재촉하지 않았다.


물 한모금을 마신 후,

용상이 회상을 다시 시작했다.


“...첫 징역 갔다 오구서두

한 2년 동안은,


형제원 형님덜허구 지내면서

그런 잡다헌 일 맡어서

해결사 노릇이나 허구 살었지.


그 당시 난,

그냥 족보두 읍는

논두렁 동네건달이었어.


그러다가

큰형님 만나면서부터

지대루 된 건달이 된겨.”


“큰형님유?”


“...재성이 넌 아마 모를겨.


돌아가신지

벌써 6년 다 되어가니께...


우리 고향뿐만 아니라

충청도 일대선

이름만 대믄 다 알아주는

전국구셨어.


진짜 건달이셨지.


우미관 족보셨으니께...”


“우미관이믄...그 유명헌...”


“...그러치, 그 우미관 맞어.


왜정 말쯤, 열일곱 살인가에

서울루 올라가셔서

종로에서 생활 시작허셨댜.


해방되구 나서두, 전쟁 때랑

전쟁 끝나구 자유당 시절에두

서울에서 쭉 지내셨는디,


65년인가?


모시던 분이

용산인가 어디서

국회의원 당선되구

고향으루 돌아오셨다구 그러대.


고향으루 돌아오셔선

형수님이랑 요정을 차리셨지.


‘백월’이라구...”


“아...거기 알아유...


법원 앞에

기와집으루 이뿌게 지어진

고급 식당”


용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큰형님 함자가

박, 정자 규자 쓰셨어.


박정규라는 본명보다

‘흰범’이라는 별명이

훨씬 더 유명했지.


‘백월산 흰범’...


젊었을 때부터

머리카락이 온통 하얗게 세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구

웃으믄서 그러시더라구."


"백월산 흰범....

별명이 진짜 멋지시네유..."


"내가 지금까지 살믄서,

진짜 쫄았던 기억이

큰형님 처음 뵈었을 때밖엔 읍어.


평상시엔 증말 조용허시구

인자허셨는디,


한 번 화나시믄 진짜...

무시무시했어.”


“얼마나 무서우셨길래

형님 같은 분이 그렇게...”


이야기 내내 우울했던

용상의 표정이

처음으로 밝아졌다.


큰형님이란 분을 처음 만났던

그날의 기억이

정말로 그에게는,

즐겁고 좋았던 기억인것 같았다.


재성이 귀를 귀울이며

용상의 다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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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2 장 악연 (17) 22.07.07 63 0 14쪽
33 제 2 장 악연 (16) 22.07.05 42 0 11쪽
32 제 2 장 악연 (15) 22.06.30 45 0 10쪽
31 제 2 장 악연 (14) 22.06.28 42 1 10쪽
30 제 2 장 악연 (13) +1 22.06.16 63 2 13쪽
29 제 2 장 악연 (12) +1 22.06.16 48 2 10쪽
28 제 2 장 악연 (11) +1 22.06.15 46 2 10쪽
27 제 2 장 악연 (10) +1 22.06.10 65 2 14쪽
26 제 2 장 악연 (9) +1 22.06.07 56 3 12쪽
25 제 2 장 악연 (8) +1 22.06.05 65 1 17쪽
24 제 2 장 악연 (7) 22.06.04 48 1 11쪽
» 제 2 장 악연 (6) 22.06.02 53 2 9쪽
22 제 2 장 악연 (5) 22.06.01 54 2 11쪽
21 제 2 장 악연 (4) 22.05.31 52 3 10쪽
20 제 2 장 악연 (3) 22.05.28 61 3 14쪽
19 제 2 장 악연 (2) 22.05.26 57 3 11쪽
18 제 2 장 악연 (1) 22.05.25 67 3 10쪽
1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7) +1 22.05.24 87 4 9쪽
1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6) 22.05.23 69 4 11쪽
15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5) +1 22.05.20 71 4 10쪽
14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5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8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5 2 12쪽
11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1) 22.05.17 69 3 11쪽
10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0) 22.05.17 69 4 9쪽
9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9) 22.05.16 78 3 10쪽
8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8) 22.05.16 75 2 9쪽
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7) 22.05.13 81 2 10쪽
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6) 22.05.13 8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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