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08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7.05 09:37
조회
41
추천
0
글자
11쪽

제 2 장 악연 (16)

DUMMY

다음 날 아침,


온양으로 급히 돌아간

용상과 충식은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다양한 루트로 정보를 모았다.


그날 밤,


고향에서

김달서와 이영각이

용상의 호출을 받고 찾아왔다.


넷은

용상의 호텔방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님...

아무래두 당분간

몸을 피하셔야 될 거 같아유.


정보계 형사허는 이용철이가

제 고등학교 동창인디,


그 놈한티 알어보니

경찰서장 이명식이가

아주 단단히 벼르구 있었다네유.”


김달서가 말했다.


용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새끼가 왜?

난 고향에서 일보는 것두 읍는디.”


“그래서 그래유...”


이영각이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상의 표정이

더더욱 일그러졌다.


“뭔 소리여? 자세히 말해봐.”


“...종배형이

이명식이랑 박종호한티

꽤 오랫동안 공을 들였슈...


저희두 종배형한티

일정 금액을 할당받어서

매달 상납했었거든유...


그게 다 그 새끼들

와이로루 들어갔었는디....”


이영각이 말끝을 흐렸다.


김달서가 말을 받아 마무리했다.


“용철이 말로는,


종배형 사라진 후부터

형님 뒤를

박종호가 계속 캐구 다녔다네유...


근디 형님이

고향서는 일절 일을 안보시니께...

아무래두...”


“억지루라두

똘똘말이루 엮어서 조져보것다?


그래서 나한테두

와이로를 받아쳐먹것다?”


용상이

무척이나 격앙된 말투로

결론을 내렸다.


김달서와 이영각은

대답대신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용상의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서서히 타올랐다.


“충식아, 담배 좀 하나 줘 봐.”


충식이 용상에게 담배를 건네고

불을 붙여주었다.


용상은 화를 삭이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담배를 피웠다.


이야기를 들은

충식의 가슴 속에도

조용히 분노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종규는 어떻게 됐냐?”


용상이 물었다.


김달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증말 상황이 안좋은게...


용철이 말루는

삼청교육대루 넘어간 거 같다구....”


김달서의 말에

용상과 충식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전국의 모든 건달들에게

‘삼청’이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죽음보다 더한 공포였기 때문이었다.


“.......이걸...도대체 어떻게 해야...”


관록 넘치는 용상마저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지금의 상황은 막막하기만 했다.




“종배가 그 새끼덜한티

와이로 매달 얼마씩 갖다 바쳤냐?”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던

용상이 입을 열었다.


“이명식한티

직접 전한 적은 없구유...


박종호한티 전달했는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녀유.”


김달서가 말했다.


이번에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용상이 물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


뒷돈 나오던 구멍 읍어졌다구

그 새끼가 이러는 거 아녀?”


“형님두 잘 아시잖아유...


돈에 관해서

종배형이 어떤 사람인지,


근디 이명식이는

종배형보다 더하믄 더했지

못허진 않아유...


첨엔 종배형두

튕기기두 허구, 뻗대보기두 허구,

이리저리 피해서

도망두 댕겨보구 했었쥬...


근디 진짜

상상을 초월헐 정도루

집요허게 들쑤셔서


본인은 물론이구

주변 사람덜까지

싹 다 괴롭혀유.


나중엔

종배형 어머니가

곗돈 떼먹은 거 까지


사기루 엮어가지구

유치장에 가둬놓구

협박허더라니께유.


첨엔 식사나 허시라구

십만 원,


그게 성이 안차믄

누구 하나 괴롭히구...


그래서

옷이나 해입으시라구

오십만 원,


그러다

또 누구 하나 잡아넣으믄

아드님 대학 등록금에 보태시라구

백만 원...


그런 식으루 괴롭혀유...


이 새끼는 진짜 한도가 읍어유...


근디 막 무리해서 탈날 만큼

큰 욕심두 안 펴유...


진짜 지대루 된 진상, 고름유...


오죽허믄 종배형두

진짜 바라시는

내가 아니라

이명식이라구 그랬것슈..."


그러니께 그 새끼가

지금 얼마를 바라구

이렇게 나오는지는

그 새끼만 알아유..."


"............"


"그리구 아까 용철이 말루는,


지금은 이명식이가

일단 조지기루

맘먹은 때라구 허더라구유...


삼청 할당량두 채우구,


윗선에다가

실적두 그럴듯허게 올리구...


그렇게 허기엔

잔챙이덜 여럿 잡아서

거기 보내는 거보단,

형님같은 거물 하나 집어넣는게

모양새두 딱이기두 허구...


회식허는디

박종호가

용철이한티 그러더래유.


형님 같은 스타일은

일단 죽지않을만큼만

쎄게 조져놓구,


주변두 같이 삭 밟아놔야

다시는 대가리 쳐들구

반항헐 생각을 안헌다구..."


"이런 씨발 새끼덜이....


경찰이라는 놈덜이

지 헐 일은 안허구


쥐좆만한 권력가지구

사람덜 괴롭힐 생각만..."


용상의 입에서

드디어 험한 말이 터져 나왔다.


용상의 분노를 본 김달서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께 지금은

이명식이나 박종호헌티

돈 가지구 가봐야

받지두 않을규...


형님 길들일 목적으루

저러는거니께유...


진짜 거머리 같은 새끼덜유...


오래오래 탈안나게

피빨어먹을 생각만 허는 것들유.”


김달서의 말에

용상도 화는 나지만

더 이상 반박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형님이 나서서

걔들허구 뭔가 허실라구 허믄

진짜 큰일나유...


달서 말대루

그 새끼덜은

피래미덜은 관심두 읍슈...


형님을

이번 기회에 지대루 길들여서

지 말 잘 듣는 주머니루,


지들 대신 손 더럽히는

꼬붕으루 만들라구

저러는 거니께유...


형님 성격에

종규가 저리 돼서

지금 많이 괴로우시것지만...


그래두 절대루

직접 나서시믄 안되유.


저 새끼덜이

뭘루 성님을 엮을지

아무두 몰러유...


만약에 허지두 않은 일

막 갖다 붙여서 똘똘 말으믄


그냥 하루아침에

강도두 되구, 강간범두 되구...


삼청이라두 끌려갔다가

어디 한군데 절단나기라두 허믄

진짜 한 방에 인생 끝나는 거여유.


저 새끼덜 술수에

성님까지 걸려들믄

우리 같은 나머지는

그냥 다 끝나는 거구유..."


이영각의 걱정에


용상이

탁자위에 놓인 술잔을 집어

화를 삭이듯 단숨에 비웠다.


"종배형두

1년 가까이 괴롭힘 당허구서,


결국 알아서 짜웅하믄서

무릎으루 기기 시작한 거여유...


답답허셔두 지금은

움직이시믄 안되유...


무슨 미제사건을

형님헌티 덮어씌울지 몰라유.”


이영각도 그렇게

차분히 한 마디를 거들었다.


오랫동안 고향에서

저들을 상대해본

김달서나 이영각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이명식이나 박종호는

진짜 악질이자 강적일 것이다.


그럼 도대체 뭘 어째야 하나...


용상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때,

갑자기 호텔방의 전화가 울렸다.


충식이 수화기를 들었다.


“707호입니다.”


“여기 로비인데요.


박종규님 앞으로

연락이 왔습니다만...


503호가

계속 전화를 안 받으셔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충식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변했다.


잠시 후 충식은

‘알겠습니다.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말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무슨 일여?”


용상이 충식의 표정을 보고

심각하게 물었다.


“형님...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종규 어머님이...

삼십분 전에 돌아가셨답니다.


갑자기 호흡곤란이 와서...

손쓸 틈도 없었다고...


보호자 분은 빨리 오셔서,

절차를 밟으시라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충식의 눈에 눈물이 맺히고,


방안의 모두는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열흘의 시간이 흘렀다.


용상은

자신이 아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종규의 구출과

종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려

혼신을 다해 노력했지만,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다.


이명식은 잔인하게도,

종규 어머니의 시신을 인질삼아

용상을 엮으려했다.


그는

도립병원의 시신안치소

지하 냉동고에

종규 어머니의 시신을

‘관계자 외 반출금지’로 묶어놓고,


용상에게

빨리 자신을 찾아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열흘간의 노력을 통해

그나마 작은 수확이 있었다면,


종규가 끌려간 곳을

알아냈다는 것이었다.


종규는

‘백골부대’로 세간에 알려진,

강원도 철원의

육군 3사단으로 보내져

‘순화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괴로움과 죄책감에 시달린 용상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매일 밤 술을 마셨고,


충식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의형제의 고통을 보다 못한

온양의 두목 홍규성은

결국 용상에게

‘어려운 제의’를 했다.


“형제,


형제가 증말

이쪽허구 엮이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거...


내가 증말 잘 아는디...


이젠 진짜 방법이 읍네.


내가

여기 국회의원허는 전정배랑

자리 한 번 만들어 볼라니까...


눈 딱 감구 연 맺구...


걔들이 원하는 거 들어주구서

종규 일 처리허세.”


그날 밤도

술에 얼큰하게 취해가던 용상이

슬픈 눈으로 말했다.


“....돌아가신 큰형님 가르침여...


정치허는 놈덜허구는

절대 엮이지 말라구 허셨어.


걔들허구 엮여서

끝이 좋았던 건달이

하나두 읍다구...


규성이 너두

걔덜땜에 맨날 죽어나잖어...”


“...용상아,


독고다이 뛰어서

먹구살던 시대는

이제 지났어...


너두 변해야 혀, 나처럼...


맘 맞는 아우덜허구

적당히 규모두 키우구

그럴듯헌 실적두 쌓구


쩐주덜, 짭새덜, 공무원덜이랑

같이 어울리믄서

큰 구찌두 계속 물어오구...


그게 오야붕의 역할여.


나라구 뭐

승질읍구 가오읍어서


한주먹거리두 안되는

그 조까튼 새끼덜헌티

맨날 접대허러 댕기구

기지배들 갖다 바치냐?


내가 그런 새끼덜허구

어울리구 싶어서 어울리냐?


그 새끼덜이

지덜 손더럽히기 싫어서

우리 같은 놈덜 써먹구,


수시루 지네 집 머슴마냥

이용해 먹는 거

내가 몰라서 그러냐?


나두 언젠가는

단물 빼먹힐대루 빼먹히구

그 새끼덜 대신

징역가거나 병신되것지..."


"............"


"그래두 어떡허냐...


나만 바라보구 있는 아우덜

살게는 해주야지...


그리구 우리두

쫌 있으믄 마흔여...


현역으루 뛸 나이가 아니란 말여.


그게 앞으루

너두, 나두 사는 길여...


그런 시대여. 지금은”


홍규성의 말에

용상은 즉답을 하지 못하고

한참동안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젠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용상이 말했다.


“...그려...뭐 어쩌것어...


돈두 필요읍구,


지금은 그저

나 조져서 길들일라구 허는게

그 새끼 목적이라는디...

용빼는 재주가 있것냐.


부탁 좀 허세, 형제.”




다음 날 저녁,


용상은

홍규성의 소개로


온양의 5선 국회의원으로

여당의 간사를 맡고 있는

유력 정치인 전정배를 만났다.


그리고 둘의 예상대로

전정배는

당근과 채찍을 같이 내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목차 22.05.11 70 0 -
34 제 2 장 악연 (17) 22.07.07 63 0 14쪽
» 제 2 장 악연 (16) 22.07.05 42 0 11쪽
32 제 2 장 악연 (15) 22.06.30 45 0 10쪽
31 제 2 장 악연 (14) 22.06.28 42 1 10쪽
30 제 2 장 악연 (13) +1 22.06.16 63 2 13쪽
29 제 2 장 악연 (12) +1 22.06.16 47 2 10쪽
28 제 2 장 악연 (11) +1 22.06.15 45 2 10쪽
27 제 2 장 악연 (10) +1 22.06.10 65 2 14쪽
26 제 2 장 악연 (9) +1 22.06.07 56 3 12쪽
25 제 2 장 악연 (8) +1 22.06.05 64 1 17쪽
24 제 2 장 악연 (7) 22.06.04 48 1 11쪽
23 제 2 장 악연 (6) 22.06.02 52 2 9쪽
22 제 2 장 악연 (5) 22.06.01 54 2 11쪽
21 제 2 장 악연 (4) 22.05.31 51 3 10쪽
20 제 2 장 악연 (3) 22.05.28 61 3 14쪽
19 제 2 장 악연 (2) 22.05.26 57 3 11쪽
18 제 2 장 악연 (1) 22.05.25 67 3 10쪽
1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7) +1 22.05.24 86 4 9쪽
1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6) 22.05.23 69 4 11쪽
15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5) +1 22.05.20 71 4 10쪽
14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5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8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5 2 12쪽
11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1) 22.05.17 69 3 11쪽
10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0) 22.05.17 69 4 9쪽
9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9) 22.05.16 78 3 10쪽
8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8) 22.05.16 75 2 9쪽
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7) 22.05.13 80 2 10쪽
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6) 22.05.13 86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